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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32화 (232/250)
  • 제232화

    제232편

    “다른 샘플을 챙기는 게 어떤 의미가 있지?”

    결이의 물음에 대답하려던 환희는 홀짝이던 잔의 내용물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으웩 하는 표정을 지으며 컵을 내려놓는다.

    “샘플이야 많으면 많을수록 무조건 좋지. 비교하면서 연구를 할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이제부터 검은 괴물이 나오면 무조건 샘플을 채취해 와.”

    “알겠어, 환희야.”

    고개를 끄덕인 뒤, 환희의 설명을 마저 듣는다.

    이 조각에는 던전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른 마나가 흐르고 있다고 한다.

    그 외에는 들어도 무슨 이야기인지 정확히 모르겠다. 아주 전문적인 이야기다. 사실 거기까지는 이해 못 해도 될 것 같다.

    내가 할 일은 분명하니까.

    환희의 실험실에서 나와 다시 펫 훈련장으로 간다.

    “너희들이 있을 곳은 여기라고.”

    “뀨우웅!!”

    흑단이는 내 품에서 떨어지려고 하지 않는다.

    “쉬이이잇, 쉬쉿.”

    “캉캉캉!”

    “흐음. 여기가 너무 좁은가?”

    다 함께 지내는 편이 녀석들이 외롭지 않을 것 같아서 몰아넣어 놨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훈련장 공간이 너무 좁은가 싶기도 하다.

    흑단이, 윙키, 썬더에 불개까지.

    유체(?)만 넷에다 알이 두 개.

    “캉캉!”

    실컷 내 발 근처에서 냄새를 맡던 불개가 알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더니 옆에 꼬옥 붙어 앉는다.

    빨갛고 곱실곱실한 털이 제법 보송보송하다.

    “어이구, 동생들 따뜻하게 해 주는 거야?”

    “캉캉캉!!”

    흑단이가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더니 내 품으로 더 파고든다. 아니, 뭐랄까 품어 주려는 폼이다.

    흑단이가 훨씬 작기에 파고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말이다.

    아직 사람보다 작긴 해도 덩치가 꽤 커져서는 무게도 묵직하다.

    각성자에게 이 정도 무게감이라면 일반인은 들지 못할지도…….

    “흑단이는 아빠 따뜻하게 해 주는 거야?”

    “꾸웅, 뿌이이.”

    “삐약, 삐약!”

    “쉬이잇.”

    썬더와 윙키까지 내게 몰려들었다. 윙키는 언제나처럼 내 목을 칭칭 감았는데, 차가운 비늘 때문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이거 나를 따뜻하게 하려는 게 아니라 윙키만 따뜻해지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내게 조금이라도 붙어 있으려고 하는 모습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아이고 이 귀여운 것들.

    “끄응, 끄응.”

    홀로 알 쪽에 있던 불개는 뭔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낑낑대며 한숨을 푹 내쉰다.

    너무 우리끼리만 사이가 좋았나?

    흑단이를 등에 업고 불개에게 다가가 녀석을 들어 올렸다.

    붉은 털이 빽빽한 오동통한 배가 아주 귀엽다.

    “잘 먹어서 통통해졌네. 곧 실습 훈련에도 나갈 수 있을 거야.”

    “캉캉!”

    불개를 품에 안고 토닥이며 영혼 분별사를 사용한다.

    ‘검은 알은 여전히 감감무소식, 빙하 악어의 알은 상태가 점점 좋아지는 것 같은데 빠르군. 부화할 때가 다 되어 가는 것 같네.’

    소울메이트까지 사용해 주면서 오늘의 육성도 할당량을 채운다.

    하도 몬스터와 알에 사용하다 보니 이제는 뭔가 새로운 감각이 생겼달까. 수치적으로 정확하게 보이는 건 아니지만, 알이 얼마나 성장하고 있는지 어렴풋하게 느껴진달까.

    사실 이 시간이 가장 느긋한 시간이었다.

    어쩌면 몬스터들이랑 치고받고 싸우는 것보다 이쪽이 나랑 훨씬 잘 맞는지도 모른다.

    띠링.

    “음?”

    나른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잠시.

    시스템 알람이 눈을 확 뜨게 해 준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왜?”

    “……?”

    옆에 있던 결이와 하케임이 묻는다.

    “아아, 레벨이 올랐어.”

    “오.”

