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이 일어나는 것을 본 서아는 그제서야 이게 무슨 상황인지 깨달았다. 빼도 박도 못하는 위험한 상황. 지금 도망치려해도 그보다 이현이 눈을 뜨는 게 더 빠를 것이다. 서아는 잠깐 고민하다가 황급히 침대 밑으로 몸을 숨겼다.
이현은 그 사실을 알아채고 어이없어했다.
‘이걸 사네.’
그리고 서아에게 들릴 정도의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 왜 벗고 있지.”
서아는 흠칫했지만 이내 안도했다. 자신이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는 것 아닌가. 얼마 지나지 않아 이현이 밖으로 나가고, 눈치를 보던 서아도 조심스레 밖으로 나왔다. 그 스릴이 엄청난 흥분으로 다가왔다. 곧바로 자신의 방으로 향해 자위를 시작했다.
“읏, 흐읏…♡”
그렇게 시간을 보낸 후에야 진정할 수 있었다. 거실로 나오니 이현이 늘어져서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그 옆으로 가 앉은 서아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계속 유혹을 시도했다. 하지만 정작 흥분해버린 것은 서아였다.
결국 오늘도 유혹 작전은 실패로 끝났고, 딱히 해야 할 일도 없어 각자는 하고 싶은 일을 했다. 이현은 뒹굴거리는 척 하며 서아를 관음하고, 서아는 이현을 생각하며 자위하기.
그러면서도 설치해둔 카메라로 밖을 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휴대폰과 연동해둔 덕에 원할 때마다 밖을 볼 수 있었다. 여전히 스토커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유용하게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플레이라던가 이런 저런 용도로.
그리하여 서아가 스스로를 개발하며 이현에 대한 애정을 키워가는 시간이 이틀 더 지났고, 슬슬 색기있는 움직임도 익숙해져 이현도 나름 반응이 올 것 같은 무렵이었다. 마침내 스토커가 모습을 드러냈다.
‘왔다.’
평범하게 지나가는 듯한 모습이지만 이현은 애초에 스토커의 얼굴을 알았다. 오히려 모자도, 마스크도 쓰지 않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는 평범한 모습으로 보였다. 잠시 문 앞에서 서성이던 스토커는 편지와 꽃다발을 내려놓고 걸음을 옮겼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이현은 편지를 읽어보았다.
예전과는 다르게 약간 섬뜩한 내용이었다. 남자랑 노니까 좋냐, 그렇게 가벼운 여자인줄 몰랐다, 그래도 널 사랑하는 건 나밖에 없다. 그 남자는 좋은 사람이 아니다. 뭐 이런 내용들.
초인종 소리를 듣고 뒤늦게 거실로 나온 서아도 편지를 보았다. 그러고는 진심으로 소름이 끼친다는 듯 양 팔을 붙잡았다.
“미친….”
그렇지만 이현이 준비해둔 초소형 카메라에 얼굴이 찍혔다는 사실을 알고는 안심했다. 이정도면 충분히 스토커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잡았네. 뭐하는 새낀데 마스크도, 모자도 안쓰고 돌아다닌대. 얼굴 찍히면 어쩌려고.”
그리하여 기분 좋게 웃던 서아는 문득 흠칫했다. 스토커를 잡았다면 이현이 계속 머무를 필요가 없다. 그 사실을 깨닫자 오히려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차라리 스토커가 있어도 좋으니 이현이 계속 남아있기를 바랐다.
물론 그 말을 밖으로 꺼내지는 못하고 애매한 얼굴로 웃었다. 그 후 이현이 경찰을 불렀고, 편지와 카메라에 찍힌 얼굴을 확인해 스토커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얼마 안있어 찾을 수 있었다. 스토커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민이었다. CCTV가 1층과 지하에만 있다보니 층과 층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의 모습은 한 번도 찍힌 적 없었다.
“네, 지금까지는 좀 애매했지만 이번 편지가 너무 노골적으로 위험한 내용이라. 어지간하면 다시 보실 일은 없을 겁니다.”
경찰이 돌아가자 이현이 기지개를 쭉 폈다.
“드디어 끝났네. 이제 안전하겠다.”
“으, 응.”
서아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러면, 스토커도 잡았으니까 오늘 술이나 먹을래?”
“응? 그래, 뭐. 마지막 날이니까.”
이현이 말한 것처럼 마지막이었다. 더 이상의 핑계는 없었고 꼬시려면 오늘이 마지막 기회였다. 아직까지도 꼬시려는 이유를 혜지와 사귀는 탓으로 생각하면서도 절대 놓치면 안된다고 다짐하는 서아였다.
그날 저녁, 서아는 힘을 잔뜩 준 모습으로 나타났다. 어지간해선 로션만 겨우 바르던 얼굴에 풀 메이크업을 하고 머리까지 묶었다. 옷차림은 속이 비치는 시스루에 짧은 치마, 심지어 속옷은 제법 야시시한 모습이다.
가슴이 크지 않아 엄청 야하게 보이진 않았지만 꼴리는 모습인 건 확실했다. 그 정서아가 이렇게 입고 나온 것이다. 어지간한 술집 여자보다도 노골적인 모습에 이현은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삼켰다.
“옷차림이 그게 뭐냐?”
“뭐, 뭐가. 내 맘이지.”
서아도 부끄러웠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안 통할 것 같았다. 다행스럽게도 이현은 은근한 시선으로 서아의 몸을 훑어보았고, 예전이라면 질색했을 그 시선이 지금은 너무나 기분 좋게 느껴졌다.
