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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29화 (229/250)
  • 제229화

    제229편

    “몬스터와 대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느꼈어.”

    “뭘…….”

    이 쪼끄만 녀석이 대체 뭘 느꼈다는 걸까?

    정말로 뭔갈 느꼈다면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을 텐데 말이다.

    “은하준 당신이 한국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말이야. 한결 때문이지?”

    “으응?”

    틀린 건 아니지만 맞지도 않는 말이다.

    아니, 맞는 건가?

    “그러니까 한결과 싸워 이기면 될 것 아냐.”

    그러니까 이게 대체 무슨 말이냐고. 말이 왜 그렇게 진행이 되냐고?!

    “너 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나는 결이의 소유물이 아니야. 네가 결이와의 전투로 승리한다고 해서 내가 널 따라가거나 그렇지는 않을 거란 말이야.”

    마이클 필립스는 믿지 못하겠다는 눈으로 나와 결이를 흘겨본다.

    “좋아.”

    결이가 대답했다.

    “으응?”

    “결투 신청을 받아들이지.”

    “결아!”

    이 무슨…….

    “이 녀석은 완전히 어린애야. 어떻게 달래든지 방법이 없다고. 그럴 바에야 저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납득시키는 수밖에 없어.”

    “아무리 그래도…….”

    “설마 내가 저 꼬맹이를 당해내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결이의 말에 철렁한다.

    “무, 물론 아니지.”

    “으응?!”

    결이의 미간이 확 구겨진다.

    “설마…… 진짜야?”

    “아니야, 아니지!”

    결이가 강한 건 맞다. 하지만 마이클 필립스가 약한 어린애는 아니다. 몬스터를 직접 상대한 적은 없지만, 각성자 경력은 10년이 다 되어 간다고.

    “내 실력을 보여 줘야겠군.”

    “아아, 결아……. 그게 아니라니깐.”

    결이는 소매를 걷어붙이고선 팔짱을 끼고 으름장을 놓는다.

    “마이클 필립스, 네 도전을 받아들이겠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마이클 필립스가 씩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두 사람은 벌써 만족스럽게 의견을 뭉친 모양인데…….

    중요한 건 물건 취급당하는 나에게는 이득인 게 하나도 없는 상황이다.

    ‘괜한 전투로 결이가 다치기라도 하면…….’

    그런 상황은 원치 않는다.

    “그 미국의 어린이 보호법 어쩌구가 있다며. 이렇게 갑자기 외국에서 낯선 각성자랑 결투를 벌여도 되는 거예요?”

    다급하게 마이클의 경호원에게 도움을 요청해 본다.

    “각성자끼리 협의한 결투는 상관없습니다.”

    “엑.”

    하지만 도움이 하나도 되질 않는다. 경호원은 딱 잘라 그렇게만 말하고는 다시 정 자세를 잡고 꼿꼿이 서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두 사람이 마음껏 대결할 만한 장소가 있을 리가……!”

    * * *

    헬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너른 평야였다.

    ‘내 말은 하나도 안 맞는 세계관이야 뭐야.’

    억울하다.

    헬기까지 타고 상품 취급이라니.

    물론 마이클에게 맞장구쳐 주자는 결이의 의견도 이해는 하겠지만, 어른스럽게 처리해야 할 것 아냐, 어른스럽게.

    10대 꼬마에게 휘둘리는 꼴이라니.

    생각해 보면 사실 결이와 마이클의 나이 차 자체는 얼마 안 난다.

    ‘그래도 14살이랑 21살은 엄청난 차이인데, 둘이 똑같아!’

    타타타타.

    헬기가 착륙하고 경호원이 먼저 입을 연다.

    “이곳은 골프장으로 개발되려다가 사업이 중단된 곳으로 이미 전 사업주에게 허락을 받아 둔 참입니다. 이제 이곳은 필립스 가문의 땅이니 두 분의 결투를 위해 마음껏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아…….”

    정말 대단한 가문이로구만.

    이렇게 남의 나라의 땅을 함부로 턱턱 사고 말이야.

    “헬기는 휩쓸리지 않도록 멀리 떨어진 곳에서 비행하고 있을 예정입니다. 제가 연락하면 다시 와서 여러분들을 데려갈 겁니다.”

    “거참, 걱정이 하나도 안 되네요.”

    내 말을 정말 칭찬으로 들은 것인지 경호원은 뿌듯한 표정을 지으며 선글라스를 고쳐 쓴다.

