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의 움직임이 멈췄다.
어떻게 보나 이건 불륜에 불과했다. 물론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지만, 그럼에도 연기는 해야 했다.
이현은 잔뜩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바람피다 걸린 사람 특유의 변명을 하기 시작했다.
“혜, 혜지? 언제…. 그, 그보단 오해야. 오해….”
하윤 역시 당황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전에 만났던 껌젖년이면 몰라도 혜지에게는 함부로 대할 수가 없었다. 일단은 여친 아닌가.
그 사실을 모르는 하윤이 아니었다. 그저 애정결핍이 심해 모순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었을 뿐.
그 탓에 하윤조차도 잔뜩 당황하며 입만 벌리고 있던 와중이었다. 우선 이현은 깊게 삽입했던 자지를 빼냈다.
이 상황에서 계속 끼우고 있는 건 좋지 못했다.
“흐극…♡”
“…….”
그 자극에 하윤은 조수를 뿜으며 가버렸다.
“아, 아니. 내가 설명할 수 있어….”
“주하윤.”
혜지는 이현의 말을 무시한 채 하윤을 불렀다.
싸늘한 분위기. 이현은 더 말을 붙이지 않고 얌전히 기다렸다. 하윤도 헐떡이면서 위를 올려다봤다.
혜지의 모습이 보인다. 약간 남아있던 죄책감이 자극당했다.
그러므로 최대한 시선을 내리깔고, 얼굴을 보지 않게 조심하며 말했다.
“왜, 왜에….”
“뭐하냐?”
뭐라 할 말이 없어 얌전히 듣기만 했다. 혜지는 한동안 하윤을 노려보다가, 이내 이현을 보았다.
“이리 와.”
이현은 쭈뼛대며 이동했다.
혜지의 옆자리. 바지도 입지 못해 하반신이 노출된 모습.
혜지는 익숙하게 움직여 자지를 세워주었다.
“어, 어?”
“지금 여기서 해.”
“지, 지금? 지금은….”
“저 년한테 박아주는 건 되고, 나는 안돼?”
그 말까지 들었으니 더 빼기도 이상한 상황이다.
이현은 곧바로 혜지를 애무하고 삽입했다.
곧바로 피스톤, 혜지는 화난 척을 유지하려 했지만 이미 개발이 끝난 몸은 그걸 불가능하게 했다.
“읏…♡”
미약한 신음. 그러나 그걸 놓칠 이현이 아니었다.
곧바로 약점만 골라 계속 자극했고, 혜지는 곧바로 얼굴이 풀려버렸다.
암컷으로서의 본능은 이길 수 없었다. 결국 처음의 생각과는 다르게 되었지만 할 말은 해야 했다.
“흣…♡ 얘는 내꺼니까아…♡ 아읏♡ 후으, 하아…♡”
위엄이라고는 하나도 없었지만 그 모습마저 하윤에게는 효과적이었다.
안그래도 예전에는 혜지의 신음만 듣고도 열등감을 느꼈던 하윤 아닌가. 이렇게 눈 앞에서, 그것도 자신은 울고 나서야 겨우 해주었던 것을 혜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게 해주는 모습을 보고 그 감정을 다시 느낀 모양이다.
그리고 질내사정. 혜지는 말하다가 절정한 탓에 신음을 참지 못했다. 꼴사나운 소리가 울리고, 헐떡이는 소리.
“흐엑♡ 흣♡ 후으…♡”
그 사이 이현이 신호를 보냈다. 나가라는 신호.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지금은 할 수 있는 것도 없었으므로 하윤은 제대로 옷도 입지 못한 채 밖으로 나갔다.
나체인 상태로 현관 밖까지 나가 겨우 옷을 입는 모습.
수치심은 느끼지 않았다. 그보다는 우울함과 슬픔이 더 크게 느껴졌다.
*
잠시 후, 이현과 혜지는 침대에 있었다.
관계를 하려는 건 아니었다. 그러기엔 해야 할 말들이 많았으니까. 다만 혜지가 절정한 채 움직이질 못하길래 침대로 옮겼을 뿐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혜지가 몸을 움직였다.
그리고는 침대 위에서 무릎을 꿇은 채 조신하게 두 손을 모았다.
그리고 사과.
“미, 미안….”
이현은 의아해했다.
‘갑자기 왜 사과를? 내가 해야 하는 상황 아닌가?’
혜지가 생각하기엔 아니었다.
“그, 건방지게 막 하라고 해서….”
“아.”
그러니까, 지금 혜지는 방금 강압적으로 삽입하라고 시킨 것에 대해 사과하고 있었다. 그동안 이현과 사귀며 자연스레 몸에 배여버린 자세.
자연스레 하반신에 피가 쏠리는 걸 느꼈다. 이런 상황에서도 오히려 사과까지 한다니?
그 사실을 알아챘는지 혜지가 조금 다가와 밀착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가려고 하진 않았다.
“그, 그래도 해명은 해야 돼. 그냥은 못 넘어가.”
물론 그럴 생각이었으므로 해명했다.
혜지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면서.
혜지는 잔뜩 느끼는 나머지 신음을 흘리긴 했지만, 이현의 말을 열심히 들어주었다.
내용은 혜지가 예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저번을 계기로 친해졌는데 성적으로 자꾸 어필하는 듯 보인다, 그래서 거절했는데 울길래 어쩔 수 없이….
물론 이현은 더 이상의 변명은 하지 않았다. 거기까지 말하고 바로 미안하다며 연신 사과했다.
여기에서 뻔뻔하게 나갔으면 정이 뚝 떨어졌으리라.
