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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39화 (239/250)
  • 제239화

    제239편

    “핵이 보인다고?”

    “분석 완료.”

    환희가 씨익 웃으며 괴물의 오른쪽 앞다리 밑을 가리킨다.

    “저기야. 저 부분에 핵이 숨겨져 있어.”

    “뭣……. 확실해?”

    “확실하지. 나는 100%가 아니면 결론을 내리지 않아.”

    “그렇다면야.”

    휘이익!!

    나는 곧장 앞으로 달려 나갔다.

    후웅. 바람을 가르고 단번에 괴물 근처로 다가가니 놈이 내뱉은 산성 브레스의 역겨운 냄새가 한층 더 진하게 풍겼다.

    “캬어아오옹!!”

    “크르르르……!!”

    서로 맹렬하게 물어뜯는 두 야수 사이로 점멸하는 섬광이 보인다.

    “하준아?”

    “결아!”

    “왜 이렇게까지 붙었어. 위험해!”

    “나도 알아.”

    하지만 이 정도 싸움에서 공격들을 피하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그 정도로 나는 빨라졌다.

    “아무리 위험한 공격이라도 안 맞으면 대미지 0이라고.”

    “그렇지만…….”

    “환희가 핵이 있는 자리를 확인했어.”

    “핵?”

    결이의 눈에서 빛이 난다.

    “그래, 저 오른쪽 앞다리 밑이래. 거길 공략하자.”

    “좋았어.”

    츠팟!!

    결이는 단숨에 점멸해서 녀석의 앞다리 쪽으로 향한다.

    “흠, 각이 잘 안 나오네.”

    결이가 쉽게 공격하기 위해서는 이 몸이 각을 좀 만들어 줘야 할 것 같다.

    “어이~! 이봐!!”

    “크르릉!!”

    흑단이와 함께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던 괴물의 누런 눈이 뱅그르르 돌아 내게 꽂힌다.

    “우리 흑단이를 너무 괴롭히지 말란 말이야!”

    꿈틀, 꿈틀.

    괴물의 등이 꿈틀거리더니 굵은 촉수 세 개가 만들어진다.

    “오. 그거 무한으로 만들 수 있는 거였어?”

    쉬아아아악!!

    내게 쇄도하는 촉수.

    하지만 너무나도 쉽게 피해낸다.

    퍼어억!! 콰과과광!!

    내가 피해낸 촉수는 아래에 있던 건물과 자동차를 인정사정없이 박살 내 버리고 말았다.

    “이크. 이러면 안 되지.”

    아차 싶다. 이러면 재산 손해가 너무 크다. 앞으로는 이렇게까지 녀석을 내버려 두면 안 되겠다.

    부스스…….

    흙먼지 사이에서 다시 솟아나는 촉수.

    쉬이이익!!

    다시금 내게 쇄도하지만.

    파아앗!! 촤르르르륵!! 패애앵!!!

    반투명한 사슬에 가로막혀 팽팽하게 당겨진다.

    “흐읍. 후우, 후. 역시 이것만으로 막기는 벅차긴 하네.”

    스릉.

    새벽의 검을 꺼내 들어 징그러운 촉수를 베어낸다.

    스걱!

    “키에엑!!”

    예리하게 베어진 촉수 한 덩어리. 괴물은 고통에 찬 비명을 뱉어내고 몸을 비틀었다. 그리고 사슬로 억압된 촉수를 비틀어 잡아 뺐다.

    하지만 나는 놈에게 그럴 기회를 주지 않았다.

    스각!!

    뎅겅.

    추화아아악!! 검붉은 피가 솟으며 두 번째 촉수가 조각난다.

    “케에에엑, 꾸웨에에엑!!”

    하지만 괴물 녀석도 만만치 않은 재생력을 가지고 있었다.

    베어냈던 촉수가 금방 꾸물거리며 다시 자라나고 있었다.

    “꽤 성가신 녀석이군.”

    그러나 내 목적은 어차피 이거였다.

    놈이 내게 정신이 팔린 사이에 결이가 녀석의 품으로 파고든다.

    파츠츠츠츳!!!

    꽈르르릉!!

    벼락이 치며 엄청난 전격이 놈의 앞다리 사이를 가격한다.

    취이이익……!!

    “케에에엑!!”

    역겨운 살 타는 냄새와 끊어지는 듯한 비명이 코와 고막을 강타한다.

    취이이이…….

    결이에게 가격당한 부위를 본다.

    “아직이네.”

    몸체의 가죽이 더 두꺼운 모양인지 녀석은 거의 상처가 나지 않은 모습이다.

    “더 정신없게 만들어 주지. 망량아.”

    “넷!”

    화르륵!

