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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19화 (219/250)
  • 제219화

    제219편

    차를 이끌고 도착한 곳은 충청남도에 위치한 옥천읍.

    길황산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도착하기 전에 적당한 곳에 차를 댔다.

    “두근두근하다.”

    하케임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너무 들뜨지는 마. 그냥 조사차 온 거고 여기서 문제를 일으킬 생각은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라. 잠입 임무는 내가 제일 잘하는 부류니까. 은신술하면 또 이 하케임이지.”

    하케임이 주로 사용하는 무기를 떠올린다. 그런 집채만 한 창검을 쓰면서 잠입 임무에 능하다고? 모순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하케임은 무기 없이 맨손 전투로도 충분히 강하니까, 라고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충 지도로 사두암이 어디인지 위치를 파악해 뒀어.”

    “그럼, 거기까지 가는 건 식은 죽 먹기겠군.”

    아무리 가팔라도 각성자의 신체로 산을 타는 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

    사두암이라 쓰인 바위에서 흰 건물이 멀지 않았으니 신금천화교의 거처를 찾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다.

    “자, 최대한 어둡게 입고 가자고.”

    이미 날이 저물어 산속에는 깊은 밤이 찾아온 상태였다.

    하케임과 나는 괴물 특수 부대의 군복을 연상시키는 테크 웨어로 옷을 갈아입고 차에서 내렸다.

    “주변에 수상한 마나가 없는지 확인 잘하고.”

    “응, 알겠다. 은하준.”

    밤길은 어두웠다.

    밤하늘보다 새카맣고 더 깊은 어둠의 숲이 마치 우리를 삼킬 듯이 버티고 서 있었다.

    멀쩡한 도로가 있었지만, 혹시나 신금천화교단원과 마주칠 경우를 생각해 우리는 길이 없는 숲속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케임은 귀신 같은 거 믿어?”

    “응? 물론이다. 영적 존재는 분명히 있다.”

    “정말?”

    “물론. 이 세계에 영적 존재가 없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확실히. 시스템이 사람들에게 초능력을 주고 인벤토리니, 아이템이니, 몬스터니 이상한 온갖 것들이 판을 치는데 영혼이라든지 귀신이라든지 그런 게 오히려 평범하게 느껴지기는 한다.

    하지만 나는 사실 믿지 않는 쪽이었다.

    영혼이니 사후세계니, 그런 건 그저 남겨진 사람들의 자기 위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게 생긴 능력들과 지금껏 봐 온 것들을 생각하면…….

    ‘정말 영혼이라는 게 있나 봐.’

    내게 연결되었던 영혼 차원에 대해 떠올린다.

    그건 내가 어릴 때 생각하던 천국 같은 게 아니었다. 그 꽃밭은 대체 뭘까.

    거기서 내 부모님의 영혼도 찾을 수 있을까?

    “하준. 저길 봐라.”

    하케임의 말에 시선을 들어보니 저 멀리 불빛이 보였다.

    “쉿. 보자, 그래. 너무 어두워서 분간이 잘 안 되지만, 슬슬 사두암 근처긴 해.”

    GPS로 위치를 확인해 본다. 확실히 영혼 차원에서 보았던 구도가 그려질 만한 거리에 사두암과 불빛이 있다.

    “사람들이야.”

    “정말이네.”

    우리가 있는 곳에서 한참 아래에 난 길로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가 들린다. 역시 도로를 통해 걸었다면 저들에게 들키고 말았을 거다.

    한밤중에 이 길을 오르내리는 사람은 저 건물에 용건이 있을 수밖에 없을 테니까.

    교도들끼리 서로를 금방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면 단박에 정체를 들키고 말았겠지.

    “게다가 거대한 마력이 느껴져요.”

    어느새 어깨 위로 살포시 나타난 망량이가 속삭인다.

    “쉿. 망량. 네 불빛 때문에 들킬지도 몰라. 내 옷 속으로 들어와.”

    “앗, 네넵. 주인님.”

    망량이는 부랴부랴 내 재킷 안으로 쏘옥 들어왔다.

    “그 외에는 뭘 알 수 있겠어?”

    “그 외에……. 각성자들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수가 많아?”

    “수가 많지는 않아요. 10명 정도.”

    “그래, 생각보다 그 수가 많지는 않구나.”

    “그런데 이상해요. 각성자들이 뿜어내는 마력과 커다란 마력은 서로 다른 거예요.”

    “어떻게 다르다는 거지?”

    “으음, 그건……. 좀 더 자세히 가서 보고 싶은데요.”

    망량이가 품 안에서 끙끙거린다. 확실히 지금은 거리가 너무 멀다.

