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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33화 (233/250)
  • 제233화

    제233편

    “다들 엄청나게 친절해요!”

    안영지가 잔뜩 들뜬 얼굴로 말했다.

    “그거 정말 다행이네요.”

    “그렇죠, 그렇죠? 간식도 나눠 주고 좋은 자리도 맡아 주고요. 마치 학창 시절로 돌아간 거 같았어요.”

    “거기서 벗어난 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요?”

    빙긋이 웃자 안영지는 쑥스럽다는 듯 뺨을 붉혔다.

    “매 학기가 시작되면 전 좀 긴장하는 편이었어요. 새 친구를 사귀기 어려우면 어쩌지.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어쩌지.”

    “이번에도 걱정을 많이 했나 보네요.”

    “네, 그랬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정말 다행이지 뭐예요!”

    “S급한테 안 좋게 보이고 싶은 사람은 아마 없을 거예요.”

    “에헤헤.”

    “이번 기수에 S급은 영지 씨뿐이죠?”

    “네, 맞아요.”

    안영지가 썬더를 꽉 끌어안았다.

    “삐약! 삐약삐!”

    “어쨌거나 정말 즐거웠어요. 앞으로도 그럴 것 같고요.”

    그리고 뭔가 생각난 듯이 손뼉을 짜악 하고 쳤다.

    “아, 그리고 신선 길드랑 하준 님에 관해서 묻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어요.”

    “아무래도 그랬을 거라 생각하긴 했는데. 준비해 둔 답으로 잘 말했나요?”

    “네네!”

    어린애처럼 웃는 그녀를 보니, 왠지 내가 다 자식을 어린이집에 보낸 것 같은 기분이다.

    “그나저나 이 빙하 악어의 알은 굉장히 빨리 자라는 것 같네요. 맡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게이지가 꽉 찼다고요?”

    “네, 맞아요.”

    나는 품에 안고 있던 빙하 악어의 알을 슬쩍 들어 보인다.

    안영지가 돌아오고 나서 곧장 내 스킬들이 레벨 업 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곧 부화할 수 있을 거예요.”

    “기뻐라.”

    밝아졌던 안영지의 얼굴이 금세 시무룩해진다.

    “하지만 이 녀석도 성장한 뒤 우리를 떠나겠죠. 그렇게 생각하면 좀 천천히 깨어나도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돼요.”

    “헤어지는 건 언제나 아쉽죠.”

    나 역시 그렇다.

    지금 내 실내화를 물어뜯고 있는 이 불개도 조금 있으면 괴물 특수 부대에 보내야 한다.

    특히나 이 녀석은 교육도 잘 되고 쑥쑥 자라나고 있어서 이제껏 맡은 녀석 중 가장 빠르게 주인에게 돌아가게 될 것 같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불개는 실컷 내 실내화를 씹어다가 휙 날리고는 다시 주워 와, 잘했냐는 듯이 나를 바라본다.

    나는 녀석의 동그란 머리를 마구 쓰다듬어 주었다.

    “끼이잉. 끄응.”

    산발이 된 머리털이 마음에 안 드는지 녀석이 낑낑거린다. 그랬더니 흑단이가 다가와 녀석을 핥아 주기 시작했다.

    찌잉…….

    너무 귀엽잖아, 이 녀석들…….

    “어, 하준 님.”

    “네?”

    “부화할 때가 됐어요.”

    “벌써요?”

    스스슷.

    스킬의 힘을 이용해서 빙하 악어의 상태를 확인한다.

    [빙하 악어의 알]

    영혼 등급: A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80%

    ■■■■■■■■■■

    ‘정말이네.’

    게이지가 가득 차 있다.

    오늘 낮만 해도 4개의 칸이 비어 있었는데. 정말 빠른 속도다.

    “자, 그럼 부화시켜 볼까요.”

    “네.”

    안영지가 빙하 악어의 알을 받아 들었다.

    곧 그녀의 손에 따뜻한 기운이 모이기 시작했다.

    쩍, 쩌적.

    “어머, 알을 깨고 나오는 속도도 빨라요.”

    “이 녀석. 성격이 엄청 급한 녀석은 아닌가 모르겠네요.”

    흐뭇한 얼굴로 잠깐 바라보고 있자,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알껍데기가 부서지기 시작한다.

    빠직, 빠지직. 빠직, 빠지지직.

    “삐! 삐!”

    알이 다 깨지기도 전인데 울음소리가 크다.

    “삐이!! 삐!! 삐!!”

    콰삭.

    알이 쩍 갈라지면서 길쭉한 주둥이가 모습을 드러낸다.

    새하얗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하늘빛의 주둥이다. 마치 자갈처럼 반들반들하고 진주처럼 매끄러워 보인다.

    “삐이! 삐이! 삐이!”