    “몬스터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레벨이 오르다니. 은하준은 참 좋겠군.”

    하케임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인다.

    ‘오오, 오랜만의 레벨 업인데.’

    띠링.

    [스킬 레벨이 올랐습니다.]

    “오.”

    “음?”

    “스킬 레벨까지 올랐어.”

    “우와 그것 대단한데. 어떤 스킬이 올랐어?”

    “가만 보자…….”

    스킬 창을 열어 확인해 본다.

    [소울 메이트-Lv.4]

    영혼 분별사 감정 싱크로율 60% 이상인 대상에게 사용 가능.

    스킬로 연결된 대상에게

    스텟 1.5% 상승.

    스킬 1.5% 상승.

    모든 특수효과(면역, 이득) 2.5% 상승.

    연결된 대상과의 교감 능력이 대폭 상승.

    [영혼 분별사-Lv.2]

    소울메이트를 사용할 수 있는 대상을 확인할 수 있다.

    영혼의 질과 등급을 볼 수 있다.

    몬스터의 성장 수치를 알 수 있다.

    “우와.”

    “왜? 뭐가 올랐는데?”

    결이와 하케임도 들뜬 얼굴로 내게 묻는다.

    “소울메이트 레벨이 올랐어. 그것도 그거지만, 영혼 분별사 스킬 레벨이 올랐어.”

    영혼 분별사 스킽도 레벨이 오르는 거였군. 놀라운 발견이다.

    무엇보다도 몬스터의 성장 수치를 알 수 있게 된 게 좋다. 어렴풋이 알 수 있었던 정보를 이제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거다.

    “소울메이트도 소울메이트지만, 영혼 분별사 스킬 레벨이 오른 게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한번 써 볼까.”

    스스슷.

    스킬을 사용하자 눈앞에 있는 몬스터 알의 정보가 떠오른다.

    [알]

    영혼 등급: A

    영혼 상태: 불안정

    싱크로율: 13%

    □□□□□□□□□□

    [빙하 악어의 알]

    영혼 등급: A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80%

    ■■■■■■□□□□

    새로운 검은색 바가 보였다.

    ‘몬스터의 수치라는 게 저것인가 보지?’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검은 알은 전혀 진행도가 오르지 않았잖아?’

    혹시 몰라 다른 아이들에게도 스킬을 사용해 본다.

    [흑단(흑룡)]

    영혼 등급: B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87%

    ■■■■□□□□□□

    [썬더(뇌조)]

    영혼 등급: A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92%

    ■■□□□□□□□□

    [윙키(윙스네이크)]

    영혼 등급: B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70%

    ■■■■■■■■■□

    [불개]

    영혼 등급: A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65%

    ■□□□□□□□□□

    다른 녀석들을 모두 확인해 보았을 때, 확신은 더욱 짙어졌다.

    ‘괜찮은 건가?’

    괜찮을 리가 없겠지.

    검은 알 녀석 혼자만 수치가 0이다. 내가 맡은 지만 해도 벌써 몇 개월째인데 말이다.

    알이 죽은 건 아닐까?

    하지만 죽었다면 영혼 분별사가 될 리가 없다. 영혼 등급이나 퍼센티지가 나올 리도 없었다.

    흑룡의 알도 특이한 상태이긴 했지만, 이미 죽은 상태는 아니었기 때문에 스킬이 통했던 거였다.

    그렇다면 이 검은 알은 대체 무슨 이유로 이런 결과가 뜬단 말인가.

    ‘금룡이 있었다면 알아낼 수 있었을까?’

    흑단이를 물끄러미 내려다보지만, 맑고 붉은 눈이 루비처럼 데굴데굴 굴러간다.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눈빛이다.

    “어때?”

    “스킬을 사용해 본 거야?”

    “응. 아마 녀석들의 성장 단계를 수치로 나타내 주는 것 같아. 좀 더 이 스킬로 지켜봐야 알겠지만, 윙키는 레벨 업이나 다음 단계로의 진화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네.”

    “오오오.”

    “잘됐구나, 윙키.”

    “쉬이이이잇. 쉬시싯.”

    윙키는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못 알아듣겠다는 듯 눈을 깜빡거린다.

    ‘검은 알에 대해서는 안사홍과 이야기를 나눠 봐야겠군. 기껏 맡긴 알인데 잘못되었다간……. 곤란하네.’

    불안하다.

