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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45화 (245/250)
  • 제245화

    제245편

    츠츠츳.

    얼굴 변환 아이템인 목걸이를 목에 걸고 발동시켰다.

    “우와, 정말 은하준인지 못 알아보겠다.”

    하케임이 놀라며 내 얼굴을 향해 기웃거린다. 그러고 보니, 하케임 너도 이 아이템을 쓰고 있잖아. 겉모양만 약간 다를 뿐이지…….

    “으흠흠. 그래?”

    “……정말이네.”

    결이 역시 나를 신기하게 바라본다.

    “출발해 보죠.”

    옆을 돌아보니 외관이 바뀐 한세희가 서 있다. 확실히 한세희는 너무 화려한 외모라 이 아이템이 필요하기는 하다.

    짧은 검은 머리에 각진 얼굴로 변한 한세희 옆에 서 있으려니 뭔가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가죠.”

    일단은 차를 타고 정부 세종 청사까지 이동한다.

    “건물이 엄청난데요.”

    “그렇군요.”

    엄청나게 넓고 커다란 건물이 보인다.

    “우리가 갈 곳은 그 뒤편입니다.”

    “네.”

    “오늘 마침 예배가 있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아하, 그래서 흘러나오는 마나를 더 잘 잡을 수 있었던 건가요?”

    “아마 그럴 겁니다. 사람들이 출입해야 하니까요. 여기서부터는 걸어갑시다.”

    한세희를 따라 차에서 내리는데 결이와 하케임의 시선이 따라붙는다.

    “위험해지면 정말 바로 연락해야 해.”

    “알겠어. 걱정하지 마.”

    “꾸르르륵…….”

    흑단이가 빨간 눈을 깜빡거린다.

    “너희들도 잘 지키고 있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응!”

    먼저 앞서는 한세희의 뒤를 급하게 쫓자 그가 조금 속도를 낮춰 발을 맞춰 준다.

    “그간의 조사로 알아낸 거지만, 그들은 예배를 드리는 걸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더군요.”

    “이렇게 정부에게 추적당하는 상황에서도 예배를 멈추지 않는 걸 보면 알 수 있네요. 역시 광신도들이라니까요.”

    “그렇습니다. 그나마 그 덕에 이들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도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인 척하면 됩니다.”

    “들키지 않을까요?”

    “들어갈 때 교인 인증 카드를 찍고 들어갑니다. 하지만 사진까지는 확인하지 않죠.”

    사진이 박힌 인증 카드가 있다니. 충격적이다. 그렇게까지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었던 것인가.

    하기야 그렇게 하니 지금까지 보안이 철저했던 것이겠지.

    “그럼 우리는 어떡하죠?”

    그렇게 말하는 순간, 우리에게 한 사람이 다가왔다.

    그리고 그는 날렵하게 카드 두 장을 우리에게 건네고는 한세희에게 뭐라고 잠깐 전달했다.

    “잠복하고 있던 인원입니다. 교인 둘을 급습해 카드를 수거했죠. 두 사람은 서광 길드에서 잘 인도했고요. 우리는 이 카드로 입장하면 됩니다.”

    “오오, 그렇군요. 생각보다 일이 쉽게 풀리는데요?”

    “그래도 조심해야 합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한세희를 따라갔다.

    즈즈즈. 소울메이트로 느껴지는 그의 긴장감을 확인하며 누가 되지 않도록 정신을 다잡는다.

    한세희와 향한 곳은 청사 바로 뒤편에 붙어 있는 큰 빌딩이었다.

    ‘여기가…….’

    한세희는 정말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향했다.

    ‘대단해. 완전 유능한 스파이 같아.’

    왜 정부에서 신금천화교의 수사 권한을 서광 길드에게 준 것인지 알 것 같기도 했다.

    ‘그러고 보니 서광 길드는 정부와 협력하는 일이 굉장히 많았던 것 같다.’

    나는 혹시나 내가 두리번거리며 처음 온 것이 티가 날까 봐 그의 등만 보고 걸었다.

    구불구불한 복도를 열심히 걸었다. 그리고 어느새 도착한 곳의 자동문이 열린다.

    지이잉.

    “어서 오세요, 형제님들.”

    문이 열리자마자 흐릿하게 들리던 노랫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삑. 한세희가 인증 카드를 기계에 갖다 댔고 나는 곧장 그 행동을 따라 했다.

    삑.

