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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30화 (230/250)
  • 제230화

    제230편

    마이클의 주위로 무시무시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콰츠츠츳!!

    “이럴 수가.”

    “같은 전격계 각성자.”

    파칫, 파치치칫!!

    마이클의 눈동자 색을 닮은 푸른 기운을 가진 전격이 마이클과 한결의 주위를 삼킬 듯이 퍼져 나갔다.

    “왜, 쫄려?”

    마이클이 이죽거리며 삿대질했다.

    “너 한국말 되게 잘하는구나.”

    “난 천재거든.”

    “하.”

    한결은 피식 웃었지만, 주위의 스파크는 더욱 맹렬해지고 있었다.

    파직, 파지지직.

    두 사람이 서 있는 것만으로도 일대를 모두 태워 버리고 있는 상황.

    “간다!”

    파츠츠츳!!

    마이클의 전격이 먼저 한결을 향해 쏘아졌다.

    콰과과광!!

    한결이 가까스로 마이클의 전격을 피하고는 검을 빼 들었다.

    “호오.”

    “어린애를 상대로도 최선을 다해 주마.”

    “좋은 자세야. 무시하다간 큰코다칠 테니까. 병원 신세를 지진 않게 조절해 주지.”

    스릉. 마이클 역시 인벤토리에서 무기를 꺼낸다. 그가 꺼낸 무기는 레이 피어를 닮은 얇고 뾰족한 검.

    마이클이 펜싱을 하듯 자세를 다잡았다.

    “나야말로.”

    한결의 대답과 함께 쉬이이익! 두 사람이 다시 맞붙는다.

    채앵!! 챙! 파지지직!!

    검과 검이 부딪히는 동안 거대한 스파크가 튄다.

    “엄청나요.”

    “엄청나죠, 우리 도련님은. 하지만 한결 님도 대단하시군요.”

    은하준과 경호원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따라붙는다.

    “저는 이제 슬슬 움직임을 따라잡기가 힘드네요.”

    경호원이 선글라스를 벗고 미간에서부터 콧등을 주물렀다.

    ‘마이클 필립스……. 예상한 것보다 훨씬 강하다. 몬스터를 마주친 적 없다고 해서 얕봤군.’

    하준은 아직 시선만으로는 두 사람의 움직임을 좇는 데 무리가 없었다.

    ‘실전에서 나도 같이 싸운다면, 마이클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할지도…….’

    몬스터 브레이크가 터졌을 때 트럭을 피하지 못했던 것이 의아할 정도로 마이클의 움직임은 날렵했다.

    그 한결의 검을 죄다 받아내는 데다 오히려 틈을 파고들어 유효한 공격을 성공시키고 있었다.

    ‘이러다가 결이가 지는 건…….’

    일순간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하준이 보았을 때도 두 사람의 기본 실력은 상당히 비등비등했다.

    ‘녀석들 말대로 스킬 싸움이 될 모양이네.’

    콰차차찻!

    한결의 검이 무섭게 내리꽂힌다. 하지만 마이클은 그 얇은 검으로 무거운 한결의 검을 흘려보냈다.

    “크읏.”

    “하앗.”

    속사포처럼 빠르고 짧은 마이클의 공격이 반격을 시도하지만, 굵직한 한결의 검이 이 역시 모두 막아낸다.

    ‘어떻게 저런 무거운 검으로 이런 빠른 속도의 공격을.’

    마이클이 입술을 씹었다.

    사실 스킬 싸움으로 판가름 나지 않겠냐며 말했지만, 거기까지 갈 생각이 없었다.

    그 정도가 아니라도 수월하게 한결을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마이클이 틀렸다.

    한결은 생각보다 훨씬 강한 상대.

    “썬더 허리케인.”

    쿠구구구. 마이클의 주위로 엄청난 바람이 인다. 그냥 바람이 아니다. 벼락을 머금은 검은 비바람.

    “폭풍의 춤과 비슷한 스킬이다!”

    하준이 외치는 것과 동시에 마이클의 썬더 허리케인이 한결을 삼킨다.

    “겨, 결아!”

    “미안하게 됐군.”

    마이클이 삼켜지는 한결을 향해 말했지만, 허리케인 스킬의 소리에 삼켜져 아무도 들을 수 없었다.

    * * *

    이렇게 순식간에 스킬을 발동시키다니.

    빠르다.

    한결은 스킬에 삼켜지며 생각했다.

