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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20화 (220/250)
  • 제220화

    제220편

    “옳은 일을 하고자 하는 데 이리 걸림이 많아서야.”

    베드로가 안타깝다는 듯이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한 손을 세우고 고개를 까딱였다.

    그 모습을 본 아래에 있던 교인들이 두 손을 모아 기도하는 모양을 만든 뒤 고개를 숙여 인사한다.

    “무슨…….”

    “저런.”

    끔찍한 광경이다.

    한순간에 불에 타 버린 사람과 그 시체보다도 그 모습에 아무렇지 않게 반응하는 남은 자들의 모습이 더욱 끔찍하다.

    “어째서 저런…….”

    “놀라지 말라. 신께서는 항상 모습을 보이거나 기적을 행하실 때 그리 말씀하시지요.”

    “다들 단단히 미쳤군.”

    스으읏. 카아앙!!

    하케임의 창검이 매섭게 내리친다. 하지만 베드로의 검은 가볍다는 듯이 그걸 쳐냈다.

    “크읏.”

    그리고 그 아래에 있던 사람들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각자가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

    화르륵!

    위협적인 베드로의 불꽃이 사방으로 튄다.

    “하준! 조심해!”

    이번에 그 불꽃이 삼키기 위해 향하는 건 내 쪽이었다.

    “어림없어!”

    차르륵!!

    바닥에서 사슬이 솟구쳐 올라오며 나를 향해 뿜어지는 불길을 막아낸다.

    억압의 손길을 여러 겹으로 겹쳐 만든 방패다.

    푸화아아악!

    불길이 가로막히고 흩어진다. 사슬까지는 태울 수 없는 모양이었다.

    ‘미라처럼 정기를 빨아먹는 건 생명체에 한하는 건가.’

    그나마 다행이라고 볼 수 있었다.

    “치잇. 하기야, 우리의 대적자가 너무 약하다면 그것 또한 말이 안 되는 일이겠지요. 감히 우리 어머니를 대적하는 자니 말입니다. 강하고 또 강할 겁니다. 대적자의 무리는.”

    “뭐라는 거야.”

    쉬이잇.

    불안한 예감을 꽂아 넣는다. 스킬은 정확하게 먹혀들어 갔지만, 놈이 너무 강하기 때문에, 대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알 수가 없다.

    “은하준. 당신이 서포터형 각성자라는 사실은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격과 방어의 패턴에 관해서도.”

    내 생각을 읽은 것처럼 베드로는 자신만만하게 웃었다.

    “……!”

    “사람은 누구나 버릇이 생기거든요.”

    차르르륵!! 나는 억압의 손길을 이용해 놈의 동선을 방해할 생각이었다. 베드로의 팔과 다리를 감아 올리는 사슬.

    그때를 노려 하케임이 공격을 개시한다.

    “후후후, 이렇게 나올 줄 알았습니다.”

    휘리리릭!! 퍼억!

    가까스로 피한 자리에는 날이 시퍼런 단검이 꽂혀 있다.

    “……그래, 맞아.”

    우리가 잠깐 잊고 있었던 게 있다.

    “주, 주인님!”

    각성자는 베드로라는 이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이 건물에는 약 10명 정도 되는 각성자가 감지된다고 했었다.

    “베드로 님을 지켜라!”

    쉬이익!!

    8명의 각성자가 내게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하준!”

    “당신은 날 신경 써야 할걸. 그렇지 않으면 남아 있는 팔 모두가 바스라져 사라질 테니까 말이야.”

    카아앙! 캉! 채앵!

    하케임과 베드로의 무기가 서로 부딪치고 나는 재빨리 사슬을 이용해 내게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낸다.

    “대적자들! 감히 이곳까지 오다니!”

    “너희의 잘못을 깨닫고 회개해라!”

    “끝장내 버려!”

    곤란하다. 한 번에 8명이나 되는 각성자를 상대하기 쉽지 않다.

    “그래도 이자들에게는 씨앗이 없어요!”

    망량이가 품에서 나오며 외쳤다.

    “네가 그걸 알아차릴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씨앗이 없다면 그래도 해볼 만하지.”

    “하지만 방심하지 말아요, 주인님!”

    후우욱!

    망량이가 몸집을 불려 커다란 불꽃을 만들어냈다.

    “펫이 있잖아?!”

    “대적자가 부리는 사악한 뱀이다!”

    “그래, 은하준은 용도 부린다고 했지. 정말 어머니 말씀대로 대적자가 틀림없다.”

    “난 뱀도 용도 아니야! 이 바보들!”

    망량이가 각성자 교도들을 향해 외쳤지만, 아마 귀엽게 들릴 뿐이겠지.

    휘이익, 휘익!