    “조금만 더 근처로 접근해 볼까.”

    “일단은 서광 길드장에게 연락을 줘야지.”

    “아.”

    나는 얼른 한세희와 안사홍에게 문자를 넣었다.

    “잘 안 터지는걸.”

    “연락이 안 되면 곧장 각성자들을 보낸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게 되면 우리끼리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없어질 거다.”

    “……됐다. 보냈어. 우리도 조금만 더 근처까지 접근해 보자.”

    타닷.

    우리는 발소리를 죽여 건물을 향해 다가갔다.

    숲은 어두웠지만, 밝혀 놓은 전구 덕분에 조금 떨어진 거리에서도 건물의 모습은 아주 잘 보였다.

    너른 마당은 잔디로 아름답게 조경이 되어 있었다.

    건물은 온통 흰색으로 마감이 되어 있었는데 사이비 교도들의 소굴 같은 음습한 이미지는 아니었다. 최신식에다 세련된 양식의 건물은 마치 미술관에라도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영혼 차원을 통해서 봤을 때는 이렇게 아름다운 건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냥 흐리멍덩하게 흰 건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말이야.’

    놀라움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아름답게 조각된 조각상이 앞뜰의 잔디밭 위에 있었고 분수며 조경이며 멋들어졌다. 어떻게 보면 호화로운 궁전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건물 외부에는 신금천화교단이라는 명패가 보이지 않았다. 이것 역시 내가 영혼 차원에서 본 것과 조금 다르다.

    “사람들이 꽤 있다. 하준. 저들이 뭘 하고 있는지 봐라.”

    “물건을 옮기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밤에 환히 켜진 건물, 물건을 옮기는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

    “주인님, 마력은 건물 전체를 덮고 있어요. 어떤 주문이나 스킬이 걸려 있을지도 모르겠는데, 지금은 발동되지 않고 있나 봐요. 그런데도 이렇게 많은 마력이 흘러넘치고 있다니.”

    이상하다.

    모든 정황이 한 가지 결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설마 우리가 온다는 걸 눈치챈 건가?”

    “……!”

    재빨리 손을 놀려 문자 메시지를 발송한다.

    그러는 사이에 마당 한가운데에 처음 보는 얼굴의 남성이 서 있다는 걸 깨달았다.

    “언제 오시려나.”

    조명이 밝게 비친 남자의 얼굴에 빙긋 미소가 떠오른다. 그러고는 그의 시선이 우리 쪽으로 고정된다.

    “설마…….”

    “후후후.”

    휘이익!!

    남자가 도움닫기를 해 우리가 있는 곳으로 곧장 점프해 왔다.

    “이런, 벌써 오셨는데 마중을 나오지 못했군요.”

    “어떻게?!”

    “후후후.”

    카아앙!!

    남자의 검이 쇄도하고 하케임이 순식간에 그걸 막아냈다.

    “꺄아악!”

    “당황하지 말고 할 일을 해!”

    “네, 네!!”

    건물과 도로에 있던 신금천화교의 교인들이 소란에 놀랐지만, 금세 자기들끼리 수런거리더니 하던 일에 다시 집중했다.

    “역시 자리를 옮기고 있었던 건가?”

    “용케도 우리가 있는 곳을 찾아내셨더군요. 하지만 아쉽게도 어머니를 뵐 수는 없을 겁니다. 여기는 본교회가 아니거든요.”

    “뭣…….”

    카아앙! 카앙!

    매섭게 쏟아지는 남자의 검.

    한 번 휘몰아칠 때마다 검은 나무들이 우수수 썰려 나갔다.

    “이곳은 열두 지파 중 하나일 뿐. 후후후.”

    “크읏.”

    “주인님, 이 남자에게도 그 씨앗이라는 게 있는 모양이에요!”

    망량이가 다급하게 품속에서 외쳤다.

    “씨앗?”

    한세희가 알려 준 신금천화교의 씨앗. 각성자들이 섭취해 능력을 강화하는 의문의 물건이었다. 하기야 놈들의 본거지에 왔으니 그걸 사용하는 사람이 없을 리가 없지. 내가 중얼거리는 것을 보더니 남자가 빙긋 미소 짓는다.

    “오, 씨앗에 관해서도 알고 있다니, 대단하군요. 우리에 관해서 아주 많은 걸 알아냈어요. 하기야 이곳저곳에 새어 나간 우리 정보가 너무 많기는 하지요.”

    “그러는 당신도 입조심을 좀 해야겠는데?”

    휘이익!

    맞서고 있는 남자의 검과 하케임의 창검 사이를 새벽의 검으로 꿰뚫으며 외치자 남자는 피식 웃으며 뒤로 한참 물러났다.

