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소울메이트-249화 (249/250)

제249화

제249편

“이런, 맙소사.”

드드드득.

나무는 어머니와 연결되어 있다. 아니, 연결되어 있었다고 과거형으로 말해야 하나?

스스스스…….

어머니가 녹아 바스러지며 나무와 융합된다.

‘이래서 영혼 삼키기가 안 됐던 거야. 본체인 이 나무가 대미지를 전혀 입지 않았기 때문에……!’

콰득, 콰드드득. 콰드드드득!!

나무가 솟아오른다.

놀라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주변을 침식해 나간다.

‘하지만 저게 본체라면 핵이 있을 거다!’

망량이의 시선으로 나무를 본다.

“있다!”

“뭐가?”

“결아, 나무는 핵을 가지고 있어. 그 부분이 약점일 거야.”

“좋아. 어디지?”

“그건…….”

나무 몸통 아래쪽.

하지만 아주 깊은 곳이다.

“저쪽이야! 하지만 너무 깊은 곳이라…….”

“될 때까지 해 보는 거지!”

스가가각!!

결이의 뇌검이 나무둥치를 향해 쏟아진다.

“하케임! 한세희 길드장님! 결이가 공격하는 곳이 약점이에요!”

“알겠다!”

“알겠습니다.”

휘리리릭!

두 사람도 튀어 나가 거대한 나무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기기기긱……. 구구구구.

“그으어어어!”

나무가 포효한다.

세상이 떠나갈 것처럼 진동하는 바람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상태 이상: 광기]

[모든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상쇄됩니다.]

[상태 이상: 광기]

[모든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상쇄됩니다.]

“크아아악!!”

눈앞에서 모든 이들이 절규한다.

하늘을 날던 헬리콥터가 바닥으로 추락하기 시작했다.

“이런!”

촤르르륵!

나는 재빨리 억압의 손길을 사용해서 헬기가 바닥으로 곤두박질치지 않게 막는다.

카가가가가.

가까스로 헬기의 추락과 폭발은 막았지만, 바닥으로 튕겨 떨어진 탑승자들의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이미 제정신이 아니다.

안광이 번득인다. 나무가 뿜어내는 기운 때문에 광기 상태에 빠진 거다.

“오, 어머니. 세계수여.”

“어머니시여. 어머니시여!!”

신금천화교와 아무런 상관도 없던 사람들이 갑자기 어머니를 부르짖기 시작한다.

“그으으으……. 그어어어어……!!”

어머니의 본체인 나무가 한 번 더 굉음을 내질렀다.

땅이 갈라지고 돌이 튀어 오른다.

“이런 제기랄, 퀘스트고 나발이고 지금 다 멸망하게 생겼어!”

누구든 이런 꼴을 보면 그런 생각밖에 들지 않을 것이다.

결이나 하케임마저도 머리를 부여잡고 떨고 있다.

광기를 이겨내기 위함이지만, 강력한 나무의 힘에 압도당하고 있었다.

“크으으읏. 이런 개같은!”

그나마 금룡의 힘줄을 가진 결이는 이번에 광기 상태 이상에 완전히 걸려들지 않은 것 같았다.

부들부들 떨리는 몸으로도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주인님, 어서 영혼 전이를!”

“그래!”

일단은 하케임의 광기를 잠재우는 것이 먼저다.

“세계는, 멸망할 것이다. 이곳도 역시. 내가 살았던 세계처럼…….”

“정신 차려, 하케임!!”

“은하준, 모든 것은 멸망으로 갈 뿐이다. 더는 노력해도 소용없어.”

하케임의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다.

동공은 확장되고 눈앞에 헛것이 보이는 것처럼 시선이 이리저리 흔들린다.

그 모습에 나마저도 압도당할 것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그럴 수야 없지.

‘영혼 전이!!’

츠츠츳!!

하케임을 붙든 채로 영혼 전이를 시작한다.

