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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미소녀를 따먹는 방법-86화 (86/93)

여자가 되었을 때, 혜지는 생각보다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성별이 변한다는 말도 안되는 일을 겪었음에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려 노력했다.

물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긴 했다. 자신도 놀라긴 했지만 가족들의 반응이 너무 심했으니까.

무슨 죽을 병 걸린 사람처럼 대하는 모습이 혜지로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성별이 변하기는 했지만 건강에 문제 없고, 마침 시기적으로도 대학 입학 직전이라 신분 세탁하기도 좋은 시기 아니었던가. 게다가 군대도 합법적으로 면제받을 수 있고 평범했던 외모도 놀라울 만치 아름답게 변했다.

그렇기에 혜지는 오히려 가족들을 위로하며 여자의 몸에 익숙해졌다.

사실 혜지는 이현과 사귀기 전까지도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싫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가끔 연애하는 동기들을 보면 부럽긴 했지만 자기라고 못할 이유는 없었으니까.

남자의 정신이 있을지언정 자위도 몇 번이나 해봤고, 하다못해 안되면 여자를 만날 생각까지도 있었다.

예쁘고 몸 좋은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누구든지 골라서 만나는 게 가능했다.

물론 이현에게 푹 빠져버린 이후로는 완전히 일편단심이 되어버렸지만 어쨌건.

아무튼, 혜지는 성별을 바꾸어버리는 이 정체불명의 현상에 대해 큰 반감을 가진 적이 없었다. 물론 예전에는 가끔 짜증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현을 만난 지금은 늘 감사했다.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아침을 맞이했다. 이현과 동거하고 있으므로 옆에 누워있어야 하는데,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대수롭게 여기지는 않았다. 어제도 뜨거운 밤을 보낸 탓에 기절하듯 잠들어버려 벌써 시간이 오후였으니까.

이현은 거실에 있든 잠시 장을 보러 나갔든 했으리라.

혜지도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예상했던대로 이현은 거실에 있었다. 평소에 그랬듯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있는 모습… 은 아니었다.

아니, 자세히 보니 이현이 아니었다. 웬 처음 보는 여자가 심각한 얼굴로 소파에 멍하니 앉아있었다.

“누, 누구세요?”

그 물음에 여자가 이쪽을 보았다.

그리고 그 순간, 혜지는 순식간에 여자의 몸을 흝어보았다.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 귀염상으로 생긴 얼굴, 그에 대비되듯 커다란 가슴과 넓직한 골반, 뽀얀 피부, 얇은 팔다리….

긴 생머리라는 점만 제외하면 하나같이 이현의 취향이었다. 누구보다 이현의 마음에 들기 위해 공부까지 하는 혜지라 금방 알았다.

게다가 의상도 평범하지 않았다. 노출도가 꽤 되는 크롭티와 핫팬츠. 평범한 여자가 입어도 야하게 보일 의상인데 저런 몸으로 그렇게 입으니 외설물이 따로 없었다.

혜지는 빠르게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저 여자가 입은 것과 자신이 입은 것, 뭐가 더 야하게 생겼을까? 물론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이현이 야한 모습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모든 사고가 이현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건 혜지가 고칠 수도 없고, 알아도 고치지 않을 버릇이었다.

‘아슬아슬하게….’

곧바로 결론이 났다. 아슬아슬하지만 자신의 모습이 이현에게 더 먹힐 것 같았다. 물론 그 사실에 기뻐하지는 않았다. 아슬아슬하다는 건 약간의 변수만으로도 평가가 바뀔 수 있다는 뜻이니까.

그 변수로 저 여자는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이현이 호기심을 가질 이유로 충분했고 실제로 이 자리에 이현이 있었으면 저 여자에게 먼저 시선을 보냈으리라.

물론 혜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자신이 이현이었어도 시선이 가는 정도는 어떻게 할 수 있지 않으니까.

그러니 더 자신을 가꾸어서 이현이 더 좋아하게 만들어버리자…. 혜지가 약 3초만에 이 모든 생각을 끝냈을 무렵, 눈 앞의 여자는 잔뜩 당황한 표정이었다.

여자는 눈을 연신 깜빡거리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혜지보다 약간 작은 키라 올려다보는 모양새가 제법 귀여웠다.

그리고 깨달았는데, 입고 있는 옷은 혜지의 것이었다. 아마 옷장에서 꺼냈나 싶은 옷들.

혜지의 표정이 약간 더 어두워지고 잔뜩 경계하는 눈빛이 되었다. 그러나 그 표정은 곧바로 풀려버렸다.

“나 최이현인데….”

혜지는 순간 어이 없다는 표정을 지어야 했다.

“제 남친 아세요? 무슨 사이?”

“아니, 내가 그 최이현이라구. 네 남친 최이현….”

“제 남친은 남자인데요? 그쪽처럼 야하게 생겨먹은 여자가 아니라.”

“으, 그치만 진짜란 말야. 갑자기 자고 일어났더니 이렇게 변해버렸어. 옷은 몸에 맞는 게 없어서 네 옷장에서 꺼내온거고.”

어라. 잘 들어보니 어딘가 익숙한 이야기였다.

