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 소설 작가라는 족속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의도로 글을 써내려간다. 나도 미소녀가 되고 싶다! 존나 예쁜 미소녀가 되어서 야한 짓을 하든 귀여움을 받든 그것도 아니면 사람들의 선망과 부러움을 사든 하고 싶어서 안달난 족속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여기에도 그런 작가가 하나 있다. 이름은 최이현. 23살. 군입대 직전에 TS가 되기를 바라마지않았지만 연중한 소설이 너무 많았던 죄일까? 결국 그가 바라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전역한 후 다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동기는 당연히 미소녀가 되고 싶어서.
생활이 쪼들리는 탓에 편의점 알바까지 병행하지만 그는 오늘도 글을 써내려간다. 언젠가 존나 예쁜 미소녀가 되어서 사람들의 칭찬과 질투를 받는 날을 꿈꾸며….
*
어느 때와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최이현은 아침 일찍 일어나 샤워를 하고 알바에 갈 준비를 했다. 집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이라 급할 건 없지만 시간 약속은 어기지 못하는 게 이현의 성격이다. 준비를 마치고 편의점으로 향하니 야간을 섰던 여자가 이현을 발견했다.
“왔어?”
“어, 응. 오늘 좀 피곤해보인다?”
“그래?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최이현과 동갑인 이혜지는 바로 앞타임 파트에 일하는 여대생이다. 평소에는 여자와 잘 어울리지 못하지만 이상하게 혜지에게만큼은 편안한 감정이 느껴지곤 했다. 성격이 털털하고 착한 탓일까? 잘은 모르겠지만 얼굴이 존나 예쁘고 몸매가 말이 안된다는 건 확실했다.
문득 이현의 시선이 혜지의 옷차림으로 향했다. 흰 티셔츠와 딱 달라붙는 청바지. 셔츠 너머로는 분홍색 브래지어가 비치고, 스키니진 너머로는 잘 벌어진 골반과 시선이 갈 수밖에 없는 탄탄한 하체가 드러난다. 황급히 시선을 돌렸지만 이미 혜지는 시선을 느낀 후였다.
“뭐, 꼴리냐?”
“미친년아.”
물론 혜지는 그 사실에 화를 내는 대신 티셔츠를 들어올려 말랑말랑해보이는 배를 드러냈다. 이현은 당황하면서도 곁눈질로 힐끗 보았다. 꼴린다는 감정과 함께 부럽다는 기분이 동시에 들었다. 저런 몸으로 사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생각을 끊은 것은 혜지의 웃음소리였다.
“푸하하, 표정 봐. 진짜 웃겨….”
놀림당했다는 것은 알았지만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이렇게 예쁜애가 장난쳐주면 아무래도 좋은 법이다. 게다가 좋은 구경까지 하지 않았던가. 이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교대를 준비했다.
“아무튼 수고하고, 나는 간다.”
“어. 가라.”
잠시 후 혜지가 다가와 이현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자연스러운 스킨쉽에 이현은 흠칫했지만, 혜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느껴지는 근육에 감탄했다.
“와, 운동 좀 했네?”
“멋지냐?”
“뭐래….”
혜지는 정말 감탄한 표정으로 이현의 몸 이곳저곳을 만지작거렸다. 이현은 느껴지는 좋은 냄새에 필사적으로 마음을 진정시켰다. 혜지가 떨어진 것은 한참이 지나서였다.
‘좆됐다.’
그리고 이현의 상태는 좋지 않았다. 살짝 시선을 내려보니 한 눈에 보기에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바지춤이 부풀어 있었다. 이렇게 생긴 여자가 몸 이곳저곳을 만지는데 서지 않으면 그게 이상한 일이긴 했다.
