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TS 미소녀를 따먹는 방법-3화 (3/93)

격렬했던 만큼 자위는 일찍 끝났다. 듣는 사람도 없으니 마음껏 바보같은 소리를 내며 손을 움직이던 혜지가 휴대폰에 씹물을 뿌린 것이다. 잠시동안 여운에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닦고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마음을 읽던 이현은 갑작스레 무언가 바뀌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방금까지는 당장이라도 따먹겠다고 하면 쉽게 가능할 것 같았는데, 지금 느껴지는 기분은 그런 게 아니었다. 무언가 귀찮아진 듯한 느낌. 이현도 느껴본 적 있는 기분이었다. 현자타임.

‘어… 갑자기 뭐야 이건.’

이현은 당황했지만 자연스레 행동하고자 노력했다. 어차피 혜지는 자신이 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곧바로 휴대폰을 들어 톡을 입력했다.

―ㅋㅋ 농담이고 사진 잘 쓴다

그 톡을 본 혜지도 뒤늦게 답장했다.

― 뭐래ㅋㅋㅋ

무난하게 놀리는 듯한 말투. 지금 씹물이 흥건한 바닥에 주저앉아 있다는 것 치고는 아주 정상적인 말투였다. 혜지는 오랜만에 느끼는 현자타임에 살짝 웃었다.

‘아니, 좋긴 좋았는데 아무래도 좀 그렇지. 요즘 성욕 폭발해가지고 진짜 보내버릴 뻔했네.’

이현은 이 모든 상황을 겪은 후 생각했다.

‘뭐야. 그러면 바로 집 찾아가서 따먹고 난 다음에 미투당하거나 할 수도 있었네. 이거 생각보다 위험하잖아….’

역시 어플이나 최면이 아니라 그런지 만능이 아니었다. 이현은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혜지는 이현과의 대화를 마치고 샤워를 하러 들어간 후였다. 이현은 생각했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넘길 수는 없지. 솔직히 이렇게 기회가 있는데 저 얼굴이랑 몸을 어떻게 안따먹어? 말도 안되는 일이야. 그러니까 천천히, 조금씩 하면 될 것도 같은데.’

이현은 혜지를 만난 후 하려던 계획을 모두 수정했다. 천천히, 자연스럽게 다가갈 생각이었다. 그래서 결국 당했다는 것을 알아채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사실 혜지가 그렇게까지 싫어하지도 않을 것 같았다. 누가 뭐래도 혜지는 마조였다. 그것도 꽤나 중증의.

계획을 모두 짠 이현은 컴퓨터 앞에 앉았다. 오늘 놀라운 일이 있었지만 일단 그는 작가였다. 곧바로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능력을 얻어 글쓰기 실력도 향상된 것일까? 이현은 평소보다 빠르게 5000자를 적었음을 알 수 있었다. 연재하는 플랫폼에 올린 뒤엔 헬스장으로 향했다.

원래는 건강을 위해 하는 운동이었지만 오늘부로 그 목적은 약간 바뀌었다. 보여주기 식의, 그러니까 혜지가 좋아할만한 근육을 만들기 위한 운동이다.

평소에는 헬스장에서 깔짝거리는 여자들에게 눈길을 보냈지만 오늘은 그렇지도 않았다. 혜지의 몸을 본 뒤에 평범한 사람들의 몸을 보니 딱히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이현은 열심히, 그 누구보다도 욕망적인 이유로 운동을 한 후에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저녁을 먹고 게임 좀 하다가 침대에 누웠다. 침대에 누워서는 혜지를 떠올렸다. 지금 시간이면 혜지의 알바 시간이었다. 자기 전에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곧바로 혜지를 떠올리자 시야가 바뀌었다. 혜지의 자취방. 혜지는 이제 막 나가려는 것인지 옷을 놓고 고민하고 있었다. 하나는 최근 자주 입던 은근히 야시시한 셔츠, 또 하나는 건전하지만 혜지가 입으면 야할 것 같은 셔츠.

이현이 보기에는 전자가 조금 더 나아보였다. 굳이 둘 중에 입을거면 전자를 입길 원했다. 이현은 자신의 선택을 정한 후에 새로운 능력이 없는지 테스트해보기로 했다. 자신은 지금 혜지의 시야를 보고 있는바, 여기에서 강하게 생각하면 혜지가 영향을 받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곧바로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는 왼쪽의 셔츠를 입는다. 나는 왼쪽의 셔츠를 입는다. 나는 왼쪽의 셔츠를 입는다….’

잠시 고민하던 혜지는 오른쪽 셔츠를 입었다. 그렇게 입고서도 거울에 몇 번이고 비추어보더니, 평소에는 불편해서 잘 입지 않는 미니 스커트를 입었다. 편의점 알바 복장으로는 적당하지 않았지만 혜지는 선택을 마쳤다. 곧바로 문을 열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안되네. 진짜 능력이 이거 하나밖에 없는건가. 이것도 사기 능력이긴 하지만 좀 더 있으면 좋을텐데….’

그러는 와중에 혜지는 편의점에 도착했다. 야간인지라 주변의 풍경은 어둑어둑했다. 딸랑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알바의 시선이 혜지에게로 향했다. 정확히는 가슴, 다리, 얼굴 순이었다.

“아, 혜지 씨.”

