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화 (13/21)

#7.  

「참아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일단 짐승이니까.」  

손을 뻗어 준의 눈물을 닦으면서 은우가 말한다.  

「남자끼리- 하는 거, 공부했어. <하는 방법>을 알게 되니까 훨씬 더 하고 싶어졌어. 하지만 니가 이런 

건 싫어하니까.」  

「-어째서……,」  

잔뜩 젖은 목소리로 준이 말한다.  

「어째서 내가 싫어한다고 생각한건데.」  

「-…너, 그 때 엄청 괴로워했잖아.」  

그 때?  

아.  

「니가 그렇게 괴로워하는 건 처음 봤어. 그래서 그 새끼 죽여 버리려고 생각했어.」  

「…….」  

「그런 자식이랑 똑같은 짓- 하기 싫었어. 괴롭게 하기 싫었어.」  

전에 사귀던 남자에게 강간 비슷한 짓을 당했을 때.  

은우가 옆에 있었다.  

어떤 반응을 보여야할지 혼란스러운 머리로, 눈앞의 은우를 쳐다본다.  

기뻐해야 하나. 감동해야 하나. 기가 막혀 해야 하나. 화를 내야 하나.  

몇 년 간이나 보아온 친우이자 연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준을 마주보고 있었다.  

- 미련한 놈.  

준이 팔을 뻗는다.  

침대 옆 쪽 사이드 테이블 아래의 서랍을 열고, 작은 병을 하나 꺼냈다.  

「이거- 손가락에 바르는 거야.」  

「…….」  

말 잘 듣는 대형견처럼, 준이 시키는 대로 젤을 손가락에 바른다.  

약하게 심호흡을 하고, 은우가 보는 앞에서 천천히 다리를 벌렸다.  

따로 시키지도 않았는데 손가락에 젤을 듬뿍 바른 은우의 손이 준의 뒤로 돌아간다.  

「아,」  

간만에 느끼는- 차갑고 이질적인 느낌.  

흠칫 몸을 떨면서 은우의 어깨를 꽉 잡았다.  

천천히, 은우의 긴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온다.  

신중하게 내벽을 휘젓기 시작했다.  

<은우의 손가락>이라는 것만으로 머리가 하얗게 될 정도로 느껴버린다.   

「-괜찮아?」  

「일일이 묻-… 지마, 병신아, 응-…!」  

손가락이 한 지점에 다다르자 준의 몸이 눈에 띄게 반응했다.  

목에 매달린 준의 등을 한 손으로 받친 후, 은우가 조심스럽게 그 지점을 다시 건드린다.  

「아- 윽…, 장난, 치지- 아-…,」  

준의 눈꼬리에, 아까와는 다른 의미의 눈물이 맺힌다.  

은우의 어깨에 손톱을 세우며, 녹아내릴 듯 색기가 가득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손가락-… 됐으니까… 이제……, 와 줘…….」  

은우의 손가락이 빠져나간다.  

은우의 목을 꽉 끌어안고- 준의 낮은 목소리가 은우의 귓가에 속삭였다.  

「-넣어 줘….」  

발동이 걸리듯이, 은우의 움직임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던 여유가 사라진다.  

은우의 팔이 준의 다리를 들었다.  

시간을 들여 넓혀놓은 곳으로 은우의 것이 거침없이 밀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하읏…!!」  

준의 머리가 뒤로 크게 젖혀졌다.  

손님이 있다는 것을 고려해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눌러 죽인다.  

아프지 않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고통보다 몇 배나 더 큰 쾌감.  

사랑하는 사람을 받아들인다는 쾌감.  

「응, 으…ㅂ, 으, 읏……」        

은우의 움직임에 따라 간간히 끊어지는 준의 신음소리.  

준의 신음소리에 맞춰 은우가 내뱉는 거친 호흡소리.  

거칠게 침대가 삐걱거리는 소리.   

쾌감과 눈물과 열에 젖은 눈을 들어 은우를 본다.  

언제나 곧은 눈썹도, 무표정한 포커페이스도-  

여유와 함께 사라져, 살짝 일그러져 있다.   

표정만으로 가버릴 것처럼 섹시한 얼굴.  

- 은우의 얼굴.  

나만이 볼 수 있는 이 표정.  

「으, 읏- 좋아, 더- 좀더, 아응-…,」  

여자처럼 울고, 밑에 깔려서 애원해도.  

상대가 너라면.  

「흣, 으…,」  

너와 함께 이 마음을 공유할 수 있다면.  

나로 인해 네가 쾌감을 느낄 수 있다면.  

은우의 것이 교묘하게 준이 느끼는 곳을 찔러 온다.  

쿡쿡, 찌르고 어루만지고 스쳐간다.  

「안 돼, 아- 목소리, 악, 읏…,」  

「- 어깨… 깨물어도 돼, 나… 그만두지 못하겠어,」  

거칠게 헐떡이면서, 은우가 속삭인다.  

생각할 여유도 없이 준은 은우의 탄탄한 어깨를 깨물었다.  

「으- 윽, 으…ㅂ, 아-… 그만, 은우, 아앗, 그만…, 죽겠, 아…ㅅ,」  

여자와는 전혀 다른, 낮으면서도 숨소리가 많이 들어간 신음소리를 간간히 이으면서 견디지 못하게 된 

준이 은우에게 매달린다.  

「이제-, 아-…!」  

준이 가 버린 이후에도, 은우가 끈질기게 공격해온다.  

기력을 탈진한 준은 어쩌지도 못하고 은우의 목을 휘감았다.  

「이, 새끼, 아, 니가, 인간- 이냐, 읏…,」  

「미안, 나-…,」  

「사과, 하지마, 얼간이… 흑…,」  

결국 울어버린다.  

빌어먹을, 이 자식은 괴물이다.  

아까 입으로 해 줬잖아.  

신음소리를 눌러참으며, 준이 기절 직전까지 간 후에야 은우는 준의 안에서 서둘러 자신을 빼내려했고, 

준의 긴 다리가 은우의 몸을 콱 잡는다.  

「안에, 내도 되니까….」  

「-하지만……,」  

어쩌지도 못하는 은우의 머리를 끌어당긴다.  

장난스럽게 살짝 귀를 깨물었다.  

「-읏…,」  

그대로, 은우가 준의 안에 내놓는다.  

은우는 귀가 약하다.  

기분 좋은 탈력감에 온 몸이 늘어졌다.  

준의 안에서 나가려는 은우의 등에 팔을 두른다.  

「-그대로…….」  

멈칫한 후, 은우는 그대로 준의 위에 엎드렸다.  

하나로 연결된 상태에서, 준의 가슴에 머리를 댄 채 움직이지 않는다.  

 *****************************************************

아지트 소설 (구:아지툰 소설) 에서 배포하였습니다.

웹에서 실시간으로 편리하게 감상하세요

http://novelagit.xyz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