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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26화 (226/250)
  • 제226화

    제226편

    “우와악!”

    “흐, 흑단아!”

    “이런!”

    “왕냠냐먀!”

    깜짝 놀라 흑단이를 쑤욱 잡아 올렸다.

    “무슨 짓이야!”

    “와구, 왁…….”

    이미 초콜릿이 흑단이의 목구멍을 넘어간 뒤다.

    “이런…….”

    “어쩌죠?”

    “어쩌긴…….”

    모두 숨을 죽이고 흑단이를 바라본다.

    “괜찮을까요?”

    “이때까지 초콜릿 먹고 죽은 드래곤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지만…….”

    “…….”

    “와구구?”

    흑단이가 빨갛고 동그란 눈을 깜빡인다.

    “소화되려면 30분 정도는 걸리지 않을까요.”

    “뱉어 내게 해야 하나?”

    “……이런 것도 힐러한테 치료가 되나?”

    “괜찮지 않을까요? 그래도 드래곤이니까.”

    “삐약?”

    “샤아…….”

    “으아?! 너희 어느새?!”

    흑단이에게 신경을 빼앗긴 사이에 썬더도 윙키도 초콜릿을 하나씩 물고 즐기고 있었다.

    “아아, 손예원한테 전화해야 하나.”

    다급한 마음에 휴대폰을 쥔다.

    띠리링. 신호음이 가자마자 하이톤의 목소리가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어머머! 이게 웬일이야! 누구야 누구?! 은하준이잖아~!]

    “손예원 씨 다름이 아니라, 초콜릿. 그거 몬스터가 먹어도 되는 겁니까?”

    [응? 뭔 소리래.]

    “새끼 몬스터들이 먹어 버렸다고요. 그거!”

    [에엥~?]

    마음이 다급해 죽겠는데 휴대폰 너머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봐요! 손예원 씨! 전 심각하다고요.”

    [걱정하지 마. 초콜릿을 먹고 죽은 몬스터는 없으니까.]

    “그걸 손예원 씨가 어떻게 알아요?”

    [그 초콜릿 회사는 아주 오래되고 유명한 회사야. 대대로 괴짜 같은 실험을 하기로 유명하지. 설명서를 제대로 안 읽었구나. 거기 보면 적혀 있을걸, 몬스터도 만족한 위대한 초콜릿이라고.]

    “네……?”

    통화음이 커서 전화 내용을 그대로 들은 안영지가 종이를 꺼내 다시 읽어 보기 시작한다.

    “어라, 정말이에요.”

    그녀는 빼곡하게 적힌 작은 글자들 사이에서 해당 부분을 짚어 내게 보여 줬다.

    그리고 정말 누가 나를 놀리기라도 하는 듯이 몬스터 실험에 대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생각보다 꼼꼼하지 못한 타입이네, 은하준. 그러니까 그 회사는 몬스터를 상대로 자기들의 초콜릿을 실험해 봤다는 거야. 던전 안으로 각성자까지 보내서 말이야. 정말 어이없지? 하여간 장인 정신이라는 게 참 대단하다니까.]

    “그런…….”

    어쨌든 괜찮다는 거지?

    그 말에 온몸에 긴장이 풀어진다.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는 생각 못 했는데. ]

    나도 생각 못 했거든요.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지만, 사실 손예원이 잘못한 건 없다.

    [내가 은하준네 펫들을 전부 독살해 버린 줄 알았어?]

    “윽, 독살……까지는, 분명 막지 못한 제 불찰도 있었으니까요. 하여튼 정말 놀랐다고요.”

    [그나저나 내 선물이 마음에는 들었고? 보아하니 사람도 몬스터도 모두 만족시킨 것 같은데.]

    “천만다행이죠. ……뭐, 정말 맛있긴 했어요.”

    [아하하. 다행이다. 거봐. 내가 맛있을 거라고 했지? 그리고 기대해도 좋다고 그랬잖아.]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여전히 쾌활하다.

    “……감사합니다.”

    [어머 초콜릿 정도로 뭘.]

    “그것뿐만은 아니고요.”

    [아하하, 예의가 바른 청년이네. 내가 은하준한테 고맙다는 말도 들어 보고, 이번에는 성과가 있는걸.]

    “그럼 수고하시고요.”

    [으응, 또 뭔가 궁금하거나 걱정되는 일 있으면 연락하라고.]

    전화가 끊어진다.