알바를 보고 있는 녀석은 스물 몇 살 먹은 남자였는데, 그 시선만으로도 혜지를 성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은 분명했다. 다만 얼굴이 잘생기지 않았고, 몸도 빼빼 말라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시선이 좀 노골적이었다. 혜지는 최대한 이해 해주려고 했지만 저 노골적인 시선은 아직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맞다. 내 앞타임에 얘였지. 그냥 바지 입고 올 걸 그랬나. 이걸 생각 못했네….’

혜지가 속으로 불평하는 가운데, 그 얼굴만큼은 밝게 미소지으며 교대를 준비했다. 다만 알바를 보던 남자, 최기범은 어물쩡거리며 제대로 교대할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기에 혜지는 자신에게 마음이 있었고, 오늘 치마를 입은 것 역시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었다.

‘며칠 전부터 계속 야시시한 옷 입고 오더니 오늘은 치마를 입고 왔네. 이건 날 좋아한다는 뜻 아닌가….’

찐따라면 흔히 하는 망상 중 하나였다. 며칠간 야시시한 옷을 입은 것은 자신의 노출벽을 만족시키기 위함이고, 굳이 따지자면 최기범보다는 이현에게 보여주려는 마음으로 입은 것이었지만 기범은 자기 좋을대로 해석했다.

지금 그는 혜지의 고백을 받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고백할 타이밍을 보는 것이라 생각해 일부러 밍기적거리며 교대를 준비했다. 혜지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욕을 해댔지만, 기범은 찐따답게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여전히 버티며 서 있었다.

그 모습에 화가 난 것은 혜지뿐만이 아니었다. 이현 역시 그 모습이 아니꼬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혜지와 이현이 대화를 나누던 때, 언젠가는 기범의 뒷담화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이현은 듣기만 해서 잘은 몰랐지만 실제로 보니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는 남자였다.

그렇게 편의점 앞까지 다가와서 이현은 생각했다. 그런데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니고 눈치 없이 저러고 있다는 것만으로 화를 내는 건 조금 그렇지 않나? 눈치 없고 못생겼다는 게 죄는 아니었다.

‘하지만 씨발 내 여자 맘에 안들면 나쁜 놈이지 뭐.’

자기합리화는 끝마쳤다. 이현은 당당하게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고, 아직까지도 어물쩡대며 혜지와 대화를 시도하는 기범을 보았다. 그 얼굴에 대고 화내지는 않았다. 그랬다가는 자기만 미친 놈이 된다.

대신 혜지를 보며 인사했다. 아주 친하다는 듯이, 어깨에 팔짱도 끼면서.

혜지 역시 그 도움이 싫지는 않았는지 잘 받아주었다. 둘은 아주 친하다는 티를 팍팍 내며 인사를 나누었고, 잠시 대화까지 했다. 아주 일상적인 대화였지만 그게 두 사람의 친분을 나타내는 것 같았다.

기범은 눈치가 없었지만 그 모습을 보고서도 이해하지 못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었다. 자신과는 존댓말로 얘기하는 혜지가 반말하면서 편안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을 보며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달았다. 심지어 남자는 키도 크고 몸도 좋았다. 얼굴은 평균에서 조금 나은 정도지만 자신보다는 훨씬 나았다.

기범은 아무 말 없이 편의점 밖으로 나갔다. 그 모습을 힐끗 보던 이현이 중얼거렸다.

“갔나?”

“간 거 같은데.”

그제서야 혜지는 가슴을 쓸어내렸다. 커다란 가슴이 출렁이는 게 보기 좋았지만 이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근데 어떻게 알고 왔어? 어, 타이밍 좋게 오긴 했는데 신기하네. 설마 이 누나 맘에 들어서 스토킹이라도 했니?”

혜지는 능글맞은 표정을 지으며 이현의 팔을 툭툭 쳤다. 물론 이현은 혜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고, 저 표정과 행동이 본심을 숨기기 위한 것임을 알았다. 그렇지만 일단은 넘어가주기로 했다. 천천히 관계를 진전시킬 것이다.

“아니, 헬스 하고 지나가는데 보이잖아. 근데 뭐 이상한 상황이고….”

“오, 그걸 알고 왔다고? 밖에선 잘 보이지도 않을텐데.”

“내가 좀 눈치가 있지 않겠냐. 뭐, 아무튼 무슨 일 없었지?”

“있을지도 몰랐는데 네가 와서 살았지. 아니, 음. 저 사람도 사람은 착한데 눈치가 좀 없다고 해야 할까…. 으음. 나쁜 사람은 아닌데 조금 그런 게 있어.”

아무튼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었다. 혜지가 쾌활하게 웃으며 주제를 돌렸다.

“그래서 뭐, 커피라도 하나 줄까? 보답으로 하나쯤은 내가 사줄 수도 있는데.”

“밤에 무슨 커피야. 안먹어.”

그리 말하면서 이현은 혜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커다란 손이 머리 위에 얹히자 혜지는 당황해하며 물었다.

“뭐, 뭐야.”

“뭐가?”

“손. 갑자기 왜 손을 올려?”

“쓰다듬어줄까?”

그렇게 말하며 이현은 정말로 쓰다듬기 시작했다.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묘한 기분이었다. 혜지는 머리가 엉망이 된다며 신경질을 냈지만, 내심이 다르다는 것은 진작에 알고 있던 이현이었다.

‘오래 걸리지도 않겠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