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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S급 소울메이트-214화 (214/250)
  • 제214화

    제214편

    “도움이 될 만한 거라니. 뭔가요?”

    “제가 정보를 모으는 것도 모으는 것이지만, 하준 님이 다른 차원에 접속할 수 있게 되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안사홍은 자신의 인벤토리를 열어 아이템을 소환해냈다.

    “차원의 참(charm)입니다.”

    그가 건넨 것은 목걸이나 팔찌 등에 끼울 수 있는 별 모양의 작은 장식품이었다.

    “차원의 참이라고요.”

    “네, 그렇습니다. 차원의 손님을 통해 얻은 물건이죠.”

    “그렇다는 건, 우리 차원의 물건이 아니라는 말씀인가요?”

    “맞습니다. 은하준 님께서 차원에 접속하려고 할 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겁니다.”

    나는 손안에 들어온 작은 장식품을 바라보았다.

    “아직 자력으로 차원에 접속하는 방법을 모르는데도요?”

    “다른 차원의 것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차원의 불안정을 일으키죠.”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도움이 될 거란 이야기군요.”

    안사홍이 고개를 끄덕인다.

    “감사합니다. 얼마죠?”

    “값은 받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일을 위한 아이템이니까요.”

    “그렇지만 안사홍 씨는 장사꾼이잖아요.”

    “아무리 장사꾼이라지만, 저도 의리가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만큼 진심이라는 거다.

    나는 참을 팔찌에 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꼭 찾아냅시다. 여동생분을 만나고, 신금천화교를 쳐부수자고요.”

    단홍 상사의 문을 나서니 바깥에서 기다리고 있던 결이가 나를 바라본다.

    “이야기는 잘했어?”

    “응.”

    팔찌를 내밀어 참을 보여 줬다. 결이의 눈에 호기심이 인다.

    “이걸 받았어. 도움이 될 거래.”

    “아이템이구나. 신금천화교를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란 말이야?”

    “그래, 맞아. 차원의 참이라는 것 같아.”

    “차원…….”

    “영혼 차원……이라고 해야 하나. 거기에 접속하는 데 도움이 될 거야.”

    “……난 사실 좀 껄끄럽긴 해.”

    “응?”

    어느새 결이의 표정에는 근심이 자리 잡고 있다.

    “뭔가 사후세계 같은 느낌의 차원에 계속 접속하는 건 위험하게 느껴진달까.”

    “에이. 지금까지 아무런 문제도 없었는걸.”

    “물론 지금까지는 그랬지. 하지만…….”

    “게다가 이것 말고는 딱히 방법도 없고.”

    “……맞아. 차라리 내게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나도 잘할 수 있어요~ 한결 선생님.”

    “위험하다 싶으면 그만둬야 해. 알겠지?”

    “그게 내 생각처럼 되면 좋겠는데.”

    “그렇게 말할 거야?”

    결이가 약간 발끈하며 말한다. 뭐가 그렇게 걱정되는 걸까.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결이는 진지한 것 같아서 애써 참았다.

    “넌 은근히 미신을 잘 믿는다니까. 그래 봤자 뭐 조금 다른 차원이겠지.”

    순진한 구석이 있단 말이야. 라고 덧붙이려다가 구겨진 결이의 미간을 보며 참는다.

    결이가 구시렁거린다.

    “다른 차원의 일이라고. 그래 봤자 정도가 아니라.”

    부르르르.

    약간 분위기가 어색해지려는 찰나, 마침 주머니 속에 있던 휴대폰이 울렸다.

    안전 문자다.

    “이런, 근처에서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난 모양이야.”

    “가만히 두질 않는군.”

    타아앗!!

    우리 두 사람은 곧장 달리기 시작했다.

    * * *

    쿠오오오.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도로가 박살 나 엉망이 된 상태였다.

    하늘 위에는 영롱한 던전 포털의 빛이 아른거리고 있다.

    ‘이렇게 매일 부서져서야 어디 서울에서 살겠나.’

    각성자들의 힘으로 빨리 수습과 복구가 되니 다행이지, 이렇게 자주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나다니 정말 사람 살 곳이 못 되고 있다.

    그러고 보니 회귀 전에도 이렇게 던전 브레이크가 자주 일어났었나?

    “어서 오세요, 당신이 은하준 님인가요?”

