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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21화 (221/250)
  • 제221화

    제221편

    “그 한 팔로 얼마나 버틸 수 있겠습니까.”

    힐끔.

    베드로는 은하준이 지파의 건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하케임 역시 그 모습을 보았기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었다.

    “너 정도는 얼마든지 상대할 수 있다.”

    “흐응. 후후후. 과연 그럴까요.”

    휘익. 화르륵!!

    베드로의 불꽃이 다시 한번 하케임을 위협하며 뿜어져 나왔다.

    “크읏!”

    하케임이 멀리 물러났다.

    그 틈을 노려 베드로가 건물 안으로 들어간 은하준을 쫓으려 했다.

    휘이익! 쉬이이익!!

    창검으로 불을 물리친 하케임은 번개 같은 속도로 다시 베드로의 앞을 가로막았다.

    “어디 내버려 둘 줄 알고.”

    “호오. 확실히 빠르네요. 당신은 강해요. 하지만 이렇게 몰렸는데도 스킬을 단 하나도 사용하지 않더군요.”

    베드로가 비죽 한쪽 입꼬리를 올린다.

    “이전에도, 그전에도. 우리가 당신들을 지켜본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뭣……. 네놈들. 언제부터 우릴…….”

    “후후후. 모르겠지요. 당신들은. 하지만 줄곧 우리의 시선은 그대들에게 붙어 있었답니다. 그러니 당신들의 단점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요.”

    휘이익!

    베드로가 검을 내지른다.

    하케임은 간단하게 그 검을 가로막고는 창검의 손잡이를 이용해 베드로의 턱을 내리쳤다.

    “크읏!”

    “잘 알고 있어서 뭐 어쩌란 말이야. 나는 너보다 강하다.”

    “후후…….”

    푸화악!

    솟구치는 불꽃. 이번에도 하케임은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글쎄요. 당신이 강하다고요? 내 불꽃에 전혀 대응할 수 없는 당신이요?”

    “쳇. 비겁하기는.”

    “비겁하다뇨. 당신의 핸디캡에 일부러 맞춰 줄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만.”

    “끄으으…….”

    화르르륵!

    불길이 주변의 산을 거침없이 태우기 시작했다. 그 불길은 일반 불보다 더욱 빠르게 나무들을 집어삼켰다.

    우지지직, 쿠우웅!!

    순식간에 나무가 화마에 쓰러진다.

    하케임은 은하준이 들어간 건물에도 불길이 옮겨붙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런, 후후. 어쩌면 제가 손대지 않아도 진리의 불꽃이 모든 걸 해결해 줄지도 모르겠네요.”

    “허튼소리.”

    휘이익!! 카아앙!!

    하케임의 거대한 창검을 베드로가 겨우겨우 막아낸다.

    ‘확실히, 이 녀석은 강하다. 내 창검을 이렇게 막을 수 있는 존재는 거의 없어.’

    반듯한 하케임의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스킬을 쓰지 않는 한 나를 이길 수 없을 겁니다.”

    베드로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말에 하케임의 의지가 조금 꺾인다.

    ‘쓰지 않는 게 아니라, 못 쓰는 거라고. 크윽.’

    하지만 그 답답한 마음을 마음껏 내색할 수 없었다. 베드로가 자신에 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짐작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케임은 다른 차원에서 넘어온 자.

    만약 이 사실까지 베드로가 알아냈다면 은하준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도 있다고 하케임은 생각했다.

    ‘이놈은 살려 보낼 수 없겠어.’

    하케임은 창검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 * *

    소란을 틈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아직 불길이 건물에 옮겨붙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재빨리 조사한다면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으리라.

    ‘하케임. 조금만 더 버텨 줘.’

    타다닥.

    열심히 달려 보지만, 생각보다 훨씬 넓은 건물이었다.

    일단 1층에는 간단한 안내소나 휴게실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리고 어린이들이 지낼 수 있는 장소라든가 교실처럼 보이는 것이 차례로 보였다.

    “칫, 이런 것 말고…….”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문이 보인다.

    벌컥.

