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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37화 (237/250)
  • 제237화

    제237편

    한차례 추격전이 끝나고 썬더를 설득하느라 애를 먹었다. 설득도 다른 게 아니라 그저 좋은 거라고 말해 주며 토닥거린 것뿐이지만.

    “자아, 이제 윙키도.”

    윙키의 링은 몸에 채우자 몸체에 맞게 슈르륵 줄어들었다.

    “쉬시싯!”

    하얀 비늘에 은색 링이 잘 어울렸다. 다행히 윙키도 링이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얇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어 링을 마음껏 자랑한다.

    “끄응…….”

    불개가 얌전히 앉아서 끙끙거린다. 저도 뭔가를 받고 싶다는 눈치다.

    “걱정하지 마.”

    나는 주섬주섬 아이템을 더 꺼냈다.

    “불개 너는 화염 속성 강화 목걸이에 수(水) 속성 방어 효과 참이 달린 이게 딱이지.”

    “왕! 왕왕!!”

    목걸이를 꺼내자 불개가 신이 난 듯 꼬리를 마구 흔들어 댄다. 어찌나 신나게 흔들어 대는지 엉덩이가 다 씰룩거릴 정도다.

    “이렇게 말하면 뭣하지만, 사실 다른 애들은 곧 우리를 떠날 거잖아요?”

    문이 열리고 김예리가 들어오면서 물었다. 창문을 통해서 내가 하는 일을 다 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에이, 그래도 같이 있는데 차별하면 쓰나요.”

    “엑, 하지만…….”

    “주인들에게 더 받아 내면 되는 거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요.”

    “아아.”

    “우리 애들 아이템도 다 그쪽들 지갑에서 나온 돈으로 산 건데.”

    김예리가 이제야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 정도 신경 써 주는 것도, 보육의 한 가지일 뿐이니까요.”

    나는 마지막으로 빙하 악어에게 팔찌를 채워주며 녀석을 토닥여 주었다.

    이 팔찌 역시 윙키의 것과 마찬가지로 크기가 빙하 악어의 작은 팔뚝에 맞게 조정된다. 그리고 이 녀석이 커 감에 따라서도 크기가 조정될 것이다.

    “환희네서 연구를 시작하셨다고 들었어요.”

    “맞아요. 펫용 영약을 만드는 연구예요.”

    “저도 도울게요!”

    “인화 선배랑 신입들 교육하는 건요?”

    “사실 열심히 했다고 휴가를 좀 얻었거든요.”

    김예리가 안경을 슥 고쳐 쓰며 말했다.

    “오오, 정말 대단하잖아요?”

    “엣헴. 별건 아니고요.”

    별것 아니라고는 말하지만, 어디 나서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던 김예리의 성격으로 이렇게 잘해 냈다는 건 대단한 일이다.

    인화 선배의 이끎도 있겠지만, 그녀가 엄청난 노력을 했다는 거겠지.

    그래, 레벨을 올릴 때부터 그랬다. 나와 내 스킬이 도움을 주긴 했어도 김예리는 대단한 노력파다.

    “그런 귀한 휴가를 지루한 연구에 써도 되겠어요? 우린 괜찮아요.”

    “하준 님한테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렇죠. 제겐 대단한 연구 스킬은 없지만 말이에요.”

    “연구 스킬은 없어도 돼요. 우리도 환희를 제외하면 다 거기서 거기거든요. 단순한 노동력이 필요한 것도 있고. 우리야 환영이지만, 예리 누나의 휴가가 너무 아까운걸요.”

    김예리는 뭔가 찡한 표정이 되어선 주먹을 쥐고 부르르 떨었다.

    “영약 만드는 것도 브이로그로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아요.”

    “오오, 좋은 생각이네요. 대신 비법이 새어 나가면 안 되는 건 알죠?”

    “물론이죠!”

    “그나저나 요즘 좀 신경을 못 썼는데, 우리 흑단이랑 애들 채널 잘 되어 가고 있나요?”

    “물론이에요. 벌써 구독자가 200만을 넘었다고요.”

    “200만……!”

    조회 수가 괜찮게 나오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구독자까지 이렇게 많이 늘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물론, 우리 흑단이가 세계 최강으로 귀여운 펫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만.

    핫핫핫.

    “자아, 그럼 너희들은 여기에 잘 있거라.”

    “끄응, 끄응.”

    “삐이이!”

    펫 훈련소에서 검은 알만을 데리고 나왔다. 녀석들은 안영지가 센터를 마치고 올 때까지 자유시간을 갖다가 훈련에 임하게 될 거다.

