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지는 뒤늦게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대충 가리고 있는 모양새. 부끄러웠지만 이미 들킨 마당에 굳이 숨길 것도 없었다. 또 은근히 자랑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좋아하는 남자랑 했다, 그러니 부러워해라 뭐 그런 감정들.
한편 배달원 주하윤은 그런 혜지를 보며 엄청나게 동요하고 있었다. 얼굴도 예쁘고 몸매를 봐서도 연애를 하면 많이 할 것 같긴 했다. 하지만 이렇게 친구의 모습을 보니 예상했던 것보다 충격이 심했다. 학교에서는 전혀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던 탓이다.
학교에서 혜지는 나름대로 청순파에 속했다. 그 몸 때문에 전혀 청순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어쨌건. 남자랑 두루두루 친하게는 지내도 절대 사귀지는 않고, 또 그 과정에서 딱히 문제가 있던 적도 없어 제법 인기가 많았다.
심지어 성적은 전액 장학금 받으며 다닐 정도였다. 그런 동기가 지금 얼굴에 말라붙은 정액을 묻힌 채로 자신과 대화하고 있다. 심지어 아까는 신경쓰지 못했는데 정액 냄새가 좀 심하게 나고 있었다. 그것도 얼굴, 몸 할 것 없이 모조리.
혜지는 어색하게 웃다가 말했다.
“어, 여기서 알바하는구나.”
“그렇지…. 남친이야?”
“아마도? 곧 그렇게 될 것 같은 사람.”
그리 말하며 혜지는 빙그레 웃었는데, 그 모습이 너무 순수해보여서 하윤은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생각해보면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스물 셋 나이먹고 방학에 남친이랑 떡치는 정도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연애도 못하고 알바나 뛰고 있는 자신이야말로 정상적이지 않았다.
‘나도 연애 하고 싶다.’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그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윤의 취향은 남자가 아니라 혜지같은 여자였다. 예쁘고 야한 여자.
딱히 동성애자는 아니지만 이런 취향을 가질 수밖에 없었는데, 하윤은 예전에 남자였다. 혜지와 비슷한 경험을 겪은 사람.
하윤은 혜지와는 다르게 아직도 자신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사실 받아들이고 말고 할 것도 없이 힘들게 살아왔다. 갑작스레 아들이 여자가 되었다는데 쉽게 믿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렇게 주하윤의 예전 모습은 실종 신고가 되어 지금도 실종 상태다.
그때부터 혼자 살아왔다. 여자 혼자서 사는게 쉽지는 않았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다. 몸을 파는 것 말고는 안해본 일이 없었다. 아무리 쉽게 돈을 벌 수 있다지만 그런 짓을 하면 견디지 못할 것 같았다.
하윤은 언젠가는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고, 그렇게 1년이 흘렀다. 하윤은 아직도 여자였다.
“뭐, 아무튼 맛있게 먹고….”
“어, 응. 고마워. 그리고 애들한테는….”
“얘기 안해. 스물 셋 먹고 남친이랑 같이 잘 수도 있지. 그게 이상한 일도 아니고.”
“고마워, 진짜….”
그것을 끝으로 혜지는 현관문을 닫았다. 혼자 남은 하윤은 잠시 그 앞에 서있다가, 스쿠터를 타고 다시 치킨집으로 돌아왔다. 일을 해야 했다.
‘기분 좆같네 이거. 나름 익숙해졌다고는 생각하는데 연애하는 애들 보면 좀 마음이 이상하단 말이지.’
그보다는 아까 본 혜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안그래도 야한 몸매에 그런 차림, 심지어 얼굴에 묻어있던 그 모습을 떠올리니 없는 자지가 발기할 것 같았다.
물론 하윤은 혜지처럼 민감한 몸이 아니었으므로 젖는다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냥 그렇게 느꼈을 뿐이다.
*
한편 치킨을 받아온 이혜지는 대충 세팅을 해놓은 뒤 이현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는 동안 방 정리라도 할까 싶었지만 지쳐버린 몸으로는 그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하여 아무것도 안하고 멍하니 기다리던 가운데, 마침내 이현이 머리를 말리며 욕실 밖으로 나왔다. 혜지는 반갑게 부르려다가 그 벗은 몸을 보고 살짝 흥분했다.
이현은 그 사실을 눈치채고는 피식 웃었다. 혜지가 세팅한 자리에 앉으며 가슴을 주물거렸다.
“읏…♡”
“이런거 보면서 먹으려니까 엄청 좋네. 앞으로도 뭐 먹을때는 벗고 먹자.”
물론 그렇게 말하면서 이현은 옷을 입었고, 혜지는 여전히 알몸인 상태였다. 그 사실이 불합리하다거나 그렇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현은 방금 씻고 나와서 뽀송뽀송한 반면 혜지는 아직도 온몸에서 정액 냄새가 폴폴 나고 있었으니까.
이런 꼴로 옷을 입어봤자 다시 갈아입어야 할 것이다. 그러니 차라리 벗고 있는게 낫다.
그리하여 이현은 제대로 옷을 입은채로, 혜지는 알몸인데다가 엉망인 상태로 치킨을 뜯기 시작했다. 냄새가 살짝 신경쓰이긴 했지만 나름대로 보는 재미가 있어 씻으라고 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먹으면서 마음껏 가슴을 주물러도 혜지는 뭐라 하지 않았다. 뭐라고 하려다가도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좋다고 헤실거렸다.
