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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미소녀를 따먹는 방법-57화 (57/93)

일주일이라는 시간은 하윤이 이 집에 적응하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이제는 이현과도 많이 어색하지 않았고 푹신한 침대에서 잠드는 것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좋은 점은 생활비가 크게 줄어 돈이 모인다는 것이다. 무리하게 알바를 할 필요가 없어졌으므로 하윤은 가장 힘들었던 일을 하나 그만두었다.

그 결과 몸이 편해져 여유가 생겼다. 알바하고 돌아오면 혜지가 자꾸 이상한 화장품이나 피부 관리용품을 들이미는 바람에 외모 역시 날이 갈수록 예뻐지고 있었다.

알바에서도 그게 티가 나는 모양이다. 요즘 좋은 일이 있냐며 묻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므로.

어찌되었건 하윤은 오늘도 돌아와서 저녁을 먹고 따뜻한 물에 몸을 담군 뒤 침대에 누웠다. 적당히 인터넷을 둘러보며 쉬고 있던 와중이었다.

오늘도 방음이 되지 않으며 혜지의 신음소리가 생생하게 울려퍼졌다. 그 소리가 워낙 격렬해서 귀를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었다.

‘진짜 맨날 하네. 힘들지도 않나?’

처음에는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흐르면 다른 생각도 들기 시작했다. 몸이 편해지면 잡생각이 많아지는 법이다.

하윤은 잠시 누워서 눈을 감고 생각해보았다. 매일 하면 힘들기야 하겠지만 기분이 좋으니 하는 거 아닐까? 애초에 관계를 가지는 것도 기분 좋으니 하는 것일테고.

문득 옛날 생각이 났다. 하윤도 남자였던 시절에는 자위를 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십대의 어린 시절. 남자라면 누구나 그렇듯 성에 관심을 가질 시기가 있었고 그때 첫 자위를 했더랬다.

그러다 여자가 된 이후에는 한 번도 그럴 여력이 없었다. 힘들게 살았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나름 여유가 있다. 편한 잠자리도 있고, 저녁 8시쯤엔 알바도 다 끝나니 4시간쯤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하윤은 문득 옛 기억을 떠올리며 야한 사이트에 접속해보았다. 그러자 헐벗은 여자들의 사진이 보인다. 예전에는 이것만 보아도 빳빳하게 발기하곤 했지만 지금은? 그럴 기관이 없다. 그 탓인지 살짝 달아오르려다가도 마음이 식어버렸다.

지금 하윤에게는 반응이 전혀 없었다. 그냥 벗은 여자 사진이라는 인식만 있을 뿐.

그렇지만 잠시 사진들을 둘러보다가 하윤은 뒤로가기 버튼을 눌렀다. 별로 재미가 없다. 그렇다면 다른 재밌는 거 뭐 없을까? 다행스럽게도 인터넷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다. 이것 저것 뒤져보던 하윤은 만화 사이트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순애 만화를 읽어보았다.

“재밌네….”

잠시 읽은 하윤은 얼마 가지 않아 잠에 들었다. 내일도 일찍 나가려면 지금 잠을 자야 했다. 아침이 되어서는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난 이현과 아침을 먹고, 곧바로 알바를 나갔다가 저녁 7시쯤이 되어 돌아왔다. 오늘은 다행스럽게도 알바가 일찍 끝나는 날이었다.

돌아와서는 혜지와 함께 저녁을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오늘은 머리 묶는 법도 배웠으므로 제법 긴 머리였던 하윤의 머리가 단정하게 묶겼다.

샤워한 뒤에는 다시 침대에서 순애 만화 정독, 배경음악은 혜지가 앙앙대는 소리와 절정하는 소리,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

“진짜 엄청 하네….”

때마침 만화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었다. 남주와 여주가 함께 침대에 누워있는 장면.

헐벗은 여자들의 사진은 전혀 감흥이 없었지만 그 장면은 은근한 색기가 느껴졌다. 하윤은 몸을 배배 꼬며 만화에 몰입했다.

‘이게 왜 이렇게 야하지?’

어쩐지 간질간질한 느낌, 다만 피가 쏠리지는 않는 것이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해주었다.

그러다 문득 들리는 소리. 앙앙대며 사랑한다고 외치는데, 생각해보면 저들도 커플이었다.

그리고 몇 번 보기로는 심각할 정도로 깨가 쏟아지는 끈적끈적한 커플. 저들도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요 지금 하는 것은 서로를 사랑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윤은 자리에서 일어나 슬그머니 방문 앞에 섰다. 우연인지 뭔지 몰라도 문은 여전히 닫혀있지 않았다.

그 사이로 몰래 관음했다. 연신 사랑한다고 말하며 서로를 껴안고 있는 커플의 모습이 보인다.

‘…….’

하윤이 그 모습을 보고 느낀 건 부러움의 감정이었다. 다만 혜지나 서아처럼 기분 좋게 당해서 부러운 것이 아니라 자신을 사랑해주는 연인이 있다는 사실에 대한 부러움.

문득 하윤은 자괴감을 느꼈다. 과연 본인이 연애를 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일단 사는 것도 힘든데다가 여자로 변해버린 몸 아닌가.

아직까지는 거부감이 심한 상태다. 하윤은 방으로 돌아와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때마침 혜지도 지쳐 쓰러져 이현과의 관계도 멈추게 되었다.

이현이 생각했다.

