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소울메이트-246화 (246/250)
  • 제246화

    제246편

    스으으읏.

    강력한 기운이 흘러나왔다.

    도저히 한 인간에게서 느껴진다고 생각할 수 없을 만큼. S급의 기세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검고 축축한 기운.

    검은 기운을 내뿜는 괴물들과도 같은 기운.

    그중에서도 강력한 존재라는 느낌을 줄 만큼 거대한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크읏.”

    스윽.

    한세희가 내 앞을 가로막는다.

    자신의 기세로 ‘어머니’의 기운을 막아, 내가 버티기 쉽게 해 주려는 것 같지만 글쎄다. 전혀 소용이 없는 것 같은데.

    “기껏 만나러 갔을 때는 날 내버려 두고 도망치더니.”

    어머니가 한쪽 팔을 매만졌다.

    저건 영혼 차원에서 남자에게 붙들렸던 한쪽 팔이다.

    역시 그녀는 나를 노리고 영혼 차원에 접속했던 거다.

    ‘나만이 접속할 수 있는 차원이 아니라는 거군.’

    물론 그때 그 남자도 있었지만…….

    영혼 차원에 관한 궁금증은 여전하다.

    남자의 말로는 ‘초월자’가 된다면 차원에 간섭할 수 있다는 것 같았는데.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그녀가 묻는다.

    “당신을 체포할 겁니다.”

    한세희의 목소리가 무시무시한 어머니의 기운을 뚫고 그녀에게 전해진다.

    이건 거의 그냥 대화가 아니라 S급 이상들의 기세 싸움 현장이다.

    내가 버티기에는 버겁다.

    ‘이런 존재를 체포하겠다니, 한세희도 정말 대단한 기백을 가지고 있구나. 나는 숨도 제대로 못 쉬겠는데. 크윽.’

    어머니의 눈이 데굴데굴 굴러간다.

    “감히 내 집 한가운데에 들어와서 나를 체포하겠다니. 대단한 욕심이구나.”

    그녀의 시선은 고통스러워하는 나를 보고 있다. 눈동자에 즐거움이 어린다.

    “버르장머리가 없는 아이들의 훈육 또한, 이 어미가 해야 할 일이지.”

    스윽.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기까지 온 이상, 애꿎은 교인들을 다치게 할 생각이 아니라면 그냥 순순히 잡히는 게 나을 것 같은데.”

    “글쎄. 여기까지 왔으면 당연히 나와 이런 대결을 꿈꾸고 있을 줄 알았는데.”

    한세희의 말에 어머니는 싱긋 미소를 짓는다.

    스스슷.

    그녀의 기운이 거세게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적, 으저적.

    그리고 그녀의 등 뒤에서 검은 촉수처럼 집게다리 같은 것이 솟아올랐다.

    ‘영혼 차원에서 봤던 그대로다.’

    쉬이이익!!

    촉수가 한세희와 나를 향해 쇄도했다.

    우리 둘은 재빨리 양옆으로 몸을 움직여 촉수를 피해냈다. 하지만 촉수는 그대로 방향을 꺾어 우리를 쫓아왔다.

    “크읏!”

    “하앗!!”

    한세희가 냉기 스킬을 사용하는 동안, 나 역시 억압의 손길을 이용해 촉수의 움직임을 가로막으려고 했다.

    하지만.

    챙!

    카가가가가!!!

    드득, 득!

    내 억압의 손길로는 그녀의 촉수를 막아내기에 역부족이다.

    ‘애초에 씨앗을 제거하기 위해 같이 온 것이지. 내가 어머니와 정면으로 붙을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엄청난 힘의 차이라니.

    ‘디버프나 걸자.’

    나는 어머니를 향해 걸 수 있는 모든 디버프를 꺼냈다.

    스슷!! 촤아앗!!

    말뚝박기로 마나 감소를 시키고 불안한 예감으로 행동력을 감소시킨다.

    이게 조금이나마 한세희에게 도움이 되겠지.

    타앗.

    그리고 두 사람의 싸움에 방해되지 않도록 야무지게 어머니의 공격을 피하면 된다.

    그러기에는 건물이 너무 좁긴 하지만, 곧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되게 됐다.

    쿠과과광!!

    이미 어머니의 촉수가 건물을 박살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꺄아아악!!”

    저 멀리에서 비명이 들려온다.

    분명 예배를 드리고 있던 신금천화교 교인들의 비명일 것이다. 모두 혼비백산해서 무슨 상황이 일어난 것인지 파악한 다음 빌딩을 빠져나가기 위해 아수라장이 되겠지.

