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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41화 (241/250)
  • 제241화

    제241편

    인화 선배가 돌아가고 나는 곧장 알의 상태를 확인했다.

    [샐러맨더의 알]

    영혼 등급: C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83%

    ■■■■■■□□□□

    “호오, 샐러맨더의 알이구나.”

    알껍데기가 시원한 파란색이어서 샐러맨더일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말이다.

    샐러맨더라면 좋다. 화염 내성이 있는 몬스터다. 이거라면 태규에게 어울릴 녀석일지도.

    “심지어 성장 퍼센티지도 높네. 곧 부화시킬 수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빙하 악어와 상성이 안 맞을 것 같다는 거예요.”

    “아아.”

    “삐-. 삐이-.”

    빙하 악어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눈을 깜빡거린다.

    물론 이 상성이 안 맞는다는 게 치명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아무래도 펫들은 사람이 아니라 몬스터이다 보니 상성이 맞지 않으면 자주 부딪힐 수도 있고 성장에 서로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성격이 안 맞는 강아지 두 마리를 같이 키우는 거랑 비슷하다고 하면 좋으려나?

    그 정도의 안 맞음 정도니까 엄청나게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어쨌든 지금도 불개와 함께 지내는 데 큰 문제는 없다. 불 속성이 두 마리나 되면 조금 신경이 더 쓰이는 정도겠지.

    그러니까 샐러맨더의 알이 부화하기 전까지 불개와 빙하 악어 모두 주인에게 돌려보낼 목표로 훈련을 시키는 게 좋을 것 같다.

    “빙하 악어 녀석은 영약으로 얼른 성장시키는 편이 좋겠네. 훈련도 조금 더 강도를 높여서 빨리 펌블로 보내도록 하고.”

    “오, 좋네요. 딱 영양이 빛을 발할 타이밍이에요!”

    안영지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영약도 장 리에게 받은 오리지널 수준으로 사용하면 흑단이 때처럼 위험해질 일도 없으니까.

    “이렇게 되면 펫들을 아주 빨리 키워낼 수 있겠는데.”

    “앞으로 맡을 수 있는 몬스터 수도 더 많아지겠어요.”

    “그래요. 맞아요.”

    솔직히 이 일에 속도가 더 붙어 준다면 나는 딱히 던전에 들어가서 공략하지 않더라도 충분할 정도의 수입을 얻을 수 있을 거다.

    ‘이거 완전 놀고먹을 수 있겠는데.’

    특히나 던전 공략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결이가 그렇게 걱정하는 위험해지는 일도 없을 거다.

    물론 결이가 들어가는데 내가 따라 들어가지 않을 수 없긴 하지만 말이다.

    ‘내 몸이 두 개면 좋겠네.’

    다재다능하다는 건 이런 느낌인 건가.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회귀 전에는 느껴 보지 못한 감각이다. 어디에든 내 손이 필요하다는 감각.

    괜히 부끄러워져서 볼을 만지작거렸다.

    “끄우웅, 삐우웅.”

    “어, 그래. 흑단아.”

    흑단이가 턱 밑을 핥아 댔다.

    “그르릉, 그르르릉……. 하쥬이.”

    “응?”

    “하쥬이. 조아.”

    “헉.”

    안영지와 나는 동시에 서로를 바라보았다.

    “흑단아, 뭐라고?”

    “하쥬이! 죠아!”

    “대박.”

    “지금 흑단이가 제대로 된 말을 한 거죠?”

    “세상에.”

    “뀨이?”

    “흑단아 다시 말해 봐!”

    “하쥬이?”

    흑단이는 뭔가 잘못된 건가 싶은 얼굴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래, 하준이. 그게 아빠 이름이잖아.”

    “웅, 하쥬이.”

    “맙소사, 우리 흑단이 천재인가 봐요!”

    “어머, 어머. 진짜 그런가 봐요!!”

    안영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발을 동동 굴렀다.

    “흑단이. 이 누나는 누구야?”

    “여지.”

    흑단이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줄줄 새는 발음이지만 정확하게 영지라고 말했다.

    “우리 이름을 다 알아요!”

    “세상에.”

    이 감정은 뭘까.

    아이를 낳고 첫 옹알이를 들었을 때의 느낌일까? 감정이 북받쳐 오른다.

    “이름뿐만이 아니라 ‘좋아’라고도 말한 것 같은데요.”

    “그래? 흑단아 그래?”

    “웅, 하주이 여지 조아.”

    찌이이잉…….

    감동의 물결이 마음을 철썩철썩 치고 있다.

    우리 흑단이. 진짜 천재인가? 게다가 효자다.

