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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47화 (247/250)
  • 제247화

    제247편

    쿠과과가강!

    엄청난 소리가 하늘을 찢을 듯이 울려 퍼진다.

    고층 빌딩이 무너지면서 먼지 폭풍이 휘몰아친다. 엎드려 있던 사람들이 먼지에 휩쓸려 모습이 가려진다.

    “아, 아아……. 이런. 젠장!”

    안타깝지만, 나 역시 붕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서 움직여야 했다.

    퍼엉! 퍼어엉!!

    붕괴와 함께 불이 붙었다. 이 지경까지 왔음에도 울부짖기를 멈추지 않는 사람들.

    울음소리와 비명, 기도 소리가 한데 뒤섞이고 먼지와 불이 아수라장을 만들고 있다.

    그야말로 지옥도의 한 장면이다.

    “크으윽…….”

    결이와 하케임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붕괴에 휘말린 것일까.

    “후후후. 때가 왔다. 대적자여. 너를 이기고 내가 이 세상의 새로운 신이 되겠다.”

    머리 위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신? 신 같은 소리 하네.”

    “모르는가.”

    콰드드득!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기괴한 움직임의 팔이 튀어나왔다. 그리고 나를 덥석 낚아챘다.

    ‘이런!’

    극도의 고통이 온몸을 조이기 시작한다.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로구나. 대적자여.”

    “내가 뭘 모른다는 말이야.”

    “이 세계의 비밀도, 모든 차원의 비밀도 말이다.”

    “무슨…….”

    꽈아아악.

    으득, 으드득.

    뼈가 부러질 것 같다.

    “네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대적자야. 한데 아무것도 모르다니. 특이하군. 이상한 일이야. 이렇게 많은 세계선의 잔여 에너지가 네 주위에 부유하는 이유는 뭐지?”

    “으윽……. 네가 뭐라고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

    “대체 너는 무엇이냐. 대적자야.”

    “나는…….”

    와득, 으드득!

    결국 전신의 뼈가 으스러지고 만다.

    “크으아아악!!”

    어머니의 고개가 생명이 없는 존재처럼 데구륵 돌아간다.

    “어째서 이런 기운을 가지고 있는 걸까. 네놈에게는 무슨 비밀이 있는 거냐.”

    그녀가 내게서 읽어낸 건 대체 뭘까?

    뼈가 으스러지는 고통 속에서 생각이 팽팽 돈다.

    세계선? 잔여 에너지?

    기이한 일이라면 짚이는 게 많지.

    혹시 내가 회귀한 것과 무슨 상관이 있는 걸까?

    정신이 아득해지는 와중에 시스템의 알람음이 귓가를 때렸다.

    띠링.

    [한결 님의 상태 이상이 해제되었습니다.]

    [하케임 님의 상태 이상이 해제되었습니다.]

    쉬이익!!

    번쩍!

    눈앞이 밝아지더니 벼락이 내리꽂힌다.

    순간 그것이 결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마치 살아 있는 번개 그 자체처럼 결이와 검이 내리꽂혔다. 결이의 검이 길게 늘어진 어머니의 허리께를 강타한다.

    “캬아아악!!”

    어머니가 발작하듯 몸을 떨었다.

    쉬리리리릭.

    나를 쥔 그녀의 손에서 힘이 풀어졌다. 나는 자유를 얻었지만, 보잘것없이 바닥으로 떨어져 나뒹굴었다.

    “하준!”

    “크으윽……. 하케임.”

    “고맙다. 덕분에 상태 이상이 해제되었어. 네가 아니었다면 우린 죽었을지도 모르겠군.”

    “나는 죽기 직전이야.”

    하케임이 재빨리 나를 부축한다.

    “크으으윽!!”

    “맙소사, 온몸의 뼈가 부서졌어.”

    “괜찮다고 말하고 싶은데 하나도 괜찮지가 않네.”

    “걱정하지 마. 뒤쪽에 류창희가 도착했으니까.”

    “윽!”

    “조금만 참아라, 은하준!”

    하케임은 나를 둘러업고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

    * * *

    [상태 이상 ‘공포’가 해제됩니다.]

    알림을 보자마자 하준이가 해낸 일이라는 걸 알았다.

    온몸을 차갑게 짓누르던 공포가 따뜻한 기운에 의해 흩어진다.

    그리고 느껴진다.

    [지나친 복수자가 62% 발동됩니다.]

    지나친 복수자.

    내 스킬.

    동료로 지정한 존재가 받는 대미지에 비례해서 내가 강해진다.

