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준비라고 할 것도 없었다. 옷을 모두 벗은 채 침대에 누운 혜지는 가슴으로 손을 뻗었다. 언제 만져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랑말랑한 가슴. 얇은 손가락으로 유륜을 쓱 훑은 뒤 천천히 애무를 시작했다.
유두는 순식간에 달아올라 빳빳하게 세워졌다. 그 돌기를 잡고 위아래로 조금씩 움직여주니 저절로 달콤한 한숨이 새어나왔다. 남은 손은 아래쪽으로 향했다. 대충 더듬어보니 물이 조금씩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조심스레 클리를 찾아 살살 쓰다듬었다. 젖꼭지와 클리를 잡고 가볍게 쓰다듬는 자위. 상상하는 것에 비하면 귀여운 수준의 자위였지만, 그마저도 혜지를 절정으로 보내버리기엔 충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반응이 왔다. 베개에 얼굴을 파묻은 채 유두와 클리를 꼬집던 혜지는 곧바로 가버렸다. 물총처럼 애액을 찍 쏘아보내며 경련했다. 이불이 씹물로 젖었지만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혼자 사는 집이니까.
누군가 온다면 야한 냄새로 가득찬 방에 기겁하겠지만 놀러 올 사람도 없었다. 지금 혜지는 방학이라 학교와 제법 거리가 있는 곳에 지내고 있었다. 혹시 누가 오더라도 방이 좁으니 밖에서 만나자고 하면 된다. 지금 이 방은 완벽한 자위룸이다.
‘방음도 잘되서 소리 내도 되기도 하고….’
다만 소리를 참는 것은 부끄럽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최근 혜지가 욕구불만에 걸린 이유다. 몸은 이런 시시한 자위로 만족하지 못하는데 혜지는 그 사실을 모른다. 자연스레 횟수가 늘고, 그 만큼 몸은 더 민감해진다.
그렇다고 제대로 해소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가버리긴 하지만 겨우 가버리기만 할 뿐. 예전에는 한 번 가면 상쾌해지던 것이 요즘에는 3번 연속 연달아 가버려야 겨우 찝찝함에서 해소된다는 것만 봐도 명백했다.
지금 혜지가 하는 행동은 스스로 몸을 개발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물론 본인은 그 사실을 모르겠지만 모른다고 개발이 안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모르는 탓에 점점 개발은 가속화되고 있었다.
결국 혜지는 4번 연속으로 가버린 후에 샤워를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자위도 했으니 자기 전에 게임 조금만 할 생각이었다.
곧바로 매칭이 되었다. 여자가 되며 피지컬이 퇴화했음에도 하는 재미는 여전했다. 다만 퇴화한 피지컬 탓에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말 너무 심하게 하네 진짜….”
예전에 혜지는 자신을 욕하는 사람과 보이스 챗으로 싸운 적이 있었다. 자연스레 혜지의 목소리가 노출되었고, 그 영상은 커뮤니티로 가서 엄청나게 퍼졌다. 닉네임 역시 순식간에 유출되어 혜지는 인터넷 상에서 제법 유명한 플레이어가 되었다.
사실 그렇게 유명해질 일은 아니었지만 혜지의 대응이 그렇게 만들었다. 상대 플레이어가 혜지년이라고 욕을 할때마다 움찔거리던 것이 첫 번째 이유. 누가 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당황하며 머뭇대는 모습과 제대로 욕도 못하는 모습을 보고 귀엽다며 한동안 인기를 끌었다.
두 번째 이유는 그 다음에 있었던 일이다. 그 후로도 닉네임을 바꾸지 않은 혜지는 매칭을 돌릴 때마다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 게임 영상은 자연스레 커뮤니티에 올라왔고, 그 댓글에는 VPN을 통해 자신을 숨긴 사람들의 성희롱과 과격한 말이 올라왔다.
그러던 어느날 어떤 겁 없는 사람이 인게임에서 보이스 챗으로 혜지를 성희롱했다. 당연하지만 신고만 하면 그 사람은 빨간 줄이 그이고 인생이 끝장난다. 다들 당연히 그 사람의 인생이 망할 줄 알고 축하해주려 했는데 정작 혜지의 반응이 남달랐다.
혜지는 그 사람을 신고하기는커녕 애교 섞인 목소리를 내었다. 물론 말로는 하지 말라는 식이었지만 그 목소리에서는 분명한 흥분이 느껴지고 있었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당시 혜지는 최대한 엄한 목소리를 낸다고 했지만 실제로 그런 말을 듣자 엄청나게 두근거리고 말았다. 자신도 모르게 그런 소리가 새어나온 것이다.
그 후로도 함정이다, 아니면 진짜 저런 취향이다 등의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갔고 몇몇의 사람들이 똑같은 짓을 하곤 했다. 그때마다 혜지는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른 지금, 혜지는 마음껏 성희롱해도 되는 유명 플레이어가 되었다. 딱히 여왕벌 짓을 하지도 않았고 게임 못하기만 할 뿐 다른 잘못은 없는 혜지였기에 나름대로 인기도 얻었다.
심지어 스스로도 즐기고 있었다. 닉네임만 바꾸면 찾을 방법이 없겠지만 닉변하기 귀찮다는 이유로 혜지는 여전히 같은 닉네임을 사용했다. 이 행동 역시 ‘혜지 마조설’에 힘을 실어주었다.
