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도착한 택배를 받은 혜지는 내용물을 보고 헛웃음을 지었다. 말해주지 않는 걸 보니 정상적인 물건은 아닐거라고 예상이 갔다. 하지만 실제로 보고 웃음이 나오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정말이지, 혜지에게 잘 어울리는 여러 가지 의상이었다.
혜지는 곧바로 이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거 뭐야?”
“받았어? 예쁘지?”
솔직하게 말하자면 예뻤다. 잘 어울리기도 했고. 이걸 고르면서 자신을 떠올렸을 이현을 생각하니 귀엽기도 했지만 혜지는 화난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물론 그래봤자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이현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화난 척을 하며 대화를 이어나가던 혜지는 어느새 마음이 풀려버렸다.
‘뭐야, 어쩌다보니 또 이렇게…. 무슨 마음이라도 읽나? 맨날 이렇게 되네.’
정답이었지만 그 사실을 알 방법은 없었다. 결국 통화를 종료한 혜지는 휴대폰을 내려두고 옷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말 여러 가지가 있었다. 그중에 한 속옷을 집어든 혜지가 거울 앞에 가서 자세를 잡아보았다.
“괜찮긴 하네….”
원래도 야한 몸이었지만 속옷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이 속옷들은 몸매를 더욱 부각시켰다. 자신이 보기에도 야한 모습. 거울을 보며 속옷을 만지작거리던 혜지가 문득 현관쪽을 바라보았다.
이현이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자신의 자취방에 자유롭게 드나드는 건 흔히 있던 일이지만 지금만큼은 혜지도 부끄러움이 앞섰다. 이현의 시선이 혜지의 몸으로 향했다. 선물로 준 속옷을 입고 있는 모습을 보니 자연스레 하반신에 힘이 들어갔다.
“잘 어울리네.”
그 한마디에 혜지가 또 기뻐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리 와.”
그러자 혜지가 망설이다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이현의 품에 쏙 안겼다. 그 모습이 애완견을 보는 것 같아 자연스레 미소가 지어졌다.
‘존나 귀엽네.’
생각해보니 혜지는 처음부터 자신에게 애정을 쏟고 있었다. 자기 전에는 섹드립 하는 친한 친구 사이였고, 연인 행세를 한 이후부터는 이현이 생각하기에도 즐거운 추억만이 가득했다. 심한 짓을 시키기에는 양심이 찔렸다. 자신만 바라보는 혜지를 상대로 어떻게?
‘물론 풀메한 얼굴 더럽히기나 노출 조교는 시킬거지만….’
그정도는 연인 사이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연인 사이에서 하지 못하는 과격한 일은? 어울리는 사람이 있었다. 서아. 애초에 싸가지 없고 건방진 성격이라 과격하게 괴롭히는 것이 어울리는 여자였다. 심지어 혜지와 자신 사이를 귀찮게 하지 않았던가. 물론 이현이라는 사실을 알고 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없던 일이 되는 것도 아니다.
“어때? 맘에 들어?”
“맘에 들긴 무슨….”
그렇게 말하면서도 혜지는 속으로 좋아하고 있었다. 이현이 맘에든다는 듯 좋아하는 티를 잔뜩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혜지는 괜히 틱틱거리며 자신의 몸을 밀착시켰다. 이현은 그 사실을 깨닫고 피식 웃었다.
“진짜 왜 이렇게 귀여워가지고….”
*
일주일 후, 서아는 이현과 술을 마시고 있었다. 아직 성적표가 나오지 않아 기분 좋게 놀기에는 적절한 시기였다. 그래서 안전한데다가 재미있게 노는 방법으로 이현을 택했다. 서아가 술을 홀짝이며 말했다.
“성적표 그냥 평생 안나왔으면 좋겠네….”
“목표가 어디였지? 서울대?”
“그렇지, 뭐.”
“근데 솔직히 그만큼 공부는 안했잖아.”
“그래도….”
만약 성적이 안나오면 다시 재수를 할 거냐고 물었더니 애매한 답변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삼수는 하기 싫은 모양이다. 이현은 말 없이 술잔을 들어올렸다.
“으에에에에….”
그렇게 마시다보니 서아는 또 다시 취해버렸다. 이상한 소리를 내며 테이블에 엎어진 모습. 곧바로 서아를 데리고 저번에 갔던 모텔로 갔다. 여전히 서아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정신 못차리고 있었다.
“우으….”
저번과 다른 점은 취해서 곯아떨어지지 않았다는 정도. 하지만 정신은 못 차리는 게 조교 하기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생각이 읽히니까 괜찮지. 근데 도무지 뭐라는건지 알 수가 없네. 아니, 차라리 안 읽히는게 낫다. 그러면 제정신이 아니라는 뜻이니까….’
곧바로 자지를 꺼낸 이현은 서아의 얼굴 위에 살포시 놓아두었다. 그러자 서아의 생각이 느껴졌다.
‘따뜻하다….’
자지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최고의 상황. 그대로 체취를 맡게 하며 천천히 옷을 벗겼다. 서아는 움찔거리면서 빳빳하게 발기한 젖꼭지와 클리토리스를 드러냈다.