‘뭐지? 원래 다른 남녀가 떡치는 거 보면 야한 생각 들어야 정상 아닌가? 그냥 부러움만 느끼고 가서 잠드네.’

처음 보는 유형에 이현이 당황하던 차, 혜지가 안겨왔다. 이현 역시 하윤에 대한 생각은 그만두고 혜지와 키스했다. 안되면 아깝긴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않겠는가. 일단은 혜지도 있고 서아도 있으니 성욕적인 부분은 해소하고도 남는다.

‘그래도 되긴 하겠지…?’

*

주하윤이 가장 많이 고백을 받는 장소는 카페다. 그녀는 지난 한 달간 아르바이트를 하며 총 12회의 고백을 받았다. 그리고 오늘 1회가 추가되었다.

번호를 따인 게 아니라 초면에 고백 받기, 참 쉽지 않은 일이지만 하윤의 외모는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번호를 따인 경험은 이미 한 달간 세자릿수가 넘어가고….

“죄송해요. 연애는 생각 없어서.”

사실 연애에 대한 생각 많다. 엄청나게 많다. 요즘 그 집에 얹혀살면서 연애에 대한 생각을 어느 때보다도 많이 하고 있는 하윤이었다.

가끔 보이는 둘의 꽁냥꽁냥거리는 애정 행각이라던가, 밤마다 들리는 야한 짓을 하는 행위라던가.

그런 것들 때문에 하윤은 외로워서 아무나 잡아서라도 연애를 하고픈 기분이었다. 정확히는 자신도 그렇게 사랑받고픈 기분.

그렇지만 초면에 고백을 박는 건 조금 그렇지 않은가? 서로 아는 것 없고 외모만 보고 고백하는 건 웃긴걸 넘어 무례한 짓이다. 겨우 외형만 보고 사귀자고 하는 거니까.

하윤은 그런 연애를 원하지 않았다. 외형만 보고 사귀는 것이 아닌 서로를 진실되게 좋아해서 연애하는 형태.

그런 의미에서 이현과 혜지 커플은 많이 부러운 커플이었다. 혜지가 특출나게 예쁘긴 하지만 둘의 모습을 보면 정말 꿀이 떨어질 지경이니까. 처음에는 외모 보고 사귀었다고 생각했지만 꼭 그것만은 아니었다. 정말로 서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초면에 고백박는 애들은 진짜 뭘까요. 외모만 보고 반한 얼빠니까 걸러주세요 하고 말하는건가.”

오늘의 대화 상대는 카페 알바를 하는 남자 선배였다. 생김새는 무난하지만 친절하고 자상해서 나름 괜찮다고 여기는 선배.

특히 하윤은 이 선배가 맘에 들었는데, 다른 사람들은 외모를 보고 자신을 좋아하는 티를 낸다지만 이 선배는 그런게 전혀 없었다. 들리는 말로는 여친이 있다던데 그래서일까?

하지만 혜지급이 아니라면 하윤이 더 예쁠 것은 분명하다. 그건 하윤조차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어찌되었건 남자 중에서 유일하게 맘편히 대화할 수 있는 선배인지라, 잠시 손님이 없는 시간에 둘은 대화를 나누었다.

“솔직히 다들 외모만 보고 접근하는 티가 너무 나서. 그거 때문에 그동안 연애니 뭐니 전혀 신경 안쓰고 살았는데….”

“무슨 일 있었어?”

“제 친구 연애하는 모습 보니까 좀 많이 부럽더라구요. 진짜 서로 좋아하는 티가 너무 흘러가지고.”

“찾아보면 좋은 사람 있겠지. 잘 맞는 사람.”

“글쎄요. 지금까지 외모로 판단 안한 남자가 딱 두 명 있는데, 하나가 선배고 하나가 그 친구 남친이라서.”

저녁이 되어 집으로 돌아온 하윤은 커플이 모두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속으로 약간 실망했다. 이 둘이 같이 있으면 꽁냥대는 모습을 봐야 할 거 아닌가. 차라리 혼자 혼자 있으면 나름대로 괜찮은데, 이렇게 셋이 모이게 되면 어쩐지 기분이 나빠지는 하윤이었다.

“그나저나 둘은 어쩌다가 만났어?”

“응? 편돌이 하다가 만났지.”

그렇게 연애 이야기를 듣던 하윤은 어느새 자기도 몰입해서 듣고 있었다. 사실 흔하디 흔한 이야기지만 하윤에게는 그 모든 이야기가 제법 흥미롭게 들렸다.

그나저나 편의점 알바를 하다가 만났다니.

‘내가 할 때는 미친놈들만 있었는데. 뒤지게 찝쩍대고 여친 있으면서도 대놓고 속내 드러낸다거나 하는 놈들.’

그날 밤에도 혜지와 이현의 방에서는 찌꺽이는 소리가 울렸다. 하윤은 그 소리를 들으며 평범하게 인터넷을 뒤적거렸다. 그러다 재밌는게 있으면 보고, 잠깐 뒹굴거린 다음에는 다른 만화나 소설을 보았다.

특히 소설이 괜찮았다. 유료인 것도 있지만 무료인 소설도 충분히 많았기에, 제법 괜찮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나도 누구랑 같이 자고 싶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야한 의미가 아니라 정말 누군가와 같이 잠을 자고 싶었다.

매일 들려오는 소리에 정신이 나가버린 것일까?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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