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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48화 (248/250)
  • 제248화

    제248편

    사실 영혼 삼키기 스킬의 비밀에 대해 어느 정도 알아낸 게 있었다.

    영혼을 삼킬 때마다 겪는 고통.

    그건 내 고통이 아니다.

    영혼 삼키기를 당하는 쪽의 고통.

    게다가 영혼을 완전히 다 삼켰을 때 나는 대상의 기억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었다. 이걸 읽는다고 해도 되나.

    약간 느낀다고 해야 할까.

    사실 몬스터들에게서 읽을 수 있는 건 얼마 되지 않았기에 무시해 왔다. 그래 봤자 아주 단순한 기억들뿐이었으니까.

    하지만 ‘신’이라면 다르겠지.

    뭐라도 얻어낼 수 있을 거다.

    파츠츠츠츳!!

    “이런……. 놔라!”

    “놓게 할 수 있다면 해 보시지!”

    “크읏!”

    “크아아악!!”

    엄청난 격통이 온몸을 감싼다.

    파칫, 파치칫.

    붙잡은 이매망량의 팔에서 스파크가 튀어 오른다.

    “이런……. 세계선을 또 어지럽힐 생각이냐. 애초에 너는 나를 삼키지 못한다.”

    “크읏, 그건 해 봐야 아는 일 아냐?!”

    “어리석긴.”

    츠츠츠츳!!

    어떻게든 이매망량을 잡은 손을 놓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스으으읏.

    번쩍, 번쩍.

    눈앞에서 알 수 없는 장면들이 점멸한다.

    이것이 이매망량의 기억인가.

    몬스터들과는 다르다.

    다 삼킨 것도 아닌데 기억이 보인다!

    번쩍, 번쩍!

    보이는 기억들을 알아볼 수는 없다.

    모르는 얼굴들이 지나가고 모르는 풍경들이 지나간다.

    폐허와 죽음과 황량함의 기억들.

    화려한 궁궐과 도깨비불의 숲과 보랏빛 꽃들과 넓게 흐르는 강의 기억들.

    그리고, 그리고…….

    결이?

    “그만 돌아가라.”

    퍼엉!

    눈앞이 밝아지는가 싶더니 그대로 튕겨 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고는.

    “하준 씨. 정신이 들어요? 괜찮아요?”

    류창희의 얼굴이 보인다.

    “아…….”

    “정신을 잃었었어요. 많이 아팠죠.”

    “아, 아아 괜찮아요.”

    맞다. 나는 류창희에게 힐을 받고 있었지. 참.

    “겨, 결이는…….”

    “한결 씨는 저쪽…….”

    쿠과과과광!! 콰가가가가!!!

    잠깐 멎었던 전투의 엄청난 굉음들이 들려오고 있다.

    ‘뭐지. 이매망량이 어째서 결이의 얼굴을 본 적이 있는 거지? 대체…….’

    어지러운 머릿속을 애써 정리해 보려 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류창희의 힐 덕에 온몸이 가볍다.

    다시 태어난 것처럼 말끔한 감각이다.

    “주인님! 괜찮으세요?!”

    “아, 망량아.”

    망량이의 이글거리는 푸른 불꽃을 보니 영혼 차원에서 일어났던 일들이 떠오른다.

    망량이도 뭔가 이매망량과 관계가 있는 걸까.

    ‘망량이는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고 했지…….’

    망량이의 기억을 깨울 수 있다면 더 많은 걸 알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이게 아니다.

    “키아아아악!!”

    결이를 향해 쏟아지는 ‘어머니’의 공격.

    어느덧 너덜너덜해진 팔다리가 아직까지 위협적으로 공격을 쏟아내고 있다.

    ‘내가 회복했으니 지나친 복수자 스킬이 끝났을 거다. 결이를 도와야 해.’

    나는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가자, 망량아. 하케임.”

    “응.”

    휘이익!!

    촤르르르륵!!

    억압의 손길이 결이에게 쇄도하는 어머니의 팔을 막아낸다.

    “크으으아아아악!!”

    어머니는 이미 이성을 잃은 한낱 괴물로 보였다.

    “헛……. 하준아!”

    “내가 왔어. 결아.”

    소울메이트!

    잠시 끊어졌던 스킬을 가동한다.

    스스슷!

    다시금 이어지는 감각.

    “핵을 공격하자.”

    “핵……!”

    검은 기운을 풍기는 괴물들과 이토록 같은 기운을 풍긴다면 어머니에게도 검은 핵이 있지 않을까.

    하다못해 씨앗이라도,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망량아!”