    “반어법이거든요.”

    “……?”

    광활한 공터에 결이와 마이클이 마주 보고 섰다.

    “방식은 간단합니다. 한쪽을 전투 불능으로 만들 것. 의식을 잃거나 항복을 선언하면 전투 불능으로 간주합니다.”

    “어, 어이. 너무 과격한 거 아냐?”

    내가 깜짝 놀라 경호원에게 말하자, 마이클이 내 쪽을 보며 슬쩍 웃는다.

    “걱정하지 마. 각성자니까 쉽게 죽지 않아. 그리고 내가 잘 해 줄게. 한결이 심하게 다치지 않도록 말이야.”

    “결이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

    “내 걱정은 할 필요 없지. 꼬맹아.”

    결이가 어깨를 으쓱인다.

    “도련님 걱정도 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미 미국에서는 각성자끼리의 전투에서 한 번도 진 적이 없으시니까요.”

    “에엑.”

    당황스럽다. 어린이 보호 어쩌구 하면서! 이미 전투 경력이 상당하다고?

    슬슬 걱정되기 시작한다.

    저쪽은 어린애라도 근 10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고 각성자끼리의 전투에도 능하다.

    결이의 강함을 인정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따지고 보면 결이는 각성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고 각성자와의 전투 경험도 그리 많지 않다.

    꿀꺽.

    ‘아까 트럭에도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라면 걱정 없겠지만……. 아니, 걱정 없지도 않아. 저 대단하신 필립스 가문의 도련님이 다치기라도 하면…….’

    머릿속이 뒤죽박죽일 때, 휘이익 하고 휘슬이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뭐, 버, 벌써 시작이라고?!”

    “네. 결과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으니까요. 사실 필립스 가문은 참을성이 별로 없거든요.”

    “그런 것 같아요.”

    쿠오오오.

    두 사람의 기세가 휘몰아친다.

    “윽.”

    “아, 이걸.”

    “응?”

    필립스의 경호원이 내게 팔찌를 채워 준다.

    순간 기세에 짓눌리던 가슴이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필립스 가문에서 시험 중인 기세 방어 팔찌입니다.”

    헉, 대단하다. 벌써 이런 게……. 역시 미국인가.

    “아직 통용되는 건 아니지만, 기세 싸움에 휘말릴 일반인들을 위해 개발 중인 아이템입니다. 미국에서는 각성자들끼리의 싸움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편이거든요.”

    경호원은 조금 어색한 표정으로 관자놀이를 긁는다.

    나도 대충은 알고 있다. 미국은 각성자들이 많기도 하고, 분위기 때문일까. ‘빌런’으로 불리는 각성자 범죄자들 때문에, 꽤 애를 먹고 있었지.

    거기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각성자 범죄율은 아주 낮은 수준이라고 들었다.

    어쨌거나…….

    휘이익!!

    결이와 마이클이 자세를 잡고 드디어 맞부딪치기 시작한다.

    “아, 그리고 두 사람의 대결인 만큼. 한결 님은 하준 님의 버프도 받으실 수 없습니다.”

    “아.”

    나는 나도 모르게 스킬을 사용하려던 것을 멈추고 결이를 바라보았다.

    내 버프까지 빠진 상황에서 결이는 잘 해낼 수 있을까.

    ‘아니, 애초에 결이가 이기고 지는 걸로 뭔가 판가름 나는 게…….’

    쉬이이익.

    휘익! 쿠웅! 쿵! 퍼어억!!!

    결이와 마이클의 주먹이 오가는데 거의 폭발하는 것 같은 굉음이 들린다.

    “크윽, 둘 다 엄청난데요.”

    “물론이죠. 우리 도련님을 얕보지 마세요.”

    * * *

    “하앗!!”

    투콰앙!!

    마이클이 내지른 주먹을 한결이 막아냈다. 저릿저릿한 감각에 한결은 절로 인상을 찌푸렸다.

    ‘확실히 강하다.’

    의심할 여지 없이 마이클 필립스는 강한 각성자였다. 기세부터 기본적인 펀치까지. S급에 부족함이 없었다.

    한결은 눈을 가늘게 떴다.

    “어때, 생각보다 훨씬 강하지?”

    마이클이 피식 미소를 짓는다.