    나는 오늘도 영약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동원되어야지.

    휴가를 온전히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 걱정인 예리 누나와 함께 환희의 연구실로 향한다.

    거기엔 이미 결이와 하케임이 도착해 작업을 돕고 있었다.

    “이제 왔어?”

    “너 안색이 나쁘다?”

    “아, 좀 하다 보니까 밤을 새워 버려서.”

    “밤을 새웠다고?”

    “각성자니까 끄떡없어.”

    “얼굴은 그게 아닌데……?”

    “우씨, 얼굴 가지고 놀려? 이렇게 아름다운 류환희 님의 얼굴을 놀려?!”

    “그게 아니라 안색이 나쁘다는 거지.”

    “그것 또한 내 매력이야. 그렇죠?”

    환희의 물음에 서광 길드의 하진욱 헌터가 고개를 끄덕인다.

    뭔데.

    “됐고, 됐고. 작업을 시작하자고. 어? 예리 언니도 왔네?”

    “도와주고 싶어서요. 브이로그도 조금…….”

    “아하하, 그래. 하지만 기업 비밀이니까 성분 같은 건 표시 안 나게 잘 부탁해요~”

    “맡겨만 두세요!”

    그렇게 오늘도 우리의 연구가 시작됐다.

    열흘 후.

    띠링.

    몬스터 부산물을 다듬던 도중 울린 시스템 알람에 깜짝 놀라 앞을 보았다.

    익숙한 메시지다.

    [류환희 님의 두 번째 각성을 축하드립니다.]

    “이게 뭐야?”

    놀란 환희의 목소리가 따라온다.

    “넥스트 레벨?”

    “응, 넥스트 레벨.”

    태연하게 대답하자, 환희가 핼쑥한 얼굴로 입을 헤 벌렸다.

    “와, 축하해요!”

    “축하해, 환희야.”

    예리 누나도 결이도 하케임도 하던 일을 그만두고 손뼉을 쳐 주었다.

    “뭐야, 오빠 스킬이야?”

    “뭐,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어쩐지 계속 소울 메이트를 발동시켜 놓더라. 이거 때문이었어?”

    “그래, 맞아. 그런데 너는 정말 빠른 편이다. 넥스트 레벨 각성까지 말이야.”

    “그래. 나는 엄청 오래 걸렸는데.”

    “나는 더 오래 걸렸다.”

    결이의 말에 하케임이 하하 웃으면서 자신을 가리킨다.

    “뭐야, 뭔데.”

    “말 그대로야. 넥스트 레벨이라는 거지. 뭔가 기존의 레벨링이랑은 다른 스킬 같은 것도 생기고 그래. 아, 맞아. 알아낸 거라면 그 이상한 인트루더들 있지?”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서 상대하기 어려운 그 녀석들 말이지. 검은 괴물. 씨앗과 같은 기운을 뿜어내는 핵을 가진 녀석들.”

    “그래, 그 녀석들. 넥스트 레벨 각성자가 놈들을 상대하기 더 쉬워.”

    “뭐어?”

    환희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그런 건 빨리 말했어야지!”

    “아직 확실하게 아는 게 없어서 그랬어.”

    “그러니까 나한테 말했어야지!”

    “이제 알게 됐잖아.”

    “나참!”

    환희는 인상을 팍 찡그리면서 자신의 시스템 창을 확인하는 듯했다.

    “정말 새 스킬이 생겼네.”

    “오, 정말이야?! 잘됐다. 어떤 스킬이야? 공격 스킬인가?”

    “아니,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연구 스킬인 것 같아.”

    심각하던 환희의 표정이 슬슬 누그러진다.

    어떤 스킬을 새로 깨우쳤는지 궁금해지는 찰나. 환희가 영약에 손을 뻗었다.

    “호오…….”

    “왜?”

    “이제 이 영약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도 알겠어.”

    * * *

    류환희는 몸을 감싸는 새로운 기운에 압도당했다.

    이건 정말로 지금껏 겪어 보지 못한 힘이었다.

    ‘모든 게 새롭다. 새로운 감각이야.’

    넥스트 레벨. 정말로 그 말이 어울릴 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축하합니다. 새로운 스킬을 획득하셨습니다.]

    [히스토리-Lv.1]

    분석하고자 하는 내용의 히스토리를 알 수 있다.

    ‘히스토리라니. 대체 뭘 말하는 걸까. 혹시 이 영약의 제조 방법이라도 알 수 있는 걸까.’