그가 공포를 이겨내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이 상황에서 광기에 빠지지 않은 내 영혼을 있는 힘껏 전이시킨다.

“이겨내! 하케임! 우린 이 세계를 지켜낼 수 있어. 우리가 힘을 합하면 그럴 수 있다고! 넌 항상 믿어 왔잖아!”

“크으윽. 은하준…….”

츠츠츠츳.

영혼 전이의 기운이 손을 타고 하케임에게 흘러들어 가고 있다.

‘반발이 거세다.’

광기의 힘이 강력한 덕분이겠지.

하지만 지지 않겠다.

“감히 나무 따위가 내 동료를 앗아 가려는 짓은 용서할 수 없어!”

콰츠츠츠츳!!

영혼 전이의 힘이 하케임을 사로잡은 광기의 힘을 밀어낸다.

츠츠츠츳!!

하케임의 붉게 물들었던 눈이, 확장되었던 동공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흐릿하던 시선이 이내 똑바로 나를 바라본다.

“은하준. 은하준……. 그녀가 내게 보여 줬다. 이 세계의 마지막을.”

“어땠어? 끔찍했어?”

“그래. 끔찍했다. 무척이나…….”

“우리가 힘을 합치면 막을 수 있어.”

“……!!”

“싸워야 해.”

“그래, 맞다. 은하준. 그래 봤자, 그녀도 찌꺼기 중 하나니까.”

쉬이익!!

하케임이 이동기를 사용해 단숨에 나무 가까이로 다가갔다.

휘리릭.

콰자자자작!!

내려치는 창검에 의해 나무가 산산이 부서진다.

“핵을 찌르려면 더욱 깊이 들어가야 해!”

“나무가 너무 크다!”

확실히 빌딩보다 커진 나무의 핵에 닿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였다.

그때 시스템 알람음이 울린다.

띠링.

[한세희 님의 두 번째 각성을 축하드립니다.]

* * *

고통. 고통. 고통. 고통.

한세희에게는 익숙한 감각이었다.

이미 무뎌졌다고 생각했으나 모든 것은 착각이었다.

나무의 광기는 내면에 깊이 잠들었던 고통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온몸이 차갑게 얼어붙는 동시에 뜨거움을 느낀다.

피부 전체에 벌레가 들러붙어 전신을 갉아먹는 듯한 감각.

움직일 수 없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도 없는. 뇌가 터질 것 같은 감각.

찌릿, 찌릿.

죽여 달라고 외치면서 죽여 버리겠다고 이를 갈게 되는 그 감각.

어찌할 바를 모르고 눈물을 흘릴 수도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그 감각.

시간과 공간을 모두 잊어버릴 듯한 그 감각에 사로잡히는 순간.

그 모든 것이 끝날 것 같던 순간에 손끝을 타고 흐르는 따뜻한 감각이 있었다.

‘이건…….’

생전 처음 겪어 보는 따뜻함.

하지만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이건 은하준이다.

‘아까도 상태 이상을 풀기 위해 뭔가 썼었지.’

그가 사용한 스킬이다.

따뜻한 감각이 시리고 가려운 몸 구석구석으로 퍼진다.

[상태 이상 ‘광기’가 해제되었습니다.]

후우욱!!

자신을 사로잡았던 차가운 기운들이 모두 흩어지자, 한세희는 비틀거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눈앞에 은하준이 보인다.

또 다른 S급 헌터를 붙잡고 있다.

“……흐음.”

한세희는 손을 쥐었다 펴면서 은하준이 있는 곳을 계속 응시했다.

그와 이어져 있는 희뿌연 얇은 선이 보인다.

‘소울메이트라고 했던가.’

스으으.

따뜻하고 부드러운 힘이 온몸에 차오른다.

띠링.

[넥스트 레벨로 각성했습니다.]

[두 번째 각성을 축하합니다.]

눈앞을 가리는 시스템 창.

한세희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다.

“이런 거란 말이지.”

