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서아의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쓸만한 정보는 얻을 수 없었다. 상태창이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혜지처럼 스스로 즐기는 모습이 아니었다.
서아는 한참동안 침대에서 뒹굴거리다가 밥을 먹은 후 책상에 앉았다. 그리고는 공부를 하나 싶더니만 숙제를 마치자마자 다시 침대로 향했다.
이제는 아예 웹툰을 보면서 낄낄거리고 있었다. 그때쯤이 되어서야 이현은 능력 사용을 그만두었다. 뭔가 도움이 될 것 같은 정보가 없었다.
‘어지럽네….’
이 두통이 능력을 너무 많이 사용해서 그런 것인지, 서아의 모습을 보고 생긴 것인지 구분되지 않았다. 이현은 머리를 짚으며 그 자리에 누웠다. 그러다 문득 혹시나 싶어 다시 능력을 사용해보니 서아가 옷을 벗고 있었다.
‘뭐지? 뭔가 하려는 건가?’
이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그 모습에 집중했다. 서아의 나신이 드러났다. 깨끗한 피부에 적당히 발달한 몸, 아주 야하지는 않지만 혜지와는 다르게 꼴리는 모습.
요즘 너무 야한 몸만 보다가 적당히 예쁜 몸을 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현은 살짝 흥분하는 것을 느끼며 서아의 몸에 집중했다.
그러나 서아는 불순한 의도로 옷을 벗은 것이 아니었다. 곧바로 갈아입을 옷과 타월을 챙겨서 욕실로 들어가버렸다. 욕실 내부의 모습도 볼 수는 있지만 김빠지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이현은 속으로 실망을 느끼며 계속 감상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보는 재미만큼은 확실했다. 겨우 샤워를 하는 모습이지만 서아의 외모와 몸매는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이현이 그 모습을 열심히 눈에 담는 가운데, 서아는 샤워를 마치고 밖으로 나왔다. 머리를 말린 후 자신의 방으로 가 무언가를 뿌려대었다.
‘뭐지? 탈취제? 무슨 방향제도 아니고 탈취제를 뿌려….’
어이가 없긴 했지만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었다. 깔끔하게 산다는 게 이상한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계속 시간이 흘러도 서아는 거의 비슷한 모습만 보여주었다. 침대에서 놀거나, 휴대폰 배터리가 떨어지면 잠시 공부하기. 그러다가 시계를 보고는 잠에 들었다. 새벽 1시의 일이었다.
*
다음 과외가 있는 날, 이현은 막막한 마음으로 서아의 집에 도착했다. 공부를 안한다는 것만 빼면 학생으로서도 나쁘지 않았고, 나름 숙제도 다 해오는데다 수업 시간에는 충분할 정도로 집중하니 과외적인 문제는 없었다.
이현이 막막한 것은 다른 부분이었다.
애초에 과외를 시작한 이유가 무엇인가. 얼굴을 익히고 나름대로 친해지든 뭐든 해서 따먹겠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현에게는 능력도 있으니 쉽지 않더라도 노력하면 가능할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무런 단서가 없었다. 그냥 과외 때려치고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나 고민하던 와중이었다.
“안녕하세요.”
“어. 안녕.”
이번에 서아가 입은 옷은 아주 건전한 옷차림이었다. 적당한 츄리닝. 집에 에어컨이 틀어져 있다지만 긴팔 긴바지를 입고 있는 모습에 묘한 기분이 들었다.
‘난 자취방에 에어컨도 없는데….’
새삼스러운 생각을 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 옆에 앉은 서아가 잠깐 멈칫하더니, 문득 이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쌤. 그, 혹시….”
“응? 왜?”
“아, 아니예요.”
아니라고는 했지만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모양새다. 이현은 조심스레 능력을 사용해 서아의 마음을 읽어보았다.
‘뭐 조금 야한 냄새 나는 것 같은데. 그것도 남자랑 여자 냄새 섞인…. 그치만 이걸 말하면 조금 이상하잖아. 선생님 여친이랑 잤어요? 이걸 그냥 묻기도 뭐하고….’
이현은 살짝 당황했다. 실제로 오기 전에 혜지와 뒹굴고 왔으니까. 씻기도 했지만 씻은 후에도 뒹굴었으므로 서아가 느끼는 게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 냄새를 어떻게 맡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씻은 후에는 진짜 아주 조금만 했는데.
‘하긴 내가 냄새에 민감한 건 맞으니까, 뭐. 그나저나 진짜 여친 있었던 모양이네. 구라인 줄 알았는데.’
능력을 쓰다보니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서아는 전부터 냄새에 민감했던 모양이다. 자연스레 싸가지 없는 생각을 하는게 괘씸했지만 이현은 티내지 않고 수업을 계속했다.
그리하여 수업이 끝난 후, 이현은 적당히 숙제를 내주고 집에서 나갔다. 혼자 남은 서아는 곧바로 탈취제를 뿌렸다.
“아, 진짜 애매하게 냄새 나가지고….”
오랜만에 맡는 야한 냄새였다. 심하지는 않았지만 2시간 내내 그 냄새를 맡다보니 기분이 이상해졌다.
남자 냄새야 아무래도 좋지만 여자 냄새는 조금 참기가 힘들었다. 그냥 여자한테서 나는 게 아니고 흥분했을 때 나는 체취가 있다. 여자가 된 후 맡아본 적 없으니 거의 세 달만에 맡는.
