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가 시작되자 혜지와 하윤은 기숙사로 들어가 그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 탓에 둘을 만날 시간은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남아있는 서아와 보내는 시간이 늘어났다.
하지만 그것조차 잠깐이었다. 일주일 쯤 지나자 혜지와 하윤이 번갈아가며 이현에게 찾아오기 시작했다.
목적은 둘 모두 일치했으나 대놓고 이현을 보러간다고 말하는 혜지와는 달리, 하윤은 명분이 없었다.
그래서 굳이 말하지 않았다. 둘은 과도 다르고 시간표도 다르고 기숙사도 다른 곳에 위치해서 일부러 연락하지 않으면 서로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혜지는 이현을 만나러 간다고 자랑 겸 연락을 했고, 하윤은 그걸 듣고 혜지가 없는 시간에 맞춰 찾아오곤 했다.
어쨌든 이현 입장에서는 나쁠 거 없었다. 서아는 불만인 듯 보였지만 그렇다고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대신 이현은 서아를 더욱 정성스럽게, 기분 좋게 만들어주며 기분을 풀어주었다. 여전히 틱틱대지만 전과 비교하면 엄청나게 귀여워진 서아였다.
이제는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말투에서 애교가 묻어나온다. 자신은 자각하지 못하는 것 같지만.
“이리 와.”
예전에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어쩔 줄 모르고 얼굴만 붉어졌는데, 이제는 기분 좋게 미소지으며 귀여운 소리마저 흘린다. 그 사실에 흥분하던 와중이었다.
“근데 있잖아, 하나 물어봐도 돼?”
“응? 뭔데?”
“왜 혜지는 여친이야? 다른 여자도 막 꼬시고 다니면서….”
아무렇지 않은 듯 물어봤지만 그 머릿속에서는 온갖 생각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속으로 서아가 침을 삼키는 가운데, 이현은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대답하기 시작했다.
“혜지는 귀엽기도 하고, 제일 오래 알기도 했고.”
“그게 끝이야?”
“떡감도 좋고.”
“…….”
납득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사실 이현조차도 이걸 어떻게 납득시켜야 하는지 전혀 몰랐다. 원래 혜지조차도 처음에는 대충 즐기다가 파트너 비슷한 분위기로 가려 했는데, 어쩌다보니 정이 깊게 든 것뿐이니까.
이걸 떡정이라고 하던가? 어찌되었건 서아가 원하는 건 알고 있었다. 이현은 머리를 계속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뭐 그래도, 너도 엄청 좋아하는 거 알지?”
“응?”
“혜지나, 너나, 하윤이나…. 셋 다 똑같이 좋아한다고.”
거짓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이현은 셋 모두를 아주 좋아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안 좋아할 이유가 없으니까.
귀엽고 예쁜 여자 셋이 자신을 좋아해주는데 안 좋아할 수가 없었다. 그 중에서 누구를 특별히 제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다. 게임으로 치면 셋 모두에게 호감도 max 상태라는 느낌이었다.
“나중에 결혼하게 되면, 희망사항이긴 한데 넷이서 같이 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결혼….”
서아는 잠시 중얼거리다가 그 상황을 떠올렸다.
웨딩 드레스를 입은 세 명의 여자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이현. 여자들은 정상적이지 않은, 아주 짧은 웨딩 드레스를 입은 채 이현에게 달라붙어 봉사한다.
그렇지만 셋 모두가 기쁜 듯한 표정이다. 이현 역시 공평하게 모두에게 사랑을 속삭여주고….
그리 망상한 탓인지 서아는 가버리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새 정신을 차렸더니 조수를 뿜어내며 가버리는 중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상상만 했을 뿐인데 어째서?
하긴 잔뜩 개발당한 몸은 이미 정상적이지 않았다. 방금까지도 계속 절정한 이후였으니 망상만으로 가버린다고 해도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었다.
서아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쾌락에 잔뜩 젖은 표정으로 이현을 보았다.
사실 서아는 이현 때문에 목욕탕도 갈 수 없는 몸이 되었다. 민감한 것도 문제인데 외형마저 하도 음란한 모습으로 개조당했으니까.
그 사실에 처음에는 약간 미운 생각도 들었지만 이제와서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지금 한 말로 따지자면, 여친은 아니더라도 평생 책임지겠다는 것 아닌가.
그리하여 여전히 절정하는 와중이었다. 이현은 먼저 그 생각을 읽고 귓가에 속삭였다.
“사랑해. 서아야.”
“읏―”
평소였으면 틱틱대며 보지나 쓰라고 말했겠지만 지금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얼굴을 붉힌 채, 이현의 가슴팍에 쓰러진 채로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작은 목소리.
“나, 나도―”
어쩐지 부끄러워졌으므로 이현은 끝까지 듣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박았다. 들어서 박기, 줄여서 들박.
서아는 연신 가버리며 신음을 내질렀다.
그럼에도 기분이 좋았다. 지금 정서아는 행복하다.
*
서아에게 효과가 굉장했으므로 하윤에게도 써보았다.
하지만 그 반응은 생각보다 미적지근했다. 정확히는 미적지근한 걸 넘어 싫어했다.