    “넵!”

    화아아압!

    망량이가 내 머리를 삼킨다.

    망량이의 시선을 빌려 어머니의 핵을…….

    “어라?”

    “응?”

    “핵이 없어.”

    씨앗으로 추정되는 것도.

    아무것도 없다. 보이지 않는다.

    “크흐흐흑. 가소로운 것들.”

    어머니가 몸을 흐느적거리며 위협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기계 몸에서 여러 겹의 칼날이 치솟아 올랐다.

    “감히 나를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느냐!”

    쉬이이익!!

    기다랗게 분해된 기계 팔과 칼날이 나를 향해 질러 온다.

    ‘어째서지?’

    나는 아슬아슬하게 칼날 팔을 피해내며 어머니를 노려보았다.

    ‘핵이 없을 리가 없는데.’

    그녀의 몸 어디를 보아도 검은 핵이나 씨앗과 같은 기운을 풍기는 중심이 없다.

    “어리석은 대적자여!”

    다시 한번 나를 향해 날아오는 칼날 팔.

    이번에는 그 칼날 팔을 하케임의 창검이 베어낸다.

    쉬이익!! 콰드드득!!

    카차차창!!

    하케임의 창검에 의해 절단되는 기계 팔이 요란하게 부서지며 잔해를 사방으로 튀겼다.

    “됐다.”

    “흥, 어림없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후두두둑, 쭈우우욱!!

    촤륵, 촤륵.

    다시 재조립되며 모양을 되찾는 기계 팔.

    “이럴 수가.”

    여기까지 몰렸는데도 불구하고 어머니는 여전히 강력했다.

    “크읏……. 한결이 체력을 거의 다 깎아 놓은 것 같은데. 쓰러지질 않는군.”

    그렇다면 이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무엇일까.

    “내겐 당신이 대적자라던데?”

    내 말에 잠깐 하케임을 향했던 어머니의 고개가 홱 돌아온다.

    “감히…….”

    “나보고 당신을 이기고 돌아오라고 하더군.”

    “그렇군. 모르는 척하고 있더니, 사실은 네놈도 다 알고 있었구나.”

    어머니의 얼굴이 삐걱거린다. 기계와 곤충을 닮은 끔찍한 형상. 이것만으로 다시 상태 이상에 걸릴 것 같다.

    “글쎄, 어떨까.”

    “나는 너를 이기고 이기는 자가 될 것이다. 감히 신의 자리를 넘보다니.”

    쉬이이익!!

    어머니의 어깨 너머에서 다섯 개의 기계 촉수가 으적거리며 나를 향해 돌진한다.

    “하아앗!!”

    새벽의 검을 이용해 재빨리 움직인다. 헤르메스의 신발이 있으니 촉수를 피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다.

    게다가 결이가 체력을 많이 깎아 놓은 덕분인지 어머니의 속도는 조금 더 떨어져 있었다.

    ‘어디 좀 더 떠들어 보라고.’

    휘리릭.

    옆으로 돌아 촉수 하나를 잘라낸다.

    “크아아악!!”

    어머니는 고통보다 내게 당했다는 사실에 더욱 치를 떠는 것 같았다.

    “이긴다! 내가 이긴다! 이 게임에서 이기는 건 나다! 내가 이 세계의 신이 된다! 이 세계의 비밀을 아는 것은 나뿐이다!”

    “과연 그럴 수 있을까? 내가 당신을 이겨 주지!”

    “허튼소리!”

    계획대로 어머니는 확실하게 더욱 흥분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알고 있는 정보를 다 쏟아 놓겠지.

    쉬이이익!!

    그때 검고 거대한 손이 어머니를 덮쳤다.

    카드드드득!!

    “캬아아아아아악!!”

    찢어지는 듯한 비명과 함께 어머니의 목이 날아간다.

    “……!!”

    “……무사합니까.”

    한세희다.

    ‘이런. 나는 어머니에게 좀 더 정보를 캐낼 생각이란 말이다.’

    하지만 한세희의 행동은 빨랐다.

    순식간에 얼음으로 된 검을 만들어낸 한세희가 부서지고 있는 어머니에게 달려들었다.

    “잠……!”

    쉬이익. 콱, 콰드드득!!

    허연 칼날이 끔찍하게 생긴 괴물의 전신을 동강 내 놓는다.

    콰득, 콰득!

    촤아아악!!

    솟아오르면 베어내고 솟아오르면 베어내는, 무한히 반복되는 전투.

    그 탓에 어머니의 신체는 무수히 조각났다.

    “키으르르르륵, 케에레레렉!!”

