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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24화 (224/250)
  • 제224화

    제224편

    주섬주섬 품에서 꺼낸 건 신금천화교의 지파에 관해 쓰인 지도였다.

    “이건…….”

    “네. 이렇게 지역별로 지파를 나누어 놓았더라고요. 충남의 지파장을 잡았으니, 충남권의 지교회는 모두 수사가 들어갈 거고요. 아마 이번에 여동생분을 찾지 못한다면 충남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 뒀을 겁니다.”

    “……크읏.”

    안사홍이 상처가 났던 배를 움켜잡았다.

    “일단은 진정하시고 상처부터 마저 치료하죠.”

    “네…….”

    “왜 혼자서 손님을 받으셨어요. 저번처럼 저를 부르시죠. 아직 우리 계약이 완전히 끝난 것도 아니잖아요.”

    “방심했습니다. 원래는 그렇게 사납지 않은 분이거든요.”

    “하지만…….”

    “제가 정신이 딴 데 팔려 있기도 했고요. 차원의 손님들은 그런 걸 굉장히 예민하게 알아채거든요.”

    그는 혼자 일어나 서랍을 몇 개 더 뒤졌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묘하게 생긴 것들을 꺼냈다. 포션은 아니고 뭔가를 말린 것 같은데 식물의 뿌리 같기도 하다.

    안사홍은 그것을 뚝 분질러 입 안에 넣었다. 무척 질긴 모양인지 힘겹게 질겅질겅 씹더니 곧 편안한 표정이 되어 숨을 내쉬었다.

    “뭡니까?”

    “고대인의 잔가지입니다.”

    “네?”

    당황한 얼굴로 안사홍을 바라보자 그가 씩 웃어 보인다.

    “어떤 차원의 고대인들은 나무 요정의 형태를 띠고 있거든요.”

    “아아…….”

    그런 걸 먹어도 되는 걸까 싶었지만, 그의 편해진 표정을 보니 확실히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결국 다시 전국을 다 뒤져야 하게 됐네요.”

    “그런 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안사홍의 눈이 빛난다.

    “하기야, 사홍 씨는 다른 차원의 힘을 빌려 가며 여동생분을 찾고 있으니까요.”

    그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인다.

    “일단 이쪽으로 들어오시죠. 이 방은 너무 어수선하군요.”

    그는 나를 이끌고 다른 방으로 갔다.

    편안히 앉아 대화할 수 있도록 커다란 소파가 있는 방이었다.

    “차를 내올까요?”

    “아뇨. 괜찮아요.”

    나는 가운데 있는 상에 지도를 펼쳤다.

    “일단 서광 길드에서도 이 지도를 복사해 갔어요. 신금천화교의 본교회를 찾기 위해 조사가 들어갈 겁니다. 그럼 자연히 지파 교회에 관해서도 조사가 될 테죠. 여동생분을 찾는 건 시간문제가 될 거예요.”

    “후우.”

    안사홍의 얼굴 위로 긴장감이 번진다.

    “지금껏 지파 교회조차도 위치가 파악되지 않았던 건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그건……. 아직 신금천화교의 지파 건물을 조사하는 중이랍니다. 하지만 어떤 스킬이 발동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맞아요, 바로 그거예요!”

    망량이가 어깨 위로 솟아오르며 말을 보탠다. 그래 봤자 내게만 들릴 텐데.

    역시나 망량이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안사홍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내게 묻는다.

    “하지만 하준 님께서는 그곳을 찾아내지 않았습니까?”

    “제가 갔을 때는 그 힘이 잠시 풀어져 있었어요. 아마 짐을 옮기기 위해서 잠깐 해제해 놓은 게 아닌가 싶어요. 하지만 확실히 알 수 있었죠. 망량이가 거대한 마력을 느꼈거든요.”

    “맞아요. 내가 알아냈어요!”

    “여기에 찾아온 이유가 그것 때문이에요.”

    “그것 때문이라고요……?”

    “그런 마법적인 무엇인가가 설치된 곳임에도 찾아낼 수 있었던 건 제가 영혼 차원으로 넘어가 영혼들의 기억을 추적했기 때문이었어요.”