    왜 이래? 다정하게 굴고 말이야.

    “휴, 어쨌든 다행이다. 그냥 해프닝으로 끝나서.”

    “몬스터도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이라니……. 정말 신기하네요.”

    “사실 몬스터는 뭐든 먹을 수 있는 것 아닐까. 튼튼하니까 말이야.”

    하케임이 웃으며 거든다.

    “자, 자. 다들 초콜릿이나 하나씩 더 먹자고.”

    “와구, 냠!”

    흑단이의 꼬리가 쫑긋 선다.

    “아니. 그래도 너희들은 너무 많이 먹으면 안 돼.”

    “꾸이이…….”

    “삐약! 삐약!”

    “샤아아, 스스…….”

    “안 돼, 안 돼. 졸라도 소용없어. 하케임. 얼른 나눠줘 버리자.”

    하케임이 커다란 상자를 옮기기 시작했다. 흑단이와 썬더, 윙키는 아쉬운 눈으로 초콜릿을 본다.

    아니, 몬스터가 이래도 되는 건가? 이 정도로 애들이 좋아하는 걸 보니 던전 내부에서도 뭔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비교적 온순한 몬스터를 포획하는 데 사용한다거나.

    ‘흐음.’

    방 안에 아직도 달콤한 초콜릿 향이 가득하다.

    * * *

    한바탕 초콜릿 사건이 지나가고 펫 훈련실에 평화가 찾아왔다.

    스스스스…….

    “부화.”

    쩌적, 쩍.

    안영지의 목소리에 점박이 무늬 알이 갈라지면서 붉은 털이 빼꼼 모습을 드러낸다.

    얼른 다가가 수건을 갖다 대 알에서 나온 몬스터를 닦아 주었다.

    “낑, 끼잉……. 끄응…….”

    “불개. 부화했구나.”

    “엄청 귀여워요!”

    뭉툭하고 오동통한 몸매, 왕크게 자랄 것만 같은 두툼한 발바닥. 겨우겨우 눈을 뜬 조그만 눈이 미치도록 사랑스럽다.

    짧고 붉은 털이 어느새 보송보송해진다.

    “끄응, 끄응. 끄이잉.”

    “어이구, 그래. 이 녀석은 응석이 심한 편이네.”

    축구공 크기만 한 불개가 품으로 마구 파고든다. 불편하지 않을 만큼 꼭 안아 주니 끙끙거림이 잦아들었다.

    쌔액, 쌔액. 작은 숨을 몰아쉬는 불개. 생명 탄생의 신비로움은 여전히 새롭다.

    “삐약, 삐약.”

    썬더가 가장 먼저 다가와서는 불개의 냄새를 맡는다. 불개도 내 품에 푸욱 박아 뒀던 얼굴을 들어 썬더를 탐색한다.

    “그나저나…….”

    안영지의 시선이 펫 훈련실 한쪽에 있는 알 두 개에 가 닿는다.

    하나는 신재민이 보내온 알과 안사홍의 검은 알이다.

    신재민이 보내온 알은 받은 지가 얼마 안 되었다고는 해도 안사홍의 검은 알은 벌써 우리 손에 들어온 지 한참이 됐다. 그런데도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거다.

    “너무 걱정하지 마요. 모든 건 다 때가 있는 법이잖아요.”

    “그렇긴 하지만요……. 그래도…….”

    “좀 이상하긴 하지만, 느린 녀석일 수도 있는 거니까. 우리가 이해해 주자고요.”

    스스스.

    영혼 분별사로 다시 한번 검은 알을 스캔해본다.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

    ‘느린 녀석이라도……. 기다려 줄 수 있어.’

    “끄응, 끄응.”

    “어라.”

    “꾸아아, 브바바바!”

    어느새 흑단이까지 다가와 불개를 구경한다. 아니, 구경이 아니라 물어뜯고 있잖아?

    “끄이익! 뿌이잉!”

    흑단이 녀석이 불개의 오동통한 꼬리를 입에 넣고는 와구와구 씹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 녀석아! 너는 형이 되어선!”

    “구르르……. 왑밥밥.”

    “끼이잉!”

    겨우 흑단이를 떼어 놓는데 녀석이 입맛을 싹 다시며 불개를 바라본다. 불개 녀석은 불쌍하게도 흑단이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며 내 겨드랑이 사이로 마구 헤집고 들어왔다.

    “동생을 너무 괴롭히지 말라고.”

