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 미소녀를 따먹는 방법-63화 (63/93)

그 날 이후로 하윤을 대하는 이현의 태도는 약간 달라졌다. 예전에는 여친이 있으니 일부러 벽을 치는 듯한 느낌이었다면, 이제는 그냥 평범하게 친구로 대해주는 느낌.

말투도 평범하게 부드러워지고 행동 역시 전처럼 까칠하진 않았다. 하지만 하윤은 그 모습에 더 기분이 상했다.

정작 태도가 바뀌니 혜지에게 보여주는 것과 비교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사실을 자각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놀러갔다가 돌아온 지 이틀 지났을 무렵.

어느 순간 하윤은 혜지를 보며 열등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커플이라 그런 줄 알았다. 원래 연애 못하는 사람들은 커플을 보며 열등감을 느끼는 법이니까.

하지만 아니었다. 미묘하게 다른 이현의 말투, 행동, 배려. 그 사실을 깨닫자 어느 순간 이현을 괜찮게 생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아버렸다.

‘미친, 내가 남자를? 아니, 것보다는 애초에 친구 애인인데.’

부정하고 타협하고 스스로에게 화까지 내봤지만 진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 탓에 하윤은 요즘 머리가 복잡했다.

아침, 카페에 도착한 하윤은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일을 시작했다. 얼굴이 밝지 않더라도 접객의 기본은 친절함이다.

그리하여 방긋 웃으며 주문을 받아주는 모습에 몇몇이 또 홀린 모양이었다. 오늘도 번호를 따려는 남자들이 있었다.

“혹시 번호좀….”

“저 남친 있어서요. 죄송합니다.”

남자는 머쓱하게 웃으며 카페를 나갔다. 예전에는 끈질기게 달라붙던 사람도 있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깔끔한 결말이었다. 하지만 하윤은 오히려 속이 불편했다.

‘남친 있기는 무슨.’

어쩌다보니 남친 있는 척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양심에 찔렸다.

퇴근 시간, 오늘도 이현은 밖에서 하윤을 마중나왔다. 하윤으로서는 그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별로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사람들 앞에서야 남친인 척 연기도 해주고 실제로도 많이 친해졌다지만, 오히려 그 좁아진 거리감이 하윤을 더욱 괴롭게 했다.

함께 걸어가며 이현이 하윤의 손을 잡았다. 보는 사람은 없을테니 연기할 필요 없는데 어째서?

‘그러고보니 내가 맨날 손 잡은 채로 집 앞까지 갔었지….’

이현도 그 행동에 익숙해진 모양이다. 이제는 자연스레 손을 잡은 채 집으로 향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친구 이상의 모습이었다. 게다가 이현은 옆에서 뭐가 그리 신나는지 재잘재잘 떠들고 있었다. 예전에는 아무 말 없이 걷기만 했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엄청난 발전인 셈이다.

그리고, 하윤은 과감하게 행동했다. 머리에서 시킨 일은 아니었다. 제정신으로 ‘친구 애인한테 팔짱끼기’같은 짓을 할 수 있을 리는 없을테니까.

그리하여 손을 맞잡은 채로 약간 기댄 후, 팔짱까지 끼고 나서야 무슨 짓을 했는지 자각했다. 이현의 시선을 마주하며 하윤은 저도 모르게 변명했다.

“저, 저쪽에 카페 알바하는 언니 있어서….”

이현은 순진하게 속아넘어갔다.

“그래? 그러면 더 붙어. 애매하게 있지 말고.”

살짝 움츠리고 있던 하윤의 몸을 자신에게 끌어당기는 모습. 그리하여 완전히 밀착한 상태에서 하윤은 만족감을 느꼈다.

얼마 가지 못할 감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

하윤은 저녁도 먹지 않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이현과 혜지가 꽁냥거리는 모습을 본다면 속이 너무 쓰릴 것 같았기 때문에. 대신 침대에 누워 이런 저런 생각을 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어버린걸까?

떠오르는 생각은 많았다. 매일 순정 만화를 보다보니 자연스레 그런 분위기에 빠져버렸다, 몸이 변하면서 자연스레 취향도 변했다, 아니면 연애를 하도 못하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많은 생각이 떠올랐지만 그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지금도 밖에서는 이현과 혜지가 꽁냥거리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 밤에도 몸을 섞겠지. 그 사실을 떠올리자 기분이 불쾌해졌다. 물론 자신이 혜지 대신 박히고 싶다는 건 아니었지만 어쩐지 짜증나는 느낌.

그러다가 문득 옷을 벗고 거울을 보았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누가 봐도 예쁘게 생긴 몸과 얼굴, 어떤 남자라도 좋아할만한 외형이었다.

그리고 혜지와 비교하자면? 가슴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아담하게 꽉 찬 사이즈라 나름 다른 매력이 있고, 허리도 얇은데 골반은 넓어서 대충 봐도 예쁘게 생겼고, 피부도 하얀데다가 머릿결도 훌륭하고….

‘다른 느낌이지? 혜지가 야한 느낌이라면 나는 건강한 청순파, 뭐 그런 느낌.’

그리하여 침대에 누운 채로 자위하기 시작했다. 옷을 모두 벗고 누운 탓인지 평소보다 흥분되는 것도 같았다.

사실 흥분이건 뭐건 지금은 복잡한 생각을 하기 싫었다. 그리고 생각을 비우기 가장 좋은 건 자위만한 게 없었다.

