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이보다 좋은 기회는 없었다. 혜지는 자리를 비웠고 집에는 둘 뿐이었으니까. 하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자신이 빌려온 옷 중에서 가장 야시시한 옷을 입더니, 다시 벗고 건전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너무 과했다. 이현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 같았고. 어찌되었건 시원하게 입은 채로 시간을 보냈다.
시간을 보내는 김에 가벼운 터치도 많이 했다. 웃으며 팔을 때린다거나, 식탁에 앉아있을 때 발로 다리를 툭툭 건드린다거나.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물론 이현은 그 신호를 알아들었지만 반응하진 않았다.
‘반응했다가는 큰일나지. 여친 있는 남자가 여친 친구와 눈이 맞았다? 아주 안좋은 일이야.’
이미 서아와의 경험으로 깨달은 바였다. 이현은 열심히 무시하며 가끔 힐끔대기만 했다. 그러면서 생각을 읽어보았는데, 하윤은 아예 작정을 한건지 생각만으로도 이현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물론 티내지는 않았다.
‘반응이 없네.’
그리고 하윤은 그녀 나름대로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정도로 신호를 보냈으면 알아들을 만 하지 않나?
진지하게 생각하던 와중이었다. 불현 듯 머리를 스치고 한 생각이 지나갔다.
‘하긴 먼저 들이대기는 어렵겠지.’
여친이 있으니까.
하윤이 생각하기로는 이현 역시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 그렇지만 여친이 있다는 점, 그리고 아직 깨닫지 못했을 가능성을 고려해 생각을 바꿨다.
‘내가 먼저 다가가야 하나?’
생각해보니 자신이 먼저 손대지 말란 법도 없었다. 게다가 여친이 있다는 사실에 망설이고 있는 거라면, 오히려 자신이 먼저 손을 대었을 때 어쩔 수 없다고 여기며 더 깊은 관계가 될지도 몰랐다.
물론 이 모든 것은 이현이 하윤에게 마음이 있다는 가정 하의 얘기다. 그리고 하윤은 이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애정 결핍으로 인해 ‘좋아한다’라는 감정 자체가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이현이 노리는 바기도 했고.
그리하여 잠깐 마음을 다잡은 후, 하윤은 이현과 혜지가 사용하는 침실의 문에 노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현이 나왔다.
“왜?”
“아니, 할 거도 없고 심심해서. 영화나 볼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이현은 그 속내를 빤히 읽어내었다. 그 발칙한 생각에 웃음이 나오려는 것도 잠시, 표정을 정리한 채 순순히 거실로 나왔다.
하윤은 어색하게 TV 리모컨을 만지작거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영화가 나타났다.
그 중에서 선택할만한 건 역시 수위가 있는 쪽이었다. 그래야 분위기라는 게 생길테니까.
이현이 빤히 쳐다보자 하윤은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왜, 누나랑 야한 거 보려니까 부끄러워?”
“뭐래. 내가 앤 줄 아나….”
그렇게 시시덕거리며 편의점 팝콘과 콜라를 가져와서는 간이용 테이블에 세팅했다. 곧이어 영화가 시작되었다. 과연 수위 높은 영화답게 남녀가 보기에는 부적절한 장면이 많았다.
하윤은 생각보다 높은 수위에 당황하면서도 해야 할 일을 했다. 실수인 척 핑계로 자꾸 터치하기.
약간 밀착한 채 건드릴 때마다 몸이 움찔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닌 척 하지만 이현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하윤은 역시 이현도 자신을 좋아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며 점점 수위를 높였다.
다행스럽게도, 이 영화는 적당한 정도의 공포요소도 있었으므로 어색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어느새 하윤은 이현에게 딱 달라붙은 채 가슴을 밀착시키고 있었다.
말랑말랑한 감촉. 이현은 약간 반응이 오려는 것을 참았다.
하윤은 그 사실을 눈치채고는 속으로 기뻐했다.
그리고 다시 수위 높은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미 밀착한 상태였으므로 지금 다시 떨어진다면 의식한다는 걸 인정한다는 꼴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둘은 여전히 밀착한 채 수위 높은 장면을 감상했다.
그러던 와중이었다. 누군가 침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화면에서 나오는 숨소리는 그 크기가 작았으므로 둘 모두 확실하게 들었다. 어쩐지 분위기가 이상해지는 가운데, 하윤은 이현의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려두었다.
남녀가 눈이 맞는 건 한순간이다. 서로가 그럴 마음만 있다면. 하윤은 그럴 마음이 충분했고 이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현은 마음만 있을 뿐, 실제로 행동에 옮기지는 않았다. 하고 싶지 않아서는 아니었다. 여친이 있어서도 아니었는데, 애초에 그런 이유였으면 서아와 관계를 가지지도 않았으리라.
다만 귀찮은 일을 피하고자 변명거리를 대신 준비할 뿐이었다. 나름대로 거부했지만 어쩔 수 없이 당했다….
물론 둘의 체격을 보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하지만 여자를 때릴 수도 없어 당황하던 차에 당했다고 하면 뭐라 할 말이 없지 않겠는가.
