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 미소녀를 따먹는 방법-60화 (60/93)

집에서 나온 하윤은 카페로 출근해 사람들에게 이현과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오, 하윤이 이런 남자 좋아하는구나?”

몇몇 사람들, 특히 언니들은 그 사진을 보고는 하윤을 계속 놀려댔다.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던 애가 남친이랍시고 보여준 모습이 워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얼굴은 그렇다 치고 이정도로 몸이 좋은 남자를 좋아했었나? 하긴 사람 취향은 다 다른 법이니 특이하다고 할 것도 없었다.

다만 하윤의 반응은 놀림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그동안 감정도 잘 안드러내던 애가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는데 어떻게 안 놀릴 수가 있을까.

물론 하윤은 언니들이 생각하는 이유로 부끄럽다고 느끼는 건 아니었다. 그냥, 지금 이 상황이 부끄러웠을 뿐이다.

“그래서, 어디까지 나갔어?”

“네, 네?”

“키스까지? 아니면 그 이상?”

과연 여자들끼리 대화하느라 그런지 수위가 거침없었다. 물론 다른 남자 직원들도 안듣는 척 하지만 이쪽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아니, 사귄지 3일도 안된….”

“응? 그래도 일주일이면 나갈 거 다 나가지 않나?”

“맞아. 나도 사귀고 다음 날 키스, 이틀 후에 했는데.”

“…….”

“하윤이 표정 보니까 엄청 당황한 거 같은데?”

“얼굴만 예쁘고 완전 애기였네 애기.”

“그래도, 손은 잡아봤지?”

하윤은 더듬거리며 겨우 대답했다.

“아, 아뇨. 아직….”

그 말에 남자들 사이에서 안도의 한숨이 터져나온 것 같다면 자의식 과잉일까? 알 수 없었으나 여자들은 뭐가 그리 좋은지 계속 키득거렸다.

“남친 생긴 거 보면 박력있게 막 할 것 같이 생겼는데.”

“평소에 어떻게 해줘?”

“아니, 것보단 어떻게 만났대?”

하윤은 혜지와 이현의 모습을 떠올리며 겨우 대답해주었다. 약간의 각색과 적당한 살 붙이기, 그 덕분에 둘의 꽁냥거리는 모습을 떠올리느라 비참해지기도 했지만 표정 관리를 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그럴듯한 말로 들렸나보다. 언니들은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듣다가 자기들끼리 신나서 연애 계획을 짜주었다.

“그래도 하윤이 얘가 워낙 예쁘니까 꼬시면 바로 팍팍 진도 나갈 수 있을 걸?”

“무조건이지.”

하윤은 살짝 걱정이 들었다.

‘이거 무슨 일 생기는 건 아니겠지…?’

그리하여 여자들이 저들끼리 모여 하윤의 연애 계획을 짜주고 있을 무렵, 선배가 다가왔다.

“축하해. 남친 생긴 거.”

“아, 네에….”

“평소에 맨날 외롭니 어쩌니 노래를 부르더니….”

“아니,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았는데.”

어찌되었건 이것으로 선배의 추근덕거림도 사라질 터였다. 하지만 하윤의 예상과는 다르게 선배는 여전히 하윤에게 접근했다. 자꾸만 그 남친이라는 사람과의 관계를 떠보려는 것도 같고.

‘설마 의심하나?’

선배가 의심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나름 하윤의 외롭다 어쩐다 하는 소리를 모두 들은 것이 선배였으니까.

그때 들었던 말과 완전히 달랐으니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사실, 선배는 그냥 자존심이 상한 거였다.

‘내가 거의 반년 가까이 빌드업을 했는데 뺏긴다고? 나름 여자 많이 만나봤다고 자부하는데 조금 자존심 상하네.’

상대가 연예인급 외모였다면 쿨하게 인정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진으로 본 하윤의 남친은 막 엄청나게 잘생긴 건 아니었다. 몸이 좋다지만 선배도 나름 잔근육이 있는 편이었다. 키도 크고. 딱 여자가 좋아할 만한 몸.

그런 이유에서라도 하윤에게 찝쩍거리는 걸 멈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하윤이 영문을 몰라 당황하는 가운데 한 언니가 말했다.

“일단 하윤이, 오늘 남친한테 데리러 와달라고 해.”

“네?”

그 이후로는 수많은 토의를 거쳐 만들어진 진도를 팍팍 나가는 법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졌다. 하윤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강의를 모두 들은 후, 고개를 끄덕인 다음에야 강의가 끝날 수 있었다.

‘어, 최이현이 나올까?’

그리고 뒤늦게 이 생각에 미쳤다. 저번에도 귀찮아하던 티를 팍팍 내던데 과연 나와줄 것인가?

안나오면 남친이라는 사람이 여친 마중도 안오냐는 소리를 들을 터였다. 그러면 선배에게 가짜 연애라는 걸 들킬 지도 몰랐다. 좋지 않은 일이었다. 하윤은 먼저 문자를 보내려고 했지만 문제는 전화번호도 없었다.

‘어, 진짜 큰일인데…?’

하윤이 가지고 있는 전화번호는 혜지의 것밖에 없었는데, 저번에야 이현이 대신 받았다지만 이번에도 그런 운이 통히리라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잔뜩 긴장하며 일하는 사이 퇴근 시간이 되었다.