무엇보다도 혜지의 몸은 존나 야했다. 가슴도 크고 골반도 넓직해서 몸 이곳저곳을 만져지는 사이 부딪친 것만 여러 번이다. 그렇게 몸이 부딪치는데 20대 남자가 반응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물론 그런 사실쯤은 중요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여자가 불쾌하다고 느끼면 이름에 빨간 줄 그이는 건 순식간이다. 이현은 빠르게 가라앉히려고 노력했지만 그보다 혜지가 발견하는 게 더 빨랐다. 잠시 시선을 내렸던 혜지는 일부러 과장되게 웃으며 이현의 등을 두들겼다.
“섰어? 꼴렸어? 우리 이현이, 누나가 근육 멋지다고 몸 쪼물쪼물 해주니까 발딱 세워서 흥분했어? 푸흐흡….”
“지, 지랄 말고 나가 혜지년아.”
“더 꼴리게 해줄까? 어때? 꼴려?”
혜지는 아예 가슴을 밀착시켜 비비고 있었다.
이현이 기겁하는 가운데, 몸을 밀착시키며 이현을 조롱하던 혜지는 건방져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계속 낄낄거렸다.
지금 이현은 조롱을 맞받아칠 기력도 없었다. 혜지가 정말로 편의점에서 나간 것은 그로부터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였다. 이현은 진정한 후에 겨우 생각했다.
‘진짜 좆되는 줄 알았네.’
아니, 좆된 거 맞나? 여자한테 발기된 모습을 보인 게 좆되지 않은거면 뭐가 좆된 걸까. 아무튼 혜지는 이런 상황에서도 그냥 넘어가준 것 같았다. 은근한 감사함을 느끼는 가운데, 이현은 문득 혜지에 대해 생각했다.
‘존나 착하긴 해. 요즘 시대에 남자가 서버린 거 보고도 그냥 넘어가주는거면 그냥 천사지 뭐…. 몸도 존나 야하고. 옷차림도 예전엔 아니었는데 요즘엔 조금 야해지는 것도 같고.’
이현은 문득 ‘날 좋아하나?’ 같은 생각도 떠올렸지만 이내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건 아니었다.
‘하는 짓만 보면 무슨 만화 속 캐릭터 같단 말이지. 존나 예쁜데 하는 짓이 남자니까. 만화 속 캐릭터거나, TS 미소녀거나 둘 중 하나 아냐?’
민망함을 감추기 위해 필사적으로 아무 생각이나 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갑작스레 띠링 하는 알림음이 들리더니, 눈 앞에 상태창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뭐야, 시발.’
[세상의 비밀을 알아내셨습니다!]
이혜지: 2년 전 TS한 미소녀.
이런 저런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어떻게든 사회에 적응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TS사실을 아는 사람은 없고 도내 최고 미소녀로서 나름대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
다만 성욕은 넘치는데 겁이 많아 아직까지도 처녀. 딜도를 사긴 했지만 사용해본 경험은 없다. 매일 3번 이상 자위하지만 클리를 비비거나 가슴을 만지는 등의 간단한 자위만 하는 중. 매일 야한 만화와 영상을 보다보니 자연스레 씹변태 마조년이 되었다. 이름이 혜지인 것도 게임하다가 혜지라고 욕먹는 게 꼴리다고 개명해버렸다. 물론 본인은 인정 안하는 중.
최근에는 노출에도 눈을 떠 은근히 야한 옷차림을 하고 있다. 남자의 시선을 받는 것을 즐긴다. 이상형은 몸 좋고 남자다운 남자. 본인은 모르지만 나쁜 남자 취향이다. 그래도 자신을 사랑해주기는 해야 한다.
‘뭐지 시발. 꿈인가?’
어쩌면 이건 모두 꿈이고 자신의 이름에는 이미 빨간줄이 그인 상태가 아니었을까? 당황한 이현이 볼을 꼬집고 눈을 비벼보았지만 그럼에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잠시 고민하던 이현은 생각했다.
‘하긴, 저런 여자가 진짜로 있다는 것보다는 TS녀라는 게 더 현실성이 있겠군. 그래서 이건 왜 보여주는거야. 나도 능력을 얻어서 여자들을 따먹고 다닐 수 있는 건가?