한세희는 차오르는 새로운 힘을 느끼며 목덜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느껴 보지 못한 정말로 새로운 감각이었다.

“이것이 넥스트 레벨.”

마나도 체력도 몇 배나 뻥튀기되는 게 느껴졌다.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다르다.

파츠츠츠츳.

주위로 냉기를 불러 모은다.

이 역시 이제까지와 다르다.

일종의 전능감이 전신을 휘감아 올린다.

쩌적. 쩌저저적.

한세희의 손에 냉기로 검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전과는 다른 더욱 날카롭고 거대한 검의 모양.

“하하……. 하하하하.”

한세희의 어깨가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렇군. 나의 꿈을 이루어 줄 힘. 그것은 바로 이런 것이었어.”

낮게 웃던 그가 검을 높게 쳐들었다.

* * *

[한세희 님의 두 번째 각성을 축하드립니다.]

휘우우욱!!

카과가가가가!!!

엄청난 굉음과 함께 서릿발이 날린다. 나는 눈앞의 시스템 알람에 꽂혀 있던 시선을 한세희에게로 옮긴다.

“하, 한세희.”

“하준, 한세희가 넥스트 레벨로 각성한 건가?”

하케임이 바로 눈치를 채곤 반색한다.

“좋았어. 한세희까지 넥스트 레벨로 넘어왔다면 이 나무 괴물을 무찌르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다.”

“두 사람이 힘을 합쳐 효과적으로 괴물을 처치할 방법이 떠올랐어.”

“음?”

“하케임, 네 물의 능력으로 나무를 불린 뒤에 한세희의 능력으로 나무를 얼리는 거다.”

“그렇군. 그렇다면 부피가 늘어나 나무가……!”

“그래. 부서지는 거지.”

거기다가 결이의 진격을 꽂아 넣는다면, 확실하게 박살 날 것이다.

마음먹은 것도 잠시. 띠링.

[레벨이 올랐습니다.]

[소울메이트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영혼 전이 레벨이 올랐습니다.]

[영혼 삼키기 레벨이 올랐습니다.]

띠링, 띠링.

시스템이 울려 댄다.

‘이럴 수가. 하긴 하케임이 넥스트 레벨로 각성했을 때도 쌓였던 경험치가 이번에 터지는구나.’

한동안 별달리 성장이 없어서 걱정하고 있던 차였다. 그게 지금 뿌XX요처럼 터지고 있는 듯했다.

좋은 타이밍이다.

츠츠츳.

소울메이트로 이어진 감각이 더 극대화되는 것이 느껴진다.

“다들 이리로 모여요!”

내 부름에 한창 공격을 퍼붓고 있던 결이와 한세희가 곁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저 단단한 나무를 부수고 내핵까지 닿아야 해요. 하지만 개개인의 힘으로는 힘들죠. 모두가 힘을 합쳐야 해요.”

한세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처음에 결이가 핵이 있는 근처에 계속해서 상처를 낼 겁니다. 그러는 중에 하케임의 물 능력으로 나무를 충분히 적실 겁니다. 그런 뒤에 한세희 길드장님이 나무를 얼려 주세요.”

“알겠군. 물이 얼면 부피가 늘어나니까.”

“나무는 결에 따라 찢어질 겁니다.”

“좋았어.”

“곧바로 시작하자!”

휘이익! 츠팟!!

“우중격침.”

결이의 스킬이 하늘에 거대한 검을 만들어낸다. 소울메이트가 강화된 결과일까. 그 어떤 때보다 많은 양의 검이다.

쿠과과과광!!!

결이의 스킬이 나무를 갈라놓는다.

그리고 작전대로 하케임의 스킬이 시작된다.

콰르르륵!!

슈르르륵!!

몰아치는 물보라가 나무 괴물을 충분히 적시고 있다.

“어림없다! 이 정도 공격으로는 나를 막지 못한다. 이 세계의 신이 되겠다. 그리하여 나는 찌꺼기가 아니라, 날아오르는 신성이 될 것이다. 하늘에 내 자리가 있을 것이다. 으하하하하!!”

