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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15화 (215/250)
  • 제215화

    제215편

    “크으윽!!”

    얼굴이 화끈거린다. 까맣게 변했던 시야가 점점 밝아졌다. 다행히 치명상을 입은 것 같지는 않았다.

    “우후후. 안타깝긴 해. 은하준 씨. 당신 얼굴, 내 취향이거든.”

    여자의 목소리가 가까워졌다는 걸 깨닫고 본능적으로 반대편으로 몸을 옮겼다.

    쿠웅!!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아, 건물에 부딪히고 만다.

    “하지만 당신이 죽는 게 예언의 내용이야. 그렇지 않으면 이 세상은…….”

    진심으로 슬프다는 듯 말하는 여성. 점점 복구되는 시야로 그녀의 실루엣이 보인다.

    “칫.”

    궁지에 몰렸나 싶었을 때, 파츠츠츠츳!! 결이의 뇌격이 여자에게 내리꽂힌다.

    “꺄아아아!!”

    “우중격침.”

    쿠구구구구!

    콰과가가가!!

    거대한 검이 그녀를 향해 쏟아졌다. 그리고 내 몸이 낚아채진다.

    “윽, 결아.”

    “괜찮아?”

    “앞이 잘 안 보여.”

    “뭐? 큰일이네. 힐러가 필요해.”

    츠팟! 츳!

    점멸하는 결이의 이동기로 어느새 높은 빌딩 위에 안착한다.

    “저 여자 맛이 간 것 같아.”

    “그 의견에는 나도 동의해. 저런 사람들의 집단이 어떻게 아직도 발각되지 않고 비밀스럽게 활동할 수 있는 걸까. 티가 나도 훨씬 전에 티가 났을 텐데.”

    나는 눈을 비벼 보지만, 시력이 제대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그래도 아주 안 보이는 정도는 아냐.”

    결이가 이쪽을 보고 있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표정이 보이질 않는다. 물론 엄청나게 걱정스럽다는 얼굴을 하고 있겠지.

    “일단은 회복 포션이라도 먹어 둬.”

    인벤토리를 열어 포션을 꺼내 한입에 털어 넣었다.

    “음, 좀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깜빡거리는 동안 꽤 시야가 확보된다. 좀 심한 난시 상태가 이럴까.

    “이 정도면 전투할 수 있겠어.”

    “넌 몸을 피해야 해.”

    “응?”

    “널 죽이러 온 놈이잖아. 내가 붙잡고 있을게.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그렇게 내버려 둘 줄 알고?”

    푸화악!

    검은 연기와 먼지를 뚫고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 나를 뭘로 아는 거야?!”

    “크읏. 죽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했지만……!”

    결이의 공격을 직격타로 맞았는데도 여성은 약간의 그을음만 있을 뿐 멀쩡해 보였다.

    “하아, 정말 귀찮게 한다니까. S급. 너 말이야. 우리 둘이 대화 중이었다는 걸 잊은 거야?”

    “무슨…….”

    “신성한 대화라고. 이건. 역사가 이루어지는 가운데에서 이 내가, 엘리사베가 대적자와 이야기를 나눈다는 건 절대로 방해해서는 안 될 중요한 일이라고.”

    “헛소리.”

    “하아.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어리석은 사람아. 어쩔 수 없지. 귀찮게 됐지만, 너희 둘 다 이 엘리사베가 지옥으로 보내 주도록 하겠어.”

    자신을 엘리사베라고 부르는 여자는 손을 뻗어, 낫을 소환해냈다. 거대한 낫이었다. 마치 사신이나 들고 다닐 법한 사람 키보다 큰 낫.

    “단번에 목을 베어 주마.”

    휘이익!!

    엘리사베의 낫이 엄청난 속도로 결이에게 쇄도했다.

    “흣.”

    결이는 나를 보호하며 뒤로 물러났지만, 콧등 끝이 살짝 베여 피가 터져 나왔다.

    “결아!”

    “난 괜찮아.”

    “우후후, 바보 같은 대적자들아. 너희의 본분을 다하고 사라져라!”

    휘이익, 쉬익!

    거대한 낫을 무게가 없는 것처럼 자유자재로 휘두른다.

    카앙!! 카아앙!!

    결이의 검이 엘리사베의 낫을 막아내지만, 조금이라도 방심한다면 그녀의 낫이 결이의 목을 베어 버릴 것 같이 아슬아슬했다.

    ‘우리 둘이서는 상대가 안 된다. 사로잡기는커녕 이길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어. 하지만…….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녀는 이번에 나타난 신금천화교의 단서야.’

