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8/21)

#2.  

2년 전,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은우를 좋아하면서도 말 못하고 친구로서 괴로운 입장을 지키다가, 생각지도 못한 계기로 인해 은우 당

사자에게 마음을 들켰다.  

원래 처음부터 일방적으로 좋아했던 것은 준 쪽이었고, 은우는 의심의 여지없는 헤테로. 즉, 노말의 남

자다. 마음이 제대로 받아들여질 리 없다는 생각에 은우를 피하기만 하다가, 당시 사귀던 남자에게 난

폭한 짓을 당했을 때 방으로 뛰어 들어온 은우에게 도움 받았다. 이후 사귀던 남자를 쫓아내고 그대로 

집안에 끌어 들었지만…. 끌어안고, 키스하고, 누가 먼저 흥분했는지도 모를 상태로 침대까지 가서 바

지를 벗은 후-.  

결국 최후의 선을 넘지는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은우가 먼저 손을 뻗어오지 않았기 때문.  

두 번째 이유는 천하의 강준이 겁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은우는 준에게 아무 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저녁 먹고, 컴퓨터 게임을 하고, 간간히 장난처럼 또 키스하고-  

바로 잤다.  

말 그대로, 자기만 했다.  

완전히 <서로 자위해 주는 친구>의 감각.  

당연히, 당시 집으로 돌아가려했던 은우가 다시 돌아왔기 때문에 준은 은우가 자신의 마음을 받아들였

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서로의 손으로 절정에 도달한 이후, 은우가 더 이상 아무 것도 요구해 오지 않자 

내색하지 않았지만 준은 당황했다.  

상대가 다른 남자였다면 준이 먼저 적극적으로 유혹하거나, 혹은 덮쳤겠지만 은우가 상대가 되다보니 

그렇게 할 수도 없다. 모델 같은 몸매와 핸섬한 외모에 대한 자신감도 어디론가 사라져버리고, 한없이 

소심해져만 가는 자신.   

아무에게도 말 못했지만, 은우는 첫사랑이다.  

수많은 남자들과 잠자리를 함께했지만 이렇게나 손이 나가지 않는 것은 처음이었다. <침대>에서 무섭

다고 뒷걸음질치는 자신의 모습이 어이없음을 넘어 기가 막혔다. 첫날밤을 맞이하는 처녀도 아닌데, 부

끄럽고 무서워서 아무런 짓도 할 수 없었다.  

만일 마음먹고 유혹했다가 거절당하게 된다면-.  

그렇게 생각하자 무서워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친구 사이었다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자마자, 남자답게 생긴 탑이 <그것>만 달렸을 뿐이지 여자처럼 

생긴 바텀을 넘어뜨린 후 <사실은 줄곧 이렇게 하고 싶었어>라느니, <어때, 느껴져?>라느니 느끼한 

대사를 내뱉으며 술술 진도 나가서 둘 다 쾌락에 젖어 행복한 표정으로 잠드는 것 따위 정말로 만화나 

소설에서나 있을 법한 일.    

은우는 정상인 남자다.  

<호감>만으로 몇 년간 곁에 있었던 친구, 게다가 남자를 상대로 발정할 수 있을 리 없다. 설령 은우가 

준을 <사랑한다>라고 생각한다 해도  옷을 벗은 <남자의 몸>을 본 순간 실망할지도 모른다. 억지로 쾌

감을 느끼게 만드는 마스터베이션이라면 모를까, 적극적으로 유혹하고 다리를 벌렸는데도 은우의 것이 

서지 않는다면…  

준을 상대로 <그런> 기분을 은우가 느낄 수 없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된다면.  

좋아해왔던 만큼 쇼크를 받아, 재기불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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