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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43화 (243/250)
  • 제243화

    제243편

    유민국의 뒤로 속속들이 나타나는 검은 그림자들.

    “아아, 이런. 그쪽도 혼자 온 게 아니라 이 말이군.”

    “너희는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 신금천화교의, 그리고 우리 요한 지파의 정예 요원들인 ‘하늘샘’의 힘을.”

    쉬이이익!!

    수십 명의 인원이 단번에 우리를 에워쌌다. 그들은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결이와 하케임, 신선 길드의 헌터들을 향해 쇄도했다.

    쉬시시시식!!

    퍼억!

    “그리고 네놈, 대적자는 내가 상대해 주겠다.”

    “글쎄, 지파장 정도라면 좀 더 강한 상대랑 붙는 게 덜 쪽팔리지 않겠어?”

    “가장 큰 악은 대적자, 네놈이니까.”

    “하.”

    쉬이익.

    내질러지는 대검을 피해 하늘을 밟는다.

    토옥, 톡.

    이동기가 없었다면 방금 내질러진 대검에 허리가 쪼개졌으리라.

    힐끔.

    몸이 돌아가는 동안 주위를 살핀다.

    결이와 하케임이 검을 빼 들고 하늘샘 정예 부대와 싸우고 있다.

    보아하니 유민국의 자신감이 허세는 아니었나 보다. 결이와 하케임을 에워싼 하늘샘 부대는 아주 날카롭고 강력한 공격력으로 두 사람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게다가 여럿이서 맞추는 공격의 합이 대단했다.

    마치 한 몸으로 움직이는 것 같달까.

    결이와 하케임은 마치 손과 발이 수십 개 달린 하나의 괴물과 싸우는 것 같았다.

    카앙! 카아앙!! 채애앵!!

    “크읏. 내 상황까지 봐달라고 할 수가 없겠군.”

    “그래, 대적자. 너는 나에게 집중해라.”

    “흥. 아저씨는 내 취향이 아니어서.”

    후우웅!!

    유민국의 검이 마치 그 크기를 무시하는 것처럼 빠르게 내질러진다.

    “핫.”

    츠츠츳.

    유민국의 공격을 피하면서 스킬을 동시에 세 개 발동시킨다.

    불길한 예감과 말뚝박기. 그리고 소울메이트.

    “요즘은 펫을 키우느라 통 안 썼지만, 이 몸은 원래 서포터형 헌터라고.”

    “그래서 약하다는 건가?”

    “아니. 다재다능하다고.”

    휘이익.

    디버프를 받아 느려질 유민국의 속도를 계산해 그의 움직임을 읽고 미리 앞서 나간 공격을 계획한다.

    디버프를 걸지 않아도 유민국은 속도로만 따졌을 때 내게 상대가 되질 않는다.

    “흐앗!!”

    “하앗!”

    카아앙!!

    유민국의 대검과 내 새벽의 검이 맞부딪힌다. 카가가각. 불똥이 튈 정도로 강력한 한 방.

    기기기긱.

    손목을 타고 흘러오는 팽팽한 격류.

    ‘역시 힘으로는 안 되겠군.’

    다시 한번 대검의 위력을 느끼며 뒤로 한 발 물러난다. 그러자 유민국의 얼굴에 화색이 돈다.

    ‘칫. 그렇다고 그냥 당할쏘냐.’

    촤르륵!!

    억압의 손길을 이용해 대검의 길을 가로막아 방해한다.

    “얕은수를.”

    “얕은수라도 수라면 다 써야지. 이기려면.”

    “감히 이기는 자가 되려고 하다니. 역시 대적자 너는 하늘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로구나.”

    내가 무슨 버튼을 누른 것인지 유민국은 상당히 열 받은 표정이 되었다.

    무슨 말을 못 하겠네.

    카아앙!!!

    카가가가가가.

    다시 내두른 대검에 의해 사슬이 갈리고 스파크가 튄다.

    “이기는 자고 대적자고 뭐시기고. 나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어! 네놈들이 조용히 사는 나를 방해하는 거잖냐!”

    “건방지군!! 함부로 이기는 자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말아라!”

    유민국은 더욱 힘을 주더니 결국 억압의 손길을 끊어내 버린다.

    촤르륵!!

    “쳇.”

    “크르르릉!!”

    유민국의 등 뒤로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가 돌아보기도 전에, 순식간에 거대화한 흑단이가 모습을 드러냈다.

    “크와앙!!”

    “좋아, 흑단이!”

    “크읏. 역시, 대적자. 용을 다루는 자!”

    뭐라는 거냐.