    문을 열자 환한 안쪽의 모습이 드러났다. 아주 넓은 공간, 앞에는 강대상과 화려한 그림들이 있고 주위로는 악기가 보였다. 이곳은 예배실이었다.

    오싹. n번째 눈을 가동한 것도 아닌데 공간에서 느껴지는 압도감에 소름이 쫙 끼친다.

    강대상이 있는 쪽에 거대한 벚나무 조각상이 있다. 처음에는 진짜 나무가 실내에 돋아나 있는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또 강대상 뒤에 그려진 기이한 그림. 얼룩 같기도 하고 구름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눈이 그려져 있는 것 같기도 했다. 무엇을 그린 것인지 정확하게 알 수 없었지만, 특히나 기이하게 느껴졌다.

    “이런 것들을 보면서 찬양을 한단 말인가.”

    빠르게 예배당을 훑었지만, 이곳 역시, 무엇인가 특이한 것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칫.”

    킁킁. 건물 안쪽으로도 탄 냄새가 퍼지는 걸 보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서둘러야 한다.

    이 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발견하고는 한 번에 껑충 뛰어올랐다. 이 층은 완전히 트여 있는 공간이었다.

    방은 하나도 없고 오직 기둥과 대리석 바닥으로 깔린 곳, 그곳에 거대한 여인의 모습이 있었다.

    ‘사, 살아…….’

    아니다. 살아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돌로 만든 상일 뿐이다. 하지만 마치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섬세하게 만들어진 석상이었다.

    게다가 그 석상이 풍기는 기이한 분위기.

    대체 무엇 때문에 그런 분위기가 풍길 수 있는지는 몰라도 불길하고 끈적하며 기분 나쁘게 압도되는 것이 있었다. 이곳에 있는 것들은 죄다 그런 느낌을 자아내고 있다.

    “하여간에 여긴 다 기분이 나쁘군.”

    “석상을 좀 더 조사해 봐요!”

    나는 더는 조금도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느낌을 받았는데 망량이는 석상에 관심이 생긴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럴 시간이…….”

    화르륵, 창문을 통해 내다보니 이제 건물에도 불이 옮겨붙기 시작하고 있었다.

    “그럼 여긴 제가 조사할 테니, 주인님은 3층을!”

    “오케이.”

    나는 망량이를 남겨두고 3층 계단을 올랐다.

    3층에는 여러 개의 사무실이 보였다.

    “상담실……. 회의실……. 이런 건 아니고. 자료실…… 여긴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니, 대부분이 텅 빈 서고가 꽉 들어차 있다.

    “쳇. 이미 다 옮긴 건가?”

    하지만 아쉬운 대로 남아 있는 책과 서류 따위를 뒤지기 시작했다.

    “이건……. 뭐냐, 이 녀석들도 성경을 보는 건가.”

    어릴 적 시설에서 읽어 봐서 잘 안다. 대충 훑어봐도 그냥 보통의 평범한 성경책이다.

    “이런 사이비들도…….”

    그 옆에 있는 다른 두꺼운 책을 보니, 그건 뭔가 다르다. 저자가 어머니. 그들의 메인 교과서 같은 느낌일까. 일단 챙겨 본다.

    나중에 돌아가서 좀 더 자세하게 읽어 볼 수 있을 거다.

    “이 정도 챙겼으면 됐고.”

    자료실을 벗어나 다른 방을 찾는다.

    “지파장실.”

    그렇게 명패가 붙어 있다.

    “그래, 중요한 자료라면 여기도 있을 거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가자 꽤 넓은 형태의 서재처럼 보이는 방이 나온다.

    여기도 대부분의 물건이 빠져 있다. 이미 옮긴 거다.

    “젠장, 언제부터 철수 작업을 했던 거야.”

    책상에 가까이 다가가자 전화기 옆에 작은 쪽지가 보인다.

    “당장 철수할 것. 가장 먼저 옮길 것은 ‘그녀’…….”

    그녀? 그녀라는 건 뭘까? 분명 어머니와 다른 무엇일 것이다. 애초에 어머니라는 존재가 이곳에 있는 것도 아니었을 테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단 하나다.

    ‘안단홍?’