    망량이의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차례로 검이 쏟아진다. 하지만 잽싸게 피해낼 수 있을 만큼의 속도다. 그래, 망량이의 말대로 이 녀석들에게는 씨앗이 없고 공격의 강도를 보아 랭크도 그렇게 높지 않다.

    C에서 B급 정도 되려나.

    휘익, 휘리릭! 차르르륵!!

    사슬을 이용해 교인들의 무기를 떨어트렸다.

    “치잇!”

    “스킬을 써!”

    “칼날 바람!”

    쉬오오오!!

    돌풍이 몰아친다.

    “억압의 손길!”

    차르르륵. 사슬을 소환해내 내 주위를 감옥의 창살처럼 빙 둘렀다. 돌풍의 위력을 감소시키기 위해서였다.

    카가가가. 스킬로 일어난 돌풍은 사슬에 가로막혀 금방 사그라든다.

    사그라든 돌풍 사이로 재빨리 몸을 빼내 스킬을 쓴 각성자에게 다가갔다.

    퍼억!

    새벽의 검 손잡이로 목덜미를 가격해 쓰러트린다.

    “윽!”

    털썩.

    그대로 고꾸라진 각성자에게는 숨이 붙어 있다. 죽일 생각은 없으니 모두 이렇게 쓰러트려야겠지.

    “이런! 송섭이가 당했어!”

    “저런 나쁜 놈!”

    “대적자!!”

    “죽여라!”

    나를 죽이려는 놈들을 죽이지 않으면서 상대해야 한다니. 이거 내 쪽이 너무 불리한 싸움 아닌가.

    게다가 나쁜 놈인 쪽은 그쪽들이라고! 말해도 알아먹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7명 남았다.”

    “후와욱!”

    망량이가 불꽃을 토해낸다.

    “망량, 죽이지는 마.”

    “참 나,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라고요?!”

    “알지만……!”

    푸화우욱!

    망량이의 불꽃이 각성자 둘을 삼킨다.

    “크아악!”

    “둘 정도는 제가 상대할게요!”

    “그럼 남은 건 여섯.”

    여섯이라고 해도 수가 많다.

    놈들은 순식간에 나를 둘러쌌다. 그러고는 다시 차례로 내게 공격해 오기 시작한다.

    쉬이익. 카앙!

    몸을 뒤로 젖혀 검을 피해내자마자 옆구리 쪽으로 단검이 파고든다. 바닥을 발로 박차고 튀어 올라 회전시켜 단검을 피해냈더니 이번에는 바로 위에서 사슬 낫이 쇄도했다.

    공중을 디딜 수 있는 이동기가 없었다면 그대로 사슬 낫에 의해 목이 베어졌을 거다. 하지만 내게는 헤르메스의 신발이 있다.

    그대로 공중을 박차고 방향을 틀었다.

    “으잇!”

    “저 녀석 움직임이 상당한데요?!”

    “잡아!”

    몸을 비틀어 수없이 쏟아지는 공격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교인들의 빈틈을 노린다.

    “여기 하나. 빈틈.”

    퍼어억!!

    명치를 얻어맞은 교인 하나가 부르르 떨며 앞으로 쓰러진다.

    “크읏!”

    “그리고 여기도 하나.”

    뒷덜미를 가격하고 쓰러지는 교인 하나를 피해 옆으로 훌쩍 물러섰다. 이 정도까지는 내가 챙겨 주지 않아도 되겠지.

    “푸루화아!!”

    망량이의 명랑한 소리와 함께 바싹 탄 교인 둘이 쓰러진다.

    “이로써 4명 남았군.”

    “크읏.”

    “팀장님. 이, 이 녀석 강한데요!”

    “그럼 대적자가 강하지, 약할 줄 알았냐! 이 녀석에게 당한 우리 교인이 벌써 몇이나 되는지 알아?!”

    “맞아요, 최근에는 엘리사베 전도사님도…….”

    “그래! 다들 똑바로 정신 차리라고!”

    “지면 안 돼!”

    저들끼리 똘똘 뭉치는 꼴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내가 악당이라도 된 것 같다.

    후우웅! 쿠과앙!!

    큰 소리가 들려 돌아보니 하케임과 베드로의 전투가 더욱더 과격해지고 있었다. 베드로의 불꽃이 주변의 나무에 옮겨붙어 타오르고 있다.

    건조한 날씨 탓에, 불이 빠르게 번지기 시작한다.

    “이러다간 모두 위험해진다고! 이봐요. 그만 순순히 물러나는 게 어때요? 먼저 시비를 걸어온 것도 당신들 쪽이고!”

    부상자들이 있으니 빨리 이곳을 떠나는 게 좋은 터였다. 애꿎은 목숨을 잃게 만들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그들은 사이비 종교를 가지고 있지만, 죽을죄를 짓진 않았다. 물론 신금천화교가 저지른 악행이 있지만, 이 사람들이 그 일에 가담했는지는 확실히 알 수 없으니까.

