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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38화 (238/250)
  • 제238화

    제238편

    “삐이이! 뀨웃!!”

    “흐, 흑단아?”

    벌떡 일어난 흑단이가 몸을 부르르 떤다.

    “야, 약이 잘못된 건 아니겠지.”

    “그럴 리는 없어.”

    환희의 연구 스킬은 완벽하다. 독성 성분을 빼내고 그것이 대상에게 어떤 효과를 미치는지까지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환희의 표정에 걱정이 어린다.

    부르르르.

    흑단이는 고통을 참는 듯 힘겨운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이제는 비늘 사이로 땀까지 흐른다.

    “어, 어떻게 해 줘야 하나.”

    “건드려도 되는 건가?”

    “건드리면 안 될 것 같다.”

    하케임이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지금 흑단이는 영약의 기운을 몸으로 체화시키고 있는 거다. 자기 걸로 만들고 있는 거지. 그러니 잘못 건드렸다가는 안에서부터 혈맥이 망가질 거다.”

    “진짜야?”

    하케임이 고개를 끄덕이고 우리는 침착하게 흑단이를 본다.

    “영약의 힘이 너무 강해서 그런 걸까.”

    “아마 그럴 거다.”

    “그럴 수가. 독성이 전혀 없는데도…….”

    “독성과는 별개로 영약의 힘이 너무 강한 거다.”

    “……조금 더 개량을 거쳐야겠군.”

    환희가 데이터를 살피며 수정치를 입력해 넣는다.

    “아마 개량을 거치면 영약의 힘 자체는 약해질 거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너무 위험해.”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고 잠깐 정적이 흐른다. 그리고 그 중앙에서 흑단이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다.

    “평범한 펫이라면 버티지 못할 수도 있어.”

    모두의 표정이 심각하다.

    어쩌면 흑단이도 버틸 수 없을지도 모른다, 라는 생각이 모두를 지배하고 있다.

    “그래서 장 리의 영약이 그 정도 수준까지만 제작된 것일 수도 있어. 보통의 어린 펫이 버틸 수 있을 정도로 제작한 거지.”

    “그렇군. 과유불급이라는 건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흑단이를 본다.

    다행히 영약을 실험하면서부터 소울메이트로 이어져 있었다. 떨리지만, 아슬아슬하게 안정권 내에 에너지가 뭉쳐 있다는 게 느껴진다.

    흑단이는 할 수 있다.

    버틸 수 있다.

    이 힘을 녹여내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나만은 흑단이를 믿을 수 있다.

    ‘흑단아, 힘을 내.’

    하지만 지금 당장은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쌔액……. 쌕……. 쌔애액…….

    흑단이의 숨소리가 점점 돌아오기 시작했다.

    “흑단아……!”

    “뀨우우…….”

    멍해졌던 눈빛도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아니, 오히려 더 맑아진 것 같았다.

    “삐이이, 뀨브으으읏, 구르르…….”

    비틀. 꼿꼿하게 서 있던 흑단이의 다리에서 힘이 풀린다. 곧장 받아내 품에 안았더니, 따끈따끈한 흑단이의 몸은 전신이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수건!”

    “응!”

    쌔액, 쌕. 품에 안긴 흑단이의 숨이 이제는 완전히 고르다.

    흑단이는 품에 안긴 채 씨익 웃는 것처럼 입을 쩍 벌렸다.

    “뀨이잇, 삐이이이. 뿌부비비빗.”

    “응? 뭐라고?”

    뭔가 말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으나, 그건 아직 언어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잘했어, 흑단아.”

    “뀨이이잇.”

    “잘했어.”

    나는 가만히 흑단이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제 괜찮은 거 맞지?”

    “삐이잇, 뿌삐잇.”

    흑단이가 가만가만 고개를 끄덕인다.

    “이 영약은 흑단이한테만 써야겠어. 그리고 한 단계 낮춘 영약을 개량해서 제조하고 다른 애들에게 쓰는 게 좋을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오빠.”

    환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해도 장 리의 영약보다 우리 것이 조금 더 세니까.”

    “센 게 다 좋은 것도 아닌 것 같아.”

    “하지만 확실히 강해지겠지.”

    환희의 시선을 따라 흑단이를 내려다보았다.

    “비늘이…….”

    까만 흑단이의 비늘 빛깔이 오묘하게 변해 있었다. 별이 수놓은 밤하늘 같은 색이랄까.

    게다가 날개도 더욱 튼튼해지고 덩치도 조금 더 커졌다.

    “그르르……. 뷰비비빗.”

    흑단이가 꼭 안긴 채로 몸을 비비적거린다.

    “확실히. 순식간에 커졌구나.”

    이제는 대형견보다 살짝 큰 느낌이랄까.

    츠츠츳.

    스킬을 사용해 본다.