    그리고 시선을 돌리자 신금천화교의 거대한 예배당이 눈앞에 펼쳐졌다.

    “이건…….”

    길황산의 신금천화교 건물에서 봤던 것과 같은 결을 갖고 있었지만, 이건 차원이 달랐다.

    공간을 지지하기 위해 하얗고 거대한 기둥이 일렬로 서 있을 만큼 넓은 공간. 그 공간을 신금천화교의 교인들이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이 공간에 모여도 되는 것일까 싶은 정도였다.

    사람의 수에 압도당한다는 게 바로 이런 기분일까.

    질색하고 난 뒤, 서서히 예배당 안의 전경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장 안쪽의 강대상 양옆으로 금으로 만들어진 벚나무가 두 그루 있었다.

    처음에는 진짜 나무가 심겨 있다고 착각했다. 그만큼 이 공간은 높고 넓었다.

    두 그루의 나무 사이에 있는 강대상 뒤편으로는 휘황찬란하게 조각된, 어쩐지 기괴한 모양의 날개 달린 천사들의 모습과 익숙하지 않은 괴물 같은 조형물들이 있었다.

    하늘과 빛을 상징하는 것 같은 바탕에 조각된 그것들은 단번에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것들은 성스럽다기보다 뭔가 사특한 기운을 풍기고 있었지만, 그 앞에 앉은 사람들은 무엇보다 귀한 것을 보고 있다는 듯한 표정으로 몸을 흔들면서 손뼉을 치며 찬양하고 있었다.

    “우리는 예배에 참석하지는 않을 겁니다.”

    위압적인 풍경에 잠깐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한세희가 속삭이는 바람에 정신을 다잡았다.

    “이쪽으로.”

    한세희는 앞장서서 구석진 곳으로 향했다.

    나는 예배당의 교인들에게 좀처럼 시선을 떼지 못하면서 한세희의 뒤를 쫓았다.

    “예배에 참석해야 어머니를 볼 수 있는 것 아녜요?”

    “지파장들이 예배 전에 대기하는 곳이 있습니다. 분명 이들의 어머니도 그런 곳에서 대기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군요.”

    내부 복도의 코너를 도는데 정장을 입은 남자와 딱 마주치고 말았다.

    “형제님들 예배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어서 예배당으로 모여 주세요.”

    “네, 화장실을 좀 이용하려고요.”

    한세희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예, 그래도 얼른 오셔야 합니다.”

    남자가 지나치는 듯하더니 멈춰 선다.

    “음? 그쪽에는 화장실이…….”

    휘이익. 타악, 터억!

    순식간이었다.

    한세희가 남자를 제압해 기절시켜 버린 건.

    “……!”

    “근처의 자료실 같은 곳에 두면 될 겁니다. 이 사람에게는 씨앗이 없는 것 같으니까요.”

    그리고 한세희는 곧바로 그렇게 했다.

    척척척.

    막힘없이 전진하는 한세희.

    “길을 정말 잘 아시네요.”

    스윽. 그가 작은 종이를 건넸다가 안주머니로 다시 넣는다.

    “아까 받은 평면도입니다. 대략적인 것뿐이지만.”

    “잠깐, 자세히 봐야겠어요.”

    “……?”

    한세희가 종이를 다시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이걸 확인하는 건 중요했다.

    이곳 어딘가에 안단홍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사실 찾는 사람이 있어요.”

    “……그런가요?”

    “네. 오래전에 납치당한 친구의 여동생이에요.”

    “그녀가 이곳에 있는 게 확실합니까?”

    확실하지 않다.

    저번에도 내가 예상했던 곳에 그녀는 없었다. 이미 빼돌려져 있었던 것인지 어떤지 모르겠지만.

    “확실하지 않지만, 그녀를 찾아야 해요.”

    “그렇군요. 위험하긴 하지만 일단 여기서 그녀가 있을 만한 공간을 찾아보도록 하죠.”

    한세희와 나는 그렇게 신금천화교의 건물을 뒤지기 시작했다.

    예배가 시작되어서 그런지 예배당 외의 다른 공간에는 사람이 없었다.

    어쩌다가 마주치는 사람은 한세희가 단번에 제압해 포박한 뒤 비어 있는 사무실이나 캐비닛에 처박아 뒀다.

    “일단……. 아무리 뒤져도 없군요. 시간이 많이 지체됐습니다. 조금 있으면 말씀 인도 시간이 될 거고 어머니는 예배당으로 이동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상황이 어려워질 겁니다.”