    “그렇지요. 그렇게 빨리 성공하게 되실 줄은 몰랐습니다만. 잠깐, 설마……?”

    “그게……. 더는 영혼 차원에 접속이 되질 않거든요.”

    안사홍은 심각한 얼굴로 턱을 매만졌다.

    “그때 미처 다하지 못한 말이 있었어요. 사실 영혼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게 도와준 차원의 손님이 있었어요. 자신을 고대의 신이라고 말하더군요.”

    “도움을 받았다고요?”

    그의 표정이 두 배는 더 딱딱하게 굳어졌다.

    “뭔갈 요구하지 않던가요?”

    “저를 만난 것 자체가 즐겁다고 하던데요.”

    “그런…….”

    “그의 도움 없이는 다시 영혼 차원에 접속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내게 접촉했던 그 신이라는 놈을 다시 만날 방법이 필요해요. 사홍 씨라면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해서요.”

    “신을 찾는다라. ……그의 이름은 들었나요?”

    “아뇨. 그의 이름을 들으면 내가 미쳐 버릴 거라고 하던데요?”

    사방에서 들려오던 그 목소리를 떠올린다. 잠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것 같다. 내 표정을 살피던 안사홍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젓는다.

    “하하, 하긴. 그럴 테죠. 그런 위험한 존재가 대부분이니까요.”

    “으음……. 역시 이름도 모르는 신을 다시 찾는 게 쉽진 않겠죠?”

    서울 한복판에서 마주친 사람을 다시 찾는 것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만큼 어려울 텐데 말이다. 전 차원과 우주를 통틀어 그를 다시 불러내는 일이 쉬울 리 없다.

    “……헤어질 땐 자신이 다시 만나고자 할 때 만나게 될 거라는 말을 하긴 했어요. 이건 확실히 제 쪽에서 불러낼 수는 없다는 말인 거겠죠.”

    “그 외에 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던가요.”

    “많은 이들이 날 지켜보고 있다고 했어요. 우리가 신이라고 부르는 존재들이요.”

    “하아, 그것만큼 나쁜 말이 없는데.”

    “네?”

    안사홍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신의 시선을 받은 인간이 행복해지기란 쉽지 않거든요.”

    “그리스식 농담, 그런 건가요?”

    “비슷하죠.”

    “윽…….”

    “특히나 고대의 신들 같은 차원의 손님들이라면 더욱 좋은 게 아니지만……. 뭐, 모두의 운명이 같은 건 아니니까요. 은하준 님이라면 어쩌면…….”

    “그것참, 불길한 이야기네요.”

    “하하, 미안합니다. 나도 모르게 그만. 저도 은하준 님이 불행해지는 건 원치 않습니다.”

    안사홍이 벌떡 일어나더니 벽에 설치된 서랍을 뒤지기 시작했다.

    “뭔가 방법이 있을까요?”

    “신들의 시선을 거두게 하는 방법 같은 건, 미안하지만 없습니다. 그게 있다면 아마 제가 먼저 써 버렸을 테니까요.”

    “그게 아니라 그 신을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이요.”

    “그 신의 이목만 끄는 건 불가능할지도 모르지만…….”

    달그락, 달그락.

    나무로 된 서랍이 열리더니 딸랑, 종소리가 났다.

    “……사실 이건 추천하고 싶지 않은 아이템입니다.”

    “왜죠?”

    “말했다시피, 신들의 시선을 받는 건 좋은 일이 아니거든요. 이건 신들의 시선을 주목시키는 아이템입니다. ‘신의 아들’이라는 아이템이죠.”

    “주인님, 저런 물건을 써도 되는 걸까요.”

    어깨 위에서 망량이가 불안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걸.”

    “……너무 무리하지는 않아도 됩니다. 하준 님.”

    “아, 아뇨. 망량이한테 말한 거예요.”

    안사홍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펫의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건가요?”

    “망량이만요.”

    “대단하군요. 대화가 가능한 펫이 아닌데 서로의 유대로 그게 가능하다니.”

    그는 호기심이 어린 표정으로 망량이를 바라보며 작은 방울을 그대로 가지고 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어쨌든 이걸 쓴다면 많은 신들의 시선을 끌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당신을 보고 있다는 그 접촉한 신도 다시 관심을 가질지도 모르죠.”