    [흑단(흑룡)]

    영혼 등급: B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90%

    ■■□□□□□□□□

    성장 단계는 몇 바퀴를 돈 것인지 오히려 줄어들어 있었다.

    “이 영약, 인간에게도 사용할 수 있을까?”

    “으응? 일단 몬스터 전용으로 만들어지기는 했는데. 흐음, 그건 따로 실험해 봐야 할 것 같아.”

    환희는 아리송한 얼굴로 데이터를 다시 살핀다.

    “만약 가능했다면 화룽에서 인간을 상대로 판매하지 않았을 리 없지 않을까요.”

    김예리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면서 말했다.

    “확실히. 하지만 우리는 화룽의 영약보다 더 대단한 영약을 만들 수 있으니까. 혹시 모르지. 가능할지도.”

    “무, 무, 물론 환희 양의 실력을 무시하는 건 아니었어요!”

    “애초에 그렇게 듣지도 않았어요. 언니.”

    김예리가 붉어진 뺨을 살짝 가리는 동안 환희는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는다.

    “어쨌든 이렇게 효과가 좋은 영약이니, 실험해 볼 가치는 있는 것 같아. 금방 되지는 않을 것 같지만.”

    “시도해 보는 것 자체가 중요하지.”

    “역시 하준 오빠는 아이디어가 좋단 말이야.”

    환희는 새로 연구할 항목이 늘어나서 그런지 약간 흥분된 표정으로 엄지를 치켜 올린다.

    부르르르.

    휴대폰이 울려 확인해 보니, 던전 브레이크 경보가 울리고 있다.

    “여기서 꽤 가까운 곳이네.”

    “뷰이잇! 그르르!”

    흑단이가 품에서 벌떡 일어섰다.

    “어이쿠.”

    “부이잇! 삐유삐!!”

    “어서 가자고? 괜찮겠어? 방금 영약을 먹은 터라 몸이…….”

    “삐이빗!! 꾸르릉!”

    흑단이는 확신을 가지고 고개를 끄덕인다.

    준비가 됐다는 뜻이다.

    “좋아, 그럼 가자.”

    “다들 던전 브레이크를 수습하러 가자.”

    * * *

    쉬이익.

    쿠르르르릉!!

    길드 건물을 벗어나자마자 흑단이가 거대화를 했다.

    “흑단아!”

    “크르르……!!”

    작은 모습일 때는 조금 바뀌었다고 생각했는데 거대화를 하니,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일단 거대화의 크기 자체가 달랐다.

    두 배는 커졌달까.

    단단한 육체와 찌를 듯한 멋진 뿔. 억센 날개. 윤기가 흐르는 비늘.

    “쿠와아아앙!!”

    우리를 전부 등에 업고도 흑단이의 등은 넓다.

    그렇게 단숨에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곳까지 날아갈 수 있었다.

    “크에에엑!!”

    곧 괴물의 괴성과 함께 보랏빛의 찬란한 던전 포털이 눈에 보였다.

    “그 괴물이야.”

    “검은 괴물.”

    “또 나왔군.”

    차라리 잘됐다. 샘플을 수집할 수 있을 테니까.

    쿠구구구구.

    포털 주위의 건물을 마구 부수고 있는 검은 기운을 뿜어내는 괴물이 보인다.

    녀석은 마치 드래곤처럼 생겼다. 대신 머리에는 검의 모양이 커다란 뿔처럼 박혀 있었다. 하지만 그건 뿔이 아니라 머리 대신이었다.

    “확실히 몬스터처럼 생기기는 했네.”

    “흑단이보다 훨씬 크다.”

    “크르르르…….”

    흑단이가 경계하며 그르릉거린다.

    “우리는 내리자.”

    휘익, 휙!

    모두 흑단이의 등에서 내려 자리를 잡았다.

    “지금 봐서는 그 검은 핵이 보이지 않아.”

    “일단은 쓰러트려야 한다, 이 말인가.”

    “좋아. 공격하자.”

    “크와아아앙!!”

    쉬이이익!!

    흑단이는 쏜살같이 괴물에게 날아가 바짝 붙었다.

    후우우욱.

    “푸화아아악!!”

    흑단이가 불덩어리를 뿜어냈다. 하지만 그건 더는 불덩어리 정도가 아니었다.

    거대한 불의 숨결 그 자체. 맹렬하게 타오르는 뜨거운 불기둥이 괴물을 향해 쇄도했다.

    “캬아오오오!!”

    검의 형태인 머리 아래로 입이 쩌억 갈라지며 괴물이 끔찍한 비명을 쏟아냈다. 그리고.

    “푸화아아악!!”

    녹색 빛이 도는 끈적한 무엇인가를 뱉어냈다.

    “크릉!”

    흑단이는 불꽃 브레스를 쏘아내던 걸 멈추고 재빨리 괴물 녀석의 브레스를 피해냈다.

