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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36화 (236/250)
  • 제236화

    제236편

    “재료는 다 준비해 왔어?”

    환희가 푸석한 얼굴로 나를 맞이한다.

    “물론이지. 말해 준 것 모두 챙겨 왔어.”

    덕분에 단홍 상사에서 시간을 많이 보냈다. 장 리의 영약에는 안사홍이 놀랄 정도로 많은 재료가 들어갔다. 게다가 그걸 대용량으로 구매해야 했으니까.

    환희는 내가 내려놓는 다양한 몬스터 부산물을 바라보면서 약간 지친 얼굴로 피식 웃었다.

    어쩐지 사서 고생한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나도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기는 한다.

    이제 겨우 무기 개발 연구에서 숨을 돌릴 정도가 되었는데 영약 개발을 맡긴 거니까.

    물론 무기 개발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유가 전혀 없었다면 환희는 받아들이지 않았을 거다.’

    환희는 흥미가 생기지 않으면 절대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 타입이니까. 그리고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자기 확신.

    이건 분명 된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환희는 이 영약 개발 실험에서 그 확신이 있었기에 이렇게 힘을 보태 주고 있는 거다.

    “재료만 있다고 영약이 완성되는 건 아니니까. 너무 당장 기대하지 말고.”

    “응, 알고 있어. 너무 쉽게 얻으려고 하면 안 되지.”

    “그래,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그래도 시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거니까. 게다가 우리 대단한 환희가 이끄는 실험이잖아?”

    내 말에 환희가 피식 웃더니 턱을 들어 좀 더 칭찬하라는 듯이 눈을 내리깐다.

    “환희 네가 마음먹은 일에 실패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테니까.”

    “물론이지.”

    환희와 나는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재료를 다듬는 것 하나하나 수고로울 거야. 오빠들도 열심히 도와줘야 해.”

    “맡겨만 둬.”

    결이와 하케임 역시 팔을 걷어붙인다. 그리고 잠자코 보고 있던 하진욱 헌터도.

    서광 길드에서 환희의 경호원으로 붙여 준 하진욱 헌터는 이제 슬슬 길드 업무로 복귀해도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왜 아직도 계속 여기에 있는 거지?

    ‘뭐, 연구팀에서 알아서 하겠지.’

    환희가 손뼉을 짜악 하고 큰 소리가 나도록 친다.

    “자아, 시작이다. 시작!”

    우리는 재료의 껍데기를 까고 물에 불리고 끓이고 볶기 시작했다.

    한 가지의 재료를 다듬는 방법만 해도 적어도 3개에서 4개는 됐다. 그걸 또 각각 다른 방법으로 다듬은 다른 재료와 혼합한다.

    이 과정이 지루하게 반복되는 거다.

    물론 나는 환희와 결이, 하케임에게 소울 메이트를 사용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원래 소울 메이트는 전투 보정치 버프 효과를 주는 스킬이기는 하지만, 오늘의 활동처럼 소소한 잡일에도 보정 효과를 준다.

    게다가 환희에게 붙어서 소울 메이트를 이렇게 쓸 기회는 쉽지 않았다.

    환희 역시 넥스트 레벨로 업그레이드된다면 새로운 연구 스킬을 얻을 수 있을 테고.

    “흐흥~ 흐흥~”

    약간 귀찮아하던 기색은 어디로 갔는지, 환희는 작업이 시작되자마자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환희 녀석, 타고난 연구자라니까.”

    “그래, 맞아. 그리고 환희는 연구할 때 가장 신나 보여.”

    “흐흐흥~”

    우리는 환희의 콧노래를 노동요 삼아서 열심히 몬스터 부산물을 다듬기 시작했다.

    부산물을 다듬고 또 다듬고 합성하고 또 합성했다.

    그리고 완성된 재료들을 가지고 환으로 빚은 뒤, 독성 검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흐으음……. 오늘은 이쯤하고 돌아가도 좋아.”

    환희가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꼬박 하루가 지나고 있던 차였다.

    “벌써? 더 안 도와줘도 되겠어?”

    “이제 매일 이 짓거리를 해야 하니까.”

    환희가 손을 내밀자 하진욱 헌터가 곧장 김이 나는 머그컵을 대령했다.

    환희는 익숙하게 호로록 머그컵 안에 든 음료를 마신다. 그러더니 손을 휘휘 흔들었다.