    이 얼마나 소름 끼치고 기분 나쁜 스킬인가.

    ‘결아, 널 위해서라면 대미지 따위 얼마든지 받아 줄 수 있어.’

    너는 그렇게 말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됐다.

    하지만 절실히 느껴진다.

    하준이가 얼마나 고통받고 있는지. 얼마나 커다란 대미지를 입었는지.

    넘쳐흐르는 분노는 나를 짓누르던 공포보다 훨씬 뜨겁다. 끓어오른다.

    그러나 심장이 끓어오르는 것과 반대로 뇌는 차갑게 식어 갔다.

    ‘죽인다.’

    츠파앗!!

    순식간에 자리를 박차고 날았다.

    츠팟!!

    점멸할 때마다 눈앞이 순식간에 뒤바뀐다.

    다시 봐도 오싹하고 기괴한 형체를 마주했을 때는 이미 몸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뇌격.”

    쿠과과과과광!!!

    “캬아아악!!”

    괴물의 신체가 뒤틀린다.

    “…….”

    아무 말도 할 필요가 없다.

    놈을 죽이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츠츠츠츳.

    빠직, 빠지지직!!

    몸 주위로 미친 듯이 스파크가 튄다.

    “우중격침.”

    츠츠츠츠츳!!

    공중을 가득 메운 검의 형태.

    그 형상이 이미 수십 개다.

    이렇게 많은 검을 소환해 낸 적이 없었다.

    츠파파파팟!!!!

    하늘에서 비가 내리듯 검이 쏟아진다.

    “캬아아악! 키에에엑!!”

    투과과과과광!!

    * * *

    “하준 씨, 조금만 참아요.”

    “쿨럭, 쿨럭. 크으윽.”

    류창희의 힐 스킬이 온몸을 감싸는 게 느껴진다.

    우득. 드드득, 까드드드득.

    부러진 뼈가 재생하며 다시 서로 들러붙고 있다. 그 외에 입은 다른 상처들까지.

    “으아아악!!”

    참을 수 없는 고통.

    뼈가 부러질 때보다 더 큰 고통이다.

    몸을 뒤틀고 싶지만 그것마저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상태.

    정신이 나갈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시야가 검게 변했다.

    그리고 일순간 고통이 사그라들었고 검은 공간에 홀로 서 있었다.

    “뭐…….”

    치료가 끝난 건가?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 자리에 남은 건 나뿐. 격렬한 전투의 소음들도 없이 적막만이 남았다.

    “이건…….”

    발에 채는 것을 보니 보랏빛 꽃잎이다.

    “영혼 차원? 여기엔 왜?”

    “내가 불렀다.”

    “어라?”

    뒤를 돌아보니, 남자가 서 있었다.

    푸른 눈과 굽이치는 검은 머리를 가진 남자.

    “그대로 두면 영혼이 상할 것 같기에. 너는 생각보다 영혼이 약하니까.”

    “무슨……. 누구세요?”

    내가 묻자 남자가 빤히 바라본다.

    하고 싶은 말이 되게 많은 표정이다.

    “나는 이매망량.”

    “이매망량?”

    “온갖 도깨비, 귀신, 요괴들의 신.”

    “신……이라고.”

    순간 주머니 속의 방울을 떠올렸다.

    그래, 안사홍이 그랬다.

    이것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신들의 주목을 끌 것이라고.

    “나를 도와준 거죠?”

    “…….”

    “고맙습니다.”

    남자는 대답이 없다. 하지만 적대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아요.”

    이매망량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슬프기도 하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다가 그는 간신히 입을 뗀다.

    “……아직은 대답해 줄 수 없다.”

    “네? 어째서?”

    “비밀을 지키겠노라 약속했으니까.”

    “비밀? 누구와?”

    “알려 줄 수 없다.”

    그가 내게 다가온다.

    본능적으로 느껴졌다. 이거 저번에 그거구나. 날 밀쳐서 다시 원래 차원으로 의식을 날려 버리려는 거구나!

    후다닥!!

    “……? 은하준?”

    “너무 빡빡하게 굴지 말고 설명 좀 부탁합니다!!”

    나는 미친 듯이 도망쳤다. 이매망량에게서 멀어진다.

    “무슨 바보 같은…….”

    “아까 그 괴물도 그렇고! 당신도 그렇고! 계속 나를 바보 취급하기만 하고! 아무것도 알려 주지 않으면서!”

    내 발에 챈 보랏빛 꽃잎이 마구 흩날린다.

