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화 (2/21)

#2.  

중학교 1학년 때 처음 만나, 고등학교 2학년이 되는 지금까지 줄곧 가까운 곳에 있어왔다.  

꽤나 유명한 콤비였다. 체격도 신장도 비슷한 두 사람이었지만, 풍기는 분위기는 정반대.  

은우는 주위의 인간들과 별로 얽히고 싶어 하지 않는 부류의 인간이었고, 준은 중학교 때나  

지금이나 또래의 녀석들에게 있어 선망의 대상이었다. 빛과 그림자라는 표현이, 딱 맞는 두 사  

람이다. 공통된 취미조차 없는 두 사람이 <친한 사이>로, 그것도 5년 동안 함께 지내올 수 있  

었는지는 일종의 불가사의였다.  

그렇지만, 지금은 어렴풋이 알 것 같기도 하다.  

은우와 준의 관계는, 준 쪽에서 다가오지 않았다면 예전에 끝이 났을 관계였다.  

도무지 주위에 관심이라곤 없는 은우는, 공부 잘 하는 우등생이긴 했지만 태도가 좋은 모범  

생은 아니었다. 학교를 일탈하고 싶어 하는 날라리들과는 또 다른 의미의 아웃사이더.  

태도가 건방지다는 이유로 각 학교마다 하나씩은 존재하는 소위 ?일진?의 형님들에게 찍혀서  

불려나간 적도 있다. 그리고 열 두 명의 상급생들과 난투를 벌여서, 열 두 명 다 늘씬하게 때  

려  눕히고, 본인도 병원으로 실려갔다. 그 이후로 은우를 건드리는 녀석들은 사라졌다.  

전교에 떠들썩하게 소문이 퍼진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본의 아니게 유명해져 버린 데다, 그  

유명한 강준과 단짝이다.  

정작 본인은 있는 듯 없는 듯, 존재감 없이 살아가고 있었지만.  

강준이 호모다, 라는 소문을 퍼트린 것은 틀림없이 그를 시기하는 질 나쁜 녀석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항상 함께 있는 은우가 그 대상으로 <우연히> 선택되었을 것이다. 학교의 여  

자아이들 몇 명이 몰려와, 은우에게 소문의 진상을 물었기 때문에 그 때서야 그런 소문이 떠  

돌고 있다는 것을 은우가 알아차린 정도였다.  

그래서 물어본 것뿐인데.  

준은 한 마디도 말하지 않았지만 깨끗하게 긍정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그런 기색  

은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아이돌을 대상으로 음담패설을 주워 삼기도 했고, 같은 학교의 여자  

애들 이야기를 하며 누가 타입이라느니 하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다. 삼류 포르노를 보며 같  

이 자위한 적도 있다.  

......전혀 몰랐다.  

은우는 비어 있는 준의 자리를 쳐다보았다.  

학교, 나오지 않았다...  

고등학교 2학년인 지금 결석이면, 내신에 엄청난 손실인데.  

다름 아닌 은우에게 정곡을 찔린 것이, 그렇게나 충격이었던 것일까.   

토요일 수업이 끝난 후, 학교 근처의 문구점에 들러 오늘 필기한 부분을 복사했다.  

비로 인해 프린트가 눅눅해지지 않도록 파일 속에 끼워 넣은 후, 은우는 망설이지도 않고 준의 집 

으로 향했다. 집으로 가는 것은 처음이다. 5년 동안이나 베스트 프랜드로 있어왔지만, 준이 은우 

의 집으로 온 적은 있어도 은우 쪽에서 준의 집으로 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아파트라서, 집을 찾기가 한결 수월했다. 동과 호수를 확인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다. 이상하게 처음 찾아가는 장소에 대해 으레 가지게 되는 기대감과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준의 집.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내린 후, 준의 집이 분명할 현관문 앞에 서자 그 때서야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긴장감, 어쩌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      

초인종을 눌렀다.  

귀에 익숙하지만 제목이 기억나지 않는 네덜란드의 옛 민요가 조용한 복도에 울려 퍼졌다.  