‘진짜 존나 쉽네 그냥…. 이건 무슨 야겜 튜토리얼에서 보여주는 좆집 히로인같은 느낌인데.’
그리 생각하면서도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실 쉬운 히로인이 나쁜 것도 아니었다. 뭐든지 쉽고 편하게 얻으면 도움이 되는 법이다.
“흐긋…♡”
그렇게 가슴을 주무르며 먹던 와중 혜지가 가버렸다.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니 혜지도 당황하며 변명했다.
“아, 아니. 원래 하고 난 다음에는 민감해져서….”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았다. 이현은 계속 가슴을 만지작거리다가 툭 하고 내뱉었다.
“이거 먹고 또 해야겠네.”
“어?”
“소화시킬 겸. 싫어?”
“아, 아니….”
그 말에 혜지가 또 적신다는 것을 발견했지만 이젠 반응하기도 힘들었다. 다 먹은 후에는 대충 정리만 하고 함께 욕실로 들어왔다. 자취방의 욕실인 만큼 크기는 크지 않았다. 둘이 들어오자마자 발 디딜 틈 하나 없었다.
“좁네.”
“자취방이니까.”
“그건 그래.”
이현은 아까 씻었던 만큼 손만 씻으면 되었지만 굳이 다시 씻기로 했다. 저 커다란 가슴으로 몸을 씻겨주는 감각을 느껴보고 싶었던 탓이다. 곧바로 그 플레이를 요구하자 혜지는 군말없이 받아들였다. 자신의 가슴에 거품낸 바디워시를 뿌린 후 이현의 등에 문질러주었다.
“오….”
상상 이상으로 부드러웠다. 잘 닦이는지는 모르겠지만 기분 좋냐 안좋냐로 물으면 좋다고 대답할 수 있었다. 곧바로 자지가 섰다. 그렇게 혜지의 봉사를 즐기던 와중 등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닿았다.
“뭐 딱딱한 게 닿는데?”
“아, 그….”
“말로 해봐. 말로.”
“내 젖꼭지… 발기해가지고….”
이현의 등에 닿는 두 개의 돌기는 빳빳하게 발기한 혜지의 유두였다. 이렇게 문지르다보니 자연스레 자극이 가며 발기한 것 같았다. 아니면 이 상황에 흥분했거나.
둘 다 그럴듯한 추론이라 이현이 웃으며 즐기던 가운데, 어느새 등은 거품으로 뒤덮여 있었다. 이제 할 것은 앞과 아래쪽. 이현은 곧바로 뒤돌아 섰고 혜지는 이현에게 다가가 안기다시피 했다.
“일어서면 키가 안되는데….”
“까치발 해봐.”
혜지는 곧바로 따랐다. 그렇게 까치발까지 했지만 턱없이 모자랐다. 혜지가 낑낑대는 모습에 이현은 킥킥거리며 웃었고, 혜지가 거의 화를 내려던 시점에 곧바로 앉았다.
“괜찮아. 키 작은 게 더 귀여워. 나 올려다보는 것도 꼴리고.”
“뭐래 진짜….”
겉으로는 툴툴거렸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키가 작은 게 더 귀엽다는 말에 혜지는 속으로 미소지었다. 물론 그 미소는 능력을 사용한 이현이 모두 읽었다.
“근데, 이거 얼굴 맞대고 하려니까 좀 부끄럽지 않아?”
“난 꼴리는데.”
“아니, 그…. 뭐라고 하지, 되게 부끄러운데.”
“그래? 그러면 뭐 안해도 되긴 해.”
“아냐. 못 할 정도는 아니고….”
그 뒤로 부끄러움을 참기 위함인지 혜지의 수다가 계속되었다. 지금 하는게 일본 만화에 나오는 소프랑 비슷한 것 같다던지, 그래서 몸 파는 여자가 된 것 같아 엄청 부끄럽다던지.
물론 이현은 그런 목적으로 이런 부탁을 한 게 맞았다.
“하긴, 너 몸도 야하니까 그런 일 하면 잘 어울릴 것 같기도? …농담이야, 농담.”
그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혜지는 이현을 씻겨주었다. 그리하여 상반신을 모두 문지른 후에, 혜지의 시선이 자연스레 아래쪽으로 향했다. 아까부터 빳빳하게 발기하고 있던 자지로.
“아래도… 해야겠지?”
“어, 응. 해주면 좋지.”
혜지는 조심스레 몸을 낮춰 이현 앞에 무릎끓고 앉았다. 그 후에 거품 가득한 가슴으로 빳빳하게 솟은 자지를 사이에 두고 조심스레 움직이기 시작했다. 파이즈리라고 하는 행위. 마찬가지로 하는 건 처음이었지만 펠라보다는 쉽게 할 수 있었다. 이현은 말랑말랑한 가슴 너머로 두근거리는 심장 소리가 들려오는 걸 느끼며 혜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혜지는 쓰다듬을때의 반응도 좋았지만 쓰다듬는 맛도 있었다. 나름 머릿결 관리를 잘 했는지 아무리 만져도 질리지가 않았다. 무엇보다도 은근한 정복감이 있었는데, 아무리 예쁘고 몸 좋은 혜지라도 내려다보며 쓰다듬을 수 있다는게 제법 꼴리는 상황이었다.
심지어 지금은 자신 앞에 무릎끓고 파이즈리까지 해주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사정해버릴 것 같았지만 이현은 계속해서 참았다. 혜지도 흥분하고 있는게 눈에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