    자신이 가진 폭풍의 춤보다 스킬이 발동되는 시간이 현저하게 적었다. 실제 전투에서도 훨씬 쓸모 있겠지.

    거친 바람의 힘이 온몸을 찢을 듯이 두들겨 댄다.

    파직, 파지직. 그리고 그 바람이 머금은 전격.

    전격계 내성이 있지만, 이 정도로 강력한 전격 공격이라면. 게다가 이렇게 제대로 먹혀들어 온 공격이라면 그 피해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대로 마이클에게 지는 건가?

    이렇게 허무하게?

    그렇다면 하준은 마이클을 따라 미국으로 가야 하나?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애초에 자신이 이렇게 나서면 안 됐다고 생각하는 순간. 한결의 팔에 있던 팔찌가 반짝였다.

    ‘이건…….’

    금룡의 힘줄.

    하준이 줬던 선물이었다.

    한결은 늘 이 팔찌의 덕을 많이 봤다.

    ‘이 팔찌의 능력 중 하나가…….’

    한결의 눈이 번쩍 뜨였다.

    파츠츠츳. 츠츠츠츳!!

    온몸을 휘감는 마이클의 전격에도 한결은 아무런 대미지를 받지 않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금룡의 힘줄을 각성시켜 얻은 세 가지 권능 중 하나.

    자신보다 약한 상대의 전격 공격은 무효화된다.

    씨익. 한결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이깟 바람쯤은 견뎌내면 그만이다.’

    * * *

    쿠구구구. 콰아아아.

    “벗어나질 못하는군.”

    마이클의 경호원이 중얼거렸다.

    “도련님도 애가 타시긴 했나 봅니다. 자신의 가장 강한 스킬을 저렇게 곧장 사용하시다니.”

    “……가장 강한 스킬.”

    나는 돌풍에 삼켜진 결이의 모습을 찾기 위해 분주하게 시선을 옮겼다. 어둑한 비바람 때문에 결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정말로 결이가 졌다고?

    믿기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비등비등하고 아슬아슬한 싸움이 맞았다.

    ‘하지만 내가 봤을 때는…….’

    솔직히 결이가 질 거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방금 마이클의 스킬에 완전히 휩쓸려 버린 건 조금 실수였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걸로 승패가 나다니?

    하지만 저 스킬을 뚫고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면 확실히 결이가 이 승부에서 진 게 분명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 황당한 싸움은 처음부터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말렸어야 했는데…….

    “어라?”

    경호원의 몸이 경직되는 것이 느껴져 그의 시선을 좇았다.

    “아!”

    콰르르르! 콰차차차차차!!!

    여전히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허리케인 속에서 한 남자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다.

    결이다.

    “아, 아니. 어떻게?!”

    마이클이 놀라는 소리와 함께 결이의 모습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결이는 스킬을 피하지 않았다.

    그저 온몸으로 받아내 견디고 있었다.

    “아무리 전격계 면역이 있다고 하더라도……. 내 스킬을 온전히 다 받아낼 수는…….”

    마이클의 얼굴이 사색이 됐다.

    살면서 이런 광경을 본 건 아마 처음이었으리라.

    천천히 마이클의 허리케인 속을 걸어 나오며 결이가 내 쪽을 본다. 그리고 한쪽 팔을 들어 올린다.

    반짝.

    은색으로 빛나는 팔찌.

    ‘아.’

    단번에 깨닫는다. 금룡의 힘줄.

    그 세 가지 능력 중 하나가 지금 발동된 거다.

    “어떻게?!”

    “네가 나보다 약하기 때문이지.”

    당황하며 묻는 마이클에게 결이가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크읏. 그런…….”

    마이클의 미간이 와락 구겨진다.

    “난 네 녀석보다 약하지 않아!!”

    콰츠츠츳!!

    새로운 전격계 공격이 마이클의 검에서부터 뻗어 나와 결이를 향해 쏘아진다.

    퍼버벅!! 츠츠츠츳팟!!

    콰르르륵!!

    “피, 피해!”

    내 옆에 선 경호원이 저도 모르게 외쳤다. 하지만 나는 당황하지 않았다. 어떻게 될지 이미 알고 있기에.

    츠츠츠츳!!

    전격이 결이를 휘감았다.

    아니, 삼켰다는 말이 나으려나.

    분명 전격의 위력으로 보아 결이의 몸은 크게 밀려나 뒤로 나뒹굴게 될 정도였다. 하지만 결이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째서?”

    마이클이 당황한 얼굴로 결이를 보았다. 결이는 그저 묵묵히 마이클을 향해 앞으로 다가갈 뿐이었다.

