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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35화 (235/250)
  • 제235화

    제235편

    결이가 방패를 잡자 스츠츠츳, 쇳덩이던 방패가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위로 한 겹의 막이 더 생긴다.

    “금강석의 방패.”

    방패를 받아 든 결이의 표정이 밝게 변한다. 역시 내숭을 떨어도 이런 거 좋아한단 말이야.

    “흠, 크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나를 발견한 결이가 헛기침하며 표정을 갈무리한다.

    “대놓고 좋아해도 돼.”

    “역시 네가 쓰는 게…….”

    “됐다, 요 녀석아.”

    “윽.”

    싱긋 웃어 준 다음 먼저 동굴을 나섰다.

    “주인님, 솔직히 주인님이 쓰셔도 좋을 것 같은데요. 주인님 물몸이잖아요.”

    “쓰읍, 이제 물몸까지는 아니거든?”

    소울 포인트 보정 받아서 얼마나 딴딴해졌는데. 망량이에게 튼튼한 이두박근을 내밀어 보이며 으름장을 놓는다.

    “킥킥, 하지만 정말 아까워서 그래요. 저거 S급 방어구잖아요? 저런 건 우리나라에서 구하려면 더는 없을걸요?”

    망량이의 말도 맞다.

    S급 아이템은 우리나라처럼 좁은 나라에서는 겨우 한두 개 발견되고 말았다. 내가 회귀하기 전까지 그랬지.

    손예원이 최근에 S급 무기를 하나 얻었고 신재민이 가질 S급 방어구를 우리가 하나 얻었으니 한국에서 자연적으로 얻을 수 있는 S급 아이템은 이제 더는 없다.

    외국으로 나가거나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을 거다.

    ‘아니면 강화를 시켜서.’

    일단 우리에겐 은봉 할머니가 있으니까 어지간한 아이템 걱정은 안 해도 좋고.

    “그래서 준 거야. 한결이한테.”

    “네?”

    “대한민국 최후의 S급 아이템이라니. 그런 걸 선물할 수 있다니 멋지잖아?”

    “주인님도 참…….”

    망량이가 푸른 불꽃을 절레절레 흔든다.

    동굴에서 포털로 돌아가는 길은 이미 결이가 한차례 쓸어 놓은 터라 깨끗했다.

    마나를 아끼지 않고 이동기를 쓰니 순식간에 포털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다.

    츠츠츠츳.

    포털을 통과하니 가장 먼저 보이는 건 검은 자동차들과 군인들, 그리고 그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장우택이다.

    “아. 드디어.”

    장우택은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반긴다.

    “얼마나 들들 볶였는지 알아요?”

    그는 단숨에 내 곁으로 오더니 속닥거렸다.

    정말이지 너무 힘들었다면서 땀을 닦는 시늉까지 해 댄다.

    “생각보다 빨리 나온 것 같은데요.”

    “뭐, 별거 없더라고요.”

    나는 장우택에게 속삭이고는 군인들에게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은하준입니다.”

    “은하준 씨. 신고자 본인 맞으십니까.”

    “네, 맞아요.”

    “신고 후 실수로 포털을 넘으셨다고요.”

    “네.”

    질문을 하는 군인은 전혀 믿지 않는 눈으로 나를 가만히 본다.

    그러던 중 뒤에 있던 검은 차에서 한 사람이 더 내렸다. 날렵한 단발에 웬만한 성인 남성보다 크고 근육으로 단련된 다부진 몸.

    낯이 익은 여성이다.

    “어.”

    “오랜만입니다, 은하준 씨.”

    “안은영 소…… 아니, 중위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네. 활약하고 계신다는 소식, 많이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야 기본적인 도리만 하고 있습니다만.”

    그녀의 강직한 눈매가 내 얼굴을 훑는다. 그리고 그 시선은 내 뒤로 따라 나온 결이에게도 따라붙는다.

    “실수로 포털에 휘말리셨습니까.”

    “아, 네. 하하. 뒷걸음질을 치다가 그만.”

    “뭐, 은하준 씨 정도 되는 헌터가 그런 실수를 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몇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녀는 빙긋이 웃으며 손을 탈탈 털었다.

    “하하하, 뭐가 있나 둘러보고만 나왔습니다.”