    시시비비는 나중에 따져 볼 수 있을 것이다.

    “대적자들! 다 너희 때문이다!”

    “우리는 물러서지 않아! 어머니의 말씀대로 목숨을 바치겠어!”

    “정신 차려요! 여기서 목숨을 바친다고 해도 당신들이 생각하는 예언이라든지 이루어지는 게 아니니까! 애초에……!”

    “하아앗!!”

    불꽃을 배경으로 다시 싸움이 시작된다.

    “크읏, 말이 통하지 않으니.”

    거세진 불길 때문에 짐을 옮기는 교인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진다.

    휘이익!!

    타악! 돌진하는 각성자 하나를 억압해 숨통을 조였다.

    “크으윽!! 숨이!!”

    “형제님을 놔 줘! 이 나쁜 대적자!”

    “그럴 수야 있나.”

    “으윽…….”

    스르륵. 털썩.

    “이제 셋 남았지.”

    “크읏.”

    “이봐요! 여기 쓰러진 사람들도 좀 옮겨 줘요!”

    물건을 옮기고 있던 교인들에게 소리쳤더니, 그들이 힐끔거리면서 이쪽을 본다.

    “소중한 교인들이 죽는 건 싫다면서요!”

    “저, 저 대적자가 감히…….”

    교인들은 분해하면서도 전투 범위에서 조금 떨어져 쓰러진 각성자들부터 부축하기 시작했다.

    ‘그래, 똑같은 인간적인 면모가 있다고.’

    그러니 더욱더 그들을 죽이기 어렵다. 사실 던전 안도 아니고 사람을 막 죽일 수 없는 게 당연한 거긴 하지만 말이다.

    ‘그나저나, 안단홍에 관한 건 어떻게 찾을 방법이 없나.’

    조용히 건물을 살펴보고 될 수만 있다면 내부까지 살펴보고 싶었는데 계획이 완전히 틀어져 버렸다.

    이대로 가다가는 안단홍에 대한 건 알아낼 수 없을 것이다.

    ‘안사홍에게 할 말이 없어지는데…….’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서 일부러 그를 데려오지 않았는데 일이 이렇게 되어 버리다니.

    “주인님! 조심해요!”

    후우욱!

    망량이의 외침과 함께 커다란 불꽃이 내 쪽으로 쏘아졌다. 깜짝 놀랐지만, 다행히 이건 푸른색 망량이의 불꽃이다.

    내게 공격을 가하려는 남은 각성자를 향해 발사한 불꽃이었다.

    “이크.”

    “이익!”

    신금천화교단의 각성자가 아쉽다는 듯 뒤로 훌쩍 물러났지만, 나는 그를 놓치지 않았다.

    “억압의 손길!”

    촤르륵!

    순식간에 발이 붙잡힌 남자를 향해 주먹을 날린다.

    퍼억!

    “이걸로 이제 둘.”

    “으윽…….”

    남은 두 각성자 앞에 나와 망량이가 나란히 섰다.

    “슬슬 항복해도 봐줄 수 있는데.”

    “끄으으…….”

    “어차피 너희 지파장님도 우리한테 질 거야. 내가 너희를 무찌르고 다시 힘을 보탤 거거든. 죽고 싶지 않은 거지? 잘 봐, 다른 동료들도 내가 모두 숨은 붙여 두었어.”

    즈즈즈…….

    “이런 일로 죽다니, 목숨을 버리다니. 좋지 않은 생각이야.”

    죽음을 언급하면 상대방의 영혼을 흔들 수 있다.

    게다가 나는 거기에 더 플러스를 시킬 수 있지. 영혼 전이로 말이다.

    즈즈즈…….

    나는 남은 신금천화교의 각성자 두 사람에게 영혼 전이를 시작했다.

    죽음에 대한 공포. 내가 죽었을 때의 고통.

    누구보다 내가 잘 아는 공포를 이용하는 거다.

    “으윽…….”

    “크으으윽……. 이런……. 일이.”

    좋다. 설득당하고 있다.

    툭, 투욱.

    각성자 두 사람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간다. 그들은 들고 있던 무기를 회수하고는 서로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뒤로 빠진다.

    “동료들 챙겨야지.”

    “우읏…….”

    그들은 내 말대로 동료를 부축해 불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좋아.”

    화륵, 화르륵!! 불길이 점점 더 거세진다.

    카아앙!! 쿠과과광!! 하케임과 지파장의 전투도 불길과 함께 더욱 거칠어지고 있다.

    “아아, 이러다간 우리 지파 건물이…….”

    물건과 부상자를 옮기던 교인들의 얼굴이 어두워진다.

    “모두 피해!”

    “모두 밖으로!”

    그래, 지금이라면 건물 안을 조사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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