이현이 그렇게 생각하자 머릿속으로 새로 얻은 능력의 사용법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무슨 게임 같은 상황이었지만 이현은 당황하지 않고자 노력했다.
‘남의 시야를 보는 능력? 이건 뭐야. 관음이라도 할 수 있나.’
이현은 눈을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러면서 방금 보았던 혜지의 모습을 떠올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시선이 바뀌었다. VR기기를 사용하는 것 같은 기분. 3인칭 시점으로 혜지의 모습이 보이고 있었다.
*
이혜지는 편의점 알바를 마친 후 자신의 자취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마자 옷을 벗어던지고 침대에 누웠다.
‘미친, 미쳤지 진짜….’
혜지는 자신의 편의점 동료, 이현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그럭저럭 말 통하는 친구같은 느낌으로 지내왔는데 오늘 자기도 모르게 눈이 돌아가 버렸다. 요즘따라 성욕이 폭발하는 탓이다.
남자였던 시절에도 하드한 만화와 영상을 즐겨보던 혜지는 여자가 된 후에도 자연스레 그런 매체들을 접했다. 달라진 것은 자신이 여자가 되었다는 사실이고, 어느 순간부터 만화 속 여자 캐릭터에 자신을 이입했다는 것이다. 이 증상은 자신을 여자로 인정한 후부터 급격하게 진행되었다.
여자가 된 초반에는 혼란스러웠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자신을 인정한 혜지는 이름도 여자답게 바꾸고 새 삶을 살기로 했다. 물론 그렇다고 억지로 뭘 하지는 않았다. 그냥 살면서 자연스레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여자가 된 후에도 매일 밤 야한 거 보면서 자위하는 습관을 이어가기로 했다. 겁이 나서 손가락을 넣지는 못했지만 클리와 가슴만으로도 충분한 쾌락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조금씩 변해갔다.
만화 속 여자 캐릭터들의 모습은 비현실적이었다. 아름답고, 몸매가 장난 아니게 좋았고, 감도 역시 손만 대면 가버리는 수준이었다. 문제는 혜지 역시 그랬다. 미소녀가 된 혜지의 몸 역시 아름답고 몸매 좋고 감도 역시 좋았다. 자연스레 남자보다 여자의 입장에 이입하기 편해졌다.
예전에는 뭘 보고 자위했더라? 예쁜 여자애들이 천박한 소리를 내면서 바보처럼 가버리는 거? 이제는 아니었다. 혜지가 딸감으로 삼는 대상은 바보처럼 가버리는 자신이었다. 그리고 여느 하드 성인물에서 그러하듯 여자를 그렇게 만들어주는 건 거근의 근육남이었다.
오늘 이현의 근육에 이끌렸던 이유다. 요즘 뭐에 씌인건지 성욕이 폭발해서 혼자 있는 시간이면 매일 자위를 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자위를 하면 할수록 망상은 늘고, 야한 생각만 자주 난다. 그 상황에서 우연찮게 느껴진 근육질의 몸. 그 순간 혜지는 침을 삼키고 말았다.
‘크기도 엄청 컸어….’
바지 너머로 보았을 뿐이지만 크기가 작지 않다는 정도는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거 위험하다.
예전이었으면 불쾌했을 상황도 이렇게 되니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자신의 몸을 보고 섰다? 일반적인 여자라면 그러지 않겠지만 히토미로 뇌가 절여진 혜지에게는 엄청나게 큰 뿌듯함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혜지는 참아냈다. 현실은 히토미가 아니었다. 만화에서는 떡치고 좆집으로 살아가며 만화가 끝나지만 현실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그렇게 된 후에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
함부로 결정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현이 먼저 좆집 오나홀로 삼아주겠노라 말하면 행복하게 인생을 바칠 수는 있을 것 같지만, 먼저 그런 상황으로 뛰어들 생각은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그냥 넘어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혜지는 침대에 누워 자위를 준비했다. 딸감은 딱히 필요 없었다. 대신 상상했다. 이현에게 잔뜩 괴롭힘당하고 바보처럼 앙앙대는 자신의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