    작은 불꽃이 어느덧 사람만큼 커다란 불꽃으로 몸집을 키우더니 괴물의 얼굴로 다가간다.

    “케에엑, 크레에에엑!!”

    “맛 좀 봐라!”

    퍼어억! 퍼억!

    망량이의 공격 자체는 강하지 않았지만, 괴물 녀석을 성가시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크르르륵! 케르에에엑!!”

    칼을 박아 놓은 듯한 괴물의 대가리가 이리저리 마구 흔들린다.

    “하준! 근처에 있는 사람 대부분은 대피시킨 것 같다.”

    하케임이 내 곁으로 날아와 구조 상황을 보고한다.

    “하케임. 핵이 있는 곳은 저기야.”

    이제는 결이가 공격해 만든 상처가 있어 표적을 확인하기가 한결 더 수월해진 상태.

    “알겠다. 맡겨만 둬라.”

    츠츠츠츳. 슈으으윽!!

    하케임의 주위로 물방울들이 떠오른다.

    “이때를 위해 한결과 훈련을 해 둔 거지.”

    “그래, 맞아!”

    “한결!!”

    하케임이 부르는 소리에 결이가 고개를 들고 바라본다. 그리고 그 순간 하케임의 손끝에서 모인 물방울이 그 크기를 키워 앞으로 뿜어져 나갔다.

    거의 물대포를 쏘는 것 같을 정도로 강력한 물줄기.

    콰르르륵!! 촤촤촤촤!!

    물줄기가 괴물의 핵이 있는 곳으로 쇄도했다.

    쿠우우웅!!

    그 거대한 물줄기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쿠웨에에엑!!”

    “한결!”

    하케임이 외치자 결이가 씩 웃으며 검을 뻗었다.

    쉬리리릭. 촤르르륵!!

    검신 그 자체인 번개가 결이의 벽조목 손잡이 아래에서 요동친다.

    콰콰콰!!

    그러는 동시에 하케임의 물줄기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꿈틀, 꿈틀.

    번개와 물줄기가 꿀렁대며 합쳐진다.

    치륵, 치륵, 차르르륵!!

    두 가지가 완전히 합쳐지면서 전기를 품은 물줄기가 완성된다.

    그 모습이 과연 청룡 그 자체.

    콰르르릉, 꾸르르릉!!

    두 사람의 능력이 이끄는 힘 덕분인지 하늘은 어둑해지고 번개를 머금은 구름이 잔뜩 끼었다.

    “간다!”

    콰르르르륵!!

    촤촤촤촤촥!!

    번개를 품은 물줄기가 괴물을 향해 쏟아져 내린다.

    휘이익. 타이밍에 맞춰서 흑단이는 위로 날아올라 전기 물대포를 피해냈다.

    “캬우웅!”

    “잘한다, 흑단이!”

    “크에에엑! 케레레레렉!!”

    괴물은 고통에 차 괴성을 질러 댔다.

    와장창! 콰장창! 쨍강!

    그 소리가 주변 빌딩의 유리창을 모두 부숴 놓았다.

    두 사람의 맹렬한 공격은 좀처럼 멎지 않았다.

    이제는 핵을 품고 있지 않은 곳까지 야무지게 공격해 대고 있었다.

    잠깐 두 사람의 공격이 멎으면 이번에는 흑단이의 차례였다.

    촉수를 물어뜯고 괴물 녀석이 좀처럼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붙들어 놓고 있었다.

    나 역시 가만히 있지 않았다.

    계속해서 억압의 손길을 사용했다. 핵이 있는 부위를 더 잘 공격할 수 있도록 사슬들은 여섯 개나 되는 괴물의 다리를 얽히고설키게 만든다.

    쿠우웅! 쿠웅!

    결국 괴물은 다리의 힘이 풀려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워어어……. 그그그그…….”

    녀석은 힘을 잃고 망연자실하게 울어 대기 시작했다.

    “제대로 힘을 써 보지도 못하고 우리에게 당하고 말았군.”

    하케임이 씩 웃으며 내 옆으로 돌아와 착지한다.

    “정말 대단해. 우리가 이만큼 강해지다니.”

    넥스트 레벨로 업그레이드된 각성자가 여럿 모이니 그 효과가 확실했다.

    ‘이대로만 진행된다면, 1분기 퀘스트는 무리가 없겠어.’

    파츠츠츳!! 콰과과광!!!

    결이의 뇌격 앞에 드디어 괴물 녀석의 가죽과 뼈가 뜯겨 내핵이 들여다보였다.

    커다랗고 까만 흑진주같이 생긴 핵은 대충 보기에도 불길한 마나를 흘려보내고 있다.

    “끄웨에에엑…….”