그러니까, 자고 일어났더니 여자의 몸으로 변했다는 건데 그 상황을 겪은 사람이 있었다.

‘…그때랑 똑같은데?’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혜지는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여자에게 물었다. 자신의 남자친구와 쌓은 추억이라던가, 늘 하던 일이라던가, 이런 저런 것들을.

그리고 결론이 났다.

“진짜로…?”

* * *

혜지는 이때만큼 여자로 변했다는 사실에 분노할 수가 없었다. 물론 자신이 여자로 변했기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남자친구 최이현이 여자가 되어버린 탓이었다.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고 이현만 보면 자꾸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어쩐지 자신이 변했을 당시 가족들의 마음이 이해되는 것도 같았다.

정작 이현은 별 생각이 없었다. 당시의 혜지처럼.

‘혜지가 너무 슬퍼하니까 오히려 내가 슬프지는 않네.’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으나 혜지가 너무 울적한 얼굴로 있으니 전혀 슬플 틈이 없었다. 대신 남자친구답게 혜지를 위로해주기로 했다. 늘 그랬듯 생각을 읽어서….

‘어라?’

여자가 된 탓에 익숙하지 않은 걸까? 혜지의 마음이 읽히지 않았다. 이현은 조금 가까이 다가가 다시 시도해보았다.

역시 읽히지 않았다. 이후로도 계속 시도와 실패가 반복되었다.

‘어? 뭐지?’

능력이 사라졌나? 이현은 당황하며 얼굴을 굳혔고, 때마침 혜지가 그 모습을 보았다.

물론 이현은 다시 한 번 능력을 시도했다.

시도하며 생각했다.

‘빨리 혜지 위로해줘야 하는데….’

여자친구가 우울해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다. 그리 생각하며 능력을 사용했지만 실패했다.

하지만 어찌 된 일인지 혜지가 눈을 크게 떴다. 그녀의 눈에 뭔가 보이고 있었다.

[빨리 혜지 위로해줘야 하는데….]

그러니까, 이현의 생각이 보이는 듯했다. 예쁘게 생긴 얼굴 옆에 떠오른 글. 혜지는 자신이 헛것을 보나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헛것이든 아니든 이현이 할 법한 생각이었다. 게다가 지금 굳어있는 얼굴은 자신을 위로해줄 말을 찾는 것처럼 보였다. 여자가 되었을지언정 이현은 여전히 이현이었고, 혜지는 진정하기로 했다.

조심스레 이현을 껴안으며 우울한 얼굴을 그만두었다.

‘가슴….’

한편 이현은 그 감촉이 몹시 어색했다. 혜지가 안기는 거야 흔히 있었지만 가슴과 가슴이 비벼지는 느낌…. 뭐라 말할 수 없이 야시시했다.

그렇게 껴안은 채 이현은 손을 들어 혜지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작은 손으로 변한 탓인지 역시 어색했다.

어쨌건 시간이 흘러 혜지는 진정했고, 이현도 나름 침착할 수 있었다. 능력이 발동되지 않은 건… 혜지가 감정적으로 너무 격해진 탓이겠지 뭐.

한편 혜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아까 본 건 잘못 본 거 아니었을까?

“그, 괜찮아?”

“어…. 미안해. 힘든 건 너일텐데 내가 너무 그랬지….”

“아냐, 아냐. 나야말로 갑자기 이렇게 되서 미안해….”

이현으로서는 정말 오랜만에 아무런 능력 없이 혜지와 대화를 나누는 것이었다. 약간 어색함을 느끼면서도 대화는 무사히 마무리 되었다.

이후로는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갔다. 앞으로의 계획이라던가 당장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

사실 어려울 건 없었다. 혜지는 이미 모두 겪어본 과정이었고 이현 역시 알고 있었으므로 따를 생각이었다.

하지만 혜지는 그 사실을 알릴 수 없고 이현은 이미 안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는 상황.

그래도 용기내서 혜지가 말했다.

“일단 여자 옷이라던가, 속옷이라던가 그런 것들 내가 좀 알려줄게. 음, 그리고 또 뭐가 필요하지….”

병원에 가자는 말 따위는 하지 않았다. 혜지도 다 해봤지만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진단만 받았을 뿐이니까.

이후로는 자신이 했듯 신분을 바꾸는 방법이나 생리대 사용법, 이외의 사소한 차이점 따위를 설명해주었다.

이현은 열심히 들었고 혜지는 계속 설명했다.

그렇게 설명이 끝나갈 무렵, 시험삼아 브래지어를 착용해보기로 했다. 이현은 어색해하면서도 착용할 수 있었다.

크기는… 비슷했다.

“그럼 다음은 옷….”

그리 말하며 옷장을 열어보았지만 분위기가 어색해졌다. 옷장 안에는 불건전한, 그러니까 노출도가 높거나 이현의 취향대로 야한 옷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그나마 있던 건전한 옷들은 기숙사로 가져다놓은지 오래였다. 생각해보니 지금 이현이 입은 옷들도 그리 건전하지는 않았다. 물어보니 어쩔 수 없이 입었다고.

“그럼 옷부터 사러 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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