    이제는 언어가 되지 못하고 갈라져 비산하는 어머니의 말.

    “이런, 이래서는 대화가 되질 않겠는데.”

    “케레레렉!! 크아에에엑!!”

    “쳇.”

    이 세계의 비밀.

    이겨라.

    신이 되어라.

    세계선.

    머릿속에 남아 있는 정보들을 꿰맞추려고 해도 알 수 있는 건 없다.

    역시 어머니를 통해 정보를 더 캐냈어야 했는데.

    하지만 그렇다고 죽자고 싸우고 있는 한세희를 말릴 수도 없다. 내 말이 들리지도 않겠지.

    “하으아앗!!”

    한세희의 공격에 하케임과 결이가 합세한다.

    투타타타타.

    공중에는 헬기가 벌써 여럿 모여 있다.

    괴물 특수 부대일 것이다.

    현장에서 사람들을 수습하고 있겠지.

    “아아아, 어머니……. 주여…….”

    “어머니시여…….”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곳에서부터 조금 떨어진 빌딩 잔해에서 신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직도 기도를 하거나 찬양을 부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

    “끔찍하군.”

    정말로 끔찍하다.

    끔찍하다는 말 외에 뭐라고 더 설명해야 할까.

    ‘하지만 내게 정보를 더 캐낼 수 있는 방법이 아직 남아 있다.’

    영혼 삼키기.

    그걸 어머니에게도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쉽지 않을 거다. 하지만 결이와 다른 헌터들이 체력을 많이 깎아 놓았다.

    성공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휘이익!!

    하늘을 걸어 어머니에게 다가간다. 그녀는 한세희와 결이, 하케임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다.

    스으읏.

    츠츠츠츳!!

    ‘이 정도 거리에서라면 괜찮겠지.’

    신체가 닿아 있는 것이 가장 좋으나 약간의 거리가 있는 것도 괜찮다. 마나를 발출한다.

    츠츠츠츳. 드드드드.

    “……키르르에에에엑!!”

    “크으읏!!”

    격통과 함께 어머니의 시선이 내게로 꽂히는 걸 느낄 수 있다.

    “캬아아악!!”

    그녀의 촉수와 팔다리가 내게 쇄도한다.

    “어림없지!”

    “공격하게 둘까 보냐!”

    하지만 결이와 하케임의 검이 어머니의 촉수와 팔다리를 막아낸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거죠?”

    한세희가 내게 묻지만, 나는 대답해 줄 여유가 없다.

    그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물들지만, 그 역시 어머니를 상대하기 위해 다시금 바쁘게 움직여야 했다.

    크드드드득.

    “크아아아아!!”

    엄청난 격통이다.

    영혼 삼키기를 사용해서 받는 고통 외에도 세 사람의 S급들에게 당하는 고통이 영혼으로 내게 전해진다.

    ‘뭔가 이상하다.’

    분명 체력을 많이 깎아 뒀을 텐데 영혼이 흡수되는 느낌이 낯설다.

    제대로 흡수되지 않는 느낌이랄까.

    ‘어머니는 정말로 몬스터인 건가.’

    사실 그녀의 지금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는 것도 조금 우습긴 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몬스터라면 더 이상하다.

    이렇게까지 체력이 많이 깎인 게 느껴지는데 이 정도로 영혼 흡수가 되질 않다니.

    ‘이건 그녀가 검은 괴물과 같은 기운을 풍기는 존재라서 그런 걸까. 아니면…….’

    고통에 생각이 나아가질 않는다.

    그러는 사이에도 세 사람의 공격이 어머니에게 쏟아지고 있다.

    터엉! 터어엉!!

    어느새 어머니는 촉수와 팔을 거의 다 잃은 상태가 되어 있었다.

    “케에에에엑!! 키에에에!! 게에에에……!”

    끝인가 싶은 비명을 쏟아내는 어머니의 움직임이 기울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꼿꼿하게 굳어진다.

    “이 건방진 것들, 감히 나를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분명 어머니의 목소리다.

    게다가 또렷하게 들리고 있었다. 아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땅 아래에서, 주위에서, 전체에서, 이곳을 모두 울리면서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구구구구…….

    땅이 흔들린다.

    쉬이이익. 취리리릭. 그르르륵.

    땅 밑에서 무엇인가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런, 대체 무슨……!”

    드드드득!!

    기계와 줄기 같은 것과 곤충의 팔다리가 마구 솟아난다. 거대한 나무가 만들어지고 있다.

    빌딩보다도 거대한.

    도시를 집어삼킬 정도로 커다란 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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