    “흐음, 정말로 생각보다 일찍 나오셨습니다. 정말 구경만 하고 나오셨습니까?”

    “물론이죠!”

    나는 두 손을 들어 보였다.

    “휘말린 덕분에 몬스터 몇 마리 건드린 정도? 그 정도는 정당방위니까 용서해 주시겠죠?”

    “흠. 알겠습니다.”

    안은영 중위가 피식 웃으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망량이가 어깨 위에서 키득거린다.

    “역시 학연 지연 무조건 지인 찬스.”

    “이래서 사람은 어디서든 인간관계를 착실하게 잘 쌓아 놓아야 하는 거라고.”

    괴물 특수 부대원들이 펜스를 설치하는 등 작업을 시작하고 우리는 신상 명세를 적어 내고는 자리를 뜰 수 있었다.

    “흐으음…….”

    차로 돌아가는 동안 장우택은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기색이었다.

    “왜요?”

    “아니, 별로요.”

    “장우택 씨 선물은 잘 받았어요.”

    “정말요?”

    “네. 정말요.”

    뒤에서 결이가 멈칫하는 게 느껴졌다.

    “보스 몬스터를 잡은 건 아니잖아요. 그렇죠? 시간상으로 그렇게 될 수가 없었는데.”

    “대충 어떤 던전인지만 봤어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그 던전에서 얻을 수 있는 건 S급 아이템뿐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동굴로 향하는 동안은 마주치지 않았지만, 그 던전에는 가르고데우스 외에도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몬스터가 있다.

    “은초롱 슬라임.”

    “헉.”

    “어때요. 괜히 줬다 싶어요?”

    “……그 정도는 아니고요.”

    장우택이 실실 웃는다.

    은초롱 슬라임의 체액은 포션을 만드는 데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아이템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그러니 저 던전이 결국 내 손에 넘어오면 포션 사업에도 한 발 내디딜 수 있을 정도로 막대한 재료가 내게 들어온다는 거지.

    ‘후후, 대호 형이 좋아하겠군.’

    장우택 역시 만족한 표정이 됐다.

    이 정도면 선물의 값어치가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아니, 그런데 이 남자는 매번 선물이 이상하단 말이야.

    따지고 늘어지면 할 말은 많겠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한다.

    * * *

    딸랑.

    단홍 상사의 문이 열린다. 익숙한 내부가 보인다. 여기저기 물건이 가득 쌓인 창고 같은 모습.

    늘 그렇듯 안사홍이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를 반겼다.

    밝게 인사하는 그를 보면서 나는 마음이 불편해지기는 했지만.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저야 하준 님께서 도와주신 덕에 잘 지내고 있지요.”

    안사홍의 시선이 내 뒤에 따라 들어온 결이에게 붙었다가 내가 매고 있는 포대기 속 검은 알에 닿는다.

    “그 아이는?”

    “네, 사홍 님께서 맡기신 알인데요.”

    “…….”

    “이 알이 혹시 무슨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아시나요?”

    “네?”

    안사홍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나를 본다.

    “알을 맡은 지 한참 되었는데도 전혀 깨어날 기미가 없어서요. 게다가 성장도도 전혀 없고. 이대로 제가 알을 맡아도 될지 모르겠어요.”

    “호오……. 그렇군요.”

    그는 오히려 내 말이 신기하다는 듯이 턱을 감싸 쥐었다.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네?”

    “그 알은 그대로 계속 은하준 님께서 보살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알이……. 괜찮을까요? 좀 더 실력 있는 화룽이라든지 다른 쪽에 맡기는 게 알을 위해서 나을 수도 있어요. 화룽이라면 제가 아는 사람이 있으니 부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안사홍이 천천히 고개를 젓는다.

    “아닙니다. 그 먼 곳까지 알을 맡기는 것보다 차도가 적어도 제 손이 닿는 곳에 두는 게 마음이 놓일 것 같군요. 그리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 알은…….”

    안사홍은 할 말을 고르듯이 잠시 숨을 내쉬었다.

    “그 알은 당장 깨어나지 않아도 제 몫을 하고 있는 거니까요.”

    “제 몫을 하고 있다라?”

    “네.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는 해도.”

    그는 다시 고개를 휘휘 저었다. 나는 내 품에 안겨 있는 검은 알을 천천히 내려다보았다.

    이 알의 정체가 대체 뭘까?