‘망했다.’

어쩌면 카페 알바를 그만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쪽팔려서.

그리고 그 사실도 모르는 언니들이 자꾸만 재촉했다.

“남친한테 전화해봐. 가면서 아까 알려준대로 하는거 잊지 말고.”

그리하여 거의 쓰러질 듯한 얼굴로 창밖만 내다보고 있는 사이,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평범하면서도 무난하게 생긴 얼굴. 키도 크고 몸도 장난 아니라서 자연스레 시선이 갈 법한 외형.

하윤은 그 남자를 쳐다보았다.

“어, 왔네.”

최이현이 카페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어, 하윤아. 퇴근 시간 멀었어?”

“아, 아니. 이제 퇴근하려고….”

평소와는 달리 목소리도 제법 상냥했다. 물론 연기라는 것인지 혜지에게 하는 것보다는 덜했지만, 그 사실을 눈치챈 건 하윤을 제외하면 없었다.

그보다 하윤은 옷을 갈아입으며 생각했다.

‘뭐지? 어떻게 왔지?’

굉장히 놀라면서도 한 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밖으로 나와보니 이현이 점원들에게 온갖 질문을 받고 있었다. 특히 여자들의 질문.

이현은 괜찮은 남친의 모습으로 열심히 대답해주다가, 하윤이 나오자마자 그녀에게 다가왔다.

“가자.”

“아, 안녕히 계세요. 갈게요….”

그렇게 둘은 카페 밖으로 나왔다.

“어떻게 된거야? 갑자기 왜 여길?”

“어으, 그래도 연기 하기로 했는데 확실하게 해야지. 남친이 여친 마중나오는 건 당연하잖아.”

말투는 그 사이 바뀌어 귀찮음이 뚝뚝 떨어지는 태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하윤은 뭐라 할 수 없었다.

“근데 뭐, 무슨 일 있었어? 사람들이 엄청 들러붙네.”

“아, 그게….”

하윤은 대충 말해주고는 이현과 나란히 걸었다.

“어, 오길 잘했네. 큰일날 뻔 했다.”

“그치….”

“그리고 폰 줘봐. 그러고보니 전화번호도 없네.”

“….”

하윤은 얌전히 전화번호를 교환했다. 그리고는 옆을 올려다보았다.

‘키 진짜 크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로 옆에서 나란히 걸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렇게 잠깐 이현을 바라보았더니 시선이 마주쳤다.

“왜? 하고싶은 말 있어?”

“어, 어?”

하윤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손 줘봐.”

“손?”

“어.”

이현이 손을 내밀자 하윤이 그 손을 깍지 껴 잡았다.

“갑자기 왜 이래….”

“아니, 그냥 있어! 손 잡는 게 뭐 어렵다고….”

“조금 어려운데.”

“안잡으면 내일 뭐라고 해. 나 은근 거짓말 잘 못한단 말야. 오늘도 겨우 한거지, 진짜 죽는 줄 알았어.”

“그래, 그래….”

그리하여 둘은 깍지낀 채 집을 향해 걸었다.

“근데 너 손 땀 되게 많다.”

“…야!”

*

물론 이현은 우연찮게 카페로 온 것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다.

능력을 통해 모든 사실을 알아냈으므로 그에 맞춰주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대충 퇴근 시간에 맞춰 마중을 나간 것도 그 이유에서였다.

‘귀찮네….’

물론 하윤은 설렘을 느껴야 하니 미리 말하지 않았다. 그동안 알아내었는데 하윤은 은근 순정만화를 자주 보는 편이었다. 취향도 참 독특하다 싶었지만 좋은 일이었다.

현실에서 비슷한 상황을 만들면 오글거리니 어쩌니 하며 말하더라도 속으로는 좋아할 테니까. 게다가 하윤은 애정결핍. 이런 상황에 약하더라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나름 신경써서 머리를 정리하고, 옷도 챙겨입은 다음 밖으로 나왔다. 하윤이 일하는 카페에 들어와서는 자상한 남친의 모습을 연기했다.

그리고는 그 선배라는 작자를 보았다. 과연 질투심이 느껴지는 눈빛.

‘대충 뭔지는 알겠네.’

남자의 생각은 읽을 수도 없고 읽고 싶지도 않았지만 어렴풋이 알 수는 있었다. 이미 혜지, 서아와 다니며 그런 시선은 질릴 정도로 받았으므로.

그리하여 순정만화를 흉내내며 하윤과 돌아오는 길, 능력을 사용했더니 그녀의 감정이 느껴졌다.

확실한 호감, 아직 정확히 깨닫지는 못했지만 분명 그건 호감이었다. 나름 가짜 연인인 척 한다는 사실 자체로도 호감이 쌓이는 모양이다.

물론 무엇보다도 이현이 하윤에게 관심 없는 척 행동하는 것이 가장 유효할 것이다.

그나저나 관심을 주지 않아야 호감이 쌓인다니, 이건 무슨 드라마도 아니고….

어찌되었건 이현은 속으로 생각했다.

‘좋게 흘러가는군.’

그리하여 집으로 돌아와서는 셋이서 저녁을 먹고 이런 저런 수다를 떨다 잠들었다.

물론 수다는 혜지와 하윤만 떨었다. 그럼에도 하윤이 가끔 힐끗거리며 소파에 누운 이현을 의식한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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