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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28화 (228/250)
  • 제228화

    제228편

    저쪽으로 접근했다가는 뼈도 못 추리겠지. 안 봐도 머릿속에 다 그려진다.

    휘이익!

    튀어 오른 결이가 다시 한번 전격의 힘을 빌린다.

    파츠츠츳!!

    콰르르릉!!!

    “폭풍의 춤.”

    콰르르륵, 콰차차차.

    하늘이 울리고 시커먼 구름과 비바람이 모여든다.

    “키에에엑!”

    검은 괴물이 울부짖으며 결이를 향해 촉수를 뻗었다.

    “하아앗!”

    스콰앙! 카아앙!!

    결이의 전격 검과 검은 괴물의 촉수가 부딪히고 엄청난 파열음이 공중을 갈랐다. 그리고 주위는 어느덧 폭풍의 춤 스킬로 만들어진 회오리에 뒤덮인다.

    “하준 님!”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돌아보니, 신선 길드를 지키고 있던 각성자들이 튀어나와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다.

    “이런 용감한 녀석. 감히 우리 신선 길드 앞에 모습을 드러내다니.”

    “뼈도 못 추리게 만들어 주자고요.”

    “어쩐지 뼈가 없을 것처럼 생기긴 했지만요!”

    “좋아요, 다들 힘을 합치면 피해를 훨씬 줄일 수 있을 거예요.”

    나는 n번째 눈, 그중에서도 에스퍼 시야를 사용한다.

    츠츠츳.

    활성화된 시야로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민들의 모습이 포착된다.

    “자, 다들 저쪽 빌딩을 수색해 주세요. 아직 피하지 못한 시민들이 많아요!”

    “알겠습니다, 하준 님!”

    “너희들은 이리로 따라와!”

    “네! 알겠습니다. 팀장님!”

    파팟! 파아앗!

    지시에 따라 길드원들이 이동한 뒤, 나는 몇몇 팀에게 더 지시를 내렸다. 그러고서는 다시 결이를 본다.

    “크으읏.”

    결이는 혼자서도 꽤 괴물을 버텨 내고 있었지만, 점점 지쳐 가는 게 보인다.

    “녀석들의 수준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어. 넥스트 레벨에 도달한 S급이 더 필요해.”

    그렇게 생각하는 동시에 콰르르륵!! 뒤에서 무엇인가가 솟구친다.

    “흑단이!”

    “크르르르……!”

    거대화한 흑단이다.

    “드래곤!”

    “거대해!”

    길드원들과 대피하는 시민들이 흑단이를 보고 외친다.

    “크르릉!!”

    “좋아, 흑단!”

    결이가 한시름 놓았다는 표정을 짓는 동안 흑단이는 곧장 검은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소울메이트!”

    츠츠츳!

    나에게서부터 흰 선이 뻗어 나가 흑단이의 등 뒤로 붙는다.

    “크르르……. 크으응!”

    흑단이가 나와 연결된 것을 느끼고 콧김을 내뿜더니 커다란 입을 열어 검은 괴물 녀석을 콱 깨물었다.

    “키엑, 키에에엑!!”

    거대한 촉수들이 흑단이를 휘감기 위해 꿈틀거린다.

    “억압의 손길!”

    차르르륵!! 반투명한 사슬이 하늘을 가르고 촉수가 움직이지 못하게 틀어막는다.

    “크르르!!”

    “케에엑!!”

    촉수가 죄다 막힌 괴물이 괴성을 지른다.

    “으윽, 소리가 엄청나.”

    “크으윽…….”

    랭크가 낮은 각성자들은 귀에서 피를 흘릴 정도다.

    [상태 이상: 공포]

    [모든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상쇄됩니다.]

    [상태 이상: 공포]

    [모든 소울계 상태 이상 면역으로 상쇄됩니다.]

    키이잉.

    한결이의 팔찌에서 빛이 인다.

    ‘좋았어. 한결이도 상태 이상에서 빗겨 갔다. 지금은 그걸로 좋아.’

    “케에에에에에엑!!!”

    내 사슬에 가로막혀 있는 괴물의 몸이 울룩불룩해진다.

    “뭣……!”

    울룩, 불룩.

    몸체가 터져 나갈 것처럼 불룩거리더니, 푸촤아아악!! 촉수가 솟구친다.

    “촉수를 더 만들어 냈다!”

    추와아아악!!

    “켁?!”

    새로 생긴 촉수로 흑단이를 조르기 시작하는 괴물. 당황한 흑단이가 가까스로 촉수를 밀치고 벗어난다.