    “위험한 방법처럼 들리기는 하지만…….”

    “위험한 방법이 맞습니다.”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이니까요.”

    “……글쎄요. 일단 서광과 군에서 조사를 시작했잖습니까. 은하준 님 말대로 모든 게 드러나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

    테이블 위에 올려진 작은 방울을 본다.

    “뭐, 어차피 이걸 쓰나 안 쓰나 다들 저한테 관심 많다고 했어요.”

    딸랑. 내 손안에 들어온 방울은 정말 작았다. 평범한 열쇠고리처럼 느껴진달까. 이런 게 신들을 끌어모으는 아이템이라니.

    애초에 그런 아이템이 있다니. 정말 신기하다.

    안사홍이나 되는 사람이니 이런 물건을 가지고 있을 수 있겠지.

    “어떻게 사용하면 되나요?”

    “팔찌의 참을 사용했을 때처럼, 곁에 두고 사용하시면 됩니다. 마나를 흘려보내면 자연스레 사용될 겁니다.”

    “마나를 흘려보내지 않으면 평소에는 그냥 방울인가요?”

    “사실 지니는 것 자체로 어느 정도 효과는 날 겁니다.”

    “그런 굉장한 물건을 가지고 계셨군요.”

    “저야 신의 시선을 빌리고 싶었던 사람이니까요.”

    나는 방울을 꽉 쥐었다.

    어쨌거나 이걸로 신을 불러내면…… 그게 가능해서 그 신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영혼 차원으로 다시 한번 들어갈 수 있겠지.

    아예 영혼 차원으로 접속하는 방법을 깨우치게 해 달라고 할 수도 있을 거다.

    “아, 그리고 하나 더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요.”

    “네. 뭐든 물어보세요. 뭐가 궁금하시죠?”

    “안사홍 씨의 여동생 말입니다. 어째서 신금천화교에 있는지 아십니까?”

    “예?”

    “영혼 차원에서 단홍 씨를 추적하며 기억을 엿봤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단홍 씨는 납치를 당한 것 같지 않았어요.”

    “뭐, 뭐라고요.”

    안사홍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

    “단홍 씨의 기억을 조사했을 땐, 단편적으로 보이긴 했지만, 신금천화교의 교인들과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적어도 교단에는 자진해서 들어간 것 같았죠.”

    왜 잠든 모습으로 기억이 끊어져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설마요…….”

    “전혀 모르고 계셨습니까?”

    “전혀요.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 애는…….”

    “…….”

    그는 자기 여동생이 신금천화교와 그 어떤 관계가 있는지 전혀 모르는 눈치다.

    ‘안사홍을 통해서 알아낼 수 있는 건 없는 모양이군.’

    그리고 내 말에 꽤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래,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을 거다.

    여동생이 사이비 종교에 빠졌고 그 사이비 종교에서 무슨 짓을 당했는지 완전히 자취를 감췄으며 오빠인 안사홍은 협박까지 당하고 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원래 사람 속은 알 수 없다고들 하잖아요.”

    “…….”

    이 말은 전혀 위로되지 않을 거다. 하지만 무슨 말이 그를 위로할 수 있을까.

    ‘여동생에 관한 이야기를 안사홍에게 알아낼 수가 없다면 역시 믿을 건 이것밖에 없나.’

    나는 다시 한번 방울을 쥔 손에 힘을 줬다. 방울 안에 든 구슬과 부딪치는 감각이 손을 울린다.

    * * *

    방울을 들고 다시 신선 길드 건물에 도착했다.

    “곧바로 다시 영혼 차원에 접속해 보실 건가요?”

    망량이가 어깨 위에서 일렁인다. 슬쩍 내려다보니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그래야겠지.”

    “저는 어쩐지 영 찜찜해요.”

    “응? 뭐가?”

    “그 방울 아이템이요.”

    망량이는 촉이 좋은데, 이렇게나 불길해하니 나도 좀 더 꺼림칙해진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걸.”

    “조금 더 시도한 다음에 사용하는 건 어때요?”

    “정말 불안한가 보구나?”

    “네……. 뭐랄까, 그게 시곗바늘을 앞으로 더 돌릴 것 같다는 생각이…….”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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