    “나도 좀 쉬자.”

    “아, 그건 그렇지.”

    우리는 자리에서 물러나 주며 환희의 연구실에서 나왔다.

    “하진욱 헌터는 왜 안 나오는데?”

    “몰라. 거의 여기서 살다시피 하잖아.”

    “류환희의 수족이나 다름없다.”

    결이는 별로 관심 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고 하케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다음날, 길드 건물에 도착한 나는 환희의 연구소로 향하기 전에 먼저 들릴 곳이 있었다.

    “할머니!”

    “아이고, 하준아~ 영지는 잘 데려다줬나?”

    “네, 오늘도 잘 데려다줬어요. 이제는 슬슬 기자들이 줄어들어서 오고 가는 데도 편해요.”

    “그래, 잘됐네. 웬일이고?”

    “저 할머니께 맡길 게 있어서 왔어요.”

    내 말에 은봉 할머니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

    츠츠츳.

    나는 곧바로 단홍 상사에서 사 온 물건들을 꺼냈다.

    “이거는…….”

    “네, 펫 전용 아이템들이에요.”

    “강화를 시켜달라, 이 말이가?”

    은봉 할머니는 내가 꺼내 놓은 아이템들을 만져 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전부 다 강화가 가능한 아이템들이네. 잘 구해 왔다. 특히 이 흑염보화의 체인은 앞으로 몇 번이고 강화가 가능하겠구먼. 좋은 아이템을 잘 구해 왔네이.”

    할머니는 날카로운 눈으로 아이템을 천천히 확인해 보신다. 언제나 부드러운 눈빛이 확 달라지는 게 장인의 포스가 느껴진다.

    “지금 바로 해 주꾸마.”

    “지금 바로요? 괜찮으세요?”

    “그래, 오늘은 시간이 좀 널널하다.”

    “요즘 너무 바쁘시잖아요.”

    은봉 할머니가 웃음을 터트리신다.

    “그래. 내 실력이 슬슬 소문이 나가, 외국에서도 내 가공석들을 찾는다카대. 아이고, 직접 만나서 인사를 해야 한다고 어찌나 귀찮게 하는지. 그렇게 안 해도 내 아이템 강화는 순서대로 해 줄낀데.”

    “들었어요. 할머니 정말 대단하신데요!”

    “뭐 대단할 거까지 있나.”

    “아녜요. 정말 대단하세요!”

    “이게 다 우리 하준이, 똥강아지 덕분 아니가.”

    할머니는 작업대 위로 내가 건넨 아이템을 가지고 가셨다.

    그리고는 츠츠츳. 곧장 스킬을 발동한다.

    할머니 위로 홀로그램으로 생성된 것 같은 커다란 망치의 형체가 만들어진다.

    따앙! 따앙!

    “오늘 하준이가 찾아와서 할매가 기분 좋데이. 강화 최대로 함 해 주꾸마.”

    따앙! 따앙!!

    망치가 아이템을 때린다. 그때마다 밝은 별빛 같은 것이 흩뿌려진다.

    카아앙! 카아앙!

    할머니의 작업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된다.

    아름답다고나 할까.

    할머니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은하수를 수놓는 것 같기도 하다.

    잠깐 그 움직임에 홀린 사이에 금방 작업이 끝났다.

    “와, 벌써 강화가 끝난 거예요?”

    “그래. 많이 늘었제?”

    “이럴 수가. 정말 빠르신데요. 전에 비해서 눈 깜빡할 사이잖아요!”

    “아이고 하준이 니는 말도 이쁘게 한데이. 눈 깜빡할 사이까지는 아니지만은, 내 쫌 늘었다. 히히히.”

    할머니가 소녀처럼 웃으시면서 아이템을 건넨다.

    “그리고 이 아이템은 좀 간단한 것들이라서 그런 것도 있데이. 펫 전용이기도 하고. 사람 것은 좀 더 공이 들어가야 카는데……. 아, 그렇다고 대충했다는 건 아니데이.”

    “에이. 대충하셨을 리가 있겠어요. 할머니, 감사합니다.”

    “오야, 오야.”

    감정 스킬이 없는 내가 그냥 눈으로 보기에도 강화의 결과가 좋다. 아마 안사홍의 감정 스킬로 확인하면 더욱 놀라겠지.

    다음에 흑단이 데리고 단홍 상사에 갈 때 한 번 시험해 봐야겠다.