    “아이고 요놈. 정말 성질 한번 대단하네.”

    “그러게요. 펫 훈련실이 떠나가라 우네요.”

    파삭, 파사삭.

    알이 마저 깨지고 완전한 빙하 악어의 모습이 드러난다. 축축하게 젖어 있긴 하지만, 매끄럽고 윤이 나는 아름다운 형체다.

    “삐이삐!”

    노란 파충류의 눈이 겹 눈꺼풀을 깜빡이며 나와 안영지를 번갈아 본다.

    “삐이, 삐이! 삐이!”

    빙하 악어가 알에서 쏙 빠져나오면서 내 쪽으로 쪼르르 쫓아온다.

    “아아, 이번에도 하준 님을 고르네요.”

    “하하하. 그러게요. 소울메이트 때문에 어쩔 수가 없나 봐요.”

    “그렇긴 하지만, 저도 한 번쯤은 선택받고 싶은데 말이에요.”

    “삐이! 삐! 삐!”

    “그래, 그래. 알았다.”

    나는 준비한 수건으로 빙하 악어의 몸을 닦아 주었다.

    “삐! 삐!”

    “꾸이이, 그르르.”

    흑단이가 신기하다는 듯 빙하 악어에게 다가온다.

    “그러고 보니 둘 다 파충류구나.”

    “아구아가가!!”

    안영지의 말에 흑단이가 반박이라도 하는 듯 웅얼댔지만, 금방 빙하 악어에게 관심이 빼앗겨 킁킁거리며 발을 바둥댔다.

    “삐! 삐!”

    빙하 악어 역시 아직은 조그마한 주둥이를 쩌억 벌리며 위협하는 것으로 흑단이의 관심을 마주했다.

    “이 귀여운 것들.”

    부르르.

    주머니가 울려서 확인해 보니, 휴대폰이다.

    액정에 떠 있는 건 장우택의 번호였다.

    그에게 문자가 와 있다.

    [그리 급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신규 던전 포털을 발견한 것 같아서 말이에요.]

    신규 던전 포털.

    대체 장우택은 한국에서 뭘 하고 돌아다니는 걸까.

    게다가 급한 건 아니라니. 완전 급한 일이지 않은가.

    ‘그런데 나한테 연락할 건 또 뭐람.’

    장우택은 한세희와 친분이 깊지 않은가. 연락을 한다면 그쪽으로 할 것 같았는데, 굳이 내게 연락한 건 다른 이유가 있어서일까?

    어쨌거나 장우택이 말하는 장소에서의 신규 던전, 기억에 남는 바가 있어서 다급하게 발길을 옮겼다.

    * * *

    “하준 님!”

    목적지인 인천 부근까지 도착하자 장우택이 미리 마중을 나와 있었다.

    도롯가에 차를 대 놓은 장우택은 내 차를 발견하자마자 열렬히 손을 흔들어 세웠다.

    “장우택 씨, 대체 뭡니까? 이런 곳에서.”

    도착한 곳은 깊은 산으로 이어지는 초입이었다.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고 시간도 이미 주위가 완전히 어두워진 시간.

    “으음, 왜요. 외국인이 마구 들쑤시는 것 같아서 별로입니까? 별일은 아니에요. 사업차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겁니다.”

    “그럼 제가 아니라 경찰에 신고부터 했었어야죠.”

    내 말에 장우택이 씩 웃는다.

    “그러는 하준 님은 왜 제가 부른다고 이렇게나 급하게 여기까지 온 겁니까? 이유가 있어서겠죠. 제가 직접 신고하는 것보다 하준 님이 개입하는 게 나을 이유가 있잖습니까?”

    “장우택 씨는 모르는 게 없군요.”

    “이래 보여도 한 길드의 이사라고요.”

    “아아, 그랬었죠.”

    내 반응에 장우택이 입술을 샐쭉거린다.

    비가 추적거리는 도로에서 조각 같은 미남이 그러고 있는 걸 보니 내가 홍콩 영화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어쨌거나 내가 이리 득달같이 달려온 건, 두 가지 이유가 있어서다.

    첫 번째는 장우택이 예상하는 것과 같이 외국인이 한국의 던전 포털을 최초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외국과 포털 소유권을 놓고 복잡하게 얽힐 수도 있다.

    상황과 여건을 따져 보면서 재판을 몇 번이나 진행하며 소유권을 놓고 싸우게 된다. 이 일은 적어도 3년은 걸리는데 그동안 던전은 완전히 방치되고 만다.

    왜 그런 법을 만들어 놓았는지는 몰라도 일이 꽤 복잡해져 당사자를 포함해 양쪽 국가가 아주 번거로워진다는 거다.