    어떻게 하면 그녀에게서 신금천화교에 관한 정보를 더 얻어낼 수 있을까.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 접근하면 안 돼.

    마치 저들과 같은 시선에서 바라보듯이. 그들의 말을 생각해 보자.

    저런 맹신자에게, 뭔가 그들이 말하는 것에서 느껴지는 모순이…….

    “이봐, 진정해 보라고!”

    나는 결이에게 매섭게 낫을 휘두르는 엘리사베에게 외쳤다.

    “네가 원하는 건 내 죽음인 거야?”

    “그래!”

    “내가 죽으면 역사가 이루어진다고 했지?”

    “맞는 말씀!”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는 말이야. 정말로 엘리사베 당신의 손에 내가 죽는 게 역사가 이루어지는 일이야?”

    “뭣?”

    낫의 속도가 느려진다.

    “당연하지…….”

    “정말로? 하지만 저번에는 다른 사람이 왔었는데.”

    “하! 그 멍청한 녀석!”

    “그래, 알고 있지? 그 사람이 왔었어. 그 사람이 성공했다면 네가 말하는 역사라는 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거 아냐?”

    “어라……?”

    엘리사베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그것 봐, 뭔가 이상하지?”

    “아니야, 하지만 지파장님이…….”

    “지파장? 그가 너를 보냈어?”

    “그래, 지파장님이 나를 보냈어. 너를 죽여야 한다고…….”

    “정말로 나를 죽이라고 했어?”

    “……분명히, 죽일 각오로, 너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

    “죽일 각오라고 했지. 죽이라는 말은 없었지. 안 그래?”

    “…….”

    엘리사베의 움직임이 서서히 느려진다.

    카앙! 카아앙!!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결이의 검이 맹렬하게 그녀의 낫을 몰아세웠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뭐, 뭐가.”

    “말이 안 맞는 것 같아서 말이야.”

    “내 믿음을 흔들어 놓지 마, 악마!”

    “잘 봐, 난 악마가 아니야. 평범한 사람이라고.”

    “하지만 너를 죽여야만 우리가 이기는 자가 된다고……. 어머니의 가르침이……. 그랬다고 이겨야만 천국에 들어갈 수 있다고.”

    “자세히 이야기해 봐.”

    “으윽…….”

    그녀가 혼란스러워하는 틈을 타 억압의 손길을 사용한다.

    스스슷.

    차르륵!!

    단숨에 사슬이 솟아올라 엘리사베의 두 팔과 다리를 속박했다.

    “크으읏! 놔!”

    그리고 곧장 불안한 예감!

    이걸 사용하면 엘리사베의 판단력은 더욱 떨어질 것이다.

    “결아, 잠시만.”

    “응?”

    계속 공격하려는 결이를 물리고 나는 엘리사베에게 접근했다.

    이제껏 녀석들에게 들은 이상한 이야기를 짜깁기했을 뿐인데 그녀에게 먹히고 있다.

    이대로 뭔가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넌 나를 죽이러 온 게 아니야. 나를 강하게 할 시험으로 소비될 뿐이지. 그렇지?”

    “뭐어…….”

    엘리사베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너는 소모품인 거야.”

    “그, 그럴 리가 없어.”

    “하지만 생각해 봐. 이상하지 않아?”

    솔직히 뭐가 이상한지도 모르겠지만, 막 던지고 봤다.

    하지만 확실히 엘리사베에게는 먹히고 있다.

    “이기는 자는 너희 모두야? 그런데 왜 ‘이기는 자들’이 아니라 이기는 자라고 하지?”

    “그건…….”

    이것도 맞아 들었나.

    어쩌면 엘리사베 자체가 정신이 강한 타입이 아니라서 먹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왜지? 지파장님은…….”

    그녀는 완전히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오히려 내게 묻기 시작했다.

    “그럼 뭐야? 나는 이기는 자가 될 수 없다는 말이야?”

    “이기는 자는……. 단 한 명뿐인 거지? 그럼 너희가 말하는 그 어머니라는 존재만이 이기는 자인 거 아냐? 천국도 그 어머니만 갈 수 있는 것 아냐?”

    “그런, 그럴 수가……. 하지만, 내 믿음은…….”

    그래. 이 타이밍에 영혼 전이를 사용해 보는 거다.

    즈즈즛.

    온몸의 마나를 집중해 스킬을 사용한다.

    그녀에게 불어넣을 감정은 불신이다.

    그그그그…….