    “무, 뭐가 어떻게…….”

    “네가 나보다 약하기 때문이다.”

    결이는 다시 한번 그렇게 말하고는 계속해서 마이클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다가오는 결이를 보며 마이클의 몸은 떨리고 있었다.

    주춤, 주춤……. 결국에는 점점 뒤로 물러나고 만다.

    “네 공격은 내게 통하지 않아.”

    “그럴 수가…….”

    “더 설명하지 않아도 보면 알 수 있겠지.”

    “그런……!!”

    거의 손이 닿을 듯한 거리가 되자 마이클이 팔을 뻗었다.

    “하아앗!!”

    콰지지지직!!!

    전격이 인다. 낙뢰가 떨어진다.

    퍼버버버벙!!!

    엄청난 굉음을 냈지만, 결이의 옷 한 자락도 타지 않는다.

    “말도 안 돼.”

    슥.

    이번에 팔을 내민 것은 결이.

    파츠츳!!

    결이의 손에서 스파크가 튄다. 파지지직!!

    “크읏!!”

    마이클은 결이의 작은 스파크를 맞고도 뒤로 벌렁 뒤집어 넘어졌다.

    “도련님!!”

    “크으윽!! 어째서…….”

    바닥을 구른 마이클이 뿌드득 이를 갈았다. 분명 이해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결이의 말 그대로다.

    금룡의 힘줄이 판단했을 때, 마이클은 결이보다 약하다. 그렇기에 공격은 무효화된다. 이리 설명할 수밖에 없는 거다.

    “네가 졌어.”

    “……말도 안 돼.”

    마이클은 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제는 스스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내, 내가…….”

    “졌다고 인정해라. 네 스킬은 내게 통하지 않아.”

    “스킬이 아니라면 이길 수 있어!”

    “아까 했던 말과는 다르군.”

    결이는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우중격침.”

    츠츠츠츠츳!!!

    결이 위로 전기로 만들어진 거대한 검의 형태가 생성된다.

    “안 돼! 도련님!!”

    “으크윽!!”

    “이걸 맞으면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게 될 거야.”

    “……으윽, 윽…….”

    글썽.

    마이클의 맑고 푸른 눈에 눈물이 맺힌다.

    “흐으윽……. 내, 내가……. 내가 졌어.”

    “잘 생각했어.”

    “그 정도도 가늠 못 할 멍청이는 아냐.”

    “좋네.”

    결이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마이클을 향해 손을 뻗었다. 마이클은 움찔 놀랐지만, 이건 단순히 일으켜 세워 주기 위한 손길이다.

    결이의 위로 떠 있던 거대한 검의 형상들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이걸로 하준이는 포기하는 거지?”

    “……그럴 리가.”

    “약속이 다르잖아.”

    “이번만이야.”

    “뭐?”

    결이가 미간을 찌푸리자 마이클이 다시 한번 움찔거린다. 그렇지만 조그맣고 오밀조밀한 입이 움직이는 건 멈추지 않는다.

    “나는 계속 강해지고 있다고. 성장기니까. 그러니까 기회는 계속 있는 거야.”

    “뭘 그런 걸 제 마음대로…….”

    “됐어, 됐어. 결이 너도 계속 강해질 거니까.”

    내가 말을 보태자 두 사람의 표정이 볼만하게 뒤바뀐다.

    결이는 의기양양하게 변하고 마이클은 분해 죽겠다는 얼굴이다.

    “이 정도 장단을 맞춰 줬으니 됐잖아.”

    “흥.”

    마이클이 동그란 뺨에 흘러내린 눈물을 닦으며 씩씩댄다.

    “사기야. 그런……. 공격이 무효화된다니 말도 안 돼.”

    “말이 안 되어도 어떡하겠어. 현실인걸. 그렇게 따지면 각성자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거지.”

    “흥!!”

    “휴우.”

    “나 믿고 있었지?”

    슬쩍 결이가 뒤로 와서는 속삭인다.

    “물론이지.”

    “흐흠.”

    “어차피 마이클이 전격계인 순간 게임은 끝나 있었어.”

    결이가 마이클의 스킬에 삼켜질 때 심장이 덜컹했지만, 나는 그런 적이 없는 척 괜히 그렇게 말했다.

    “역시 하준이 너는 뭐든 다 알고 있네. 사실 난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어.”

    투투투투.

    저 멀리 헬기가 다시 이곳을 향해 돌아오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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