    “……어쩔 수 없죠.”

    나는 안단홍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한세희의 뒤를 따랐다.

    왜 이곳에도 그녀가 없는 걸까.

    혹시 어쩌면 그녀는 예배당에서 예배를 드리고 있는 교인 중에 섞여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볼 수 있었던 그녀의 모습은 잠들어 있는 것뿐이었어.’

    어떤 마법에라도 걸려 있는 것처럼.

    “잠깐, 뭐 하는 겁니까?”

    인기척에 돌아보니 신금천화교 교단원 중 하나가 서 있었다.

    “아니, 저 사람은.”

    “씨앗을 가지고 있죠?”

    한세희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곧장 이해하고는 벌써 움직이고 있었다.

    퍼어억!!

    “크읏! 뭐야! 너희들!!”

    “……조용.”

    한세희는 남자가 질러 오는 주먹을 틀어막고 무릎으로 복부를 가격했다.

    그사이에 나는 망량이를 소환한다.

    화르륵!

    망량이는 곧장 내 머리를 삼켰다.

    ‘보인다.’

    망량이의 시선을 덧입자 씨앗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히 보인다. 다만 계속 두 사람이 몸싸움을 벌이는 중이라 씨앗을 빼낼 타이밍이 오지 않는다.

    “너희들…… 대적자들이구나!”

    “그러니까 순순히 져 주면 좋겠군.”

    하지만 역시 씨앗을 가진 인물이었다. S급인 한세희에게도 쉽게 저지당하지 않는다.

    “억압의 손길!”

    차르르륵!!

    넓지만 어차피 복도, 두 사람의 움직임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흐음, 이럴 바에는 그냥…….’

    촤르르륵!!

    나는 억압의 손길로 두 사람을 완전히 함께 감싸 버렸다.

    “으읏?!”

    “……?!”

    한세희도 남자도 당황하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이 내게는 기회였다.

    드르르륵.

    억압의 손길을 주먹에 감싸 드릴을 만든 뒤 남자의 등 뒤로 씨앗을 빼낸다.

    “크허억!!”

    “이런.”

    왈칵. 남자가 토하는 피가 한세희에게 쏟아졌다.

    남자는 비틀거렸고 나는 억압의 손길을 곧장 해제했다.

    피를 뒤집어쓴 한세희가 혀를 차며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아 낸다.

    “앗, 이렇게 만들 생각은 없었는데…….”

    “아니, 됐습니다. 어쨌든, 일을 빨리 진행시키는 게 나을지도 모르니까요.”

    “크으윽, 네놈들…….”

    한세희는 피를 쏟는 남자를 능숙하게 묶어 근처 빈 창고에 던져 넣었다.

    “피 때문에 들킬 확률이 올라갔어요. 얼른 움직여야겠습니다.”

    “죄송해요.”

    “아닙니다. 어차피 전투 때문에 더럽혀질 거였습니다. 저자가 큰 공격을 시도하기 전에 빨리 마무리된 게 나았을 겁니다. 잘했습니다.”

    한세희는 내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앞장서기 시작했다.

    “한세희 말이 맞아요. 얼른 해치웠다는 게 중요하죠!”

    망량이가 내 머리를 뱉으며 말했다. 확실히, 한세희에게 조금 미안하기는 하지만 나도 동의하는 바다.

    생각에 잠기는 사이, 곧 문패가 없는 방문이 나타났다.

    “여기일 겁니다.”

    “생각보다 쉽게 도착했군요.”

    “그들의 본거지여서 방심하고 있는 탓이겠죠.”

    한세희가 문손잡이를 잡는다.

    두근, 두근.

    심장이 뛴다.

    이 안에 ‘어머니’가 있다.

    달칵.

    “이렇게 빨리 오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들어본 적 있는 목소리가 귓가를 속삭인다.

    순간 뒤를 돌아보지만, 거기에는 텅 빈 복도만이 있을 뿐이다.

    “여기다. 아이야.”

    다시 앞을 돌아보니, 평범한 응접실처럼 보이는 곳에 한 여인이 앉아 있다.

    예스러운 한복 같은 옷을 입은 것도 아니다.

    흰 바지 정장을 입은 채 새카맣고 커다란 소파에 기대어 앉아 있다.

    “네가 찾던 어머니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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