    폐허가 된 곳에서 멀쩡한 차림의 여성이 말을 걸어왔다. 그런데 주위가 이상하다.

    그녀의 주변에 있는 건 사람의 시체.

    던전 브레이크에 휘말린 사람들의 시체일까? 그렇다기에는 너무 깨끗하다. 게다가 몬스터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당신……. 뭐야?”

    결이 녀석도 이상한 낌새를 느낀 것인지 먼저 물었다.

    “어머, 그렇게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나? 몬스터냐 사람이냐 묻는다면 사람? 이겠죠?”

    빙긋이 웃는 그녀의 목소리는 상냥하기 그지없지만, 장난기가 가득하다.

    대체 그녀의 정체가 무엇이길래 도착하자마자 나에 관한 걸 물었지? 주위의 시체는?

    이 불길한 감각은?

    도대체 알 수 없는 상황에 불길함이 뱃속에서부터 스멀거리며 피어오른다.

    “결아, 조심해.”

    “역시 문제가 터지면 언제 어디서든 가장 먼저 나타난다더니, 오늘은 좀 늦었네요. 덕분에 손을 더럽히고 말았잖아요.”

    “역시……. 이 시체들은 당신이……!”

    “맞아요. 은하준 님이랑은 조용히 조우하고 싶었으니까.”

    “설마 던전 브레이크를 만든 게 너냐?!”

    결이가 날카롭게 묻는다. 여성은 눈썹을 팔자로 늘어트리며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사람에게 그런 능력이 있을 수 있나요. 그저 제가 제일 먼저 찾아온 것뿐이랍니다. 우후후.”

    “대체 왜 사람들을…….”

    “그야, 당연히. 그렇게 하면 은하준 님 반응이 더 재밌을 것 같으니까요.”

    그녀의 미소가 소름 끼친다.

    우우웅. 가슴이 답답해지는 느낌.

    “기세를 뿜고 있어.”

    “쳇, 이 정도 기세쯤이야.”

    결이는 나를 뒤로 보내고는 기세를 펼친다.

    휘이익!

    돌풍이 휘몰아치는 것처럼 결이의 기세가 여성에게 쇄도했다.

    화아악.

    길게 늘어트린 머리카락이 흩날린다.

    “어머, 역시 S급의 기세! 대단해! 예전 같았으면 숨도 못 쉬었을 거야. 하지만 어머니께 받은 씨앗을 심고 나니 짜릿할 뿐인걸.”

    “어머니…… 씨앗? 당신, 설마 천금신화교 단원이냐!”

    “우후후, 알아봐 줘서 고맙네.”

    “크윽, 감히 이런 짓을……!”

    “너무 화내지는 마. 포털은 우리가 그런 게 아니라니까. 게다가 이 사람들, 어차피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거야.”

    그녀는 말도 안 되게 즐거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사이코패스인가.”

    “미친 게 틀림없어.”

    “어쨌든, 나는 은하준 씨에게 볼일이 있어. 옆의 S급은 그만 꺼져 줬으면 좋겠는데.”

    여자가 손을 들어 결이를 가리키자 곧장 바로 앞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크윽!”

    결이가 밀려나면서 나까지 함께 뒤로 확 밀쳐졌다.

    “결아!”

    “괜찮아!”

    결이는 괜찮다고 하며 팔을 털어냈지만, 폭발을 막았던 팔은 불에 타 엉망이 되어 버렸다.

    ‘저 여자, 강하다.’

    ‘씨앗’이라는 걸 삼켰기 때문이겠지. 아마 삼키기 전에는 B급 이상의 각성자였을 거다.

    “우후후훗, 아하하핫! 어때, 따끔하지?”

    여성은 만족스러운 듯이 깔깔 웃음을 터트리며 손을 뻗어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

    퍼엉! 펑! 퍼버벙!!

    “큭.”

    결이는 내가 폭발에 휩쓸리지 않도록 그걸 죄다 몸으로 막아냈다.

    “큭. 난 뒤로 빠질게.”

    “그래.”

    휘잇! 공중을 밟아 뒤로 멀리 물러나자 결이와 대치하고 있는 여성이 한눈에 보인다.

    “흐응. 어딜.”

    쉬이이잇!!

    여자는 곧바로 내 쪽으로 접근해 왔다.