    “너는 내게서 도망칠 수 없어. 특히 이 차원에서는.”

    남자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헉.”

    깜짝 놀랐지만,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도망칠 수 없다면서 왜 말만 하고 나를 바로 차원 너머로 보내지 않는 걸까.

    이매망량이라는 신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이곳은 내 권속이다. 네가 어찌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어서 돌아가라.”

    “그러니까 뭐라도 설명하기 전에는 갈 수가 없다니깐요?!”

    소울 포인트를 민첩에 투자한 게 여기서도 빛을 발하는 걸까?

    “당신도 볼 수 있나요? 세계선의 에너지? 그게 왜 내 주위에 부유하는 거죠?”

    “…….”

    쉬이익!

    쉬익!

    주변의 어둠 속에서 무엇인가가 접근한다.

    “흐앗!”

    본능적으로 접근하는 것들을 피해 내자 놈들이 정체를 드러낸다.

    화륵, 화르륵.

    “망량이?”

    화르르륵.

    망량이와 똑같은 크기와 색의 도깨비불이 여럿이다.

    “감히 전하의 명령을 따르지 않다니!”

    “저놈 잡아라!”

    “잡아라! 잡아라!”

    “망량이가 아니군.”

    나는 방향을 틀어 재빨리 도깨비불들을 피해 냈다.

    “아주 미꾸라지 같은 놈인데?!”

    “가만 안 둬!”

    “잡아라! 잡아라!”

    “쬐끄만 것들이.”

    휫, 휘익.

    역시 민첩에 올인한 게 도움이 된다.

    “용서할 수 없다! 아무리 이레귤러라고 해도 이건 전하에 대한 모독이야!”

    “이레귤러?”

    “아차!”

    “말조심해!”

    도깨비불 하나가 들썩거리더니 포옹! 하고 사라져 버린다.

    “쯧.”

    “이레귤러. 그게 뭐죠?”

    “정말로 정신이 사납군.”

    이매망량의 지친 목소리가 들린다. 역시 자신의 권역이라면서 나를 어쩌지 못하는군.

    “내 권역인데도 너를 어쩌지 못하는 이유다. 은하준.”

    오,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한 대답. 하지만 슬슬 나와 대화할 생각이 든 모양이다.

    다행이야. 내가 지치기 전에 저쪽이 먼저 지쳐서.

    “이레귤러, 법칙을 벗어난 자. 비틀린 운명을 걷는 자. 옥에 티, 눈엣가시.”

    화풀이인가?

    “운명을 다시 쓰는 자, 회귀의 길을 걸은 자.”

    내가 회귀자란 사실을 알고 있다.

    “세계선의 에너지가 그대 주위에 부유하는 건 당연하다. 그대가 회귀했기 때문이지.”

    “뭣……. 당신, 어떻게 알았죠?”

    어머니는 세계선의 에너지가 내 주위에 부유한다는 걸 알고도 내가 회귀자라는 사실은 몰랐다.

    한데 이매망량은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일까?

    설마 내 회귀와 관련된 게…….

    “잡았다.”

    터억. 터억. 터억.

    도깨비불들이 내 몸에 다닥다닥 들러붙었다.

    “앗, 이건 반칙이지!”

    “반칙이 어딨어!”

    “이기려면 수를 다 써야 해, 얕은수라도!”

    도깨비불들이 키득거린다.

    그러는 사이에 남자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

    체엣. 결국 알아낸 게 별로 없다.

    “당신이 날 회귀시켰나요?”

    “…….”

    “왜? 원하는 바가 있을 것 아녜요. 어떻게 해 주길 원해요? 말을 해야 알 것 아닙니까! 지금 와서 이렇게 등장한 것도 이유가 있어서 아녜요?!”

    남자의 손이 내게로 뻗어진다. 그러다 멈칫한다.

    “네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은하준.”

    “……! 그래, 어디 속 시원하게 말해 봐요!”

    “하지만 지금은 때가 아니다. 대적자를 해치우고 모든 것을 들을 때가 올 거다.”

    “대적자?”

    이놈이고 저놈이고 대적자가 어쩌고저쩌고.

    그런데 이번에는 내가 대적자가 아니란다.

    도대체 무슨 말들을 하는 건지.

    이매망량의 손이 내게 다가온다.

    투욱.

    나를 밀치는 그 손을.

    터업!

    붙잡았다.

    “……?!”

    “이대로 놔줄까 보냐.”

    “무슨…….”

    스츠츠츠츳!!!

    내가 사용한 스킬은 영혼 삼키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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