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 미소녀를 따먹는 방법-16화 (16/93)

정서아라는 정보가 나와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현은 확신할 수 있었다. 대략적으로 나온 집주소, 이건 정서아가 사는 자취방이다.

물론 돈 많은 자취생답게 방이라기보다는 그냥 집이지만 어쨌건.

‘근데 얘는 수능 몇 달 안남았는데 무슨 과외를 구한대? 이때면 과외가 아니라 복습이나 할 시기 아닌가….’

의문이야 들었지만 애초에 그럴 사람이면 진작에 좋은 곳에 입학했을 것이다. 이현은 고민하다가 크게 신경쓰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는 다른 사람이 채가기 전에 과외 신청 버튼을 눌렀다. 서아가 과외를 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과외 어플이나 사이트를 둘러보는 것은 이현의 습관이 되었다. 어차피 지역도 이 동네 한정으로 설정해놓으면 수가 많지도 않아서 시간이 오래 걸리지도 않았다.

그러다 오늘 드디어 찾았다. 솔직히 약간 얼떨떨했다. 과외 전문 업체도 있고 하니, 그냥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찾아다닌건데 정말로 나올 줄은 몰랐다.

‘그래도 과외든 뭐든 얼굴 익숙해지면 도움이 되겠지 뭐.’

게다가 페이도 나름 괜찮았다. 역시 돈 많은 사람이라는 것인지 편의점보다는 훨씬 좋았다. 일주일에 3번, 2시간 일하고 이정도 금액을 받는다? 일단 지금 하는 일보다 많이 받는다는 것은 확실했다.

‘운이 좋군.’

안그래도 혜지와 연애 비스무리한 걸 하느라 재정적으로 많이 위험한 상태였다. 그나마 혜지가 바보같이 착한데다가 생각까지 읽을 수 있으니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위험했을지도 모른다.

혜지와의 관계는 나름대로 안정기에 들어가고 있었다. 초반에는 서아의 말 때문인지 사귄다는 확답을 받아내려는 것처럼 보였으나, 직설적으로 말하기는 혜지도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러던 와중 평범하게 데이트도 하고 커플링도 맞추고 애매하게 듣기 좋은 말로 사랑한다며 속삭여주니 어느새 진짜 사귀는 것처럼 생각하는 듯 보였다. 휴대폰 화면에는 D+26이라는 숫자가 눈길을 끌었다.

덕분에 하려던 플레이는 시도조차 못했다. 예쁘게 꾸민 얼굴을 더럽힌다거나, 야외에서 노출시키며 조교한다거나 하는 것들. 요즘에는 평범하게 자취방에서 뒹굴기만 할뿐이다.

문득 생각이 들어 전화를 걸어보았다. 전화벨이 얼마 울리지도 않았지만 곧바로 혜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해?”

“나 지금 필라테스….”

요즘 먹은게 많다며 살을 빼야겠다고 운동을 시작한 혜지다. 이현이 볼때는 살이 찐 것 같지도 않았지만 본인이 그렇다면 그런 거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이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적당히 통화하다가 혜지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운동한다니까….”

“이거도 나름 운동이지, 뭐.”

그 뒤로는 자연스레 몸을 섞었다. 혜지는 툴툴거리면서도 거부하지 않았고, 이현은 약간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나름대로 상황을 즐겼다. 그리하여 몇 시간이 지나 두 사람이 지쳐 누웠을 때 행위가 끝났다.

언제나처럼 혜지는 거의 실신 직전, 이현은 어떻게든 움직일 수 있는 수준이었다.

“저녁 해줄게. 있어봐.”

대충 씻고 나온 이현이 저녁을 준비하면 그제서야 혜지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식이었다. 솔직히 귀찮았지만 연애 흉내라도 내려면 이렇게 해야 했다. 혜지는 그렇게까지 뻔뻔한 사람이 아니라 미안한 감정을 느꼈으니까.

‘이렇게 계속 부채감을 주는 것도 괜찮지. 애초에 내가 맘대로 와서 하게 된 건 맞지만….’

그리하여 좋은 분위기로 저녁을 먹던 와중이었다. 이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내용은 내일부터 과외를 올 수 있냐는 것.

이현은 내일 정해진 시간에 가겠다고 답하며 휴대폰을 닫았다.

“누구야?”

“전에 나 과외 알바 한다고 했었지? 학생 잡혀서.”

“어, 진짜? 하긴 요즘 데이트도 많이 다녔으니까….”

“괜찮아. 내가 좋아서 한건데 뭐. 그리고 과외는 예전부터 해보려고 했어. 편의점보단 훨씬 좋잖아.”

물론 해보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페이는 괜찮게 받긴 하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는 건 아주 귀찮은 일이다. 심지어 그게 어린 학생들이면? 절대 못한다.

‘지금 하는 거도 정서아 따먹으려고 하는거니까. 게다가 어린 애도 아니고 성인이니 뭐….’

*

정서아는 침대에 누워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당장 몇 달 후에 수능을 보는 재수생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공부를 하기엔 너무 귀찮았다.

그래서 과외를 구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전문 과외 업체의 사람으로. 서아가 생각하기에 과외는 받기만 하면 성적을 올려줄 수 있는 편리한 시스템이었다. 물론 이건 공부 못하는 애들의 착각이지만 어쨌건.