    “크르르……!!”

    푸화르르륵!! 흑단이의 입에서 불꽃이 일렁이더니, 곧 불덩어리가 쏘아져 나간다.

    퍼어억!!

    화르르륵!!

    “케르르륵!! 크에에엑!!”

    흑단이의 불덩어리에 맞은 괴물이 마구 몸부림친다.

    해산물을 굽는 듯 고소하면서도 불쾌하고 역겨운 냄새가 피어오른다.

    “삐약! 삐!!”

    “썬더!”

    “하, 하준 님!”

    “영지 씨.”

    “저도 도우러 왔어요.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 정도라면 할 수 있으니까요!”

    “좋아요, 그럼 저쪽 건물을 좀 봐 줄래요?”

    안영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건물을 향해 달려간다. 그 뒤로 안영원이 뒤따른다.

    “자, 그럼 나는 일단…….”

    남은 마나를 확인하고 괴물을 향해 넣을 수 있는 모든 디버프를 건다.

    “크에에엑!!”

    “불길한 예감에다 말뚝박기!”

    쿠과과광!!

    내 눈에만 보이는 에너지체가 괴물을 향해 쏘아지고 그 시커멓고 불길한 몸을 꿰뚫었다.

    “케에엑! 케에엑!!”

    괴물은 계속 울부짖으며 결이와 흑단이의 공격을 피하고 있다.

    “주인님, 저쪽을 봐요!”

    “어라.”

    망량이의 말에 괴물의 아래쪽을 본다. 공격을 시도하는 촉수보다 자잘한 촉수가 가득했고, 진득한 점액이 너저분하게 아래에 깔린 건물을 적시고 있다.

    “우웩.”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무엇인가 반짝거리는 것이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

    “저건 뭐지?”

    “글쎄요.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저쪽에 마나가 많이 응집되어 있어요. 혹시 ‘핵’이라거나 그런 게 아닐까요?”

    “지금까지 검은 괴물에게서 그런 걸 본 적은 없었잖아.”

    하지만 그건 회귀했을 때부터라고 할 수 있다. 회귀하기 직전에 나는 괴물에게서 저런 것을 본 적이 있었다.

    저건 분명 검은 괴물의 약점일 것이다.

    “한결아!”

    나의 외침에 결이가 공중에서 돌아본다.

    “저길 봐!”

    “……?”

    츠팟, 츠파팟!!

    점멸하며 나와 비슷한 위치로 이동해 괴물을 살펴보던 결이의 표정이 굳어진다.

    “저기가 약점일까?”

    “내 생각에는 그래.”

    “좋아. 노려 주지.”

    츠팟!! 츠츠츠츳!!

    일순간 결이의 몸에서 전격이 솟구쳐 오른다. 점점 더 강력해지는 전격과 비례해 결이의 머리카락이 삐죽거리며 하늘로 솟는다.

    파직, 파지지직!!

    그리고 마치 번개 그 자체처럼, 결이가 검을 휘두르며 괴물의 ‘핵’이 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쉬이이이이익!!

    그런 결이를 막기 위해서 괴물의 촉수가 마구 쇄도한다.

    휘익. 촤아악!!

    스겅!

    날아오는 촉수를 차례로 베어내는 결이의 검.

    그 움직임이 번개처럼 빠르다.

    ‘시시각각 더 강해지는 것 같아.’

    츠츠츳. 결이와 연결된 소울메이트 스킬로 느껴진다.

    결이는 계속해서 더 강해지고 있다.

    콰르르릉! 파차아앙!!

    까아앙!!

    결국 순식간에 핵까지 도달한 결이가 벽조목 손잡이 검을 꽂아 넣는다.

    “케에에에에에엑!? 크에에에?!”

    남아 있는 촉수와 함께 괴물 녀석의 몸이 마구 뒤흔들린다.

    꿀럭, 꾸물럭, 울럭, 울컥!!

    요동치는 괴물의 몸.

    “크르르르!!”

    그 몸체를 흑단이가 꽉 껴안는다.

    그리고 곧.

    꿀럭, 꿀럭, 꿀럭, 꿈틀, 울럭……!!

    부우우욱!!

    괴물의 몸이 마구 부풀어 올랐다. 마치 축제에서 만들어 주는 풍선처럼.

    부우욱, 부우우욱!!

    저러다가 터지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퍼어어억!!

    괴물의 몸이 엄청난 폭발력을 일으키며 터져 버리고 만다.

    “다들 피해요!”

    “크윽!!”

    후두둑, 후두두둑!!

    괴물의 신체가 조각조각 나며 사방으로 튀었다.