    “흑단아, 이건 뭐야?”

    뾰오옹.

    망량이를 소환해 흑단이 앞에 대령했다.

    흑단이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이구, 귀여워.

    “부더어리.”

    “뭐?”

    “부떠어리.”

    “불덩어리?”

    이번에는 살짝 틀리긴 했지만……. 아니다. 틀린 게 아니다. 망량이는 불덩어리가 맞으니까!

    “흥! 이 몸의 이름을 외우지 못했다니. 천재 탈락이에요! 멋 안 나게 불덩어리라니.”

    “응, 불덩어리. 불덩어리 이름은 망량이야.”

    “아이참, 주인님! 불덩어리 아니라니까요!”

    망량이는 제 이름을 못 외운 것에 조금 삐진 모양인지 불꽃을 신경질적으로 화르륵대며 삐죽거렸다.

    그 모습을 흑단이가 멀뚱히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연다.

    “마랴이.”

    “우왓. 이것 봐. 망량이 네 이름을 말했어!”

    “오, 오옷……. 화, 확실히……. 시, 신기하긴 하네요.”

    한 번 이름을 불러 준 것만으로 화가 풀렸는지, 망량이가 불꽃을 누그러뜨리며 가만가만 흑단이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르릉, 그르릉.”

    “아유, 착하다. 착해.”

    펫이 펫을 귀여워하고 있는 모습이 꽤나 귀엽다.

    여기가 천국인가.

    “이건 모두에게 알려야 해!”

    “뭘 알린다는 거야?”

    “앗, 결아!”

    마침 결이가 펫 훈련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것 봐! 우리 흑단이가 말을 해!”

    “뭐?”

    결이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흑단아, 해 봐! 해 봐. 아까 했던 거.”

    “쀼삐삐?”

    “나 누구야?”

    “하쥬이.”

    “헉.”

    결이도 깜짝 놀라 자리에서 거의 펄쩍 뛰었다.

    “이 누나는?”

    “여지.”

    “미, 미쳤다.”

    “그럼 이건?”

    “마랴이.”

    결이의 입이 점점 벌어진다.

    “그럼 이 형아 이름은 알겠어?”

    마지막으로 결이를 가리켰다. 결이는 사뭇 긴장한 눈으로 흑단이를 내려다보았다.

    “…….”

    흑단이가 커다랗고 빨간 눈을 깜빡이며 결이를 빤히 바라본다.

    긴장 속에서 침묵이 흐른다.

    나도 그렇고 결이나 안영지도 지금 손에 땀이 차오르고 있을 것이다.

    “하겨.”

    “……!!”

    “맙소사. 너, 너어……!”

    결이는 완전히 감격한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

    이게 감동의 폭풍이라는 건가.

    펫 훈련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차올랐다.

    “하겨이. 오래마.”

    “응?”

    “삐우뿌. 푸르르릉…….”

    흑단이가 입을 오물거리며 쩝쩝댔다.

    마치 말이 나오다가 말다가 하는 듯한 느낌? 아직 말을 하는 게 자연스럽지 않은 듯했다. 아니, 물론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쩌어어억.

    길게 하품도 하고 나서는 흑단이가 두 앞발을 들고 엉덩이로만 앉더니 우리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부아, 나, 기어칸다. 모듀.”

    “으응?”

    그런데 뭔가, 흑단이가 하는 말에 의미가 더 있는 듯한 느낌이…….

    “……설마, 너, 금룡이냐?!”

    결이의 외침에 안영지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녀는 금룡에 관해서 알지 못하니까. 정확히는 금룡에 관해서 아는 건 나랑 결이뿐이다.

    나 역시 결이가 외친 말에 대한 대답이 절실했다.

    금룡이었던 건가? 그가 돌아온 건가?

    그렇다면 물을 말도 많았다.

    하지만 결이의 말을 듣고 흑단이는 고개를 휘휘 저었다.

    “그러헤 가다하지 으으응.”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고?”

    “하준 님은 어떻게 그렇게 흑단이 말을 잘 알아들으세요?”

    안영지가 저도 모르게 훅 내뱉었다가 망량이를 보더니, 혼자 고개를 끄덕인다.

    음? 혼자 수긍한 건가? 그녀가 생각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긴 하지만. 어쨌든 흑단이의 말이 아주 귀에 쏙쏙 들어온다.

    “하아아암~”

    흑단이가 다시 한번 하품을 길게 한다.

    “마해서 히고내.”

    “말해서 피곤하다고 그러는 거야?”

    결이의 말에 흑단이가 고개를 끄덕거리더니, 갑자기 쿠션을 향해 저벅저벅 걸어갔다.