    “어른들은 항상 그래. 내 나이만 생각하고 날 얕잡아보지. 하지만 그러다가 큰코다친다고. 난 한 번도 어른들에게 져 본 적이 없어.”

    “그렇다고 네가 미국 최강자는 아니지. 미국의 최강자들과 전부 싸워 본 건 아니니까. 그렇지?”

    “칫…….”

    마이클은 정곡을 찔린 듯 입술을 앙다물었다. 그리고 마이클의 주먹이 속사포처럼 한결에게 쏟아져 들어왔다.

    투다다다.

    ‘빠르다.’

    한결은 겨우겨우 주먹을 막아내며 마이클의 기량에 놀라고 있었다.

    “핫! 어린애라고 안 봐준다!”

    이번에는 한결의 주먹이 마이클을 향해 메다꽂힌다.

    “오히려 봐주면 내 쪽에서 화낼 거야!”

    마이클이 한결의 주먹을 받아내며 꽉 쥔다. 부들부들 떨리는 한결의 주먹.

    “하지만 과연 봐줄 수 있을까?”

    타아앗!!

    두 사람은 멀찍이 떨어졌다가 다시 맞붙었다. 내지른 주먹을 그대로 흘리며 뒤를 돌아, 당긴다. 내질러질 때의 힘을 이용해서 두 배의 힘으로 상대방을 내던진다.

    마이클은 무투의 기본도 확실하게 익힌 상태였다.

    “흡.”

    날아오는 한결의 발차기를 팔로 가드해 막아낸다.

    “꽤 하는데.”

    “꽤 할 거라고 했지?”

    마이클이 여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마이클이라고 한결과의 전투가 수월한 건 아니었다.

    ‘내가 알기로 각성한 지 일 년이 좀 넘었다던데. 이렇게 강할 수가 있나.’

    아무리 S급이라지만, 사람 개개인의 기량이 있는 법이었다. 하지만 마이클이 느끼기에 한결은 결코 각성한 지 2년이 채 안 되는 초짜 S급이 아니었다.

    ‘이 정교한 자세는 뭐란 말인가.’

    성인과 청소년의 싸움이니 물론 신체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각성자의 힘으로 그건 어느 정도 커버가 되었다.

    특히나 마이클은 성인 각성자들을 상대로 수많은 대련을 했기에 자신이 넘쳤다.

    ‘한국에 이렇게 강한 각성자가 있을 줄이야.’

    마이클은 방심한 건 자신이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처럼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각성자는 거의 없다고 들었는데, 이 움직임……. 뭔가 다르다.’

    한결의 움직임은 마치 반듯하게 그려진 길을 걷듯이 유려하고 물처럼 맑은 움직임이었다.

    ‘이런 움직임을 혼자서 만들어 낼 수 있을 리가 없어. 치잇.’

    파츠츠츳.

    한결의 손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후후,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나 보지?”

    “흥, 어차피 각성자끼리의 싸움. 결국 스킬을 얼마나 잘 쓰느냐도 실력에 포함되는 거라고.”

    “맞는 말이야.”

    츠츠츳!!

    스파크를 덧입은 한결의 주먹이 한층 더 매서워진다.

    츠츳! 츠츠츳!!

    그리고 공격이 계속될수록 스파크는 점점 더 강력하게 튀기 시작했다.

    “하핫! 조급해하지 말라고!”

    “조급한 건, 너겠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는걸.”

    파츠츠츳. 한결이의 스파크가 마이클을 삼킬 듯 파지직거린다.

    “윽!”

    “너도 얼른 스킬을 꺼내지 않으면 곤란할 거야.”

    “후후, 그래. 각성자의 대결은 스킬을 쓰는 것부터가 시작이지.”

    파앗.

    마이클 필립스가 한결과 거리를 다시 벌린다. 그러고는 삐질거리는 땀을 닦아내고 한결을 향해 손을 뻗었다.

    “미국에서 내 별명이 뭔지 아나?”

    “뭐?”

    뜬금없는 말에 한결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은하준 역시 그 말을 들으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마이클 필립스의 별명……. 그건…….’

    어렴풋한 과거에서 마이클의 별명을 기억해낸 건 은하준이 가장 먼저였다.

    “라이트닝 볼트.”

    “라이트닝 볼트.”

    은하준의 옆에 선 경호원이 조용히 읊조리는 소리가 겹쳤다.

    “라이트닝 볼트시다.”

    쿠촤촤촤촤!!

    마이클의 주위로 무시무시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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