    “외국에서도 할머니를 찾는 이유를 알겠네요. 이렇게 빠르면서도 정교하게 아이템 강화가 가능하니까요.”

    “맞나~?”

    “네. 강화에 며칠씩 걸리는 각성자들도 있으니까요. 할머니는 혁신이에요. 혁신.”

    “뭐라카노. 혁신같은 소리하네.”

    할머니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난다. 내가 뭐라고 하든 저렇게 웃어 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벌써 마음이 따뜻해지는구먼.

    “이제 내는 일 해야겠다. 얼른 가 보래이.”

    할머니가 코를 문지르시면서 손짓하신다.

    작업대 옆으로 박스에 든 아이템이 가득하다. 해외 송장이 붙은 것도 있다.

    “우와 처리해야 할 일거리가 잔뜩이네요. 할머니 오늘 하루도 힘내세요.”

    “오늘 하준이 니가 와서 할매는 끄떡없다. 아주 기운이 넘친다. 잘 가래이.”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밖으로 나와 곧장 펫 훈련실로 향했다.

    대호 형에게 말해 3배로 증축한 펫 훈련실이다. 문을 열자마자 흑단이가 쪼르르 뛰어나왔다.

    “꾸이이이, 뿌이잇!”

    “어때, 새 훈련실에서 하루 잔 소감이?”

    “삐이이익, 뿌이익.”

    흑단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집으로 따라가고 싶다는 의미인 것 같았다. 하지만 흑단이 덩치도 꽤 커졌고 녀석만 있는 게 아니라 썬더에 윙키, 거기다가 맡아서 보육 중인 녀석들도 있기에 일반 가정집으로 데려가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적응해야지. 앞으로 덩치가 더 커질 텐데, 흑단아.”

    “끄르르…….”

    “그리고 동생들한테도 용맹한 형아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할 것 아냐!”

    “뿌르으으…… 뿌이이…… 그르그르.”

    내 말을 죄다 알아들은 것인지 힘없이 내게 비비는 흑단이가 안쓰럽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이렇게 어른이 되는 거란다. 흑단아.

    “삐이이! 삐이!”

    “삐약!”

    꾸벅꾸벅 졸고 있던 다른 녀석들도 하나둘 내 곁으로 몰려오기 시작했다.

    “자, 그래서 오늘 선물이 있단다.”

    “뿌이이?”

    “삐약! 삐!”

    “쉬이이이, 쉬쉿.”

    “쨔잔.”

    나는 은봉 할머니에게서 받아온 펫 전용 아이템을 꺼냈다.

    “자아, 어때?”

    “그르그……. 뿌삐삐아!”

    다행히 반짝거리는 아이템을 보고 흑단이가 관심을 가진다.

    붉은 눈이 아이템의 반짝이는 빛을 모조리 빨아들일 듯이 집중해서는 평소보다 두 배는 커져 있다.

    드래곤들은 보석을 좋아한다던데 설마 우리 흑단이도 그런 걸까?

    흑단이가 어서 목에 걸어 달라는 듯이 머리를 마구 들이밀었다.

    이 녀석, 이게 어떤 용도인지까지 확실히 알고 있다. 역시 우리 흑단이는 천재야.

    흑단이에게 가장 먼저 흑염보화의 체인을 걸어 주었다.

    “뿌그아아! 부아아아!”

    목에 찰랑거리며 걸린 체인을 보더니 흑단이는 만족스러운 듯 앞발로 만지작거렸다.

    잘그락, 잘그락.

    영롱한 흑염보화의 체인이 흔들린다.

    그걸 지켜보던 불개가 앞으로 쭉 나서며 저도 머리를 들이밀었다.

    “캉! 캉캉!!”

    “자아, 자아. 차례를 기다려야지.”

    하늘 도깨비의 링을 꺼내 썬더의 다리에 채웠다. 하늘빛의 옥처럼 보이는 링이 찰칵, 채워진다.

    은은하게 반짝거리는 게 썬더와 아주 잘 어울린다.

    “삐약? 삐약?!”

    썬더는 무엇인가가 자기 몸에 채워진다는 게 낯선 모양인지 날개를 파닥거리며 부산스럽게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부리로 떼어 내려고 콕콕 쪼아 댄다.

    “아잇, 가만히 좀 있어 봐. 썬더!”

    “삐약삐! 삐이삐!”

    한차례 추격전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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