    그러면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우리 인원이 착실하게 그들을 인도할 것이다.

    콰과과가가가……!!

    어머니의 촉수가 바닥을 긁으며 내게 쇄도한다.

    ‘다행히 속도 자체는 호각이다.’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속도 면에서 한참 뒤떨어졌다면 이미 목숨이 날아가고도 남았을 거다.

    ‘맞지만 않으면 돼, 맞지만.’

    스아아아…….

    갑작스러운 냉기에 한세희의 움직임을 쫓아 보니, 어느새 새하얀 냉기가 가득한 검을 뽑아 들고 있었다.

    “와라.”

    “후후후.”

    콰직, 콰지지직. 콰드드득!!

    어머니의 촉수와 한세희의 냉기의 검이 맞부딪힌다. 채앵! 챙! 챙강!!

    불꽃이 튈 것 같은 맹렬한 공격들.

    ‘역시 어머니는 인간이 아닌 걸까.’

    그녀의 기운과 공격들을 보면서 검은 괴물들을 떠올린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봐 온 그 어떤 검은 괴물보다 더욱 강력해 보였다.

    게다가 저렇게 지독하게 같은 기운을 풍기면서 인간과 같은 겉모습은 또 어떤가.

    어떻게 이렇게 될 수 있는 거지.

    콰과광!! 어느새 촉수에 휘감긴 한세희가 한쪽 벽으로 처박히고 있었다.

    ‘이런……!’

    어머니라는 존재가 정말 검은 괴물과 연관이 있는 거라면, 넥스트 레벨이 되지 못한 한세희가 상대하는 건 어렵다.

    ‘결이와 하케임이 있어야 해.’

    그런 내 마음이 통하기라도 한 것인지 검기만 하던 창밖으로 밝은 빛이 번쩍였다.

    콰치치치칫!!

    콰르르릉!!

    “결아!”

    “하준아! 괜찮아?!”

    “난 괜찮은데, 세희 씨가! 어서!”

    콰츠츠츠츳!!

    결이의 검이 어머니의 촉수를 향해 쏟아진다.

    어머니의 촉수는 결이의 검에도 베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붙들고 있던 한세희를 놓쳤다.

    좌르르륵!!

    한세희는 그 틈을 타 멀찍이 떨어졌고 결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뭘요.”

    구구구구…….

    빌딩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나가야 해.”

    결이가 점멸하며 나를 낚아챘다.

    츠팟!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빌딩 바깥이다.

    구구구구…….

    “무너질 것 같아!”

    “피해!”

    “저 안에 사람들이!!”

    구구구, 구구구구…….

    정말로 빌딩이 무너지고 있었다.

    “으아아악!”

    “꺄아아악!!”

    “살려 줘!”

    무너지는 건물과 대피하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이 벌어진다.

    구구구……. 드드드드……!!

    수와아악!!

    빌딩 바로 밑으로 거대한 검은 손이 솟아오른다.

    저번 테러 사건 때 봤던 한세희의 스킬이다. 그 거대한 검은 손이 빌딩을 부여잡았다.

    “사람들을 대피시켜야 해.”

    “내 앞에서 그런 여유를 부리다니.”

    결이와 내 앞을 가로막은 건 어머니였다.

    “쳇, 내가 구하려는 건 너를 어머니라고 부르는 교인들이라고!”

    “우리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죽음 또한 천국에 가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

    “뭐라는 거야!”

    스츠츳!!

    어머니의 검은 촉수가 마치 채찍처럼 사방을 후려치며 쇄도한다.

    “크읏.”

    촤촤촤. 결이의 검이 번개를 발출하며 검신의 크기를 키웠다.

    콰차차창!! 검은 촉수와 번개 검이 부딪히며 엄청난 빛이 산란한다.

    “한결!”

    “하케임!!”

    때마침 어머니의 뒤를 치는 하케임.

    콰자작!!

    하케임의 창검이 어머니의 촉수 몇 가닥을 절단 냈다.

    “크윽!”

    와락.

    어머니의 얼굴이 굳어진다.

    영혼 차원에서 봤던 그 얼굴이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어머니의 얼굴이 기묘하게 일그러진다.

    갈짝, 갈짝.

    갈그락, 갈그락.

    입의 모양이 마치 곤충의 그것처럼 갈라져 가르작거린다.

    쩌어어억.

    그녀의 입이 몇 배나 크게 열리면서 곤충과 사람의 것을 섞은 것처럼 보이는 치아가 빽빽한 내부가 드러났다.

    열린 건 그녀의 턱뼈만이 아니었다.

    으득, 으드드득.

    카드드득.