문 앞에 선 채 잠시 기다렸지만, 민요가 끝나도록 현관문은 열릴 생각을 하지 않았다. - 집에  

없을 리는 없는데.  

한 번 더 눌렀다. 한 번만 더 누르고 가자, 라는 생각이었지만, 어느 샌가 민요가 끝날 때마  

다 연달아서 계속 벨을 누르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네 번쯤 눌렀을 때, 문 너머로 인기척이  

느껴졌다.  

철컥.  

문 따는 소리와 함께, 철제로 된 현관문이 천천히 열린다.  

그리고 귀에 익은 목소리가, 중얼대듯 말한다.  

"......열쇠 가지고 갔었잖아...... 뭐하는....."  

문을 열고 고개를 들어 찾아온 사람을 쳐다본 준은, 자다 깼을 때, 옆에 누워있는 시체를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볼이 약간 상기되어 있긴 하지만, 특별히 어디가 아픈 것 같진 않다. 결 좋은 생머리는, 방금  

잠자리에서 일어난 것처럼 자연스럽게 흐트러져 있고, 윗단추가 세 개나 풀린 잠옷이 미묘하  

게 요염해 보였다. 은우는 들고 있던 복사물을 내밀었다.  

"-학교, 안 나왔잖아."  

"......아."  

일순간, 준은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담담하게 은우가 내민 복사물을 받아들었다.  

뭔가 말을 하려다가, 세 번 정도 실패하고, 가까스로 중얼거린다.  

"-고맙다, 일부러."  

"별로. 아픈 것 같진 않구나. 월요일엔 학교 나와."  

"알았어."  

필기한 것은 건네어 주었다.  

친구의 상태도 확인했다.  

가만히 서 있던 은우는, 문득 볼일이 끝났으며,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했다.  

<그럼>, 이라고 말한 후, 돌아서려고 했다.  

"-누구야?"  

엘리베이터가 올라오는 소리 따위, 둘 다 듣지 못했던 것 같다.  

준은 크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은우는 의아하게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을 보았다.  

30대 초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손에 편의점 비닐봉투를 들고 걸어오고 있었다.  

준에겐 남동생, 여동생과 누나 한 명만 있다.  

저렇게 젊은 아버지가 있을 리도 없고, 무엇보다 닮지 않았다.  

평범한 샐러리맨처럼 생긴 그 남자는, 화가 난 듯 들고 있던 열쇠를 양복바지 주머니에 다시  

쑤셔 넣었다.  

<열쇠..... 가지고 갔었잖아......>  

방금 전에, 문을 열며 준이 중얼거린 말토막이 머릿속에 불현듯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물끄러미 그를 보고 있는 은우와, 당황한 표정을 짓고 있는 준의 앞에 성큼성큼 걸어와서  

제 자리에 멈추어 선 남자는 준의 표정을 힐끗, 보더니 사납게 미소 지었다.  

"누구지?"  

일단 대답했다.  

"......-친구, 은우라고 합니다."  

남자의 눈이 크게 떠졌다. 동시에, 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준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은우? 이은우?" 

약간 새된 소리로 되묻는다.  

이 사람은 어떻게 내 이름을 아는 걸까.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지만, 은우의 눈이 아주 약간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준은 미미하게 다급함이 느껴지는 어조로 남자에게 말했다.  

"일단, 안에 들어가 있어. 이야기 좀 하다가......"  

"이야기? 무슨 이야기."  

남자가 거칠게 말했다.  

"알고 있어. 네 놈이 느낄 때 늘 부르는......"  

"시끄러워!! 미안, 월요일, 학교에서 보자!!"  

준의 커다란 목소리 때문에, 남자가 하는 말은 끝까지 들리지 않았다.  

남자의 팔목을 잡고, 현관 안으로 거칠게 끌어들인다.  

준에게 끌려 들어가며,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뭔가 소리치고 있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  

을 수는 없었다.  

은우의 앞에서, 철제문이 쾅, 하고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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