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간은 연휴 기간으로 정해두었다. 시험도 끝나고 과제도 끝나 부담이 없는 시기.
그 날이 올때까지 이현은 평상시대로 행동했다. 서아를 괴롭혀주고, 가끔 찾아오는 혜지와 하윤을 안아주기.
그 뒤로 시험이 찾아온 나머지 서아와 지내는 기간이 길어졌지만 나쁘진 않았다. 여유롭게 이런 저런 플레이를 하며 보낼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여행의 때가 찾아왔다. 이현과 세 여자는 여행을 떠났다. 그리하여 여행을 다녀온 뒤에 사이가 좋아졌느냐면, 전혀 그렇지는 않았다.
여전히 서로를 견제하며 싸우는 가운데 여행이 종료되었다.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뒤 이현은 그녀들을 보았다.
틱틱거리며 싸우는 여자들, 여행날 침대에서도 저렇게 싸우곤 했다. 이렇게까지 했는데도 고쳐지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리라. 이현은 결국 포기했다.
그러면서 피식 웃었다. 어쩐지 전보다는 기세가 누그러진 듯 보였기에.
그리고 나중에 안 사실인데, 여행날 밤마다 싸우는 것에 지친 나머지 자기들끼리 최소한의 규칙을 정해두었다고 한다.
결국 예상했던 것과는 다르지만 이현이 원하는 대로 되었다. 최소한의 질서는 지켜진 셈이다.
그리하여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면, 결혼을 하기로 했다.
*
결혼에 관한 세 여자의 반응은 조금씩 달랐다. 혜지는 곧바로 기뻐하며 행복하게 미소 지었고, 서아는 당황하면서도 좋아하는 티를 숨기지 못해 잔뜩 달아올라 있었다.
하윤은 의외로 둘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오히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
그렇다고 싫어하는 건 아니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나, 하윤 역시 얼굴이 붉어진 채 이현이 만족할만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렇지만 대한민국의 법률상 결혼은 한 명만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누가?
분위기가 이상해지려는 가운데, 이현이 말했다.
“셋 모두랑 결혼 하려고 하는데.”
혜지는 그 말에 실망감을 드러냈고, 나머지 둘은 실망한 척 하면서도 속으로는 좋아했다. 그녀들이 생각하기에도 굳이 한 명을 고르자면 혜지가 가장 가능성이 높았던 탓이다.
그 사실을 알아챈 이현은 혜지를 설득하는 것에 집중했다. 혜지도 불만은 있지만 큰 불만은 아니었으므로 결국에는 승낙했다. 사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서아랑 하윤을 인정했을 때부터.
대신 그 대가로 받은 것도 있었다. 가장 먼저 아이를 가진다거나, 은근히 ‘정실’이라는 것을 자랑스레 어필하면서 저 둘에게 심리적인 박탈감을 준다거나.
즐거운 일이었으므로 승낙한 와중이었다. 문득 생각난 것을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하려고….”
이현은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뭐, 어떻게든?”
*
시간은 빠르게 흘러 결혼식 날이 되었다.
커다란 홀을 빌린 이현은 먼저 기다리는 중이었다. 하객은 없고 주례를 보는 사람도 없는, 넷이서 진행하는 결혼식.
지금 이현은 여자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나름 기대에 가득찬 마음으로 시계만 쳐다보았다.
그럴 이유가 있었다. 웨딩 드레스는 이현이 함께 골라주지 않았다. 스스로, 각자가 원하는 드레스를 고르라고 했다.
무슨 드레스를 골랐을지 기대되는 부분이었다. 그 탓에 일부러 능력도 사용하지 않았으니까.
잠시 기다리자 문이 열리고 누군가가 입장했다.
혜지라는 것을 알아보기는 어렵지 않았다. 가장 뛰어난 몸매를 자랑하는 혜지는, 드레스인지 플레이용 코스튬인지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걸치고 나왔다.
웨딩 드레스는 맞는데 굉장히 야한 모양새.
