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진짜 크다.’
혜지는 쓰다듬을 받으면서 문득 생각했다. 여자가 된 자신과는 비교하는 것이 민망할 정도의 크기. 심지어 자신이 남자였을 때보다도 큰 것 같았다.
이현은 키도 크고 손도 컸다. 그리고 어제 본 바에 따르면 큰 것은 키와 손뿐만이 아니었다. 혜지의 얼굴이 붉어지는 가운데,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어버린 이현은 피식 웃었다.
‘존나 귀엽네 진짜.’
어제까지만 해도 이현에게 혜지는 몸 야한 여사친일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 보니 이렇게 귀여울 수가 없었다. 머리 좀 쓰다듬었다고 바로 망상회로 돌리면서 야한 생각 하는 마조 암컷? 정말이지, 무조건 따먹어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들었다.
“그만 쓰다듬어. 머리 엉망 된다고….”
그제서야 이현은 혜지의 머리에서 손을 떼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알바 시간이 될 때까지 편의점에서 죽치고 있겠다며 선언했다.
“왜?”
“어, 잠도 안오고 심심해서. 너도 할 거 없잖아. 손님 안오면 폰만 보고 있지?”
“맞긴 한데….”
그리 말하더니 이현은 어디선가 의자를 가져와 앉아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는 혜지 역시 피식 웃었다.
“근데 너는 밤에 알바하러 와서는 왜 치마를 입었냐? 그것도 엄청 짧은 거로.”
“뭔상관이야. 내가 짧은 걸 입고 오든 안 입고 오든….”
“안 입고 오는 건 좀 보고 싶은데.”
“…….”
혜지는 이현을 노려보며 생각했다.
‘얘가 왜 갑자기 섹드립이 엄청 늘었지? 원래는 내가 하면 어쩔 줄 몰라하면서 머리 긁적이던 애였는데. 진짜 발기한거 나한테 들켰다고 눈에 뵈는 게 없어졌나? 막 나가기로 한건가?!’
혜지는 이현이 꿈쩍도 하지 않자 한숨을 내쉬며 자리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계속 생각했다.
‘그래도 싫지는 않네…. 안그래도 키 크고 몸 좋아서 남자같던 애가 막 섹드립 치니까 엄청 흥분되는 것만 빼면…. 머리 쓰다듬는 것도 좋고. 내려다 보니까 엄청 꼴려. 미치겠다 진짜.’
반나절 전에 현자타임을 느껴놓고는 또 발정난 모양이다. 이현은 그 사실에 기뻐했다.
“삐졌어?”
“안삐졌거든.”
“에이. 삐졌네.”
혜지가 야한 말을 들어도 신고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확신한바, 지금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말은 성희롱이었다. 어디선가는 성칭찬이라고도 부르는 것들. 이현은 문득 성칭찬이라는 단어가 참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입으로 소리내어 말했다.
“뭐, 그래도 치마 입고 오니까 보기 좋네. 앞으로도 자주 입어라.”
“응? 잘 어울려?”
“어. 허벅지 존나 꼴려… 아.”
이현은 말실수를 했다는 것처럼 말을 흐리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온갖 섹드립을 하던 둘 사이였지만 대놓고 ‘너 꼴린다’며 말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혜지는 그 모습을 보며 의기양양해져서는 말했다.
“이 새끼, 누나가 좀 봐주니까 성희롱이 막 나오네? 신고하면 잡혀가는거 알아, 몰라?”
“아니, 그게….”
“에휴. 마음 넓고 허벅지 꼴리는 누나가 한 번만 봐준다. 감사합니다 누나, 라고 말해봐.”
“가, 감사합니다….”
당황해하며 머리를 긁적이는 이현을 보며 혜지는 속으로 생각했다.
‘앞으로는 무조건 짧은 치마만 입고 다녀야지….’
그 생각을 읽으며 이현 역시 생각했다.
‘시바, 또 서버릴 것 같은데….’
*
이현이 혜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음에도 실수인 척 성희롱을 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합법적으로 섹드립의 수위를 올리기 위한 빌미를 주기 위해서.
물론 자신이 수위 높여 섹드립을 해도 신고당하는 일은 없겠지만, 그건 나중에 혜지의 마음이 바뀌면 위험할 수 있겠다는 계산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섹드립은 여자쪽에서 수위를 올려야 안전하지, 남자쪽에서 올리다보면 언제나 끝이 좋지 못한 편이다.
지금만 봐도 그렇다. 혜지는 아까의 성희롱 이후로 자기 자신을 지칭할 때마다 ‘허벅지가 꼴리는’혜지 누나라고 부르고 있었다. 예를 들자면 이런 식이다.
“이현아. 허벅지가 꼴리는 혜지 누나가 좀 졸린데 조금 일찍 교대하는 건 어떻겠니?”
그렇게 말하면서 자연스레 치맛자락을 올려 허벅지를 드러내기까지 한다. 그 과정에서 조금씩 속옷이 노출되지만, 혜지는 딱히 신경쓰는 기색이 아니다. 이건 합법적으로 이현을 놀리기 위한 말과 행동이라며 스스로가 합리화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행동으로 혜지가 엄청나게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안다. 하지만 지금은 속아줄 시간이다. 본인이 완전히 선을 넘을 때까지. 스스로가 생각해도 돌이킬 수 없을 지경에 이를 때까지.
이현은 천천히 기다리면 된다. 혜지의 귀여운 놀림을 받아내고, 민망한 척 연기하며 괜히 화를 내면 된다.