    설마 그런 게 가능한 스킬이라니. 의심이 마음을 가득 채우기 전 강력한 확신이 들었다.

    츠츠츳.

    류환희는 자신도 모르게 오리지널 영약으로 손을 뻗었다.

    츠츠츠츠츳.

    새로운 감각의 마나가 온몸을 휘감으며 스킬이 발동된다.

    촤르르륵!!

    그 순간, 수많은 텍스트가 류환희의 눈앞을 가득 채웠다.

    ‘이, 이건…….’

    영약의 히스토리였다.

    그러니까 정말로 제조 방법이 눈앞에 떠올랐다.

    몬스터 부산물을 어떻게 다듬는지부터 몇 분 몇 초를 어떻게 삶고 볶고 말리는지까지 상세하게 설명이 떠 올랐다.

    ‘맙소사.’

    이런 스킬이라니. 이제 무슨 물건이든 그녀의 눈앞에 있으면 카피가 가능하다는 말 아닌가.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야.’

    그 명료한 방법들 마지막에 TIP이 적혀 있었다.

    TIP. 붉은 메기의 눈알은 참기름에 볶는 것이 좋다.

    TIP. 하얀 오크의 가죽은 직사광선에서 말리는 것이 그늘에서 말리는 것보다…….

    ‘이럴 수가.’

    이렇게 된다면, 류환희는 장 리의 영약보다 더 성능이 좋은 영약을 만들 수 있을 터였다.

    ‘여기에 내가 원래 가지고 있는 연구 스킬을 더해서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거야.’

    짜릿한 감각이 발끝에서부터 올라왔다.

    두근두근, 류환희의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 * *

    “뭐어?!”

    “대박.”

    “멋지다. 그게 가능하다니!”

    “그럼 2주간 우리가 고생한 게 한 방에 해결됐다는 거네?”

    환희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도 그렇지만, 더 대단한 영약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아.”

    “뭐?!”

    더 대단한 영약?

    깜짝 놀라 나를 포함한 모두가 입을 떠억 벌리고 환희를 보았다.

    “오리지널을 어떻게 만드는지 정확히 알았고, 그것보다 효율이 좋아질 수 있는 팁도 얻었어. 스킬을 통해서 말이야. 흐음, 스킬로 이 정도를 얻었으면 이제 연구를 통해서 더 좋은 영약을 만들도록 노력할 수 있지.”

    “우와…….”

    “엄청나게 천재 같아 보여.”

    “난 원래 천재라고.”

    환희가 어깨를 으쓱해 보이자, 하진욱이 고개를 끄덕거린다.

    뭐냐고, 진짜.

    어쨌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장 리의 것보다 더 대단한 영약이라고.”

    “흐흥. 기대해.”

    “……!”

    “자, 그러려면 여기 있는 재료를 다시 처음부터 다듬어야 하거든?”

    “그 정도야 얼마든지 할 수 있지!”

    “좋아. 각오하라고.”

    “응? 각오?”

    그날로 나는 알았다. 연구에 불이 붙은 환희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는 일단 오리지널 영약을 만들었다.

    독성 검사도 완료한 뒤, 아이들에게 하나씩 먹였다.

    효과는 굉장했다.

    [흑단(흑룡)]

    영혼 등급:B

    영혼 상태:안정

    싱크로율:87%

    ■■■■■■□□□□

    “오오…….”

    흑단이의 수치가 올라가는 게 눈으로 직접 보였다.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더 어린 개체인 빙하 악어 녀석의 수치는 영약 하나에 두 바퀴나 넘게 차올랐다.

    “됐어. 이제 영약 만들기에 성공했다.”

    “이걸로 아직 멀었지.”

    환희는 몇 날 며칠을 더 쏟아부었고 결국 오리지널 영약보다 훨씬 좋은 영약을 완성해냈다.

    “아주 새까만 게 독할 것 같은데.”

    “놀랍게도 독기는 전혀 없어. 오리지널보다도 더욱 순하다는 뜻이지.”

    “그게 가능하다니…….”

    “엣헴. 이 류환희 님이시니까 가능하단 말씀.”

    하진욱이 또 고개를 빠르게 끄덕인다.

    “자아, 흑단아 이걸 먹어 볼까?”

    “꾸우응! 뀨응!”

    킁킁. 냄새를 맡던 흑단이가 영약을 꿀떡 집어삼킨다.

    “어때?”

    “뀨우으?”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듯 눈을 깜빡거리기만 하던 흑단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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