그래도 나름 머리가 나쁘지는 않아서 초반엔 나아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의지도 없는 상태로 공부해봤자 그 이상으로 나아갈 수는 없고, 결국 과외 선생은 교체되었다.

그렇게 전문 과외 업체 몇 곳과 적당한 학원 과외, 이런 저런 강의 등등까지 체험한 후 마지막으로 선택한 것이 대학생 과외였다. 대학생 과외가 전문적인 업체보단 못미덥긴 해도, 나름 명문대 출신인데다가 혹시 모르는 일이라 생각하며 새로운 선생을 불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서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인터폰 너머로 보이는 새로운 선생의 모습을 쳐다보았다.

“몸 뭐야….”

명문대 출신 대학생이라더니, 생긴거는 무슨 헬스에 미친 사람 같았다. 서아는 당황하면서도 문을 열어주고 살짝 미소지었다. 아무리 싸가지 없다고 해도 어쩌면 자주 볼 사람에게까지 막 대하지는 않았다.

속으로는 아니었지만.

“안녕하세요.”

“어, 안녕.”

서아는 지금 돌핀팬츠에 흰 나시티를 입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제법 선정적이라 자연스레 눈길이 갈 만도 했다. 하지만 새로 온 선생은 그러지 않았다. 그냥 얼굴만 본 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방으로 향했다.

‘뭐지? 헬창이라 그런가. 하긴 진짜들은 여자보다도 운동이 좋네 어쩌네 한다더니만, 진짠가보네.’

서아가 이런 복장을 한 것도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편한 것도 편한거지만 과외 선생들이 이런 차림의 학생을 봤을 때 흥분하는지 안하는지 궁금했다.

서아 본인이 보기에도 자신의 모습은 제법 흥분할 가치가 있었다. 과연 서아를 처음 본 사람들은 자연스레 시선을 주곤 했다. 심지어는 여자 선생들도 한번씩은 서아의 옷차림에 시선이 머물렀다.

그런데 저 헬창 선생은 그러지 않았다. 제법 흥미가 가는 사람이었다….

‘미친 년인가 진짜.’

물론 이현이 서아의 몸을 보지 않은 건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또 혜지에게 익숙해진 덕분에 시선을 향하지 않게 둘 수 있었다. 아무튼간 좀 정상적인 년은 아니었다. 이현은 자리에 앉아 그 사실을 명심했다.

“뭐, 어쨌든 당분간 과외 선생을 할거야. 이름은 최이현이고. 뭐 궁금한 건 있니?”

“여친 있어요?”

“…있지.”

“예뻐요?”

“엄청 예뻐.”

결국에는 사진을 보여달라는 말까지 나왔지만 이현은 거절했다. 서아는 혜지와 친구고, 사진을 보면 바로 알아챌테니 좋을 게 없었다. 알더라도 나중에 알아야 했다.

아무튼간 능력으로 서아의 생각을 읽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하던 와중이었다.

‘이 아저씨 좀 재밌네….’

아저씨라고 부르는 사실에 울컥했지만 티내지는 않았다. 속으로 아저씨라 부르는 것을 어찌 알겠는가.

그보다는 서아가 재미있어 한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분명 이현은 여자와 많이 만나본 적이 없고, 그나마도 혜지가 유일하다. 그런데 재미있다고 느낀다면 자신의 말빨이 늘었다는 것일까?

‘참, 얘도 혜지처럼 여자로 변했었지.’

그렇게 조금 편해진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다가 뒤늦게 공부를 시작했다. 서아는 싫어했지만 그렇다고 아예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일단 공부하려고 데려온 과외 선생 아닌가.

물론 다른 사람들보다는 이현의 수업이 훨씬 편했다. 애초에 이현은 진짜 공부시키려고 온 게 아니라 따먹을 방법을 찾으려고 온 거였다. 그렇게 2시간이 흐르고, 이현은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 채 수업을 마쳤다.

‘하긴 첫 수업부터 어떻게 따먹을 방법을 찾아. 그 뭐냐, 페티쉬나 그런거라도 알 수 있으면 몰라. 심지어 자기도 자각 못하니까 아무리 생각을 읽어도 페티쉬는 나오지도 않고….’

혹시나 싶어 방을 둘러보아도 깨끗하게 정돈된 모습만 눈에 들어왔다. 이현은 아쉬운 티를 내지 않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수업한거 복습하고, 숙제 꼭 해와.”

“네에….”

늘어진 서아를 뒤로하고 이현은 밖으로 나왔다. 쉽지 않으리라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도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이럴때는 기분전환을 해야 했다. 이현은 그 길로 혜지의 자취방으로 향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혜지는 샤워를 하고 있었다. 곧바로 들어가 뒤에서 껴안았다.

“뭐야….”

이제는 말하지 않아도 대충 무슨 생각인지 통하는 두 사람이다. 애초에 이런 상황인데 통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고. 곧바로 잠깐 사랑을 나눈 다음, 서로를 씻겨주며 시간을 보냈다. 혜지는 알바에 갈 시간이라 나가야 했지만 이현은 남아있기로 했다.

“다녀올게.”

“응.”

이현은 그 자리에서 능력을 사용해보았다. 혜지가 아니라 서아에게. 과연 서아는 숙제는커녕 침대에 누워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예상했던 일이라 놀랍지는 않았다.

‘이렇게 보고 있으면 뭐 하나 나오려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