    “알의 정체를 물어도 대답해 주지 않으실 생각이죠?”

    “물론입니다. 알을 맡길 때 그런 조건은 없었으니까요.”

    “후우. 불안해서 그래요.”

    “압니다. 하지만 불안해하지 마세요. 책임은 제가 다 질 테니.”

    “그렇다면야…….”

    “괜히 알 때문에 바쁜 걸음을 하셨군요.”

    “아, 그것뿐만은 아닙니다.”

    안사홍을 찾은 이유 중 알에 관한 것이 1순위이기는 하지만,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또 무슨 볼일이 있으신가요?”

    “네, 우리 흑단이한테 아이템을 좀 맞춰 주고 싶어서요.”

    “호오.”

    안사홍의 눈에 호기심이 인다.

    “드래곤에게 어울릴 아이템이 몇 가지 있기는 합니다.”

    “펫 전용 아이템도 몇 가지 더 보여 주세요.”

    화르륵. 어깨 위에서 망량이가 솟아난다.

    “주인님, 제 것은요?! 제 것은요!”

    “기다려 봐.”

    “치잇! 맨날 흑단이만 챙기고!”

    “미안하지만 너랑 나랑은 챙길 순위가 맨 나중이란 말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이게 부모 마음이라는 거지.”

    “으응?! 저도 부모 위치라는 거예요? 그런 게 어딨어요! 나도 자식 할래요!”

    “넌 다른 펫들이랑은 다르다며.”

    “우웃. 그, 그렇지만!!”

    망량이의 외침에 피식 웃으며 안사홍이 내놓는 물건을 둘러본다.

    “좋은 물건이 많이 있네요.”

    “은하준 님께서 오셨으니 창고 깊은 곳에 숨겨 둔 것까지 모두 꺼내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손을 가져다 대자 아이템의 정보가 떠오른다.

    ‘흑염보화의 체인.’

    검은 불꽃 요정들의 정기로 만들어진 흑염보화. 그것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다.

    ‘이거면 흑단이의 공격력과 방어력, 속도까지 한 번에 올릴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다. 게다가 강화 기능까지 붙어 있지.’

    은봉 할머니에게 맡기면 지금 눈앞에 있는 아이템의 가치는 3배쯤 뻥튀기될 거다.

    일단 나는 흑염보화의 체인을 앞으로 끌어 놓았다.

    “좋은 선택이십니다.”

    “그리고 이것도.”

    하늘 도깨비의 링.

    이건 비행 속도에 영향을 주는 아이템이다. 썬더에게 주면 딱이다. 그러고서 펫의 방어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목걸이를 하나 더 샀다.

    우리 윙키도 빼놓으면 안 되니까.

    “그 외에는 재료들을 보고 싶은데요.”

    “재료요?”

    “펫들 먹일 영약을 좀 더 만들어 보려고요.”

    “호오. 펫 영약이라. 그 기술은 중국에만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맞아요. 하지만 이제 우리나라도 그런 기술을 개발해야 하지 않겠어요?”

    장 리가 선물로 가져온 영약을 환희의 분석 스킬로 연구해 보게 했다.

    제조법까지는 완벽하게 알아낼 수 없겠지만, 무엇이 얼마만큼 들었는지는 추출할 수 있었다.

    ‘그 영약을 복사하는 거다.’

    넉넉하게 받았지만, 그걸 다 먹어 버리게 되면 더는 구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너무 아까운 일 아닌가.

    류환희의 연구 스킬이 무기 개발에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 어떤 종류의 연구라도 환희가 마음만 먹으면 전문가가 수십 년 연구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지금 당장에 환희의 관심사가 개량된 민간인용 무기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 그렇지.’

    환희의 스킬에 관해서 잘 알았다면 장 리도 그런 영약을 선물로 주지 않았을 터였다.

    ‘장 리는 환희를 단순히 무기 개발에만 국한된 연구자라고 생각한 모양이야. 뭐 다들 그렇게 알고 있을 테지만.’

    어쨌든 나는 장 리의 영약을 60%만이라도 따라 할 수 있으면 이득이다. 그리고 환희의 스킬로 그 정도까지는 가능하다.

    그리고 시작은 장 리의 영약을 흉내 내는 것이지만 연구와 실험을 통해 더 좋은 영약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기회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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