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물고 빠는 한 남녀가 있다.
찌꺽이는 소리. 계속 흐르는 신음.
그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성욕이 가득한 이십 대 커플의 모습이었고, 그걸 감안한다면 그다지 이상하게 보이지도 않았다. 얼굴 되고 몸 되는 남녀가 몸을 섞는 일은 흔히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거실에는 여자가 사온 것으로 보이는 생일 케이크와 선물 포장지가 널부러져 있다.
선물은 그다지 대단한 것이 아니라지만, 그럼에도 정성이 가득 담겼다는 사실은 명백했다.
마음이 담긴 손편지와 직접 만든 선물.
누가 봐도 헌신적인 여자친구의 모습이었고, 정작 당사자가 여친이 아니라는 점만 제외하면 꽤나 보기 좋은 모습이었다.
이현의 위에 올라탄 채 허리를 흔들던 하윤이 절정했다.
가벼운 신음과 약간의 경련. 곧이어 고개를 떨구고 이현의 몸 위에 얼굴을 파묻는다.
절정의 여운으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탓이다.
이현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자상하게 대해주지는 않았다.
그럴 새가 없었다. 하윤이 곧바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으므로.
“어으, 힘들지도 않아?”
“…♡”
하윤은 야하게 미소지으며 계속 허리를 흔들었다.
그녀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건강한 몸이라지만 결국에는 여자의 몸이고, 심지어 허리까지 자신이 흔들고 있는 마당이다.
힘들지 않다면 이상한 일이리라.
그럼에도 지금 힘을 낼 수 있는 이유는, 좋아하는 사람과 단 둘이 있어서 행복하니까.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 그와 살을 맞대며 사랑을 나누는 감각, 힘들다는 느낌보단 충족되는 기분이다.
하윤은 얼마든지 더 할 수 있었다.
반면 이현으로서는 굉장히 힘든 상황이었다. 매일 정력제를 먹음에도 감당되지가 않았다.
게다가 셋 모두 성욕이 일반인 이상 아닌가. 물론 이현이 그렇게 만들기는 했지만 어쨌건.
‘이제 진짜 힘든데….’
또 한 번의 질내사정을 마친 후, 이현은 은근슬쩍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침 좋은 핑계도 있었다.
일찍 왔으니 아무것도 먹지 못했을 것 아닌가. 이현은 케이크에 관심을 보였다.
“일단 저거라도 먹을까?”
하윤이 동의했고, 케이크는 조각이 되어 접시에 담겼다.
당장 옆에서 나체로 앉아있는 하윤이 야시시한 모습으로 유혹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꽤 괜찮은 상태였다.
그러던 와중, 하윤이 케이크를 집어들고 잠깐 생각했다. 이것도 쓸만하지 않을까?
곧이어 생크림이 가슴에 얹혔다. 정확히 유륜을 가릴 정도로.
그 상태로 이현에게 내밀었다. 당연하지만 남자로서 이걸 먹지 않을 수는 없었다.
곧바로 빨았다. 가볍게 깨물기도 하고, 평소에 하던 것처럼 입으로 가슴을 애무해주니 케이크를 먹는 와중임에도 절정은 금방이었다.
하윤의 가버린 채 몸을 경련하는 가운데, 이현은 살짝 당했다고 느끼는 중이었다.
‘야하긴 하네.’
그 이후로는 수다도 떨고 함께 샤워도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다음은, 역시 하윤의 유혹.
당장이라도 덮칠 듯 올라타서 만지작거리는 모습이 색다른 자극을 유발했다. 이현은 억지로 거부하며 말렸다.
“아니, 나 힘드니까….”
물론 그런다고 순순히 멈출 하윤이 아니었다. 혜지나 서아와는 달랐다. 둘은 제대로 성적인 조교를 통해 어느정도의 서열관계를 만들었지만, 하윤은 그저 서로 좋아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압도적일 정도로 자신이 많이 가버리긴 해도 서로 사랑하는 관계이니 얼마든지 요구할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현이 생각하기엔 좋지 못했다. 아무리 꼴리고 헌신적인 여자라도 관계는 늘 자신이 주도해야 했다.
여자가 주도할 수 있는 건 이현이 허락했을 때만.
그게 올바른 남녀관계고, 하윤은 그에 대한 교육이 부족했다.
때마침 기회가 왔다. 현관 근처에서 들리는 달그락거리는 소리. 그게 혜지임을 이현은 바로 알아챘다.
어제 혜지가 떠나기 전 자연스레 사용했던 능력이 그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그렇다면 하윤을 오지 말라고 해야 하나?
그럴 필요 없었다. 하는 김에 둘 모두 할 수 있었다.
하윤의 오나홀 자각 코스와 혜지에게 명분 만들어주기.
물론 명분은 하윤도 서아같은 관계가 되는 상황의 명분이다.
혜지는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여자의 신발을 보고는 멈칫했다. 어쩐지 눈에 익은 신발.
‘이거 하윤이꺼 아냐?’
조심스레, 몸을 낮춰서 숨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들키지 않은 모양이다. 이현과 하윤의 대화가 들려왔다.