    그녀의 전신이 마치 변신 로봇이라도 되는 양 재조립되고 있었다.

    그건 난생처음 보는 형태였다.

    기계와 곤충이 합쳐진 모습이라고 할까. 흔히 생각하는 인간 형태의 변신 로봇과는 달랐다.

    길쭉한 팔다리와 여러 개의 관절.

    딱딱한 갑각 껍질과 근육 섬유 다발과 뒤엉킨 전선들. 게다가 거대한 날개는 달빛을 받아 유리처럼 번들거렸다.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기괴한 모습이었다.

    그걸 보는 것만으로도 공포 상태 이상이 걸릴 것 같은.

    이 생각은 그냥 나만의 착각이 아니었다.

    [상태 이상: 공포]

    [모든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상쇄됩니다.]

    [상태 이상: 공포]

    [모든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상쇄됩니다.]

    “크아아악!!”

    “어, 어머니시여!”

    “천사가 강림했도다!”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대피하던 신금천화교의 교인들은 도망치던 것도 잊은 듯이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절망하고 엎드렸다.

    “크윽. 젠장. 이 무슨 짓을……!!”

    “죽음은 우리를 천국으로 인도한다.”

    이제 어머니의 목소리조차 거대하고 검은 기운을 가득 담고 있었다.

    “크으읏.”

    “크아아악!!”

    보아하니 결이나 하케임까지도 공포 상태 이상을 이겨내지 못한 것 같았다.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 효과가 없었다면 나 역시 이 자리에서 굳어 버리고 말았겠지.

    “정신 차려!”

    물론 이런 말로 차려질 정신이었다면 상태 이상까지 걸리지 않았을 거다.

    “후후후, 어쩔 테냐.”

    휘이이익!!

    어머니가 기괴하고도 거대한 팔을 휘두른다.

    콰과과과광!!

    “크읏!!”

    거대해졌는데도 속도가 떨어지거나 하지 않았다. 나는 가까스로 어머니의 공격을 피한 뒤 바닥을 굴렀다.

    “으으…….”

    “으으으…….”

    그런 내 모습을 보고도 결이와 하케임은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

    한세희가 좀 도와주면 좋겠지만, 그쪽은 빌딩이 쓰러지는 걸 막기에도 급급하다.

    ‘저쪽은 겨우 상태 이상을 이겨낸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다면 건물이 완전히 무너져 내려 엄청난 사상자가 나왔겠지.

    “후후후.”

    콰과광!! 쿠과과강!!

    어머니의 공격이 계속된다.

    마치 교인들이 공격에 휘말리는 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크으읏.”

    내가 몇 차례나 공격을 피해내자 어머니의 표정이 굳어진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고. 나는 한 방만 제대로 맞아도 죽을 테니까.

    “그만 포기하는 것이 어때!”

    “그럴 수는 없지. 나한테는 수가 하나 남았거든.”

    “으음?”

    영혼 전이를 사용한다.

    소울메이트로 연결된 결이와 하케임이 공포 저항을 해낼 수 있도록.

    나의 감정을, 영혼을 전이시킨다.

    스스스슷.

    “크……. 크으으…….”

    결이와 하케임이 머리를 흔들며 공포 상태 이상을 이겨내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이런, 재주가 많은 아이로구나.”

    “내가 좀 그렇지.”

    씨익 웃어 보이자, 어머니의 눈알이 시뻘겋게 변한다.

    “점점 더 무섭게 변하시네.”

    “내가 좀 그렇단다.”

    드드드득. 드드드드득!!!

    콰드드득.

    이번에는 어머니의 허리 부근이 마치 지네처럼 길게 늘어났다. 그녀는 이제 인간의 모습이 거의 사라지다시피 했다.

    “진짜 무서운데.”

    여기 제정신인 사람이 몇 없다는 점이 진짜 무섭다.

    제발 결아! 정신 좀 차려 봐!

    후우우욱!!

    쿠구과과광!!

    어머니의 공격이 이어진다. 헤르메스의 신발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하늘을 밟아 요리조리 공격을 피해냈다.

    “엇.”

    아차. 싶었다.

    피해내는 순간 어머니의 공격이 신금천화교의 빌딩 건물을 향해 쇄도한다.

    쿠과과과광!!!

    엄청난 소리와 함께 빌딩에 처박힌다.

    “이런.”

    “쯧.”

    저 멀리 한세희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과 함께 빌딩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한세희의 거대한 검은 손이 빌딩 붕괴를 막기 위해 어떻게든 움직여 보지만, 이미 늦었다. 산산이 부서진 빌딩의 파편들이 세종 정부 청사를 향해 무너져 내린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