    챙그랑!

    퍼억! 퍽! 콰아앙!!

    괴물의 살점이 튀는 것만으로, 주변 건물이 박살 나고 무너진다.

    “해, 해치웠다.”

    “대단해요!”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아서 한참 동안 망량이를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결이 혼자서 검은 괴물을 해치우다니.”

    “엄청나! 하지만 저랑 주인님 덕분이라고요!”

    망량이가 푸른 불꽃을 이글거리면서 키득거린다.

    “그래, 맞아. 망량이 네가 괴물의 약점을 찾아내 준 덕분이다.”

    “엣헤엠! 역시 제가 제일이죠?”

    “응!”

    파란색 불꽃 덩어리가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내 주위를 뱅글뱅글 돈다.

    츳, 츠팟! 파팟!!

    점멸 스킬을 사용해 결이가 한달음에 내 곁으로 다가왔다.

    “정말 약점이었어. 하준아, 대단한걸. 그걸 어떻게 찾아낸 거야?”

    “망량이 덕분이야. 마나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덕분이지.”

    스스슷.

    망량이의 파란 불꽃이 피스트범프를 하기 위해 손을 만들어 낸다.

    그 손에 맞장구를 쳐 주던 한결이의 시선이 포털을 향해 움직였다.

    “이번에는 검은 괴물 녀석만 나온 게 아니군.”

    “응?”

    생성된 포털에서 몬스터들이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검은 괴물 녀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 가자, 하준아.”

    “응. 아, 잠깐만.”

    “응?”

    “아까 그 검은 괴물 녀석의 핵을 살펴봐야겠어.”

    “그 핵을?”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괴물이 있던 곳으로 먼저 달려갔다.

    “알겠어. 그럼 나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고 있을게.”

    결이는 그 말을 남기고 곧장 포털이 몬스터들을 뿜어내고 있는 곳으로 몸을 옮겼다.

    “뭔가 알아낼 만한 게 있을까요?”

    “글쎄.”

    곧 괴물이 원래 서 있던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는…….

    “음, 완전히 박살 났군.”

    반짝거리는 원형의 검은 물체.

    망량이가 괴물의 약점으로 짚어 주었던 것이 산산조각이 난 채로 바닥에 쏟아져 있다. 괴물이었던 것의 파편들과 함께.

    “한결 님이 강해지긴 정말로 많이 강해졌나 봐요.”

    “좋은 일이지.”

    훌쩍. 단숨에 뛰어내려 박살 난 검은 구체 가까이로 갔다.

    “흘러나오는 마력이 내게도 느껴져.”

    “으으, 기분 나쁜 마력이에요. 마치 이건…….”

    끙끙거리던 망량이가 흠칫 몸을 떤다.

    “이건……. 어쩐지 신금천화교의 그것과 같은 느낌이에요.”

    “뭐?”

    “그곳의 씨앗들과 같은 마력이랄까.”

    “……!”

    망량이가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으으, 기분 나빠요. 주인님!”

    “씨앗과 같은 마력이라고?”

    “비슷하게 느껴져요. 완전히 같은 것이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 결이 비슷하달까?”

    “일단 이 핵을 수거해 가야겠군.”

    망량이가 불꽃을 끄덕인다.

    “정말 기분 나쁘지만 말이에요.”

    “그 정도는 참을 수 있지?”

    나는 파편 중 조각을 몇 개 주워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한 조각을 집어 들어 영혼 분별사를 사용해 본다.

    ‘혹시 모르니까.’

    스스슷…….

    하지만 역시 부서진 핵으로는 뭔가 되는 게 없다. 아무것도 뜨는 게 없다.

    ‘대체 뭘까. 대체 이 모든 게 어떻게 이어져 있다는 거야?’

    다시 검은 몬스터가 나온다면 그땐 영혼 분별사를 사용해 볼 수 있을까.

    하기야 펫으로 삼는 몬스터들에게도 영혼 분별사를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불가능할 리는 없다. 영혼 분별사는 소울메이트를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스킬이었어서 지금까지 그걸 써 볼 생각은 하지 못했었지만.

    “흐음…….”

    까만 파편이 손 위에서 잘그락거린다.

    * * *

    “응?”

    “그러니까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이 말씀이야.”

    내 앞에서 마이클 필립스가 파란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고 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면서 말이다.

    “그러니까……. 결이랑 대결을 해서 이기면 나를 데려가겠다. 이 말인 거지?”

    “그래! 맞아.”

    “뭐가 맞아?! 하나도 안 맞아,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어?”

    기도 안 차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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