그 내용은 평범하지 않았다. 야한 일을 조르는 하윤과, 계속 말을 돌리는 이현. 목소리로 듣건대 하윤은 제대로 발정이 난 듯 보였다. 자신이 듣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애교 섞인 목소리니까.
자주 저래봐서 알고 있다. 저건 제대로 발정나서 조르는….
‘그런데 하윤이가 왜?’
설마, 전에 가짜 연인 흉내를 내더니 아예 빠져버렸나?
알 수 없었다. 혜지는 조심스레 상황을 살폈다.
거실에 있는 둘의 모습이 보였다. 이현은 옷을 입은 채고, 하윤은 나체로 위에 안겨있는 상황.
식탁에는 먹다 남긴 케이크가 보였다.
혜지는 대충 머릿속으로 무슨 상황인지 유추하기 시작했다.
‘주하윤도 이현 생일인 거 알고 축하해주러 왔다, 이거는 충분히 그럴 수 있어. 나름 친하게 지내긴 했으니까…. 여기까지는 괜찮은데, 그 뒤에 갑자기 발정나서 저러는 건가?’
이현이 꼬셨을 가능성은?
서아의 사례로 보았을 때 아예 없진 않았다.
하지만 완고하게 거부하는 저 태도, 이현답지 않았다.
따먹고자 했으면 거부할 필요 없이 바로 따먹었을텐데.
그렇다면 이현은 정말 순수하게, 친구로서 생일을 축하받기 위해 하윤을 집에 들였다고 볼 수 있다.
서아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계속되는 요구와 거절, 혜지는 그 상황을 숨어서 계속 지켜보았다.
처음에는 너무 얼떨떨해서 화조차 나지 않았다. 너무 현실성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뒤늦게서야 깨달았다. 이현은 자신의 생각보다 여자들에게 통하는 타입이었고, 실제로도 그 사례가 있었다.
그동안 여친이라고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게 독이 되었다.
아직까지 자신도 길거리를 걸으면 남자들이 귀찮게 하지 않던가. 이현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지금 이 상황에서 제일 나쁜 건 누구일까?
역시 주하윤이다. 아예 몰랐으면 몰라도 자신과 이현이 사귄다는 사실도 아는 사이.
배신감으로 혜지가 얼굴을 찌푸렸다. 그러는 와중에도 이현은 계속 거절했고, 하윤은 불안감을 느꼈다.
‘왜 계속 거절하지?’
명확한 이유도 말해주지 않는 모습에 하윤은 불안감을 느꼈다. 설마 내가 질렸나?
자연스레 온갖 잡생각이 떠올랐고, 어느새 여유 있는 모습이 아닌 필사적으로 매달리는 모습이 되었다.
그럼에도 이현이 거절하자 저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애정결핍 특유의 현상이다.
사랑한다고 여기던 사람이 사소하게 거절해도 크게 부풀려서 생각하게 되는 현상.
이현은 당황하며 달래주었다.
“아, 아니. 왜 울고 그래….”
이쯤되어 다시금 혜지의 눈치를 살폈다.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
이제쯤이면 해도 괜찮을 것이다. 이현은 하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하윤을 안아주었다.
“울지 말고….”
결국 달래주다가 원하는 걸 들어주기로 했다.
꼬옥 안아준 뒤 가슴을 조물거리기.
하윤은 가볍게 신음을 내며 이현을 올려다봤다. 어느새 바지춤이 툭 튀어나와 있었다.
원하던 바를 이루었으므로 울음은 멈추었다. 이현이 아직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느낀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바로 그치지는 않았다. 훌쩍이며, 약간 번진 화장을 부끄러워하며 얼굴을 가렸다.
물론 번진 화장은 꼴릴 뿐이다. 이현은 얼굴을 가리지 못하게 하고 삽입했다.
“흣…♡”
한편 혜지는 복잡한 기분이었다.
이현이 결국 삽입하긴 했는데, 이게 이현의 잘못은 아니었으니까.
물론 남친이 다른 여자랑 놀아나는 걸 보고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정상참작의 여지는 충분히 있었는데, 우선 계속 거절했고, 하윤이 울어서 어쩔 수 없이 해줬다는 것이 이현의 무죄를 증명했다.
이현의 마음도 이해가 갔다. 예쁜 여자가 제발 해달라면서 울고 있는데 그걸 거절하는 것도 힘든 일이다.
아무리 여친이 있더라도.
혜지는 그 사실을 알았으므로 최대한 이현을 변호하는 쪽으로 생각했다. 물론 이현을 너무 사랑하는 나머지 필사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딱히 틀리지는 않은 말이었다.
게다가 하윤이 불쌍하다며 계속 잘 대해달라고 했던 것도 자신이었고….
결국 자업자득이었을까?
가짜 연인 행세를 허락한 것도 이현이 너무 하윤을 싫어하는 듯 보여서 그랬다. 여자로서는 좋았지만 하윤과도 친구였던 입장에서는 마음이 조금 그랬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친해지라고 허락했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결국 이현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자신과 하윤의 잘못이지.
그리고 이제 슬슬 모습을 드러낼 때가 되었다.
혜지는 심호흡을 하고, 조심스레 모습을 드러냈다.
“…둘이 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