    알에 무슨 문제가 있는 것일까. 안영지에게 브리딩 스킬이 더 늘어나서 이 알을 제대로 부화시킬 수 있도록 방법이 생기면 좋겠지만,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생명을 키운다는 게 정말 쉬운 일이 아니구나.’

    그래도 이때까지의 행동으로 알에 해를 끼치지는 않았을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그랬다면 분명 알이 죽었을 수도 있을 테니까. 알이 죽었다면 분명 알 수 있었을 테고.

    ‘일단 오늘도 영혼 조율을 시도해 본다.’

    스스슷.

    검은 알을 향해 영혼 조율을 사용한다.

    13%라는 낮은 수치를 억지로라도 끌어올려 소울메이트를 사용하는 거다.

    물론 지금까지 이 행동이 소용이 없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사실 이 행동 덕분에 그나마 현상 유지라도 되고 있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영혼 조율을 사용해도 수치에는 변화가 없는 것 같군.’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소울메이트를 연결한다.

    눈을 감고 알이 연결되는 감각을 느껴 본다.

    ‘소울메이트의 레벨도 올라서 교감 능력도 상승됐다고 했었는데.’

    검은 알을 느끼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아득한 공허만이 느껴진다.

    빙하 악어의 알을 느끼려고 할 때와 사뭇 다른 느낌이다.

    빙하 악어의 알에서는 그 특유의 차가움이 느껴지기는 하지만 생명의 따뜻함도 함께 느껴진다. 하지만 검은 알에서는 그 어떤 따뜻함도 느껴지지 않았다.

    ‘정말 이상하다.’

    오히려 내 마력을 빨아들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안사홍은 대체 뭘까? 내가 알고 있는 모습이 다일까?

    ‘물론 모르는 모습도 많겠지만…….’

    뭔가 불안한 감각이 나를 사로잡는다.

    * * *

    검은 어둠 속에서 안사홍이 서 있다.

    그는 겉으로는 티가 나지 않지만, 꽤나 긴장하고 있었다.

    눈앞의 상대 때문에.

    사실 눈앞에 있는 상대는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어둠 속에 숨어 있는 인물이 안사홍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느껴졌지만 말이다.

    “그에 관한 조사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

    변질된 목소리에 기계음이 섞인 것처럼 들린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래, 내가 걱정할 일을 만들지 않는 것이 어느 쪽으로나 현명한 일일 테니까.”

    “…….”

    어둠과 안사홍 사이에서 불편한 긴장감이 흐른다.

    “그녀는 무사한 거겠죠.”

    “……물론.”

    어둠은 짧게 대답하지만 어쩐지 즐거운 것 같은 목소리다.

    “당신이 맡은 일을 잘해 주느냐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지겠지.”

    “마치 제 손에 달렸다는 듯이 이야기하는군요. 사실은 그렇지 않으면서.”

    피식.

    이번에는 어둠이 확실히 웃었다.

    “너무 그렇게 절망스럽게 생각하지 말도록 해.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멀어지는 것이 희망이라는 새 아닌가.”

    안사홍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저런. 기분이 상했나 보군.”

    “아닙니다.”

    “그런 것쯤은 솔직해도 좋아. 어차피 당신의 기분 정도는 내겐 신경 쓰이는 바가 아니니까.”

    “오히려 즐거운 것 아닙니까?”

    “아하하. 즐겁다니.”

    “그렇게 보입니다.”

    “…….”

    어둠은 잠깐 말이 없다가 중얼거린다.

    “즐거움, 즐거움이라. 즐거움……. 내 즐거움에 관해서 알 턱이 있나. 그 누구도 알지 못하지. 그 즐거움에 관해서는…….”

    안사홍은 기분 나쁘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내 즐거움에 누가 관심을 가지겠나. 그건 하등 상관없는 일이지. 어쨌든 그 사람, 은하준이 이 모든 열쇠를 쥐고 있는 키일지도 모른다는 것. 그게 중요하지.”

    “네…….”

    “그러니까 그의 능력을 좀 더 깊게 파악하도록 해.”

    “알겠습니다.”

    안사홍이 살짝 고개를 숙이자 칠흑 같던 어둠이 삽시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공간에는 안사홍밖에 남지 않았다.

    그저 작은 방 안에.

    타악.

    안사홍의 뒤에 있던 문이 여닫히는 소리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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