    그렇다는 건 정말로 안단홍이 여기에 있었다는 말인가.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존재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옮기는 중이었다면 우리가 눈치채지 못했을 리는 없다. 이미 건물은 대부분 비워졌었고.’

    조금만 더 일찍 알아냈더라면 뭔가 달라졌을까.

    ‘이상하다. 대체 어디에서 정보가 샌 거지. 도청이라도 하고 있었던 걸까.’

    콰앙. 책상을 있는 힘껏 내리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다. 그저 화풀이일 뿐이다. 와장창! 책상에 깔린 유리가 박살 났다.

    그러다가 그 사이에 끼인 종이 한 장이 눈에 들어왔다.

    신금천화교의 각 지파가 전국 어디 어디에 있는지 나눠진 지도 같은 것이었다.

    “여러 군데의 지교회와 그 지교회를 총괄하는 지파교회가 있다. 그리고 그 지파 교회까지 통솔하는 본교회. 이 본교회가 어디 있는지에 관해서는 쓰여 있지 않지만…….”

    지교회와 지파교회가 있는 지역 정도까지는 알아낼 수 있을 만한 지도다.

    “좋아, 이거라도 챙겨야겠군.”

    슈우우우.

    짙어진 연기가 창문을 통해 들어온다. 와장창! 열기에 창문이 부서지고 거센 불길이 몰아친다.

    “슬슬 밖으로 나가야겠어.”

    하케임이 잘 버티고 있을지도 걱정되기 시작했다.

    챙길 수 있는 건 뭐든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그리고 다급하게 2층으로 내려가니 석상에 바짝 붙어 있는 망량이가 보인다.

    “망량아! 대피해야 해! 건물에까지 불길이 옮겨붙었어.”

    “앗, 네네! 주인님!”

    1층으로 내려오자 아까 보지 못했던 사람이 몇몇 쓰러져 있다.

    아무래도 무리하게 물건을 옮기려다가 연기를 마시고 질식으로 쓰러진 모양이었다.

    “큭.”

    나는 그 사람들을 둘러업었다.

    우리가 다급하게 건물 바깥으로 나오자 아직도 한창 전투 중인 하케임과 맛디아의 지파장 베드로의 모습이 보인다.

    “허억, 허억.”

    하케임은 이미 무척이나 지쳐 보였다.

    “하케임!”

    그는 겨우 시선을 돌려 나를 확인한다. 그에 반해 베드로는 여전히 여유만만한 모습이다.

    “아쉽군요. 제 진리의 불꽃이 당신에게 징벌을 내릴 줄 알았건만. 힘이 조금 모자랐나 봅니다. 그래, 원하는 정보는 찾았나요?”

    “소식통이 무척이나 빠른 것 같더군. 건물을 싹싹 비웠어.”

    “그렇죠. 우리 사도들의 눈과 귀는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하지요. 그리고 비밀스럽고요. 사실 은하준 당신이 여길 알아낸 것만으로도 무척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치잇…….”

    “그간 아무도 우리를 찾지 못했으니까요. 그러니 그 방법이 궁금하군요. 알려 줄 수 있겠습니까?”

    “그럼 나에게도 어디서 정보가 새어 자료를 빼돌렸는지 알려 줄 수 있겠어?”

    베드로는 재밌다는 듯 씨익 웃는다.

    “그럴 수야 없죠.”

    “참나, 뻔뻔하네. 등가 교환도 몰라? 어릴 때 만화책 안 읽었어?!”

    “후후후. 제가 좀 뻔뻔하답니다. 그래서 다른 지파장들과도 사이가 좀 별로죠. 사담이긴 합니다만. 흐음…….”

    베드로가 재밌다는 얼굴로 하케임을 슬쩍 본다.

    이크, 내가 시간을 끌고 있다는 걸 눈치챈 모양이다.

    “이제 슬슬 결판을 내 볼까요.”

    “뭣…….”

    “헉, 허억.”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하케임이 완전히 밀리고 있는 이 상황이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후우욱!!

    불꽃이 하케임을 삼키기 위해 솟구친다.

    “하케임!!”

    그때.

    띠링.

    시스템 알람이 울린다.

    [하케임 님의 두 번째 각성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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