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손은 잡았대?”
하윤은 어색한 움직임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본 언니들은 자기들끼리 신나서 꺄악거리기 시작했다.
역시 남의 연애사가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법이다. 그것도 대상이 하윤이라면 더더욱.
어찌되었건 훌륭히 진도를 나갔으므로 더 과감한 행동을 시킬 차례였다. 언니들은 자신들의 연애 경험을 살려 이런 저런 지시를 내렸다.
“그건 좀 과하지 않아?”
“나는 연애할 때 이렇게 했는데?”
“그치만 하윤이랑 너랑은 성격도 다르고, 뭔가 안 어울린단 말이야.”
“으음….”
몇 번의 의견 충돌을 거친 뒤에는 결과가 나왔다. 하윤은 멍하니 지시를 듣기만 했다.
‘집에 가고 싶다.’
어째 일하는 것보다 지치는 기분이다.
“알았지? 이대로만 해!”
“네….”
하윤은 대충 대답하고 일을 시작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동안 해온 일이었기에 멍한 상태에서도 훌륭히 해낼 수 있었다.
그리하여 퇴근 시간이 다가왔을 무렵, 한 여자 선배가 다가와 마지막 조언을 해주었다.
“이렇게, 이렇게 하는거야. 알겠지? 잘 하고 와!”
그리 말하며 창밖을 가리켰다. 그곳에서는 이현이 남친다운 차림으로 차려입은 채 기다리고 있었다.
과연 사정을 아는 다른 사람들은 이현과 하윤을 번갈아 힐끗거리며 음흉하게 웃었다. 하윤의 얼굴이 붉어졌다.
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밖으로 나왔다.
“기, 기다렸어?”
“아니. 방금 왔어.”
하윤이 뒤를 돌아보자 여자 선배가 계속 신호를 보냈다. 여기서 무시한다면 아무래도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 같다.
그래서 어쩔 수 없었다. 잠시 꼼지락거리던 하윤이 몸을 밀착시키고 팔짱을 꼈다.
이현은 움찔했지만 거부하지 않았다. 카페에서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 광경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하윤이 이제 연애도 하고…. 잘 키웠다.”
“네가 키웠냐?”
“내가 키우긴 했지.”
그렇게 카페의 사람들이 낄낄거리던 와중, 하윤과 이현은 골목길을 돌았다.
그리고 그 순간 이현이 팔짱을 빼냈다.
“어으, 갑자기 뭐야.”
하윤은 얼굴이 붉어진 채 변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도 뭔가 자존심이 상하는 느낌이었다.
아니, 그래도 나름 이정도면 예쁘게 생긴 여자 아닌가? 물론 혜지만큼의 몸매는 아니라지만 아예 없는 정도는 아닌데.
분명 여자로 보이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정작 그런 상황이 되니 무언가 불쾌했다. 하윤은 횡설수설하다 이현과 떨어졌다.
“아무튼….”
“야. 가기 전에 있어봐.”
그리 말하며 이현은 분식집을 가리켰다.
“먹고 갈래?”
“어? 갑자기 왜?”
“혜지가 오는 길에 사오랬어.”
혜지 이름을 듣자 무언가 실망스러운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준다는데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
결국 하윤은 자존심을 굽히고 분식집에 들어왔다.
“음, 뭐 사오라고 했지.”
이현은 적당히 메모를 보고 분식을 주문했다. 그리고는 오뎅을 몇 개 집어 먹었다.
“너도 먹어. 이건 내가 사줄테니까.”
“어, 응.”
그리하여 둘은 가판대 앞에 선 채 열심히 먹기 시작했다. 하윤은 문득 이 광경을 어디서 본 것 같다고 느꼈다.
‘만화에서….’
자주 보는 순정 만화에서 데이트하면 꼭 나오는 장소였다. 하지만 만화의 배경은 대부분이 학생이었는데.
물론 하윤 역시 대학생이긴 하지만 그것과는 무언가 달랐다. 어느새 아까의 자존심 상하는 일 따위는 모두 잊어버렸다.
‘그나저나 친구랑 분식집에서 이렇게 먹는 것도 오랜만이네.’
어쩐지 추억에 잠길 것 같은 기분, 이현을 빤히 올려다보자 시선이 마주쳤다. 이현은 큰 손으로 머리를 쓰다듬었다.
하윤은 뒤늦게야 무슨 짓을 당하는 것인지 깨닫고 기겁했다.
“뭐, 뭐해?”
“아. 그냥 옆에 작은 애 있으면 쓰다듬는게 습관이 되가지고.”
“나 키 작은 편 아닌데…?”
“몇인데?”
“168쯤?”
“나보다 십오센티 이상 작으면 작은거지 뭐.”
그 말에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
집을 옮긴 후 순정 만화 읽기는 하윤의 취미가 된지 오래였다. 오늘도 열심히 살았으므로 자기 전에 휴대폰으로 만화를 읽으며 휴식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만화를 보다 보니 익숙한 장면이 보이는 것 같았다. 분식점에서 함께 우물거리다가 머리를 쓰다듬 받는 장면, 자연스레 아까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 탓인지 자꾸 이현의 얼굴이 아른거렸다.
“에라이….”
그렇게 되니 만화를 볼 수가 없었다. 자꾸 주인공 얼굴에 이현의 얼굴이 겹쳐졌으므로.
좋지 않은 일이었다. 안그래도 연애가 하고 싶어 외로운데 이런거로 달래지도 못하면 머리가 이상해질 것 아닌가.