    괴물은 이미 기진맥진해진 상태.

    “끝을 내자.”

    “응.”

    촤아앗.

    결이의 번개가, 그 영롱한 빛의 검이 괴물의 핵을 향해 내질러진다.

    콰차아아악!!

    쩌적, 쩍!

    쩌저적!!

    챙!

    새카만 핵이 깨지며 거대한 괴수의 몸이 비틀거린다. 기울어지고 바닥에 쓰러진다.

    쿠우우웅!!

    해냈다.

    단 몇 명인 우리의 힘만으로 검은 기운을 내뿜는 괴물을 쓰러트렸다!

    ‘엄청나잖아.’

    게다가 흑단이.

    영약을 먹고 강해진 흑단이의 공이 아주 컸다. 이제 괴물과 1:1로 붙어도 잘 밀리지 않았다.

    “이것 참, 대단하군요.”

    귀에 익은 목소리에 돌아보니, 새하얀 남자가 서 있었다.

    한세희.

    “여러분들끼리 이 괴물을 쓰러트린 겁니까?”

    그의 냉철한 시선이 흔들리고 있었다.

    * * *

    “그렇게 된 거군요.”

    가장 가까웠던 신선 길드의 응접실에 한세희가 앉아 있다. 그는 저에게 주어진 커피잔을 내려다보기만 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넥스트 레벨이라…….”

    한세희에게 모든 것을 설명했다.

    물론 내가 회귀했다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넥스트 레벨에 관한 것은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인간 역시 넥스트 레벨로 각성할 수 있다니. 대단한 일입니다.”

    “네. 넥스트 레벨로 각성하게 되면 검은 기운을 내뿜는 인트루더들을 상대하기가 수월해집니다. 이제까지는 확실하지 않아서 조사 단계에 있었지만 말이에요.”

    “확실히. 이 사실이 알려지면 전 세계가 들썩일 겁니다.”

    “이제 때가 된 것 같아요.”

    “때요?”

    한세희가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묻는다.

    “네. 전 세계에 알려서 많은 각성자를 넥스트 레벨로 각성시키는 거예요.”

    “왜 그런 짓을 합니까?”

    “네?”

    무미건조한 그의 말에 순간 당황했지만, 나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물론 1분기 마지막 퀘스트를 달성해서 인류 멸망을 막기 위해서라는 말은 할 수 없지만.

    “그래야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인트루더들을 잘 제압할 수 있을 테니까요?”

    검은 기운을 내뿜는 인트루더는 한국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었다.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언제 나타날지 알 수 없었다. 던전 브레이크라는 게 그런 거였고, 인트루더들이라는 게 그런 거였다.

    “하지만 너무 위험합니다.”

    “네?”

    한세희의 표정이 어두웠다.

    “넥스트 레벨로 먼저 도달한 각성자가 자신보다 더 뛰어난 넥스트 레벨 각성자가 나오는 걸 두려워해서 당신을 해칠 수도 있습니다.”

    “아…….”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의 입으로 이렇게 다시 들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그래서 믿을 만한 사람들을 먼저 넥스트 레벨로 각성시킨 후에 차근차근 늘려 나갈 생각입니다.”

    한세희는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이다.

    “전 세계에 강력한 각성자가 얼마나 많은 줄 아십니까?”

    “하지만 그중에서도 거의 일인자라고 볼 수 있는 한세희 길드장님이 제 곁에 있지 않습니까.”

    한세희는 한국의 최고 각성자이자, 세계에서도 알아주는 랭커다.

    외국의 S급들과 직접 붙어 겨룬 적이 없을 뿐이지 그가 세계 최고라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그 정도 되는 사람이 내 편이라면, 그렇다면 넥스트 레벨에 관해 사람들에게 알려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한세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나를 어떻게 믿습니까.”

    “으음……. 원래 이렇게 말하는 사람은 믿게 되어 있던데요.”

    “그렇게 쉽게 말하지 마십시오.”

    “오늘따라 차가우시네요.”

    한세희의 표정이 진지하다.

    “이미 제 곁에는 넥스트 레벨로 각성한 S급 각성자가 여럿 있습니다.”

    “……그중에 하나는 한결 씨겠군요?”

    “네. 그러니 어느 정도 안전한 상태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길드장님에 관해서 고민도 많이 했고요.”

    사실 내게 제일 중요한 일은 인류 멸망을 막는 거다. 그 일에 한세희는 꼭 필요하다.

    게다가 지금까지 봐 왔던 한세희를 생각하면 목숨을 맡길 정도는 안 되더라도 넥스트 레벨로 각성시킬 정도는 된다.

    나는 한세희에게 손을 내밀었다.

    “넥스트 레벨. 한번 각성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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