젖가슴과 음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모습. 그 음란한 모습에 이현은 어떻게 생각했냐면, 좋다고 생각했다.
정말이지 자신의 취향을 잘 맞춘 모습이었다. 사람들도 없으니 이런 모습을 하면 나쁠 게 없었다.
‘아니, 하나 있네. 발기가 멈추지 않는다는 거….’
혜지는 이현에게 다가와 수줍게 시선을 떨구었다.
“이, 이상한가….”
“세상에서 제일 예뻐.”
그 말에 배시시 웃는 얼굴은 이현을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살짝 참기 힘들 지경이 되던 가운데, 다음 사람이 입장했다.
서아였다. 서아는 가슴이 발달하지 않은 탓에 젖가슴을 강조하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하반신을 부각하는 모습, 게다가 머리는 양갈래다.
어쩐지 귀여운 모습에 이현은 만족했다. 물론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았다. 기껏 유두를 개발해줬더니 가려버린 것 아닌가.
그러므로 문질거리며 계속 자극해줬다.
과연, 흥분해서 툭 튀어나온 유두가 보였다.
드레스의 옷감이 얇았던 탓에 그 너머로 튀어나왔다. 이렇게 보자니 오히려 벗은 것보다 야한 모습이다. 이현은 만족하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
그러다 혜지의 시선이 좋지 않았으므로 그만두었다.
대신 다음 사람을 기다렸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 문이 열렸다. 이번에 올 사람은 하윤이었다.
원래부터 귀여운 면이 있었으므로 무슨 옷을 입고 있을지 제법 기대되었다.
그리하여 본 하윤의 드레스는, 아주 정석적인 것이었다.
노출이 없지는 않으나 중요한 부위는 드러내지 않은, 어깨와 허벅지만 약간 드러낸 과감하면서도 평상시에 자주 볼 수 있는 웨딩 드레스.
오히려 하윤은 혜지와 서아를 보고 당황했다.
저건 무슨 코스튬같은….
그러나 수에서 밀렸다. 그 코스튬스러운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둘이고, 정상적인 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하나다.
외눈박이 세계에서는 정상인이 비정상인 것처럼, 지금의 상황에서도 하윤이 비정상이었다.
그리하여 부끄러움에 얼굴이 붉어진 나머지, 이현은 오히려 신선함을 느꼈다.
‘오히려 진짜 웨딩 드레스를 입으니까 엄청 신선한데? 오히려 더 꼴리는 것 같기도… 애초에 워낙 몸이 야하니까.’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진정시켰다.
그 후, 결혼식이 시작했다. 주례는 없었으므로 간단하게, 이현의 주도하에.
“신랑은 신부를 사랑하고….”
귀찮은 절차는 없었으므로 해야 할 것만 했다. 사랑의 맹세와 키스, 그리고 결혼 반지 증정.
이현은 처음으로 약간 떨리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품에서 반지 세 개를 꺼냈다. 차례대로 혜지, 서아, 하윤의 것이다.
조심스럽게 손에 하나씩 끼워주었다.
“사, 사랑한다….”
어쩐지 부끄러웠으므로 목소리가 떨렸다. 물론 셋은 그 모습을 보며 더 좋아지는 감정을 느꼈다.
마지막, 기념사진 시간.
이런 의상으로 찍기는 부끄러웠지만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렇게 사진까지 찍은 후, 초야가 기다리고 있었다.
“초야라기에는 이미 많이 하지 않았나….”
서아의 말은 무시했다.
이왕 드레스도 다 맞췄으니 벗고 하는 건 예의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입은 상태로, 불편함을 감수하며 관계를 맺었다. 넷이서 하는 것이니 4P로.
치렁이는 드레스 자락이 불편하기도 했지만, 나름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즐겼다.
혜지의 안에 질내사정하고, 서아를 들박하며 마음껏 절정시키고, 하윤을 몇 번이고 보내며 씹물을 뿜게 만들었다.
그 결과, 침대는 순식간에 엉망이 되었다.