    “삐이익, 뿌이이!”

    흑단이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시는 걸 뒤로하고 휴대폰을 확인한다.

    신금천화교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서광이나 괴물 특수 부대에서 온 연락은 없다.

    ‘수사기관이 알아서 할 일이지만…….’

    그래도 앉아서 기다리는 건 뭔가 좀이 쑤신달까.

    “영지 씨, 불개 좀 잘 데리고 있어 줘요. 녀석은 소울메이트나 영혼 전이를 많이 쓰지도 않았는데 곧장 사람을 따르니까, 내가 없어도 괜찮을 거예요.”

    “네, 맡겨만 두세요!”

    안영지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다. 트라우마를 이기고 던전 훈련을 반복해서 그런 것일까. 부쩍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

    이제 슬슬…….

    “아, 그리고 말인데요. 하준 님!”

    “음?”

    “저 이제 센터 등록을 해 보려고요.”

    “헌터 자격증 따게요?”

    “네! 뭐랄까……. 이제 몬스터 앞에서 얼어붙는 일도 거의 없고 이 정도면 헌터 자격증 정도는 딸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요. 언제까지고 이렇게 비밀 훈련만 할 수도 없고요. 사실 불법이잖아요.”

    안영지가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이고는 머리를 긁적인다.

    “저를 위해서 이렇게까지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또 뭔가 보답하고 싶어서.”

    “보답이라뇨.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영지 씨를 위해서 하세요.”

    “……! 아, 알겠어요. 헤헤…….”

    “좋아요. 일단 몬스터 브리딩 스킬은 비밀로 하고 헌터 자격증을 수료하죠.”

    “네……!”

    “그게 아니더라도 S급 각성자의 등장이니 떠들썩해지겠지만요.”

    “으으……. 떨리네요.”

    “우리 길드에는 S급 선배들이 많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리고 잊지 말아요. 영지 씨는 무척 강하다는 걸.”

    불안하던 표정의 안영지가 방긋 웃는다.

    “네! 저, 힘낼게요!”

    “화이팅!!”

    안영지와 하이파이브를 친 뒤 펫 훈련실에서 나왔다.

    ‘오늘도 훈련을 게을리할 순 없지.’

    주머니 속 방울을 꽉 쥐고 개인 훈련실로 향했다.

    “주인님, 오늘도 영혼 차원으로 가는 훈련인가요?”

    “응, 아직 수사에 진전도 없고 내가 할 수 있는 걸 해야지.”

    “성실하셔라.”

    그럴 수밖에 없다.

    내가 자력으로 영혼 차원에 접속하지 못하면 결국 이 방울을 사용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시곗바늘이 움직일지도 모르니까.

    “영혼 차원에 접속하는 데 뭔가 진전이 있으면 좋겠는데. 응?”

    복도에 웬 아이가 서 있다.

    초등학생 정도의 나이로 보이는 소년은 사립학교 교복처럼 보이는 양복에 나비넥타이를 매고 있다. 거기에 반짝거리는 구두까지.

    어느 쪽으로 생각해도 신선 길드 복도에 서 있을 존재는 아니다.

    ‘하늘이랑 바다 친구인가?’

    인화 선배의 아이들 말이다. 딱 그 또래로 보인다. 하지만 그 애들도 길드엔 자주 드나들지 않는데 그 친구가 여기에 있을 리가.

    게다가 길드 1층에는 가드들이 지키고 있어서 아무나 들어올 수 없을 텐데.

    “길을 잃었니?”

    “…….”

    아이가 나를 빤히 바라본다.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뺨이 동그랗지만, 이목구비가 선명하다.

    ‘심지어 외국 애잖아?’

    까만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지만, 아이의 눈은 선명한 파란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마치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화려하고 잘 닦여진 얼굴. 그런 모습을 보니 더욱 이 상황이 이질적으로 느껴진다.

    “저기……. 부모님은 어디에 계셔? 아, 영어로 물어봐야 하나?”

    “미국.”

    “응?”

    또랑또랑한 목소리가 앵두처럼 오밀조밀한 입술에서 튀어나왔다. 마치 인형이 말을 하는 것 같다.

    게다가 선명한 한국식 발음.

    “미국?”

    “응. 나 미국에서 왔거든.”

    “아……. 그럼, 다른 보호자는?”

    “보호자는 필요 없어. 은하준, 당신이 내 보호자가 될 거니까.”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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