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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34화 (234/250)
  • 제234화

    제234편

    츠츠츳.

    던전 내부로 들어왔다.

    “키이이익! 케에에엑!”

    들어서자마자 저 하늘 높이 날고 있는 거대한 몬스터가 보인다.

    그 아래로 물빛을 닮은 신비한 나무들로 가득 찬 숲이 있다. 나무는 버섯을 닮기도 하고 해파리를 닮기도 했다.

    확실한 건 지구의 평범한 나무들과는 그 모양과 색이 확연히 다르다는 거였다.

    이번 던전은 마치 외계의 신비한 행성에 도착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즈즈즛.

    나를 따라 던전으로 들어오는 건 결이다.

    “두 사람은?”

    “장우택은 특수 부대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다던데. 전부 다 휩쓸렸다고 하면 이상할 거라나 뭐라나.”

    “흐음, 깊게 엮이고 싶지 않은 모양이로군.”

    “그랬더니 하케임도 남겠다고 하더라고. 귓속말로는 장우택이 무슨 꿍꿍이를 벌일지 모르니 자기가 지켜보겠다고 하던데.”

    오히려 잘됐다.

    그러는 편이 번거롭게 몬스터를 다 상대하지 않고 곧장 던전에서 물건을 찾아가기 편할 거다.

    ‘그래도 따라 들어오지 않는 걸 보면 좀 삐친 걸까.’

    피식 웃으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되도록 몬스터를 피해서 움직이자고.”

    “몬스터를 피해서?”

    “괴물 특수 부대가 오고 있는 상황에서 느긋하게 몬스터나 사냥하고 있을 순 없지.”

    “뭔가 있구나.”

    “응. 이 던전에서 나올 S급 방어구.”

    “S급 방어구라고?!”

    결이가 깜짝 놀라며 되묻는다.

    그래, 장우택도 만약 내 말을 들을 수 있었다면 이런 반응이겠지. 그리고 S급 방어구를 가지기 위해서 어떤 수든 쓰려 할 거다.

    “딱 너한테 어울리는 거거든.”

    “나?”

    “그래. 검이 있으면 방패가 있어야 할 거 아냐.”

    “……!”

    결이는 약간 상기된 얼굴 위로 미소가 떠올랐다가 금방 사라졌다. 보이지 않는 강아지 귀 같은 게 쫑긋 섰다가 바로 축 처지는 걸 본 것 같은 느낌이다.

    “이번에는 네가 가져.”

    “으응?”

    “맨날 나만 좋은 무기를 가지잖아.”

    “그건 무기잖아~ 넌 공격이 중요한 딜러고.”

    “그러니까 아이템이 방어구라면 네가 가지는 게 맞지.”

    “게다가 넌 탱커이기도 하지.”

    “……뭐어.”

    성큼성큼 걸어도 결이는 금방 내 보폭을 따라잡는다.

    “내 스킬 중에 지나친 복수자라는 게 있어.”

    “응, 그런데?”

    “아군이라고 인식되는 각성자가 얻은 대미지만큼 더 강해지는 기술이야.”

    스킬을 설명하는 한결이의 표정이 조심스럽다.

    엄청난 비밀을 털어놓는 것처럼.

    아마 내가 그 스킬을 악용(?)하거나 할까 봐 걱정인 걸 텐데. 이 바보는 내가 이미 스킬 내용을 다 안다는 걸 모르는 모양이다.

    이미 회귀 전에 네가 그걸로 검은 괴물을 멋지게 무찔렀단다.

    나는 죽어 버렸지만.

    ‘하지만 그건 악용한 게 아니라 저절로 그렇게 된 거였고.’

    결이는 아주 천천히 곱씹듯이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네가 방어력이 높아지면 내가 가진 이 스킬을 더 잘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아항. 그런 말로 나를 꼬셔서 방어구를 갖게 하려는 모양이지?

    하지만 결이의 말은 틀렸다. 어쩔 수 없지. 그 스킬을 아직 제대로 써 본 적이 없을 테니까.

    ‘그러고 보니 예전에 크게 당했을 때 발동되긴 했겠구나.’

    어렴풋하게 옛 기억을 떠올린다. 벌써 회귀를 한 지도 2년이 되어 가니까. 먼 기억이 되고 있다.

    “일단 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 하는지는 알겠는데.”

    “응.”

    “그 스킬에 관해서는 내가 더 잘 알지.”

    “으응?”

    “이 몸이 회귀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아군으로 적용되는 각성자의 대미지. 맞는 말이야. 하지만 이건 얼마만큼 치명상을 입었는지에 따라 퍼센티지로 네가 강해진다고.”

    “뭐?”

