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이지 힘든 시간이었다. 안그래도 잔뜩 달아오른 상태인데, 이 상태에서 더 괴롭혀진다니?
서아가 여기기엔 고문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짜증나는 요소가 또 있었는데, 자신의 옆에 있는 하윤이었다.
하윤은 훌륭히 말을 들은 대가로 볼개그를 착용하지 않게 되었다. 그 결과 조교가 시작되기 전 서아와 수다를 떨 여유가 있었으며, 늘 그랬듯이 짜증나는 말을 잔뜩 늘어놓았다.
서아는 계속 대꾸하며 기싸움에서 이기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지고 말았다. 집중할 수 없던 탓이다.
그렇듯 짜증나는 낯짝을 보던 와중, 오늘의 조교가 시작되었다. 서아는 전혀 참지 못했다.
절정. 또 다시 절정.
그 날의 조교가 끝났을 때, 서아는 수십 번 넘게 절정했으며 하윤은 말을 잘 들은 대가로 원하는 바를 이루었다.
알콩달콩한 분위기에서의 연인다운 섹스.
만족한 채 누워있던 와중이었다. 서아가 애원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
이현은 오늘 서아의 상태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정나서 참지 못하는 정도야 평소에도 그랬으니 그려러니 했는데, 오늘은 조금 정도가 심했다.
곧바로 알아보았다. 그 결과, 어제 반 장난으로 한 행동이 커다란 영향을 미쳤음을 알게 되었다.
그 당황스러운 결과에 이현은 어떻게 생각했냐면, 꼴린다고 생각했다. 뭐가 어찌되었건 흥분할 가치가 있는 상태였다.
포르치오 절정에 중독되어 자위로도 만족을 못하는 여자라니? 참기 힘들었지만 어찌 저찌 참았다.
그리고 지금, 서아가 애원하고 있다. 이제쯤이면 참을 이유가 없다. 곧바로 몸을 섞었다. 미약한 신음이 흐르지만 만족하지는 못한 듯 보인다.
어째서? 자궁 끝까지 박아주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서아는 포르치오를 느끼길 원하는 것이지, 질벽을 문질거리는 걸 원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고 절정하지 않는 건 아니다.
곧바로 절정. 하지만 절정하면서도 만족스럽지 않은 기분, 좋지 않았다. 서아는 지금 당장 자궁 끝까지 처박고 난폭하게 괴롭혀주기를 원했다.
예전의 하윤이었으면 이런 상황에서 건방지게 말했으리라.
그러나 서아는 충분히 배운 상태였다.
이현의 팔을 가볍게 잡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귀여운 목소리로 애원했다.
“끝까지….”
색기가 섞인 애교는 이현을 두근거리게 하기 충분했다. 그것도 서아라는 점에서 더더욱.
지금이야 많이 온순해졌다지만, 과거의 일을 떠올려보았다. 사실 건방짐으로 따지면 가장 심했던 것이 서아였다.
그 서아가 자신의 밑에서, 자궁 끝까지 박고 괴롭혀달라고 애원하는 모습. 굉장히 야했으므로 더 괴롭히기로 했다.
조금씩 밀어넣으면서도 질벽만 자극하기.
서아는 애가 타는지 몸을 꼼지락거리면서도 계속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더 이상은 괴롭힐 여지도 없었다. 하는 수 없었으므로 이현은 원하는 바를 이뤄주었다.
자궁 끝까지 밀어넣기. 아무런 전조 없이 갑자기.
갑작스러운 상황에 서아는 대비조차 못하고 절정했다. 지금껏 쌓여있던 모든 답답한 기분이 풀리는 느낌.
물론 그 부작용으로 오는 엄청난 쾌감은 덤이었다. 서아는 고개를 젖히고, 손발을 꽉 쥐며 절정했다.
겨우 정신을 잃지 않는 것이 한계였다. 그것도 이현이 기다려주었기 때문이지, 절정하는 와중에 허리를 움직였으면 무조건 기절이었다.
그 사실을 알았으므로 그만두라고 하지는 않았다.
중독이 된 사람은 자신이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저 계속 원할 뿐이다.
서아는 다시금 아까의 쾌락을 원했고,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눈 앞에 있다. 그날 서아는 결국 기절했다.
*
‘기절까지 할 줄은 몰랐는데.’
이현은 쓰러진 서아를 간호해주다 생각했다.
사실 관계를 갖는 도중 정신을 잃는 일은 의외로 흔히 일어나곤 했다. 혜지만 해도 몇 번 기절한 적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이현도 성욕을 참지 못해 진심으로 몇 시간이고 부딪쳤을 무렵이었다. 지금 서아에게 한 건 그정도 까지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기절했다는 건 그만큼 기분이 좋았다는 뜻이리라. 이현은 피식 웃으며 서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귀엽네.’
그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앞으로의 일에 대해서.
원하던 목표는 다 이루었다. 혜지, 서아, 하윤이라는 예쁜 여자들을 원하는 만큼 안을 수 있게 되었으며,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 스물 넷. 어리지만 슬슬 미래를 준비할 나이다.
이현도 그 사실을 알았다. 이제 복학도 하고, 취업도 해야 하리라. 서아가 아무리 돈이 많은 건물주라도 기둥서방으로 사는 건 조금 아니었다.