    하여튼 유민국은 흑단이의 등장을 예상했다는 듯이 힘차게 땅을 박차고 튀어 오른다.

    “삐약!”

    “쉬시시싯!!”

    울음소리와 함께 썬더와 윙키의 모습도 보인다. 뒤늦게 따라 나온 안영지가 나를 보며 외쳤다.

    “건물은 안전해요! 우리도 함께 싸우겠어요!”

    “조심해요. 이자들, 절대로 약하지 않으니까!”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늘샘 요원들이 안영지의 앞을 가로막았다.

    “크읏!”

    “5:1이라니 치사한 놈들!”

    “그쪽을 신경 쓸 여유가 있구나, 대적자.”

    쉬이익.

    대검이 나를 위협하며 쇄도하지만, 다시 한번 공중을 밟아 가볍게 검을 피해낸다.

    ‘피하기만 해서는 답이 없는데.’

    그 순간 흑단이와 눈이 마주쳤다.

    “크르릉!!”

    “흑단!”

    “응!”

    유민국이 잠깐 방심한 사이에 흑단이의 등 위에 올라탔다.

    “이런.”

    쉬이이익!!

    퍼덕, 퍼덕. 단숨에 고도를 높이는 흑단이.

    “크르르르……!”

    흑단이의 입에서 불꽃이 일어난다.

    “푸화아아악!!!”

    불꽃 브레스가 유민국을 향해 쏘아졌다.

    “크으으윽.”

    가가가각. 유민국은 대검을 이용해 불꽃 브레스를 버텨내고 있었다.

    “저 지파장 역시 씨앗을 삼킨 인간이에요.”

    어깨에 매달린 망량이가 짜증이 난다는 듯 외쳤다.

    “그럴 것 같았어. 신금천화교 놈들이 다 그렇지. S급 이상으로 펌핑된 힘을 지닌 것 같으니까, 우리만으로 이기긴 힘들겠지.”

    “이길 수 있다!”

    흑단이가 마지막 불꽃을 토하고는 콧김을 훅 뿜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결이와 하케임은 저쪽을 상대하는 것만으로 벅차하고 있어.”

    “저 하늘샘이라는 녀석들도 모두 씨앗을 품고 있어요.”

    “정말 징그러운 녀석들이네.”

    정예라더니, 결국은 씨앗발이잖아!

    씨앗, 그 씨앗만 제대로 빼낼 수 있다면.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네?”

    이미 체내에 흡수된 씨앗은 n번째 눈인 에테르 시야로도 정확한 위치를 확인할 수 없었다.

    하지만 망량이는 직접 볼 수 있었다.

    “망량아, 네 시선 좀 빌리자.”

    “으응?”

    “왜, 전에는 네 귀를 빌린 적 있었잖아.”

    “헉! 맞아요. 그렇죠.”

    망량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끄덕였다.

    망량이의 귀를 빌린 건 한참 전의 이야기다.

    각성자 센터에서 헌터 자격증을 수료했을 때. 그때 신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 망량이의 힘을 빌린 적이 있었다.

    후우욱!!

    망량이가 입을 쩌억 하고 크게 벌려 내 머리를 삼켰다.

    “오?! 이거 뭐야! 불타는 대가리!”

    등 뒤를 힐끔 돌아보며 흑단이가 키득거린다. 그 덕에 온몸이 들썩거렸다.

    ‘오랜만인데도 이건 참 기분이 이상하단 말이야.’

    왜 이걸 잊어버리고 있었는지 알 것 같기도 했다.

    흑단이의 말대로 망량이가 내 머리를 삼켜 불타는 대가리가 되는 기분이 썩 좋지는 않다.

    물속에 들어온 것 같기도 하고 그보다 훨씬 편하기도 하고, 약간 먹먹한 데다 이글거리는 불길 때문에 시야가 흐릿하기도 하다.

    우우웅.

    기압이 변하는 것 같은 귓속의 움직임이 있고 나서 눈을 깜빡이자, 망량이의 시야가 내 눈 위에 덧씌워진다.

    한결 앞을 보는 것이 쉬워지고 다른 감각들도 편해진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신금천화교인들의 뱃속에 든 씨앗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거 대단한데?”

    “매마마죵?”

    “뭐라고?”

    “아이챵!”

    망량이의 말이 제대로 잘 들리지는 않지만, 뭐 됐다.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까.

    촤르르륵.

    “전부 꺼내 주마. 치사한 비기를.”

    억압의 손길을 소환한다.

    쉬이이익. 차르르륵.

    “제일 먼저는 역시 보스님이시지.”