    그러고는 털썩 쿠션 위에 몸을 누인다.

    “고르르릉. 고르르르릉…….”

    “잠든…… 건가?”

    “이런, 길드 내에 자랑해야 하는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하준아.”

    “무슨 소리야, 그게 제일 중요한데. 지금 우리 흑단이가 천재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아는 게 우리 셋밖에 없잖아!”

    “아하하, 흑단이가 어디로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요. 이따 깼을 때 자랑하면 되죠. 그런데 금룡이라는 게 무슨 말이에요?”

    “아아……. 그게.”

    영지에게 금룡에 관해 설명해 주는 건 그렇게 오래 걸리는 일이 아니었다.

    “세상에! 대단해요! 역시……. 저 없이도 하준 님은 몬스터 알을 부화시킬 수 있으셨군요.”

    “그때만이었어요.”

    “그래도요! 솔직히 지금도 알을 깨울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주는 건 하준 님이시니까요.”

    “저는 그냥 돕는 수준이죠.”

    안영지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어쨌든, 굉장히 의미심장하네요. 흑단이는 그럼 어떻게 된 걸까요?”

    “완전히 금룡이라는 건 아니라는 것 보니까, 둘이 섞였거나 금룡의 기억을 전수받았다거나 뭐 그런 거 아닐까.”

    결이는 여전히 심각한 얼굴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그래, 흑단이가 그렇게 귀여울 리가 없지. 얼마나 착하고 말도 잘 듣는데.”

    하기야, 금룡이었을 때는 결이랑 둘이 사이가 늘 티격태격하는 것 같은 분위기였지.

    결이 몸을 가지고 신경전을 벌인 적도 있었고.

    그래도 금룡의 흔적이 완전히 지워진 게 아니라는 점은 왠지 내 마음에 위로가 됐다.

    “고르르릉……. 고르르릉…….”

    흑단이의 고르릉거리는 소리가 점점 깊어진다.

    “완전히 잠들었네.”

    “인트루더랑 전투를 한 것보다 말을 한 게 더 피곤했나 봐요.”

    “그러니까요.”

    우리 셋은 어이없어하며 곯아떨어진 흑단이를 지켜보았다.

    * * *

    “벌써 이렇게 훈련을 끝내 주다니, 대단한 실력입니다. 은하준 씨.”

    “뭘요. 맡은 바 임무를 다했을 뿐입니다.”

    성 대위 앞에서 불개는 아주 늠름한 자세로 꼿꼿하게 서 있다.

    마치 멋진 강아지 대회에서 1등이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다.

    귀 끝과 겨드랑이 부분에는 불꽃 모양 갈기가 조금씩 생겨서 멋들어졌다. 그 크기로 미루어 보건대 아직 불개는 청소년 견 정도로 성장한 수준이다.

    “월.”

    “그래, 그래. 불개야. 그동안 수고 많았다.”

    “월.”

    불개를 쓰다듬어 주자 녀석은 용맹하게 성 대위 쪽으로 걸어가 자리를 잡는다.

    마음이 찡해지는구만.

    “거기서도 잘 지내야 해. 불개야.”

    “월.”

    “영원히 이별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러십니까.”

    성 대위가 한층 부드러워진 표정으로 말한다.

    “아무래도 자주 보기는 어렵겠죠.”

    “은하준 씨가 우리와 협력할 일이 많다면 자주 볼 수 있을 겁니다.”

    “사양하고 싶네요.”

    “저런.”

    내가 과장된 표정으로 진저리를 치자 성 대위가 피식 웃는다.

    우리 둘의 모습을 보면서 불개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불개라면 씩씩하니까 군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잘 해낼 거다.

    빙하 악어를 펌블에 보낼 때는 녀석이 어찌나 울어 대는지 나도 눈물이 핑 돌 뻔했다.

    물론 막상 펌블에 도착해서는 잘 지낸다고 들었지만.

    ‘샐러맨더의 알 때문에 급하게 보낸 것은 아닌가 하고 걱정이 됐단 말이지.’

    나는 품에 안고 있는 알을 내려다보았다.

    [샐러맨더의 알]

    영혼 등급: C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83%

    ■■■■■■■■■□

    태어날 시간이 임박한 모습이다.

    “그럼 다음에 또 뵙도록 하겠습니다.”

    “네. 불개를 잘 부탁합니다.”

    성 대위가 펫 훈련실을 불개와 함께 떠난다.

    멀어지는 둘을 바라보며 코를 쓱 문질렀다.

    “짜식, 돌아보지도 않네.”

    “부개, 씨씨캐서다.”

    옆에 선 흑단이가 중얼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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