그리하여 다시 꾹 참고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까와 같은 장면, 아까의 일이 떠올랐다.
머리를 쓰다듬받는 감각. 너무 오랜만이라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 상대가 최이현이라는 사실이 못내 아쉽긴 하지만.
“…….”
문득 생각이 나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보았다. 과연 오늘도 커플은 몸을 섞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기분이 좋은가?’
알 수 없었다. 자위조차 해본 적 없었으니까.
그리고 어쩐지 몸이 달아오르는 기분, 그동안 편안하게 지내며 없는 줄 알았던 성욕이 돌아오는 듯했다.
과연 하윤 역시 스물 네 살이라는 어린 나이였으므로 한창 성욕이 들끓을 때이긴 했다.
그리하여 조심스레 바지를 내려보았다. 자신은 문까지 잠가놓았으니 문제가 되는 일은 없으리라.
“으음….”
깨끗한 모양의 음부가 보였다. 자각하지는 않았지만, 인터넷에서 본 용어로 칭하자면 앙다일뷰라는 것일까.
‘앙 다물어진 일자 뷰지? 근데 왜 보지를 뷰지라고 하더라.’
알 수 없었으나 어찌되었건 예쁘다는 것은 확실했다.
하윤은 조심스레 손가락으로 넓혀보았다. 그러자 속살이 드러나며 깨끗한 내부가 보였다.
‘정작 이러고 있으니 무섭네….’
다만 호기심보다는 두려움이 앞섰으므로 거기에서 멈추기로 했다. 대신 만만하게 튀어나와있는 클리를 만지작거렸다.
‘생각보다는 별로….’
은근히 기분 좋지는 않았다. 그냥 적당한 정도의 느낌?
애액이라는 것도 나오지 않았으니 느끼지 못했다는 것이 옳으리라. 하긴 여자들은 남자와는 다르게 쾌락을 느끼는 것이 어렵다고 하지 않던가. 하윤 역시 그 사실을 상기하고는 다시 만화를 보다 잠에 들었다.
*
다음 날 카페, 하윤은 친하게 지내던 언니에게 물었다.
“언니. 있잖아요….”
하윤의 질문을 들은 언니는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벌써 그렇게 진도가 나갔다고? 엄청 빠르네?”
“아, 아니. 전혀 아니거든요? 그냥 궁금해서….”
“어, 하윤이 너 해본 적 없어? 혼자서도?”
“없는데요….”
다행스럽게도 언니가 잘 알려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보다는 하윤이 성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아, 그리고 이거 비밀로 해줘야 해요. 진짜로….”
“에이. 당연하지. 이런 걸 왜 말하고 다녀?”
하윤은 귀여운 동생이었다. 귀여운 동생이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면 도와주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나저나 남친이랑은 어때?”
“네, 뭐….”
대충 대답한 뒤에 알바가 끝났다. 하윤은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씻은 후에 문을 잠갔다.
‘이렇게 하라고 했던가?’
조심스럽게 언니에게 배운대로 만지작거렸다. 과연 쉽지는 않았지만 삼십분쯤 만지작거리자 반응이 왔다.
하윤은 약간 숨이 거칠어지는 것을 느끼며 계속해서 꼼지락댔다. 축축하면서도 끈적한 액체, 약간 투명하고 흰 무언가가 손가락에 묻었다.
“아, 으.”
하윤은 그걸 보고 생각했다.
‘가버린건가?’
남자였을 때는 사정하면 가버렸던 거였으니, 이것 역시 비슷한 거 아닐까?
물론 하윤은 가버리긴 커녕 몸만 데운 꼴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애매하긴 한데…. 하긴 처음 하는데 이정도면 많이 느낀 거 아닐까?’
그리하여 기분 좋게 착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다음 날, 카페에서 다른 여자 선배가 하윤에게 다가왔다.
“아, 서윤아. 이거 받아.”
“네? 뭐예요?”
“저번에 무슨 응모 했는데 놀이공원 2인권 받았거든? 근데 언니가 저번에 남친을 찼잖니. 또 우리 하윤이 생각도 나서 가져왔지. 잘했지?”
“아, 감사합니다….”
좋은 의도로 주는데 거절할 수도 없었다.
‘음, 아무리 그래도 놀이공원 데이트는 커플이 해야 되는 거 아닐까? 그냥 혜지한테 줘야겠다.’
생각해보면 혜지에게 주면 다 해결될 일이었다. 하윤은 티켓을 가지고 집에 돌아왔다.
그리하여 저녁, 밥을 먹다가 말을 꺼냈다.
“참, 혜지야. 오늘 알바 선배가 이거 줬는데 최이현이랑 놀다 와.”
“응? 뭐야? 놀이공원 2인권?”
혜지는 잠시 티켓을 보더니 다시 하윤에게 돌려주었다.
“아, 나 이때 생리라서…. 하윤이 네가 가. 괜찮지?”
그리 말하며 혜지가 이현을 보았다. 이현은 싫어하는 듯 보였지만 혜지의 말을 거절할 수도 없었다.
“어? 그치만 커플이 가야지. 내가 가는 건….”
“아냐. 그렇다고 그냥 버릴 수도 없고.”
혜지로서는 서아와 함께 간다고 했으면 무조건 막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하윤은 딱히 이현의 취향도 아닌 것 같은데다가 워낙 힘들게 살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약간 동정심도 들었다.
‘놀이공원도 가본 적 없을 거 아냐.’
하윤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그러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