    “때가 되어 모든 이들이 우리에 관하여 알 순간이 도래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그 무엇도 숨기지 않을 생각입니다. 그 모든 것이 어머니의 뜻이지요.”

    휫, 쉬이익!!

    남자의 검이 이번에는 나를 노리고 뻗어 온다. 하지만 그 속도가 못 따라잡을 만큼은 아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너희 교리는 맞는 말이 하나도 없다는 걸 알고 있겠지.”

    “그럴 리가요. 눈이 감기고 귀가 닫힌 자들은 아무리 빛의 말씀을 전해 들어도 이해하지 못하지요. 대적자인 당신은 아마 그럴 겁니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이상한 것이 아니죠.”

    “너희 말대로라면 너희 중에 나를 무찌를 수 있는 사람은 없어! 이기는 자는 어머니 단 한 사람이니까. 그렇지?!”

    “후후후. 듣던 대로 영리하군요. 하지만 틀렸습니다.”

    카아앙!!

    남자의 검을 겨우겨우 막아냈다. 손이 찌릿찌릿하고 팔이 떨린다.

    “우리와 어머니는 한 몸입니다. 그러니 우리 중 누군가가 당신을 이기더라도 어머니가 모두 이기는 것이 되는 것이죠.”

    “또 끼워 맞추기냐!”

    “말했다시피……. 눈과 귀가 닫힌 사람은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닥쳐라!”

    하케임의 창검이 남자를 향해 내질러진다.

    카앙! 캉! 채애앵!

    맹렬하게 부딪히는 두 사람의 검.

    “크읏.”

    그러나 하케임이 진땀을 뺄 정도로 남자는 강했다.

    씨앗의 힘으로 S급을 뛰어넘는 힘을 얻은 게 틀림없었다.

    “소용없습니다. 여러분은 오늘 여기서 죽을 겁니다. 제 발로 호랑이 굴에 찾아왔다고들 하죠. 이 맛디아의 지파장, 베드로가 상대할 테니까요.”

    베드로의 손에서 불길이 솟아올랐다.

    “기근의 화염!”

    화르르륵!!

    불길이 하케임을 덮친다. 하케임이 창검을 내질러 불길을 막아냈지만, 일부 불길이 팔로 엉겨 붙었다.

    “엇……!”

    베드로의 불길이 닿은 하케임의 팔은 순식간에 불길이 더욱 치솟았다.

    옷은 단번에 타올라 녹아 버리고 팔은…… 팔은 화상과 함께 미라처럼 쪼그라들었다.

    “후후후, 저의 불길에 닿은 건 뭐든 말라비틀어진답니다. 두 번 같은 곳을 공격당하면 아마 먼지처럼 부서질 테죠.”

    “윽.”

    “그런…….”

    “하준, 저 녀석의 불꽃을 조심해야 해!”

    하케임이 다급하게 외치고는 창검을 바로 쥐었다. 한쪽 팔이 말라비틀어지든 말든 신경을 쓰지 않는 듯이.

    “후후, 좋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이야말로 대적자가 가질 수 있는 용기죠.”

    “헛소리!”

    쉬이익!!

    휘익! 채앵! 다시 한번 남자의 검과 하케임의 창검이 부딪힌다. 날카로운 소리에 아래에 있는 교인들이 화드득 놀라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멈추지 마라!”

    “얼른 옮겨야지!”

    “하, 하지만 지파장님의 불이…….”

    화아아악!!

    베드로가 불길을 키우는 바람에 하케임이 뒤로 멀리 벗어난다. 그것과 동시에 불덩어리가 아래로 떨어진다.

    후둑, 후두둑.

    짐을 옮기던 교인에게 불꽃이 옮겨붙었다.

    “흐, 흐이익!”

    “이런!”

    “다들 떨어져!”

    머리 위로 떨어진 불꽃이 교인 하나의 얼굴을 그대로 삼켜 버렸다.

    “크아아악! 도와, 도, 도와……!”

    화르르륵, 화라륵!

    불길은 멈추지도 않고 맹렬하게 타올랐다.

    “끄윽, 끄으으……!”

    결국 타오르는 불길에 머리를 완전히 먹혀 버린 교인이 들고 있던 짐을 바닥에 떨어트리며 쓰러졌다. 그러는 와중에도 불길은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았다.

    “…….”

    화르르륵…….

    잠깐의 정적이 흐른 뒤, 불꽃이 완전히 꺼졌을 때 교인의 얼굴은 참혹한 상태가 되어 있었다.

    그건 미라를 바짝 구워 놓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단지 잠깐 불길에 노출됐을 뿐인데 말이다.

    “후……. 이런.”

    베드로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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