    사실 화룽의 이사쯤 되는 장우택에게는 그렇게 귀찮은 일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둘째는 내가 이 던전이 무슨 던전인지 알기 때문이고.

    “한세희 씨한테 연락해도 됐을 텐데요.”

    “뭐, 그쪽은 너무 부자잖아요.”

    “어차피 내국인이 발견한 포털은 국가에 귀속돼요.”

    “그래도 던전이 경매에 오르면 유리한 표를 받지 않아요?”

    “장우택 씨……. 정말 아는 게 많으시네.”

    “하하. 좀 매력적인가요?”

    “아뇨.”

    “앗, 그렇게 딱 잘라…….”

    장우택은 아쉽다는 듯 입맛을 다시고는 차를 타고 다시 앞장섰다. 그렇게 잠시 달려 깊은 산속 목적지에 도착했다.

    “사업차 이런 곳에서 포털을 발견하셨다?”

    장우택은 상큼하게 웃을 뿐이다.

    “자, 어때요.”

    “어떻긴 뭐가 어떻습니까?”

    “군침이 당기지 않나요?”

    “뭘 보고 그렇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네요. 마치 이미 던전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처럼 구시는 거 알고 계시죠?”

    “하하하.”

    그게 불법이라는 것도 아마 알고 있을 거다. 그렇게 법에 빠삭하신 장우택 씨께서 모를 리가 없다.

    장우택이 눈을 빛낸다.

    “정말로 아직 못 들어갔습니다. 아무리 S급이라고는 하지만, 안에 뭐가 들었을지 모르는걸요.”

    “아하.”

    이제야 장우택이 왜 나를 불렀는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같이 들어가 보자는 거죠.”

    “이해했습니다.”

    장우택은 애초에 이 던전을 가질 마음은 없었던 거다.

    ‘가져도 그만 안 가져도 그만이라니. 화룽의 대범함이 샘나긴 하는걸.’

    해서 좋은 선물로 넘기고 싶은데, 한세희라면 신고하기 전에 그와 함께 던전에 들어가 보는 짓을 하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겠지.

    나라면 따라 들어갈 거라고 생각한 것도 웃기긴 하지만.

    내 표정에서 생각을 읽었는지 장우택이 씩 웃는다.

    “게다가 은하준 님을 부르면 적어도 S급이 하나는 딸려 오니까요.”

    차에 탄 채로 대기하고 있는 결이와 하케임을 보며 하는 말이다.

    “잘 알고 계시네요.”

    “매력적이죠?”

    “아뇨.”

    “으음…….”

    “누님은 어쩌시고.”

    “으응, 우리 누님은 욕심이 많아서 이런 걸 발견하면 절대로 빼앗길 위인이 아니시거든요. 아무리 귀찮아져도 말이죠.”

    그가 귓가를 긁적인다.

    “게다가 애초에 나는 이걸 은하준 님께 선물로 주고 싶었고요.”

    “예, 불법적인 선물 아주 감사합니다.”

    “하지만 들어가 볼 거죠?”

    장우택의 눈이 번들거린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지금 당장 들어가고 싶다. 안에 뭐가 든지 알고 있으니까. 게다가 안에 든 건 장우택도 마음이 바뀔 정도로 좋은 물건이니까.

    어떡한다.

    “…….”

    “으응?”

    나는 휴대폰을 눌러 익숙한 번호를 꾸욱 눌렀다.

    “뭐, 뭐 하는 겁니까?”

    “신고요.”

    “네?!”

    장우택이 당황한다.

    그렇지. 당황스럽겠지. 누가 뭐래도 지금 장우택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든 상황이니까. 저 던전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차피 그는 내가 안에 든 걸 아는지 모를 테니까.

    어쨌든 나는 장우택이 원하는 대로는 어울려 주지 않을 생각이다.

    “신고라니. 그렇게 아까운 짓을……!”

    “장우택 씨,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저는 그렇게 불법적인 사람이 아닙니다.”

    장우택의 얼굴에 안타까움이 스민다.

    “네, 수고하십니다. 신규 생성 포털을 발견해서요.”

    “아아……. 기껏 하준 님을 위해서 준비한 선물이……. 아까워라.”

    간단하게 위치를 알려 주고 통화를 끊는 동안 내내 장우택은 울상이다.

    “장우택 씨한테는 그렇겠죠.”

    “네?”

    “전 들어갈 거거든요.”

    “네에?”

    “신고 후 실수로 휩쓸린 거라면, 뭐 어쩌겠어요.”

    장우택의 표정이 미묘해진다.

    웃고 싶은 건지 울고 싶은 건지.

    “은하준 님은 저보다 한 수 위네요.”

    이렇게라면 멋대로 곤란한 선물을 주는 버릇을 고칠 수 있으려나.

    어쨌거나 나는 안에 든 물건만 가지고 나올 수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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