이현은 그렇게 흘긋 보고는 잠시 말을 아꼈다. 확실히 입고 싶은 옷을 입는 건 자신의 자유였으니까. 심지어 지금 서아는 시선을 느끼고 은근히 좋아하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 더 나가도 될까? 이현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너 그렇게 입으니까 무슨 업소 온 것 같다.”
명백한 성희롱. 예전의 서아였으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았을 말. 하지만 지금의 서아는 그저 피식 웃고는, 이현을 바라보며 은근한 미소를 지었다.
“무슨 뜻이야, 그거?”
“말 그대로의 의미.”
“야하다고?”
“야하기도 하고, 잘 어울리기도 하네. 네가 그쪽 일 뛰었으면 바로 에이스 먹었겠다. 그냥 대학 가지 말고 그쪽 일 뛰는 게 낫겠는데?”
성희롱의 수위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지만 서아는 싫어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뻐했는데, 성희롱을 들었다는 사실이 기쁘다기보다는 자신의 유혹이 먹힌다는 것에 기뻐했다. 지금 몸이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아마도.
“그래서, 내가 일 뛰면 넌 자주 올 거야?”
“호칭.”
“아, 오빠는 자주 올 거야?”
“너같은 애가 일 뛰었으면 난 매일 갔지.”
“그렇게 꼴리면 술먹었을 때 덮치지 그랬어.”
“어떻게 그래. 아직 업소 일 안하는데. 여친도 있고.”
그렇게 말하자 서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이현의 옆자리에 착석했다. 그리고는 요염한 웃음을 흘리며 양 손으로 술을 따라주었다. 몸까지 밀착한 걸 보니 뭘 하고 싶은지는 알만했다. 지금 서아는 잔뜩 흥분해서 업소녀의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 모습이 하도 귀여워 장단에 맞춰주기로 했다. 눈치 보지 않고 허리를 꼬옥 끌어당기자 서아는 당황했지만 곧바로 눈웃음을 지었다. 자신의 유혹이 먹힌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물론 실제로는 서아가 유혹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따먹어달라며 몸을 바치는 상황이었지만, 언제나 자기 합리화는 자기 중심적으로 사고하는 법이다. 일부러 이현이 아저씨처럼 웃으며 허벅지를 만지작거리자 서아 역시 그 상황에 더욱 몰두했다.
‘존나 잘 어울리네. 얘는 진짜 이쪽 일이 천성 아닐까….’
이현은 문득 그렇게 생각했다. 몸은 혜지보다 딸리지만 이런 부분에서는 훨씬 잘 어울렸다. 혜지가 약간 순애용 좆집 느낌이면, 서아는 반대의 느낌. 어쩐지 메이크업도 창녀처럼 보인다며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서아는 아직 처녀였고, 남자와의 경험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게 처녀빗치?’
속으로 그리 생각하며 이현이 피식거렸고, 어느새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 서아도 분위기를 맞춰주며 아양을 부렸다. 얼마나 몰입했는지 자꾸만 얼굴이 가까워져서 의도치 않게 입술 자국이 여럿 생길 정도였다.
그리고 서아가 술잔을 들었다. 이현도 술잔을 들고는 서로의 팔목을 교차해서 마시기 시작했다. 흔히들 러브샷이라 부르는 행위. 슬슬 술기운도 올라올 무렵이라 둘의 행동은 더욱 과격해졌다.
서아가 수줍게 웃으며 입에 술을 머금었고,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이현 역시 거부하지 않았다.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이건 술기운 탓이고, 그리고 최이현 유혹하는 과정일 뿐이니까….’
서아는 열심히 자기합리화를 하던 나머지 그 생각을 진실로 받아들였다. 아무리 키스를 하더라도 최이현을 유혹해서 이 커플을 망치게 하기 위함이고, 술기운에 분위기까지 합쳐져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러니 나는 이상하지 않다.
한편 일 년 넘게 키스를 못해본 서아는 거의 매일 혜지와 키스하며 단련된 이현의 혀에 저항하지 못했다. 이현의 몸을 꼬옥 붙들은 서아는 키스만으로도 가버렸고, 치마를 입은 탓에 그 밑으로 씹물이 질질 흘러내렸다. 키스를 마칠 즈음에는 거의 몽롱한 얼굴로 이현을 껴안은 채 놓지 못하는 서아가 있었다.
그리고 이현은 뭔가 축축함을 느꼈다. 자신을 껴안은 서아가 씹물을 흘려버린 것이다. 아주 부끄러운 상황이지만 서아는 여전히 이현을 껴안고 있었다. 분위기가 그랬으니까.
아무리 봐도 지금은 할 타이밍이었다. 이현은 서아를 가볍게 안아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아가 화들짝 놀랐지만 저항하지는 않았다. 본인도 알고 있었으니까.
‘유혹했으니 할 수도 있는거지. 안하면 유혹을 못 한거고. 그러니까 괜찮아. 충분히 예상한 일이야….’
서아를 안아든 이현은 욕실로 향했고, 그 자리에서 천천히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서아 역시 조심스레 이현의 옷을 벗겨주었다. 그러다가 바지를 벗기자마자 가버릴 뻔했다. 빳빳하게 발기한 자지가 서아의 배를 건드렸기 때문이다.
서아는 침을 삼키고, 다시 이현을 올려다보았다. 나체가 된 둘이 서로를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