여자들이 널부러진 가운데 이현은 아직 쌩쌩했다. 그러므로 더 즐길 수 있었다.
이현은 계속 움직였다. 양 옆에 여자들을 끼고 허리를 움직여 또 한 번 절정시켰다.
새삼스럽지만 정말 행복하다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이지, 이런 초야를 치르는 건 몇 없을 것이다.
아예 세상에서 유일하다면 더 좋겠지만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중동의 돈 많은 부자들은 평상시에도 이런 생활을 보낸다고 알고 있다. 여자의 수도 더욱 많으리라.
그렇지만 부럽지는 않았다. 이 셋은 누가 봐도 감탄이 나올 정도의 미소녀들이었고, 게다가 자신과 진실되게 사랑하는 사이였다. 무엇보다 평범한 휴학생이었던 이현이 이런 행운을 누리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다.
그때쯤 되어 이현은 생각했다. 과연 이 능력은 누가 준 것인가? 그리고 무슨 원리로 작동하는가?
남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 참으로 신비한 일이다.
그러나 알 수 없었다. 알 방법도 없었다.
그러니 이현은 그저 즐기기로 했다. 지금의 행복을 누리기로.
초야가 끝난 후, 이현은 누워서 잔뜩 땀을 흘렸다.
너무 흥분한 나머지 무리를 해버렸다.
옆에 있던 혜지가 땀을 닦아주었다. 그리고는 키스.
“…♡”
이현은 그녀를 보며 웃었다.
아주 행복한 미소.
잠시 뜸을 들인 뒤, 오늘 엄청나게 많이 했던 말을 다시 한 번 말했다.
“사랑해.”
혜지는 몇 번이고 들었던 그 말이 듣기 좋았던 모양이다.
배시시 웃으며, 키스했다.
물론 서아와 하윤도 그 모습을 보고는 질투하기 시작했으므로 오래 하지는 못했다.
번갈아가며 모두와 입을 맞춘 후, 다시 이차전에 돌입했다.
“아, 참. 나 임신했는데….”
그러던 와중 혜지가 문득 말했다.
“이, 임신?”
“벌써…?”
자세한 사정을 모르는 서아와 하윤이 부러움 반, 황당함 반의 시선으로 혜지를 보았다.
이현은 크게 놀라지는 않았으나, 어느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으므로 엄청나게 놀라지는 않았다.
그래서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타박했다.
“그걸 지금 말해? 엄청 했는데.”
“아직은 괜찮지 않을까….”
*
그 이후로 어떻게 되었냐면, 혜지는 임신했으므로 휴학을 택했다. 반면 이현은 복학하며 멈췄던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평소에는 서아가 집에 있으므로 둘은 자연스레 함께 있는 시간이 길어졌고, 처음에는 적대하다싶이 하다가도 아기가 있는 탓인지 어느새 관계가 가까워졌다.
그리하여 결국에는 제법 친한 사이로 돌아왔다.
하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직 이현이 있으면 서로 적대하는 관계이기는 하나, 이현이 없는 평소에는 나름 잘 지내는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며 이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나만 없으면 잘 지내는 게 아닌가….’
어찌되었건 시간이 흘러, 혜지는 예쁜 아들을 낳았고 육아를 시작했다. 이후로는 서아도, 하윤도 임신했다.
그 사이 이현은 대학을 졸업한 후 아내들을 돌봐주었다.
그러다가 괜찮은 곳에 취직, 나름 성실한 삶을 살게 되었다.
혜지와 하윤도 아이가 큰 후에는 공부를 마치고 졸업장까지 땄다. 그리하여 다른 일을 했느냐면, 그건 아니었다.
졸업장은 땄지만 이현과 함께하는 시간이 더 좋다나 뭐라나.
그리하여 지금, 이현은 행복하다.
혜지도, 서아도, 하윤도.
나중에 크면 아이들이 ‘왜 아빠는 아내가 셋이예요?’하고 물어온다면 어떻게 답해야 할지 곤란하기는 했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건 미래의 일일 뿐이다.
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