‘셋 모두 똑같이 사랑하면 안되는데. 나만 사랑해줘야 하는데….’
애정결핍이 심한 탓에 그다지 반기는 눈치가 아니었다. 하윤은 혜지를 꺾고 자신이 연인이 되려고 생각하던 차였다.
이현이 뒤늦게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지만 이미 내뱉은 말은 돌이킬 수 없었다. 하윤의 겉모습, 그러니까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평범하게 미소지으며 고맙다고 말하는 모습.
‘하지만 속내가….’
어쩐지 더 무서웠다. 차라리 싫어하는 티를 낼 것이지, 지금 능력이 없었으면 하윤이 마냥 좋아한다고 착각해버릴 정도의 표정이었다.
정정하려던 와중이었다. 하윤이 말하지 못하게 입술로 입술을 덮었다. 진한 키스, 그동안 꽤나 늘었는지 제법 기분 좋았다.
‘아니, 이게 아니고.’
그냥 농담이었다고 말하는 게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나으리라.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지금 하윤의 눈빛은 진심을 다하리라는 각오가 엿보이는 정도였다.
과연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았다. 평소였으면 무난하게 진행되었을텐데, 오늘따라 끈적하게 몸을 더듬는 모습이다.
우선 손으로 부드럽게 쓸어주다가, 이곳 저곳을 쿡쿡 눌러주기. 그 다음에야 애타게 하는 듯이 자지를 만지작대는 모습.
기간은 제일 짧았으나 테크닉은 가장 뛰어났다. 이제는 혜지조차도 상대가 안되는 정도다.
혼자서 공부했을까? 그것도 있고 타고난 재능도 있는 듯 보였다. 애초에 몸으로 하는 일에 재능이 있었던 모양이다.
지금은 그 재능이 자지를 기분 좋게 하는 일에 쓰이고 있다지만….
“어때? 괜찮아?”
“어, 되게 기분 좋네….”
이현조차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당할 것 같았다. 사실 대처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지금 당장 삽입하면 아무리 하윤이라도 암컷다운 신음을 흘리며 절정할테니.
그럼에도 지금 이현은 움직이지 않았는데, 애무가 너무 기분 좋았기 때문이다. 하윤의 진심 애무는 무언가 다른 구석이 있었다.
“아앙….”
일부러 야한 소리를 내며 자지를 입으로 무는 모습, 아주 섹시했다. 사실 이현은 천박한 걸 좋아했지 섹시한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 하윤의 모습은 저도 모르게 시선이 끌리는 분위기였다. 곧이어 이현은 사정했고, 하윤은 입으로 받아내었다.
“우음…♡”
충분히 맛본 후, 가볍게 삼키기. 살짝 풀린 눈이 그렇게 야할 수가 없었다. 이현은 하윤이 올라타는 모습을 지켜보며 거칠게 숨을 쉬었다.
하지만 삽입 이후부터는 이현의 턴이다. 하윤은 우아하게 움직여 허리 위에 걸터 앉았지만, 자지를 넣는 순간 참지 못하고 꼴사나운 소리를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이현의 흥분이 함께 폭발했다.
하윤은 기승위 자세임에도 이현에게 허리를 붙잡인 채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이후로는 절정, 질내사정, 신음….
‘이거 힘드네.’
아무리 체력이 좋은 이현이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안그래도 매일 다른 여자들과 하고 있으니, 요즘따라 힘들다는 것이 체감되었다.
물론 하윤은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며칠에 한 번 오는 거니 할 수 있을 때 잔뜩 해둬야 했다.
안그래도 조만간 과제주간에 들어서면 찾아오기도 힘들어진다. 그러니 조금만 더….
“어, 또 하려고?”
하기 싫다는 것도 아니고 더 하자는데 뺄 수도 없었다. 사실 거절하려고 해도 하윤의 기세에 압도당한 이현이었다.
게다가 오늘은 살짝 실수까지 하지 않았던가. 기분을 풀어주려면 힘들더라도 조금 더 기분 좋게 해주는 게 나았다.
계속 가버리면 잊어버리겠지. 이렇게 된 이상 계속 절정시켜서 바보로 만드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오늘 하윤은 공강이라 수업도 없다고 했다.
“그래도 기숙사에는 10시 전까지 들어가야 하는 거 아냐?”
“그냥 외박 한두번은 봐주겠지 뭐….”
사실 외박은 아니었다. 잠을 자지 않았으니까.
그 날 하윤은 아침이 될 때까지 이현과 함께 몇 번이고 절정했다. 그 탓에 온몸에 좆물냄새가 배인 것 같았지만 오히려 싫지 않았다.
이현의 여자가 된 기분, 게다가 이현도 자신의 냄새로 가득했다. 마킹을 한 것 같아 만족하며 웃고 있던 와중이었다.
이제 시간을 보니 슬슬 준비를 해야 했다.
하윤은 이현과 함께 샤워를 한 후, 가볍게 갈아입고 버스를 탔다. 잠은 버스에서 자도 괜찮았다.
‘내일 또 올까….’
그럼에도 하윤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야 어제 이현이 했던 말 때문이었다.
역시 자신은 특별한 관계가 되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