서아는 남자였던 시절 이 냄새를 꽤 좋아했다. 애초에 코가 예민해서 자주 여자를 안다보니 자연스레 익숙해졌다. 그리고 오랜만에 맡은 탓인지 약간 흥분할 것 같았다.
곧바로 침대에 앉아 옷을 벗었다. 상의는 내버려두고 바지만.
그러자 솜털 하나 없는 깨끗한 보지가 보인다. 꽉 다물어진게 제대로 된 자위 한 번 해본적 없다는 티를 마구 내고 있었다.
곧바로 손을 뻗어 만지기 시작했다.
“으음….”
물론 별 감각은 없었다. 개발은커녕 사용조차 안한 보지로 쾌감을 느낄 수 있을 리 없다. 서아 역시 그 사실을 알았지만 오랜만에 자위가 하고 싶은 날이었을 뿐이다.
곧바로 기분이 상한 서아는 다시 옷을 입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개발은 금방 하겠지만 그러고 싶진 않았다. 서아가 남자였던 시절, 여자에게 했던 개발은 약간 지나친 감이 있었다.
사실 서아도 그것밖에 몰랐다. 기분 좋게 개발해주는 법.
적당히 개발한다는 게 뭔지를 모르니 할 수가 없었다. 자신의 몸이 대상이니 앙앙대며 자위하고 싶지도 않았고.
“으, 샤워나 해야지….”
문을 열어 환기를 시켜두고 샤워를 한 후에야 서아는 진정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말해두는게 좋았을까? 하지만 스무 살 재수생이 갑자기 ‘쌤 여친이랑 떡치고 왔죠?’하고 말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 진짜 짜증나네. 여친이랑 헤어지게 해야 하나.”
습관적으로 탈취제를 뿌리며 서아가 중얼거렸다. 확실히 자신의 몸과 얼굴이면 그정도는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혜지 남친한테도 하지 않은 짓을 고작 이런 이유로? 굉장히 귀찮았다. 다음에도 그러면 그때 가서 뭐라고 할지나 생각해보기로 했다.
그리 생각하면서 서아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생각해보니 여자가 된 후로 자위를 해본 적이 없었다.
남자일 때도 자위는 몇 번 안했지만 그 이상으로 여자를 끼고 살았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도 나름 괜찮게 생겼었고, 집에 돈도 많으니 자연스레 여자가 들러붙었다.
그래도 뭐 상관은 없을 것이다. 자위 몇 번 안한다고 성욕이 쌓이지도 않을테고, 쌓인다고 해도 운동으로 풀면 그만이다. 문득 생각이 미친 서아는 츄리닝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운동이나 해볼 생각이었다.
‘대충 달리기 뛰면 되나….’
남자였던 시절에는 나름 운동 좀 했지만 여자가 된 후에는 한번도 한 적이 없었다. 지금 몸의 상태가 어떤지도 잘 몰랐다. 서아는 가볍게 동네 한 바퀴 뛰는 것을 목표로 잡고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동네 한 바퀴를 뛰었을 무렵이었다.
‘쉽지 않네.’
아주 심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하게 체력이 약했다. 서아는 땀을 흘리며 길거리를 걸어가다가 문득 광고지를 보았다. 헬스장 광고.
흔한 광고지였지만 눈길을 끌었다.
‘헬스장도 나쁘지 않지. 운동이나 다시 해볼까.’
서아는 그 길로 헬스장에 찾아가 등록을 했다.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일시불로 6개월치를 끊은 뒤, 집으로 돌아왔다. 많이 가지는 않겠지만 돈이 아깝지도 않았다. 그정도면 충분히 낼 수 있는 금액이었다.
아무튼 헬스장 등록까지 했으니 이제 쉴 시간이었다. 서아는 어제와 마찬가지로 침대에 누워 뒹굴거리고, 웹툰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다가 잠에 들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모두 이현이 지켜보고 있었다.
*
이현은 서아가 잠드는 것을 본 후 능력을 멈추었다. 엄청난 소득이 있었다.
‘코가 민감하다면 뭐, 페티쉬 나온거나 다름없지…. 아니라도 오늘 보여준 모습 보니까 적당히 방향성 잡힐 것 같고.’
심지어 오늘 등록한 헬스장은 이현이 다니는 헬스장이었다. 우연인가? 사실 동네에서 제일 크고 좋은 헬스장이라 어지간한 사람들이 모두 모이긴 하지만, 이현은 그냥 좋은 쪽으로 해석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이건 운명이나 다름없었다. 서아는 결국 자신에게 따먹히게 되리라는 운명.
이현은 잠시 생각해보았다. 오늘 서아는 분명 야한 냄새를 맡아 발정했고, 자위까지 시도했다. 물론 시시하게 끝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능성이 보였다.
‘계속 냄새 풍기면서 다닐 수는 없겠지. 그랬다가는 따먹기도 전에 짤릴테고.’
쉽지 않았지만 전보다는 굉장히 좋은 상황이었다. 무엇보다도 혜지와 뒹굴거린게 도움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주 좋았다. 옆에 있는 혜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이현은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그 말에 혜지가 귀엽게 웃었는데, 정말이지 사랑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