물론 진심으로 화내는 게 아니라 민망해서 화를 낸다는 티를 팍팍 내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혜지가 위축되어버릴지도 모르니까.
“헛소리 하지 마시고….”
“허벅지가 존나 꼴리는 혜지 누나가 부탁해도 안들어줄거야? 응? 으응? 진짜로?”
“…….”
결국 이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교대를 준비했다.
“근데 있잖아. 진짜 허벅지가 그렇게 꼴려?”
“그만하자 이제. 많이 했잖아….”
“아니, 진짜 궁금해서 그래. 진짜 내 허벅지가 그렇게 꼴려?”
“…솔직히 너같으면 안꼴리겠냐? 아니, 솔직히 거울만 봐도 알겠다. 몸 전체가 존나 꼴리는 년이….”
“흐응….”
그 말을 들으며 혜지는 보지가 젖어오는 것을 느꼈다. 아마 집으로 돌아가면 곧바로 몇 번이고 자위를 할 것이다. 그 다음에는 더 괜찮은 화장도 찾아보고, 조금 더 짧은 옷도 주문할 것이다.
물론 더 짧은 옷을 사는 이유는 이현을 놀리기 위함이다. 혜지는 필사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침을 삼켰다. 당장이라도 빨리 자위를 하고 싶었다.
“아, 근데 너도 학교 다녀?”
“아니. 나는 걍 백수지 뭐….”
“그럼 평소에 뭐해? 집에 있어?”
“편의점이랑 헬스 빼면 집에만 있지.”
“그래? 나도 방학이라 시간 좀 많이 남는데.”
“으응.”
“허벅지가 꼴리는 혜지 누나가 요즘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던데….”
“…아, 알았다고. 언제? 날짜 말해.”
“어, 그러면 다음주 수요일?”
“알았어. 알았으니까 좀 그만 해주라 제발….”
그제서야 혜지는 만족하며 치맛자락을 들어올렸다. 뽀얀 허벅지가 드러남과 동시에 살짝 젖은 속옷이 보였다. 물론 이현은 못 본 척했다. 젖었다는 것을 알려봤자 별 이득은 없었으니까.
‘그나저나 이거 데이트 신청인가? 뭐지….’
*
집으로 돌아온 혜지는 곧바로 자위를 시작했다. 진작에 젖어있던 만큼 방해되는 것은 없었다. 곧바로 침대에 누워 손가락으로 클리를 잡고 흔드는 모습. 반나절 전에 보여준 꼴사나운 자위였지만 지금 혜지의 머릿속에 있는 건 이현의 말 한마디밖에 없었다.
‘몸 전체가 꼴리는 년이….’
지나가듯 흘린 그 한마디에 혜지는 완전히 빠져버렸다. 계속해서 그 말을 떠올리며 자위하던 와중이었다. 순간 신호가 오며 조수를 퓻 내뿜었지만, 몸은 만족하기는커녕 더 많은 쾌감을 원했다.
혜지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해서 클리토리스와 젖꼭지를 만지고, 긁고, 꼬집으며 쾌락을 탐했다. 그리하여 한 번의 절정을 더 맛보았지만 아직도 부족했다.
혜지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자리에서 일어나 욕실로 향했다. 향하는 와중에도 손은 열심히 자신의 몸을 괴롭히고 있었다. 그렇게 걸어가다가 절정, 욕실에서 샤워하다가 절정, 샤워를 마친 후 몸을 닦으며 만지작거리다가 절정한 후에야 혜지는 자위를 마칠 수 있었다.
만족해서가 아니라 체력이 없어서였다. 아직도 혜지의 유두와 클리는 빳빳하게 세워져 있었고, 보지는 홍수라도 난 것마냥 계속해서 씹물을 질질 흘려댔다. 자연스레 방을 청소할 시간도 사라졌다. 심지어 어제 자위했던 것도 제대로 치우지 못한바, 지금 혜지의 집은 바닥에는 애액이 흥건하고 침구류는 모조리 젖어있는 상태였다.
자고 일어난 다음에도 마찬가지였다. 혜지는 방을 청소할 생각을 하는 대신 쾌락을 탐했고, 씹물과 야한 냄새가 늘어나는 반면 방은 점점 더 축축해졌다. 아무리 한여름이라지만 이런 공간에서 잠을 자는 건 좋지 못한 선택이었다. 결국 혜지는 감기에 걸려 드러누웠고, 그 사실을 알아챈 것은 알바를 마치고 혜지의 상태를 보려던 이현이었다.
‘뭐야. 왜 자위하다가 감기 걸려서 골골대고 있대….’
이현은 어이가 없었지만 혜지의 상태를 떠올리고는 이내 납득했다. 하긴 성욕이 장난 아닌데다가 제대로 된 자위 방법도 모르는 애였다. 거기다가 자신이 약간 부추기기까지 했으니….
은근한 죄책감마저 느껴지던 와중이었다. 이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발신인은 혜지. 이현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전화를 받았다.
“어… 무슨 일이야?”
골골대는 혜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감기 걸려서… 오늘 쉰다고 전해줘….”
이현은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 엄청 안좋은데. 괜찮아? 약 사갈까?”
혜지는 잠시 고민했지만, 방의 상태를 보고는 대답했다.
“아냐. 안 와도 돼. 응, 금방 괜찮아질테니까….”
그리고 초인종이 울렸다.
“이혜지! 나 왔다. 문 열어봐. 약이랑 죽 사왔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