하지만 사과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 인정되어 혜지는 마음 속으로 이현을 용서한 후였다.
오히려 남친을 잘 관리하지 못한 자신의 잘못이라 생각하기까지 했다.
“그래서, 좋았어?”
“어? 아, 아니. 당연히 별로였고 혜지가 제일 좋았지….”
“그냥 솔직하게 말해도 돼. 어차피 서아랑도 그런 관계인데 뭐. 우리 남친이 너무 잘나가지고 어쩔 수 없는 거니까.”
“…….”
어쩐지 약간 비꼬는 투로 들렸으므로 이현은 능력을 사용했다. 그런데 의외로 비꼬는 게 아니라 진심이었다.
‘이게 진심이네.’
어찌되었건, 혜지가 물었다.
“그래서. 하윤이 보지 기분 좋았어?”
“굳이 따지자면 좋았지….”
“서아처럼 두고 쓸 가치가 있을 정도로?”
“…그렇지?”
“그러면 허락해줄게.”
“어?”
“허락해준다고. 그래도 우리 남친님이 원하시는데 여친이라고 막을 수는 없잖아. 그리고, 어차피 앞으로도 이런 일 있을 것 같은데 그냥 눈 앞에 두고 대결하는 게 편해. 게다가 여기서 이기면 당당하게 내가 제일 낫다, 뭐 그럴 수 있는 거니까…. 그리고 우리 남친님 마음도 대충은 이해 가고.”
잠시 그 말의 의미를 되새기던 이현은 곧바로 혜지를 안아주었다.
정말이지, 너무 착하고 귀여운 여친이었다.
그렇지만 혜지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한 가지 조건이 붙었다.
“대신, 조건이 있는데….”
“어. 뭔데? 뭐든 말만 해. 다 들어줄 수 있어.”
“그….”
머뭇거리던 혜지가 작게 귓속말했다.
“어, 진짜? 괜찮겠어…? 학교도 다녀야 하는데.”
“워, 원래부터 그런 생각 있었고, 그리고 이렇게 되었으니 보험 하나는 들어둬야지.”
그리 말하는 혜지는 새빨개진 채 몸을 배배 꼬고 있었다.
이현 역시 하반신에 피가 잔뜩 쏠려 엄청나게 커다랗게 되었다. 그럴만한 상황이었다. 지금 혜지가 내건 조건이 워낙 파격적이었으므로.
“그, 그리고 주하윤은 교육 좀 해야돼. 너무 건방져.”
“안그래도 그럴 생각이었어.”
“나도 그 교육 참관할거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야시시한 분위기.
이현의 손이 혜지의 배 위에 올랐다.
“…지금 할까?”
“오늘이 위험일이긴 한데….”
둘의 시선이 마주치고, 곧이어 몸이 섞였다.
격렬한 피스톤과 계속되는 절정.
혜지는 열 번 넘게 절정한 후에야 겨우 풀려났다. 자궁에는 진한 정액을 잔뜩 받아버렸다.
피임약을 먹지 않으면 무조건 임신하겠지.
그리고 혜지는, 먹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게 조건이었으므로.
헐떡이며 혜지가 물었다.
“이제 서방님이라 불러야 하나…? 존댓말도 쓰고?”
“존댓말은 왜?”
“아기들도 배워야 하니까. 서방님한테 존댓말 쓰는 건 당연한거잖아… 요.”
“방금 질내사정 받았으면서 무슨.”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요.”
“자궁으로 좆물 받아도 임신 안할 수도 있잖아. 이거는 완전히 운이니까.”
“으음…. 그래도 미리 연습해두면 좋을 것 같아서.”
“그냥 서방님이라고 부르고 싶은 건 아니고?”
혜지는 곧바로 얼굴을 돌려버렸다.
속내를 들켰을 때 혜지가 취하는 행동이다. 이현은 그 사실을 알아채고 웃었다.
“원하면 서방님이라 불러도 괜찮지, 뭐. 어차피 결혼도 할건데.”
그 말에 혜지의 시선이 돌아갔다. 힐끔, 이현을 보다가 다시 새빨개져선 고개를 돌리는 모습.
귀여웠으므로 뒤에서 껴안아주었다.
“그래서, 호칭은 뭐로 할거야?”
“…….”
숨소리만 들리는 가운데, 혜지가 입을 열었다.
아주 조그마한 소리. 잘 들리지도 않았지만 대답은 뻔했다.
“서, 서방님…♡”
그리 말하고는 절정.
아무래도 행복한 결혼 생활을 망상하는 듯 보인다.
나쁠 것 없었으므로 귀에 속삭여주었다.
“사랑해.”
세 글자로 혜지를 절정시키는 건 쉬운 일이다.
그렇게 혜지는 몇 번이고 절정했다. 행복한 얼굴로 웃으며.
*
혜지와의 일이 일단락 되었으니 이젠 하윤을 찾아야 했다.
하윤에 대한 이현의 평가는 이랬다. 아직은 약간 위험한 정도지만, 나중에는 크게 문제가 생길 수 있는 상태.
스토커가 되거나, 그게 아니면 자해에 빠질 수도 있었다.
특히 지금은 그런 상태일 가능성이 높았다.
그 전에 찾아야 했다. 어차피 허락도 받은 마당 아닌가.
그리고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능력으로 보면 되니까.
그리하여 하윤을 찾아낸 이현은 그 앞에 가서 섰다.
“주하윤!”
하윤이 놀란 표정으로 이현을 올려다봤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별 문제 없어보인다.
하지만 여기서 방치하면 안좋은 일이 일어나겠지.
그 전에 제대로 조교해서 암컷으로 만들어주리라. 이현은 굳게 다짐하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