다행스럽게도 하윤은 아주 적극적인 마음가짐으로 임하고 있었다. 먼저 다가가면 저쪽에서도 마음이 열릴 것이라는 착각까지. 아주 훌륭한 상태라 이현은 기꺼이 어울려주었다. 하윤의 손이 점점 가까이 다가와도 저항하지 않았다.
당황하는 티는 내었지만 크게 내진 않았다. ‘정말로 그러겠어?’ 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물론 하윤은 멈추지 않았다. 이현의 손을 만지작거리다 자신의 허벅지 위에 올려놓았다.
이쯤이면 아무리 눈치가 없어도 알게 된다. 하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럼에도 여전히 침만 삼키며 눈치보는 척 하고 있었더니, 바지 위로 손을 놓고는 약하게 만지작거린다.
그 자극에 반응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물리적인 자극이 있다면 상대가 누구라도 반응하는 것이 남자라는 생물이다.
게다가 이번에는 하윤이 상대였는데, 원래대로라면 당연히 반응했어야 할 상대 아닌가. 그리하여 약간 피가 쏠리는 가운데 이현이 말했다.
“뭐, 뭐하게….”
당황했다는 티를 팍팍 내주면서 말을 흐리자 하윤이 싱긋 웃었다. 이현은 여전히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저항하지는 않았다. 말과 표정으로만 안 되는 척할 뿐.
어느새 영화는 끝났다. 그러나 누구도 뒷정리를 하지는 않았다. 여전히 둘은 같은 자리에 앉아 어색한 숨결만 흘리고 있었다. 하윤은 계속해서 만지작거리다가, 그 크기에 흠칫 놀란 듯 보였지만 그뿐이었다.
오히려 이정도 크기니까 혜지가 그렇게 교성을 질렀구나, 하고 이해하게 되었다.
“그, 나는 혜지 있는데….”
먹히지도 않을 소리였지만 굳이 내뱉어준 이유는 간단했다. 나중에 변명하기 위해서. 물론 하윤은 그냥 하는 소리인 줄 알고 멈추지 않았다. 사실 그냥 하는 소리가 아니었더라도 멈추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저지른 마당 아닌가.
그리하여 조물거리다가 완전히 발기하자 바지로는 가리기 힘들 정도가 되었다. 툭 튀어나온 모양이 얼마나 커다란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이쯤되자 하윤은 다른 의미로 긴장하는 가운데, 조심스레 바지를 벗겨내었다.
과연 예상대로 빳빳하게 발기한 자지가 보였다. 이렇게 커다란 걸 보니 오히려 자신이 알던 것 같지 않았다.
어쩌면 이게 진짜 남자의 생식기관이고 내가 알던 건 다른 게 아니었을까….
어찌되었건 여기까지 왔는데 물러설 수도 없었다. 하윤은 조심스레 자지를 쥐고 살살 움직여보았다.
‘이렇게 하는 거 맞나…?’
만화로 연애를 배웠다지만 그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쯤은 하윤도 알고 있었다. 특히 야한 부분에서는 더더욱.
그리하여 인터넷을 찾아본 결과 요즘에는 먼저 몸을 섞고 마음을 확인하는 용도로 고백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대로 실천에 옮기고 있었지만 지금의 상황은 쉽지 않았다. 너무 큰 탓에 손으로 해주는 것도 이게 맞나 싶었다.
하지만 역시, 이현이 저항하지 않는 것도 그렇고 지금 상황으로 보면 그렇게까지 나쁜 상황은 아닌 듯하다. 하윤은 열심히 손을 움직였고 이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되게 못하네.’
혜지나 서윤이 처음에 하던 것보다 못하는 것 같다. 그 둘과는 달리 지금 이현은 따먹는 것이 아니라 따먹히고 있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못하는 걸 보면….
나름의 매력이 아닐까.
어찌되었건 여기서 갑자기 돌변할 수도 없으니 계속 어색한 척, 당황스러운 척 연기했다. 그리고 늘 혜지와 서아의 테크닉으로 즐기다가 처녀 티 나는 손놀림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귀엽게 느껴지기도 했다.
이현은 마음을 가볍게 먹고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어쨌건 예쁜 애가 대딸해주는 건 좋은 일이었으므로.
하윤은 한 손으로 열심히 문지르다가, 하다 안되겠는지 아예 양손으로 잡고 흔들기 시작했다. 물론 그만큼 쾌감은 적었다.
‘잘 안되는데?’
하윤은 잠시 당황하다 천천히 옷을 벗었다. 기껏 해주는데 이렇게 어설프다면 어쩐지 망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으니까.
조심스레 가슴으로 자지를 감쌌다. 파이즈리. 손으로 해주는 것과는 다르게 눈 앞에서 커다란 것이 보이자 저도 모르게 침이 삼켜졌다.
어쩐지 냄새도 나는 것 같고.
어찌되었건 조금씩 흔들어주자 이현의 시선이 가슴으로 향했다. 부끄러웠지만 그 시선은 확실하게 흥분한 눈빛이었다.
하윤은 속으로 안심하며 계속 봉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