    내가 던진 이야기가 죄다 맞든 틀리든 그건 사실 중요하지 않다. 그냥 그녀의 마음속에 의심의 씨앗을 심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그렇다면 그녀 혼자서 생각하고 의문을 가지고 분노할 것이다.

    그거면 충분하다. 지금은.

    그것만으로 그녀를 불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불지 않더라도 상관없다. 그녀의 움직임만 막을 수 있다면.

    “그러니까……. 우리 신금천화교에 맞서는 대적자들 중에서도 큰 대적자가 있어. 그게 너야, 은하준……. 너는 뱀이고 악이고 용이고 어머니를 무너트리려고 하는 무리야.”

    “그런데?”

    “그러니까 지파장님은 우리가 가서 너를…….”

    “그래, 나를? 쓰러트리라고 하던가.”

    “너에게…… 시험을 주라고.”

    “그래. 하지만 나를 죽이라는 말은 없었지?”

    “하, 하지만 시험을 주라는 건……. 어머니를 죽이려는 자에게 줄 시험이라는 건 당연히……!”

    “나를 죽이라고 하지 않았어.”

    “……그, 그럴 리가 없어. 말장난하지 마!”

    “말장난이 아니야. 그럼 더 자세히 말해 봐. 네 말이 맞는지 아닌지 내가 들어보고 결정해 줄 테니까.”

    엘리사베에게 말을 걸면서 영혼 전이를 사용하는 건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정신이 흐트러지려 해서 나도 내가 제대로 말을 하는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엘리사베에게는 큰 대미지가 들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그녀의 표정만 보고도 알 수 있는 사실.

    “크으윽…….”

    “어서.”

    “우리는……. 우리는 이 땅에 천국을 가져올 자들이야. 어머니와 함께…….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일은 모두를 위한 것이고, 아니,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자들을 위한 것…….”

    “그래, 그리고?”

    “어머니……. 어머니는……. 우리의 어머니는…….”

    생각보다 그녀의 정신은 더욱 연약한 것 같았다. 이 정도로 몰아붙였을 뿐인데도 평범한 사람이라면 무너지지 않을 정도까지 무너진 게 보인다.

    아니면 영혼 전이가 생각보다 더 강력한 효과를 보이는 걸까.

    츠츠츳.

    그녀에게 불어넣고 있는 불신의 기운에 박차를 가한다.

    더욱 강하게. 혼란스럽게.

    믿음이 뿌리부터 흔들리는 느낌을.

    희망이 뽑히는 느낌을, 이용당했다는 느낌을.

    그런 거라면 어린 시절 수없이 겪었던 감정이니까.

    “아니면 어머니에게 직접 물어보면 되겠다. 그렇지?”

    “어, 어머니에게 직접 물어본다고?”

    “그래. 그런 방법은 없나? 어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의…… 그러니까 당신은 자녀인데?”

    “나는 어머니의 자녀……. 그래, 맞아. 그렇지. 크읏. 머리가 아파…….”

    차르륵, 차륵.

    엘리사베가 사슬을 뿌리치기 위해 몸을 달싹거린다.

    “윽, 아냐. 너……. 너 내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사슬을 놔! 내게……. 내게 스킬을 쓰고 있는 거야, 너!”

    “글쎄? 사슬 같은 건 언제든지 풀어 줄 수 있어.”

    차르르륵.

    나는 억압의 손길을 거둬들였다.

    이미 저토록 약해진 정신으로 엘리사베가 우리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친 여자여서 오히려 다행이었던 걸까.’

    엘리사베는 사슬에서 풀려난 뒤에, 내 예상대로 공격을 해 오지 않았다.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혼란스러워할 뿐.

    “으아아! 네가, 네가 이상한 마음을 불어넣는 바람에……!”

    그녀는 고통스러운 것 같았다.

    하지만 의심이나 불신의 생각이 그러하듯이 한 번 시작되면 스스로는 좀처럼 멈출 수 없는 것이다. 이제 그녀의 의심은 내가 부채질하지 않더라도 혼자서 더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이다지도 쉽게 무너질 믿음이라니.

    의심하기 전에 그녀가 말했던 믿음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이었을까. 피식 웃음이 나온다.

    “당신이 직접 물을 수 없다면 내가 물어보고 올게. 어머니는 어디에 있지?”

    “어머니가 어디에 있느냐고?”

    엘리사베는 이제 식은땀까지 흘리고 있었다.

    “어, 어머니는…….”

    조금만 더 그녀를 자극한다면…….

    푸욱!

    엘리사베는 말을 끝마치지 못했다.

    등 뒤에서 그녀를 관통한 무엇인가가 피와 함께 번들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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