그리고는 어제와 같이 애무를 반복했다. 서아는 의식이 있는 탓인지 애액을 뿜을 때마다 호흡을 크게 들이마셨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이현의 체취를 더 맡게 되었다. 애무가 기분 좋은 건지 자지 냄새가 좋은 건지 구분도 안되는 상황, 자연스레 서아는 냄새와 쾌락을 함께 기억했다.
‘기분 좋은 냄새….’
문득 서아는 자위하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고, 취했음에도 몸을 뒤척일 정도는 되었다. 그렇게 엎드려서 개구리 자세가 된 서아는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평소 하던대로의 압박 자위. 하지만 푹신한 침대에서는 압박자위를 하기가 힘들다. 취해서 제대로 움직이기도 불가능했다.
“으읏…♡”
그때 서아는 절정을 맞이했다. 이현이 애무한 탓이다.
“그동안 자위 열심히 했나, 자연스레 몸을 뒤집네.”
그렇게 자위를 하고 싶다면 하게 해주어야 했다. 이현은 조심스레 서아를 들어 바닥에 내려두었다. 술에 취해 혼자 하기 어려울테니 도와주기까지 했다. 서아의 모습을 보며 자위하다가 얼굴에 사정했다.
몇 시간동안 비슷한 냄새를 맡으며 계속 가버린 서아에게 정액 냄새는 아주 흥분되는 냄새였다. 술에 취해 인지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지금은 아무런 의심도 없이 ‘기분 좋아지는 냄새’라고 인식할 수 있었다. 서아는 평소에 하던 것처럼 바보같은 모습을 하며 바닥에 보지를 비볐다. 그 모습이 하도 꼴사나워 영상을 찍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후에 잠시 지켜보던 이현이 자위의 보조를 도왔다. 압박자위는 격렬하게 바닥에 비벼야 자위가 되는데, 지금 서아가 하는 건 그냥 문지르는 정도였다. 이정도로는 자위는커녕 쾌락조차 느낄 수 없다. 곧바로 이현이 손가락으로 애무하자 서아가 절정했다.
그 모습을 보니 이현 역시 흥분하는 것을 느꼈다. 평소의 날카로운 인상과는 반대의 흐리멍텅한 표정, 얼굴에 정액까지 묻어있는 꼴의 대비가 아주 인상적이었다.
‘원래 빈유는 가슴을 개발시켜야 하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겉으로 봐서는 빨래판 수준인 여자가 벗겨보니 유두 개발이 끝난 상태, 정말 상상만 해도 꼴리는 모습이다. 거기에 유룬이 넓고 젖꼭지 비대화까지 되어있으면 더 좋다. 그만큼 천박한 모습이 없을테니까.
‘다음에는 펌프도 가져올까….’
그리 생각하고 있었더니 어느새 서아가 가만히 누워있었다. 생각도 읽히지 않는 걸 보니 기분 좋아서 쓰러진 모양이다. 이현은 뒤처리를 하기 위해 서아의 얼굴을 씻기고, 몸은 씻기지 않았다. 좋은 생각이 났다.
바닥에 흘려놓은 애액을 서아의 팬티로 닦은 뒤 다시 입혔다. 옷도 모두 입히니 서아는 바닥에 자위하는 모습으로 엎어진 채 옷을 입고 있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리고 손에 자신의 외투를 쥐여주었다. 다행히 바닥은 따뜻했다. 이현은 만족스럽게 그 모습을 보다가 모텔을 나섰다.
*
잠에서 깨어난 서아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기가 어디지?’
문득 보니 처음 보는 방이었다. 옆에는 침대가 있고, 뭔가 이상했다. 다시 확인해보니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그것도 평소 그녀가 자위하던 모습으로.
뭔지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서 머리를 붙잡고 일어난 서아는 다시 방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방이었다. 저번에 온 모텔.
‘뭐야, 저번에 거기였네. 근데 왜 내가 바닥에….’
게다가 손에는 처음 보는 옷이 들려있었다. 침대에 옷을 내려두고 잠깐 자신의 몸을 점검했다. 팬티가 축축했다. 아까 누워있던 바닥에도 씹물로 추정되는 액체가 약간 번들거렸다.
‘뭐지.’
서아는 잠시 기억을 떠올렸다. 어제 누군가에게 업혀서 들어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갑자기 성욕이 폭발해서 자위하려고 했던 것 같다. 젖어있는 걸 보니 바닥에서 한 모양이고.
그렇다면 이 옷은? 이현의 옷이라는 사실을 깨닫자마자 살짝 불안해졌다. 과연 자신이 자위하는 모습을 봤을 것인가?
‘아니, 그보다 왜 갑자기 술처먹고 자위를…. 하긴, 요즘 기분 좋다고 하루에 6시간씩 자위하니까…. 좀 줄여야 하긴 해.’
서아는 곧바로 전화를 걸었고,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응? 너 내려두고 바로 나왔지. 옷은 네가 꽉 잡고 안놓길래 그냥 놓고 왔어.”
“아…. 그렇구나.”
그리고는 감사인사도 하지 않고 뚝 끊어버렸다. 그 사실에 이현이 싸가지 없는 년이라며 욕했지만 서아는 알지 못했다.
‘근데 술먹어서 제대로 자위를 못했나, 좀 땡기는 것 같은데.’
잠시 고민하던 서아는 금세 결론을 내렸다.
‘조금만 하고 가자. 어차피 퇴실 시간까지도 시간 좀 남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