멋이 없지 않은가.
‘맨날 떡치면서 돈 달라고 하는 것도 조금 그렇고.’
갑작스레 이런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밤이라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이현은 아주 오랜만에, 전역 이후로는 처음으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생각했다.
그러다가 세 명의 여자에게 생각이 닿았다.
처음에야 어쨌건 지금은 셋 모두 좋아하고 사랑하는 관계다. 게다가 결혼까지 약속했으니, 결혼식이라도 올리는 게 맞겠지. 바빠지기 전에 하는 것으로 생각을 정했다.
그러니까, 올해 안에. 복학하기 전에 결혼식을 올릴 생각이다. 하객은 부르지 않는다.
한 번에 셋과 결혼식을 하는 만큼 누굴 불렀다간 미친 새끼 소리 듣기 딱 좋았다.
그럼에도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결혼식이라는 이름 하에 무엇이든 할 수 있지 않은가.
이현은 휴대폰으로 결혼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웨딩 드레스나, 장소나 그런 것들.
‘뭐 이리 복잡해?’
그러다 복잡했으므로 그만두었다. 대신 서아의 몸을 만지작거렸다. 치유되는 기분, 한참을 그러고 있었더니 서아가 일어났다.
“아….”
이후로는 얌전히 앉아서 시간을 보냈다. 대화 나누고, 손도 잡아보고. 그렇게 밤이 흘렀다.
*
시간이 흘러 조교가 슬슬 마무리 되려는 무렵, 이제 하윤은 혜지와 함께 있어도 힘들게나마 말을 듣게 되었다.
속으로는 온갖 감정을 쌓아두고는 있지만 어쨌건.
좋은 일이었으나 한 가지 문제가 해결되자 다른 문제가 눈에 들어왔다. 이현이 원하는 바는 넷이서 즐겁게 지내는 것이다. 물론 이현이 있으면 잔뜩 발정난 셋이 말을 잘 듣겠지만, 자신이 없는 곳에서는?
캣파이트를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자신을 차지하기 위해 싸우는 모습, 굉장히 보기 좋다.
하지만 그게 평생 간다면 말이 다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싸우다가 정이 들어서 친해지는 것인데,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어떻게?
‘다같이 여행이나 가볼까.’
그러고보니 셋의 관계는 애매한 감이 있었다. 혜지와 하윤은 아는 사이였다지만 이제 와서는 약간 삐걱거리고, 서아 역시 마찬가지. 게다가 하윤과 서아는 아예 초면이었으므로 만날 때마다 서로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곤 한다.
그리하여 이현은 결정했다. 이번에는 세 여자가 친해질 수 있도록 여행을 가자고.
결혼식은 그 다음이다. 혜지와 하룻밤을 보낸 후, 침대에서 이현은 그리 생각했다.
‘근데 여자들끼리 친해지려면 뭘 어떻게…?’
굉장히 어려운 난제였으므로 혜지에게 물어보았다.
“으응…?”
물론 혜지 역시 알지 못했다. 멋쩍게 웃으며 이현을 꼬옥 안았다. 따뜻한 체온, 이현은 그저 웃었다.
그러면서 손을 내려 혜지의 배 위에 올렸다. 방금 질내사정을 한 탓인지 액체가 느껴지는 것 같다.
물론 기분탓이겠지만. 질내사정을 했다고 액체가 출렁이는 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들 어떠한가. 지금 꼴리는데.
게다가 혜지는 피임약을 끊은지도 꽤 시간이 지났다. 그 이후로도 질내사정은 충분히 해줬으니 생겼다면 이미 생겼으리라. 그 사실을 아는지 혜지도 이현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그리고는 배를 살살 만졌다.
군살 하나 없는 날씬한 배. 둘은 배시시 웃다가 다시 입을 맞췄고, 이차전에 돌입했다.
그리고 자제하지 않았다. 나중에 정말로 임신하게 되면 격렬하게 하지 못할테니까.
하고 싶은 체위도 모두 다 해보았다.
혜지는 전혀 싫어하지 않았는데, 이현에게 맞춰주는 것도 있지만 어떤 플레이를 하든 다 기분 좋았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너무 좋은 남자친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를 껴안은 채 한참의 시간이 흐르고, 다시금 절정.
“너, 너무 많이 싸는 거 같은데….”
그 말에 이현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침대는 혜지가 흘린 씹물로 푹 젖어서 엉망이고, 심지어는 저 멀리까지도 뿜어낸 모습. 그런 와중에 이런 말을 하니 귀여울 뿐이다.
이현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볼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는 흘린 애액을 손가락에 묻힌 채 눈 앞에 들이밀었다.
“너무 많은가?”
혜지는 그제서야 부끄러워하며 눈을 피했다.
“으….”
“괜찮아. 귀여우니까.”
그리고는 집요하게 계속 질내사정만 반복했다. 정말로 너무 많이 싼다는 게 뭔지 알려주기 위해서.
그리하여 정액이 새어나올 즈음이 되어서야 이현은 움직임을 멈췄다. 펠라도 하지 않은 탓에 키스도 할 수 있었다.
관계를 맺은 후 키스하는 건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늘 펠라를 했었으니까.
어찌되었건 잔뜩 만족한 상태로 하는 키스, 기분 좋았다.
혜지는 배시시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