    * * *

    “쳇, 역시 용이 골칫거리군.”

    유민국은 입술을 짓씹으며 공중을 바라보았다.

    ‘조금만 더 몰아붙이면 확실히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안타까움에 입맛을 쩝 다신다.

    도망친 대적자는 용의 등에서 내려올 생각이 없는 듯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하늘샘 교인들의 전투가 한창이다. 아직까지 대적자의 무리들과 무리 없이 싸우고 있다.

    하지만 전투가 길어지면 이쪽이 불리하다는 걸 유민국은 알고 있었다.

    조금 더 시간을 끈다면 괴물 특수 부대나 경찰들이 도착할 것이다.

    그들까지 모인다면 수적으로도 불리해진다.

    물론 목숨을 바쳐 싸우기로 했으니 순교는 문제가 아니었다. 하지만 임무에 실패하는 것은 큰 문제다.

    어서 대적자를 무찌르고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야 했다.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빛의 순교자가 되어 나머지 교인들이 역사를 이루기를 하늘에서 영이 되어 기다려야 했다.

    유민국은 하늘 위를 다시 올려다보았다.

    사악하고 검은 용이 하늘 위에서 그를 놀리듯 날고 있었다.

    ‘내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지.’

    휘이익!!

    씨앗의 힘으로 몇 배나 효과가 업그레이드된 ‘도약’ 스킬을 사용해 높이 떠올랐다.

    그는 순식간에 용이 날고 있는 곳까지 날아올랐다.

    검은 용이 깜짝 놀라 몸을 움찔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하지만 용에겐 관심이 없다.

    용의 등에 타고 있는 대적자.

    유민국은 은하준에게 볼일이 있었다.

    용보다 더 높이 뛰어오른 그는 곧장 등에 타고 있을 대적자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음?!”

    그러나 검은 용 위에는 대적자가 없었다.

    “나한테는 당신에게서 씨앗을 꺼낼 시간만 있으면 되거든.”

    등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유민국은 흠칫 몸을 떨었다. 하지만 이미 공중에 떠오른 상태에서 검까지 내두른 상태.

    자세를 바꾸거나 어떤 공격을 피하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 * *

    차르르륵!!

    공중에서 억압의 손길이 펼쳐진다.

    혹시 모를 유민국의 반격을 저지할 용도다. 그리고 하나의 사슬은 내 손끝까지 팔 전체를 휘감고 있다.

    한마디로 드릴처럼 회전하는 사슬이 내 손에 휘감겨 있다는 건데.

    ‘미안하다. 아플 거다.’

    파랗게 불타오르는 시야 속에서 씨앗이 있는 곳을 정확하게 바라본다.

    ‘여기다.’

    촤르르륵!!

    사슬 드릴 주먹을 유민국의 등에 꽂아 넣는다. 이러지 않으면 그의 단단한 육체를 뚫을 수 없을 거다.

    콰즈즈즉!!

    “크아아악!!”

    유민국이 피를 토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유민국의 등을 관통한 내 손에는 씨앗이 들려 있다.

    “커헉……. 가, 감히. 어머니께서 내려주신 은혜를……. 쿨럭, 컥!”

    “최대한 예리하게 공격한 거니까 함부로 죽지 말아요.”

    지파장이 죽게 내버려 둘 생각은 없다.

    어쨌든 하나라도 많은 신금천화교 단원들을 체포해 죗값을 받게 할 생각이니까.

    이렇게 시시하게 죽게 둘 순 없지.

    ‘그래도 치명상을 입지는 않았어.’

    망량이의 시야를 빌리는 건 꽤 좋은 방법이었다.

    마나의 흐름과 기운을 구별하고 혈맥을 분간할 수 있어서 언뜻 보기에 유민국은 큰 상처를 입은 것 같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게 씨앗을 빼낼 수 있었다.

    위장을 건드는 바람에 저렇게나 요란하게 각혈하고 있는 상태지만.

    “크르르릉!!”

    터업!!

    공중에서 씨앗을 잃고 무방비 자세가 된 유민국을 흑단이가 덥석 물었다.

    “크으윽…….”

    유민국은 발버둥 치려고 했지만, 복부에 입은 상처 때문에 붉은 피만 왈칵 토해 낼 뿐이었다.

    게다가 씨앗을 잃은 유민국은 이제 그전처럼 강하지 않다.

    “꽉 잡고 있어.”

    “웅!”

    씩씩하게 대답하는 흑단이를 두고 쏜살같은 걸음으로 하늘을 딛는다.

    촤르르륵!!

    다시 한번 억압의 손길이 내 손을 휘감는다. 콰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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