나무가 하늘과 땅을 울린다.

콰드드득, 콰드득!!

나무줄기와 벌레 같은 기계 촉수가 마구 꿈틀거린다.

쉬이이익!!

“다들 피해!”

투콰앙!

콰과과광!! 땅이 박살 난다. 파편이 멀리 보이는 강에까지 튈 정도다.

“한세희 씨, 지금입니다!”

“응.”

스스스읏츠츠츠츠!!!

한세희의 손에서부터 검으로, 검에서부터 나무 괴물에게로 서리가 어린다.

엄청난 냉기에 곁에 있는 나까지 몸이 시릴 정도다.

콰드드득, 콰드드드득!!

나무 괴물이 효과적으로 얼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저적, 쩌어억!!

나무의 부피가 늘어난다.

“좋았어. 계획대로다!”

이제 강력한 한 방이 필요하다.

“결아!”

파츠츠츠츠츳!!

검은 하늘 사이에서 굵은 낙뢰가 번쩍인다. 마치 이 세상을 갈라 버릴 듯한 어마어마한 섬광.

번개의 칼날.

콰드드드드드드드드!!!

“크아아아악!!”

나무 괴물의 비명과 함께 섬광 사이에서 검은 내핵이 보인다.

‘저기다.’

마지막 한 발이 남았다.

그리고 지금이야말로 영혼 삼키기를 쓸 때다.

스으으읍.

츠츠츠츳!!

검은 핵으로 돌진하며 영혼 삼키기를 사용한다.

파츠츠츠츳!!

나는 새벽의 검을 검은 내핵에 쑤셔 박았다.

콰드드드드드!!!

그리고 시작되는 격통.

“크으으으읏!!”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

고통 속에서 기억들이 파동을 일으키며 흡수되기 시작한다.

성공이다.

어지러운 상념의 조각들이 내 뇌를 찌를 듯이, 영혼을 조각낼 듯이 격렬하게 몰아쳤다.

알아볼 수 있는 정보들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빠르게 식별해야 한다.

전신을 찢어발기는 듯한 고통 속일지라도.

몇몇 기억들은 오염이 심했다. 알아볼 수 없는 쓰레기와도 같은 기억들이 대부분이었다.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건 그녀가 처음 신금천화교를 설립하고 활동하던 때의 모습이다.

이 나무 괴물이, 그녀의 모습으로, 어머니의 모습으로 행했던 많은 짓.

끔찍하고 잔혹한 짓.

그러다가 눈을 의심한다.

“한세희?”

그녀의 기억 속에 한세희가 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다.

그녀는 한세희와 긴밀한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녀가 사용하는 전화기 너머에서 한세희의 목소리가 들리고 있다.

-맛디아 지파로 은하준이 갈 겁니다.

-지금 은하준이 출발했습니다.

뭐야, 이건?

이건 마치 한패라고 볼 수 있을 정도잖아?

아니, 그게 아니라.

‘어머니’의 기억은 정확히 한세희가 신금천화교의 뒷배라는 걸 알려 주고 있었다.

어째서?

“크으으윽!!”

고통이 극대화된다.

의식이 날아갈 것 같다.

그건 고통 때문도 있지만, 지금 눈앞의 이 상황과 기억들 때문이 크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쩌적. 쩌저저적!!

눈앞에서 검은 핵이 부서진다.

쫘자자작! 콰장창!!

핵이 완전하게 박살이 나는 것과 동시에 몸이 튕겨 나간다.

휘이이익!! 퍼어억!!

“크으읏!”

“괜찮나요.”

나를 받아 든 건 한세희다.

“당신…….”

“…….”

한세희의 표정이 약간 어그러진다.

“그렇군. 당신한테는 그런 능력도 있나 보군요.”

그가 씁쓸하게 웃는다. 모든 걸 알아차린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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