게임을 마친 혜지는 다시 침대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또 젖어버린 탓에 다시 자위를 하고 싶어졌다. 곧바로 했다. 이번에는 하다가 지쳐 잠들 때까지 계속했다. 혜지는 3번의 절정을 맞이한 후 애액으로 젖은 시트 위에서 푹 젖은 이불을 덮고 잠에 들었다.
*
능력을 마친 이현은 다시 시야가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알바하는 편의점의 모습. 워낙 놀라운 광경을 본 탓에 아직도 얼떨떨했다. 혜지가 저런 생활을 하고 있었다니?
‘뭐지? 진짜로? 저게 사실이면 지금 가서 따먹어도 될 것 같은데….’
지금 당장 움직이지 않는 것은 확신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저게 사실이라고 해도 알바를 잘리면 당장 생계가 위험해진다. 이현은 아주 냉정한 정신으로 생각했다.
‘어차피 저게 사실이면, 자연스럽게 혜지 쪽에서 나한테 넘어올 것 같은데? 그냥 기다리는 게 더 나을 것도 같고.’
물론 그냥 기다리기만 할 생각은 없었다. 조심스레 접근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던 이현은 문득 아래를 보았다. 바지가 크게 부풀어 있었다. 진정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아까보다도 진정이 되지 않았다. 방금 본 모습이 자신의 망상이든 사실이든, 혜지의 몸을 직접 봤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손님 안오겠지 뭐….’
낙관적인 생각을 하며 이현은 잠시 생각했다. 아무래도 이런 상황은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 그러니까 어플로 여자들을 따먹거나, 존잘이 돼서 따먹거나 하는 성인 소설. 그런 상황이 자신에게도 일어난 것 같았다.
물론 정신병일 가능성도 무시할 수는 없었지만 그런 것쯤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소설로 치면 튜토리얼인가. 난이도가 엄청 쉬워 보이긴 하네….’
이미 자신에게 호감을 느끼는 씹변태 마조년이면 튜토리얼 히로인으로 제격이다. 그렇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 자신은 어플도 없고 최면도 못쓰고 페로몬도 없지 않은가. 이현은 내일 혜지를 보았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하며 할 일을 했다. 그날 손님은 오지 않았다.
*
알바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이현은 밥을 먹다가 생각했다. 그냥 기다리는 건 너무 아쉽지 않나? 곧바로 휴대폰을 들고 톡을 보냈다.
―혜지야.
밥을 마저 먹고 설거지까지 마쳤지만 답장은 오지 않았다. 이현은 다시 톡을 보냈다.
―혜지년아.
―왜.
곧바로 답장이 왔다. 이현은 다시 톡을 보냈다.
―뭐함?
―왜?
―걍 심심해서.
―딸이나 치셈 아까 일 생각하면서
“허어.”
이현은 그 문자를 보고 수치심을 느끼기보다는 우월감을 느꼈다. 정말로 아까 일을 생각하며 딸이나 친 것은 혜지였다. 그 사실을 알고 있으니 부끄러웠던 일도 별 거 아닌 일처럼 생각하는 게 가능했다. 그 와중에 혜지가 한 마디를 더 보탰다.
―사진이라도 줄까? ㅋㅋ
―ㅇㅇ 내놓으셈.
혜지 딴에는 놀리기 위해 한 말이었을테지만 이현은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곧바로 능력을 사용해 혜지를 떠올렸다. 혜지의 감정이 이현에게도 전해졌다.
‘진짜 사진을 달라고? 진짜로? 뭐야, 오늘 일로 충격 받아서 막 나가기로 했나? 나쁘지는 않은… 건 아니고. 사진 주면 안되는 거 아닌가 이거. 이렇게 흘러가면 진짜 이상해지는데….’
혜지는 당황하면서도 사진을 줘야 할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성희롱으로 신고하거나 기분 나쁘다는 생각은 전혀 못하는 듯 보였다. 이현은 계속해서 생각을 읽으며 혜지를 압박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주 건전한 사진이 도착했다.
옷으로 꽁꽁 싸맨 가슴 사진이었다. 그 크기와 모양을 보면 아주 야하긴 했지만, 피부를 하나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누나가 인심 썼다 이거나 봐라
그렇게 말하는 것 치곤 지금 혜지는 아주 흥분한 상태였다. 톡으로 보낸 말투와는 다르게 씹물을 질질 흘려대며 클리를 꼬집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현은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강압적으로 나가기로 했다.
―ㅅㅂ 이거로 어케 딸을 침 빨통 보여달라고 십려나
그 말에 대답은 오지 않았는데, 혜지가 불쾌함을 느껴서는 아니었다. 혜지가 자신의 말에 흥분하느라 타자도 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금 더 능력을 사용해 상황을 보기로 했다. 혜지는 자리에 선 채 휴대폰 화면을 응시하며 열심히 손가락을 움직여댔다.
‘저럴 거면 그냥 보지에 손가락 넣는게 낫지 않나….’
아무리 삽입해본 적이 없다지만 지금 자위하는 모습은 편해보이지 않았다. 콩알만한 클리를 남자가 자위하는 것처럼 흔들어대고 있는데, 불편해보이는 건 둘째치고 그 모습이 천박하다 못해 꼴사나웠다. 물론 이현이 보기에는 꼴렸으니 나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