    “그러니까 내가 방어력이 높아지나 마나 그 스킬에는 영향이 안 간다는 그 말씀. 오히려 내가 곤죽이 되는 편이 네가 더 강해진다는 말…….”

    결이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어이쿠, 너무 신랄하게 말했나. 그러면 또 그 스킬을 안 쓰려고 할 텐데.

    뭐, 굳이 안 써도 되는 스킬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스킬이 없어도 결이는 충분히 강하니까. 애초에 같은 팀이 작살나는 일도 없을 거고.

    “절대로 안 써.”

    “으음……. 일단 자동으로 써지는 거긴 한데. 괜찮아, 괜찮아. 네가 일부러 공격력 높이려고 아군을 피해 입힌다든가 그런 일은 없을 테니까.”

    “그런 짓 안 해!”

    “당연하지.”

    “칫. 어쨌든 간에 그 스킬을 안 쓰려면 더욱 네가 방어구를 가져야겠어.”

    “그냥 그럴 바에야 네가 몸빵 해 주는 게 낫다.”

    “…….”

    “이 몸이 얼마나 빠른지 알면서.”

    “그건 그렇지만.”

    “공격이란 무릇 피해 버리면 대미지가 0이란 말씀이야.”

    요즘도 계속해서 소울포인트를 민첩에 투자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속도만 따지자면 이제 한결이보다 내가 간발의 차로 더 빠르달까.

    “자, 일단 가자.”

    뭔가 꺼림칙한 표정이 가시지 않은 결이를 이끌고 숲을 가로지른다.

    “여기는 몬스터 밀집도가 꽤 높으니까 조심해서…….”

    사사삭. 사사사삭.

    형광으로 빛나는 양치식물들이 마구 흔들린다.

    “이런, 들켰네.”

    “캬아아아!!”

    “츄츄츄츗!!!”

    거대한 딱정벌레를 닮은 몬스터가 풀숲을 가르고 튀어 오른다.

    몬스터 가르고데우스.

    T 자형의 커다란 뿔이 멋있는 벌레형 몬스터다.

    “하앗.”

    결이가 단번에 검을 뽑는다.

    “살살해 줘.”

    “흥.”

    휘이익.

    츠파앗! 퍼어억! 스각!

    결이가 검을 휘두를 때마다 가르고데우스의 딱딱한 껍질이 말끔하게 베이며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끈적한 점액질의 가르고데우스의 체액이 주변 식물들에게 쏟아져 내린다.

    “으으, 살살하라니까. 이거 싫단 말이야. 웩.”

    “이렇게나 튈 줄 알았나.”

    “움직임이 간결하지 못해서 그래. 물론 멋지게 다듬어진 검술이지만, 힘을 좀 더 빼란 말이야.”

    “흥.”

    결이는 내 말을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남은 가르고데우스를 베는 데 전념한다.

    ‘역시 약간 삐친 것 같지?’

    “삐친 것 같아요.”

    화르륵.

    어깨 위로 파란 불꽃이 타오르며 속삭인다.

    “이번 방어구는 주인님이 갖는 게 어때요.”

    “하지만 결이에게 딱 어울리는 방어구란 말이야.”

    “주인님은 너무 퍼주기만 한다니까요!”

    스각! 서걱! 퍼걱!

    날아오는 점액질을 피해내며 고개를 끄덕인다.

    “물론. 그런데 아무한테나 그런 게 아니란 말이야. 결이니까 해 주는 거지. 게다가 공격은 피하면 그만이야.”

    나는 이미 회피에 올인하고 있으니까. 그렇게 강한 방어구는 필요가 없단 말이지. 그 절반쯤의 방어구로도 충분하다.

    “다 치웠어.”

    땀 한 방울조차 맺히지 않은 결이가 뒤를 돌아본다.

    주변은 어느새 가르고데우스의 사체로 가득하다.

    “으으, 길이 온통 끈적이네.”

    츠츠츳.

    헤르메스의 신발을 이용해 공중에 사뿐히 날아오른다. 끈적거리는 가르고데우스의 체액을 피하기 위해서라지만 이런 데 마나를 소비하는 건 꽤 사치긴 하다.

    하지만 여기 몬스터들은 그리 센 게 아니니까.

    S급 방어구를 얻을 수 있는 것에 비해선 아주 연약한 몬스터들뿐이었다.

    S급 혼자서도 뚫을 수 있는 정도의 공격력을 지닌 던전이라, 장우택이 이 모든 사실을 알았다면 땅을 치고 후회했을 거다.

    “왜 그리 음흉한 표정이야.”