빼꼼 모습을 드러낸 클리를 조심스레 문지른다. 그러면 반응이 오며 약간씩 성감이 높아져간다.

익숙하지 않은 감각이지만 나름대로는 익숙해진 게 아닐까?

‘은근히 기분 좋은 것 같기도 하고.’

그리하여 눈을 감은 채 다리를 벌리고 열심히 클리를 만지작거리던 와중이었다. 꾸욱 누르기도 하고, 꼬집기도 하며 성감을 높이는 상태.

약간씩 거칠어진 숨이 새어나오며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거의 삼십분 내내 이러고 있었더니 살짝 기분 좋을 정도로 추운 것도 같다.

물론 혜지처럼 신음이 새어나오는 일은 없었다. 하윤도 알고 있었다. 정말 이정도의 손장난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쾌감이 느껴져야 저런 소리가 난다는 것을.

‘근데 그걸 매일? 몸 괜찮은가?’

그리 생각하다가 흠칫했다. 또 자연스레 복잡한 생각으로 넘어갈 뻔 했으므로.

‘그냥 생각하지 말자….’

그리하여 열심히 느끼던 와중이었다. 슬슬 끈적한 소리가 들리는 것을 보니 아마 가버린 것 같았다.

하윤은 애액만 나오면 가버렸다고 착각하는 중이었다. 그 덕에 몸은 계속해서 욕구불만 상태에 접어들고 있었지만….

끼이익, 소리가 나며 문이 열렸다. 하윤은 감았던 눈을 뜨고 소리가 난 곳을 쳐다보았다.

물론 자위를 하던 와중이었으므로 다리를 벌린 채 그 사이를 훤히 드러낸 자세였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상의도 모두 벗었으므로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그러니까, 알몸인데다가 다리를 벌리고 자위하던 와중에 누군가가 들어온 것이다.

그 누군가는 최이현이었다. 이현은 잠시 하윤을 보고는 움직임을 멈추더니, 슬쩍 눈을 굴려 하윤의 몸을 스캔했다.

하윤 역시 그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다. 접객업을 하며 이런 시선에는 익숙해졌으니까.

그리고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빠르게 스캔을 마친 이현은 굳은 표정인채로 방 문을 닫았다.

뒤늦게서야 하윤도 지금의 상황을 자각했다. 자세 그대로 상체만 들어올려 확인하니 젖어서 번들거리는 보지가 모두 보이는 모습, 각도상으로도 훤히 드러났을 것이다.

“어…?”

하윤은 잔뜩 당황하며 옷을 주워입고 문을 열었다. 이현은 어디에 가지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며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시선이 마주쳤다. 이현이 사과했다.

“미, 미안. 일부러 그러려던 건 아니고, 어, 노크했는데 답이 없길래.”

그리 말하는 이현의 표정은 붉어져 있었고, 말도 평소와 다르게 당황했다는 티가 팍팍 나고 있었다.

“그, 나도 자주 하고…. 아니, 이게 아니라. 아무튼 미안해.”

하윤으로서도 부끄러운 상황이었으므로 암묵적인 합의가 이루어졌다. 아무것도 보지 못했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합의.

그리하여 이현이 돌아가면서도 힐끗거리며 뒤를 돌아보는 가운데, 하윤은 침대에 누워 생각했다.

‘그런데, 아까 나 보면서 스캔한 거 맞지?’

그 사실이 불쾌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기까지 했다. 부끄러운 경험을 하기는 했지만 이현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지 않았던가.

예전에는 관심조차 없었는데 이제는 빠르게 스캔까지 한 것이다. 게다가 붉어진 얼굴에 당황한 목소리라니?

확실히 예전보다 상황이 좋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어쩌면….’

하윤은 문득 든 생각에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아직은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므로 옷장을 열어보았다. 노출도라고는 하나도 없는 펑퍼짐한 옷들.

정말 기능성만을 중시한데다가 오래 입어서 낡거나 헤진 것들, 아무리 외모가 받쳐주어도 쉽지 않았다.

하윤은 인터넷으로 여성복 쇼핑몰에 들어가보았다.

‘미친, 뭐 이리 비싸?’

가격을 확인한 후에는 바로 휴대폰을 껐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저 가격은 말도 안되는 가격이었다.

*

다음 날, 하윤은 카페에서 자신 다음으로 예쁜 언니에게 부탁했다.

“언니. 저 옷 몇 벌만 빌려주실 수 있어요…?”

“응? 어떤 옷?”

“어, 그게….”

하윤은 머뭇거리다 대답했다.

“조금, 그, 노출도 있는 거로….”

이 언니 역시 하윤의 연애를 자기 일처럼 즐기고 있는 사람이었으므로 흔쾌히 대답이 나왔다.

“알았어. 그러면 내가 골라보고 줄게.”

“아, 고마워요 언니.”

“속옷도 좀 줄까? 승부 속옷이나…. 근데 사이즈가 안맞겠구나. 으음, 아쉽네.”

“거기까진 필요 없는데….”

“안돼. 그냥 평범한 거 입으면 팍 식는다니까? 적어도 예쁜거로 입어야지.”

물론 하윤은 그러려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 생각도 없었고.

하지만 옷 빌려주는 언니에게 따지고 들기도 뭐해서 얌전히 맞춰주었다.

“그러면 아예 안입으면요?”

“그건 좋지. …근데 너 의외로 엄청 대담하구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