    콰차차차차.

    철퍽!

    츠으으으…….

    괴물이 뱉어낸 녹색의 브레스가 건물에 닿자, 끔찍한 냄새와 함께 건물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산(酸) 타입의 공격인가 보군.”

    산 타입이라면 상대하기 조금 껄끄럽다. 그 타입의 내성이 있는 각성자나 펫들이 없으니까.

    ‘하지만 흑단이의 움직임이 정말 빨라졌다.’

    쉬이익!! 휘이이익!!!

    산성 브레스를 피해 가며 공격을 쏟아내는 흑단이의 모습은 이제까지 봐 왔던 어린 용의 것이 아니었다.

    벼락만큼 쏜살같이 날고 천둥처럼 묵직한 공격을 쏟아냈다.

    “크아악!!”

    “케에에엑!!”

    두 마리의 용이, 한데 엉켜 서로의 발톱으로 상대의 가죽을 뚫기 위해 몸부림친다.

    “크아아앙!!”

    콰드득!!

    흑단이의 이빨이 괴물의 등을 물어뜯었다.

    푸촤아악!!

    가죽이 뜯겨 나가고 검붉은 피가 튀었다.

    “잘한다!”

    흑단이를 응원하는 사이.

    휘이익. 펄럭! 흑단이가 날개를 펼치고는 높이 날아오른다.

    “케에엑!!”

    검은 괴물은 날아오르는 흑단이를 잡아채기 위해 긴 갈고리발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간발의 차로 날아오른 흑단이를 놓치고 만다.

    “키르르륵…….”

    분하다는 듯이 하늘 위의 흑단이를 바라보는 괴물.

    그런 괴물의 등이 울룩불룩해진다.

    “흑단아, 조심!”

    내가 외치는 것과 동시에 괴물의 등에서 촉수가 뿜어져 나왔다.

    끝에는 뾰족한 발톱이 달린 기다란 촉수가 빠른 속도로 허공에 떠 있는 흑단이에게 쇄도한다.

    “크르르릉!!”

    쉬익!! 쇄애애액!!

    흑단이는 세 차례의 촉수를 피해냈지만, 네 번째 촉수는 피하지 못했다.

    퍼억!!

    촉수가 흑단이의 영롱한 날개를 꿰뚫는다.

    “크와아아앙!!”

    “이런!”

    촉수 몇 개가 더 흑단이에게 쏘아지고 콰득! 콱!! 살이 꿰뚫리는 소리가 선명하다.

    “흑단아!!”

    “저런, 모두 흑단이를 도와!”

    휘이익!!

    모두가 빠르게 접근하는 동안, 흑단이가 추락한다.

    하지만 흑단이는 추락하면서도 그저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크르릉!!”

    콰드득!!

    괴물의 촉수를 물어뜯어 버린다.

    카득, 와드득!!

    촉수가 끊어지며 괴물이 고통에 몸부림친다.

    “뇌격검.”

    콰르르릉!! 콰차차찻!! 하늘에서부터 노란 번개가 번쩍이더니, 곧 검은 괴물을 향해서 쏟아져 내렸다.

    결이의 검이다.

    파츳, 파츠츳!!

    점멸하는 결이의 검술이 괴물과 흑단이 사이를 오가며 빛을 발하고 있다.

    “캬오오오!!”

    검은 괴물의 촉수와 발이 마치 귀찮은 벌레를 쫓아내듯 마구 발버둥 치지만, 흑단이와 결이의 공격에 차례로 가로막혀 허우적거리는 모양새에 지나지 않는다.

    “검은 괴물이 맥도 못 추고 있다.”

    솔직히 새삼스러운 광경이다.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S급들이 들러붙어도 검은 괴물 하나를 감당해 내기가 어려웠다.

    그런데 지금은 결이와 흑단이만으로 처음부터 몰아붙이고 있었다.

    “확실히 대단하네.”

    현장까지 따라온 환희가 연구 스킬로 전투 분석을 시작했다.

    환희의 앞으로 홀로그램 같은 빛이 나타나 여러 가지 수치를 보여 주었다.

    “지금껏 나타났던 다른 검은 괴물에 비교해서 이 녀석이 약한 것도 아니야. 아니, 오히려 더욱 강해.”

    환희의 눈과 손이 전투 분석 홀로그램을 이리저리 쫓는다.

    “이게 오빠가 말한 그 넥스트 레벨의 힘이라는 거구나.”

    “그래, 맞아.”

    고개를 끄덕이자 환희가 들뜬 목소리로 말한다.

    “넥스트 레벨이 된 이후 내 기본 연구 스킬도 한 차례 더 강해졌어.”

    “응?”

    “보여. 녀석의 핵이 어디에 있는지.”

    환희가 검은 괴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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