    “후후후. 누워서 떡 먹는 기분이니까~”

    나는 몬스터 사체 사이를 가볍게 뛰어넘어 계속해서 전진했다.

    츳, 츠츳, 츠팟.

    결이도 끈적한 체액이 싫은지 점멸 스킬을 이용해서 내 뒤를 쫓아왔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숲속 깊은 곳에 있는 동굴.

    “보스 룸인가?”

    “아니.”

    “하긴, 몬스터의 마나가 전혀 느껴지질 않아.”

    이건 보스 룸이 아니다. 길을 몰랐다면 여기에 도착할 수도 없었겠지.

    하지만 나는 이곳에 와 본 적이 있다.

    ‘내가 S급을 못 가져서 너무 아쉬운 마음에 혹시 뭐라도 더 없을까 싶어서 와 봤었지.’

    결국 얻은 건 없었지만 말이다.

    회귀 전, 처음 이곳을 찾은 후로도 몇 번이나 더 왔었다.

    복권 1등 뽑힌 지점이 명당이라면서 사람들이 줄을 서서 복권을 사는 것처럼, S급 방어구가 나온 명당이라며 찾아오는 사람이 종종 있었다.

    회귀 전에 이곳에서 S급 방어구를 얻었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펌블의 신재민이었나.

    아마 그랬을 거다. 그때는 한번 만나 방어구를 보여 달라고 할 수 있던 관계도 아니었는데.

    ‘이번에는 내가 먼저 가져가서 미안하다. 게다가 여기서 얻었다는 것도 비밀로 할 생각이니까.’

    이제는 이곳이 S급 방어구가 나온 명당이라는 사실을 아는 건, 나나 결이밖에 없게 됐다.

    동굴 안으로 들어서니 서늘한 감각이 온몸을 에워쌌다.

    “제가 불빛을 비출게요!”

    망량이가 앞서서 동굴 깊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나와 결이는 조심스럽게 망량이의 뒤를 쫓았다.

    축축하고 어두운 동굴은 생각보다 훨씬 깊고 넓다.

    다행인 건, 여긴 몬스터가 없다는 점이었다. 몬스터가 있었다면 훨씬 귀찮게 됐을 텐데.

    역시 명당은 명당인 걸까?

    “주인님!”

    한참을 들어가고 있는 와중에, 망량이가 뭔가를 발견한 것인지 쪼르르 앞쪽으로 날아갔다.

    “여기 있어요!”

    “그래?”

    푸우욱!

    망량이가 몸을 키워 불꽃의 빛을 부풀렸다. 그 푸른 빛 아래로 먼지가 가득한 철 덩어리 같은 것이 보였다.

    “그래, 이거야.”

    “저거라고?”

    결이는 못 믿겠다는 얼굴로 기웃거렸다.

    “그래. 절대 방어의 아이템.”

    나는 손을 뻗어 먼지와 때가 가득 낀 쇳덩어리를 집었다가 반듯하게 내려놓았다.

    “으음, 이거 한번 불살라야겠는걸.”

    “그거라면 완전 자신 있죠!”

    망량이가 부풀린 몸을 한껏 더 부풀리더니 불을 뿜어냈다.

    화르르륵!

    푸르고 뜨거운 불꽃이 쇳덩어리를 감쌌다. 그리고 그 겉으로 짙게 내려앉은 불순물들을 모두 태워 버린다.

    “활활 타올라라!”

    망량이는 약간의 광기가 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 말에 맞춰 쇳덩어리 위가 활활 타오른다. 쇳덩이가 시뻘겋게 달궈질 무렵.

    “인제 그만!”

    내가 외치는 소리에, 망량이의 불꽃이 멎었다.

    “후욱, 후욱. 아아, 개운하다.”

    망량이가 흘릴 리 없는 땀을 닦는 척하며 킬킬거린다.

    그동안 나는 시뻘겋게 달궈진 쇳덩이가 식는 걸 기다렸다.

    쉬이이익…….

    다행히 동굴 안은 무척이나 시원해서 쇳덩이는 금방 차가워지고 있었다.

    “자, 결아. 이제부터 네가 다뤄야 할 아이템이 늘었어.”

    “…….”

    결이가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선다. 그리고 우리 눈앞에는 반들반들하게 빛나는 아름답고 거대한 방패가 놓여 있었다.

    “방패…….”

    “그래. 방패야. 이것까지 사용하려면 연습 많이 해야겠지? 지금껏 사용하던 검술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기술을 써야 할 테니까. 쉽지 않을 거야. 검술을 새로 배우는 것 같을 테지.”

    “그것 때문에 내게 주려는 거야?”

    “그렇다고 하자.”

    씩 웃으며 빛나는 방패를 결이에게 쥐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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