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소독을 하고 대충 붕대를 감은 후, 둘은 침대 가에 나란히 앉았다.
붕대가 감긴 손을 내려다보며 손가락을 꿈틀거리고 있자 준의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귀
에 와 닿았다.
"고개 숙여."
"......?"
"고개 숙여."
똑같은 억양으로 했던 말을 반복했다. 준이 시키는 대로 약간 고개를 숙이자, 가느다란 손
가락들이 다가와 쓰고 있던 무테 안경을 벗겼다.
"왜......"
잠시 시야가 어두워지고, <쪽>하는 가벼운 소리와 함께 느낌을 제대로 음미할 새도 없이 부
드러운 것이 입술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준은 은우가 기겁할
정도로 놀라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미친 듯이, 누구의 것인지 모를 심장 소리가 울려 퍼진다.
-완전 방심 상태로 멍하니 있는 은우를 외면하고, 준이 말했다.
"가, 병신아."
퉁명스럽게 중얼거렸다. 준의 손에 떠밀리고 나서야 정신을 차린 은우가, 방을 나가기 전
에 돌아보았다.
"-......방금 전에..."
"...이 눈치 없는 자식."
준이 얼굴을 붉힌다.
"당장 꺼져!"
뭐가 뭔지 모르는 사이에 밖으로 밀려나고, 방문이 탕! 하고 닫혔다.
멍하니 그 앞에 서 있다가 현관 밖으로 나와 문을 닫자, 인터폰이 켜지며, 작게 속삭이는 소
리가 들리고 후다닥 끊어졌다.
- 잘 자.
한참 서 있다가,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무표정한 얼굴로 복도 바깥쪽으로 보이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
네덜란드의 옛 민요가 울려 퍼진다.
인터폰이 연결된 후, 기계를 통과한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 뭐야.
"집에 가지 못하겠어."
- 무슨 헛소리야?
"...비가 와."
-......안 오잖아. 날이 흐리긴 하지만.
"......"
귀에 익숙한 목소리는, 난감하게 중얼거린다.
"-너한테만 안 보이는 건지도 몰라."
- 병신 새끼.
큭큭, 하는 웃음소리.
다급하게 문이 열렸다.
정해진 순서처럼 끌어안는다.
쾅, 하고 문이 닫히자 더 이상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해가 지고, 땅거미가 내린다.
하나 둘 가로등 불빛이 켜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부슬부슬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White Night ~ After Story of Gray Rain ~
- Gray Rain의 2부격인 글입니다.
White Night
~ After Story of Gray Rai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