    “내가 할 말이야.”

    그녀를 막아서는 결이. 내내 웃고 있던 여성의 표정이 굳어진다.

    “귀찮게 하지 말라고 했지. 완전히 구워 버린다?”

    “구워 보시지.”

    여자가 손을 뻗자 결이가 검을 뽑아 들었다.

    파츠츠츠츳!!

    “아, 그래. 네 능력은 전기 쥐였지, 아마.”

    “나도 꽤 마음껏 널 구워 버릴 수 있거든.”

    “어머, 무서워라.”

    퍼버버벙!! 파츠츠츳!!

    커다란 폭발과 함께 여자와 결이 모두 검은 연기에 휩싸인다.

    츠츠츠츳.

    나는 곧장 소울메이트로 결이와 연결된다.

    ‘저 녀석에게는 불안한 예감.’

    후욱.

    연기가 걷히자마자 디버프 스킬을 사용했지만, 여자는 내 스킬을 간파하고는 손쉽게 피해냈다.

    “흐응. 안 되지, 안 돼.”

    훌쩍, 공중 곡예를 하듯이 날아오른 여자가 어느새 내 뒤쪽으로 깊게 파고들었다.

    “대체 뭣 때문에 그러는 거야, 너희들은!”

    “우후후, 그런 게 궁금하구나. 죽음을 눈앞에 두고도.”

    여자의 손이 내 머리를 쥐려는 순간, 결이의 검이 여자를 베어낸다.

    “크으윽!”

    “누가 죽는다는 거야!”

    “결아!”

    하지만 여자는 치명상을 입지 않았다. 그 묘기 같은 움직임으로 결이의 공격을 반쯤 흘려보낸 것. 대신에 여자와 나의 거리가 다시 벌어진다.

    “크읏. 너희들이 이렇게 발버둥 치는 것도 이해는 가. 너희는 예언을 모르니까.”

    “예언?”

    “그래.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야 하는지. 굴러갈지. 너희는 아무것도 모르지.”

    “너희 같은 사이비가 하는 말에 관심 없어.”

    결이가 여자를 바짝 쫓아가 검을 휘두른다.

    쉬이익!

    휘익!

    여자가 가까스로 결이의 검을 피하면서 계속해서 뒤로 물러났다.

    “사이비라니, 정말 웃기는 소리를 하고 있네. 하기야, 원래 진짜가 나타나면 여러 가지 핍박을 받는 법이지. 이때까지 모든 신화에서 그러했듯이.”

    “흥.”

    “사람들은 진짜를 받아들이지 못해. 왜냐하면 너무 진실하기 때문이지. 그 진실 앞에서 자신들이 구원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은 거야.”

    “계속 헛소리만 할 텐가?”

    “헛소리가 아니야.”

    카아앙!! 여자의 손과 결이의 검이 부딪힌다. 그녀는 강철보다 강한 손으로 결이의 검을 막아내고 있었다.

    결이의 표정이 굳어진다.

    “후후후. 이것이 그 증거다.”

    휘이익!!

    여자가 결이의 검을 잡아채 힘껏 당겼다.

    결이는 검과 함께 들려 집어던져졌다.

    “크으윽!!”

    “때가 되면 너희 반역자들은 스스로 쓰러지고 구원받지 못할 자들 또한 지옥으로 떨어질 것이다.”

    퍼어어억!!

    날아간 결이가 건물에 쑤셔박힌다. 건물이 박살 나면서 먼지가 일었다.

    “결아!”

    “후후후. 이제야 조용히 둘이서 이야기할 수 있게 됐네.”

    “이 자식이……!”

    까드득.

    이를 악물고 스킬을 사용한다.

    차르르륵!!

    억압의 손길이 뻗어 나가 여자를 잡기 위해 쏟아져 내린다.

    하지만 여자는 아주 가볍게 내 사슬을 피해낸다.

    “후후후. 몇 번을 말해도 알아듣지 못한다는 것쯤은 예언을 통해 알고 있다. 그러니까 말해 줘도 내 입만 아프다는 거지. 하지만 나는 자비로운 편이야. 그러니까 은하준 씨가 궁금한 건 뭐든 물어보라고.”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미친 여자!”

    조금 전까지의 대화로 말이 통하지 않는 상대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여자는 반쯤 돌아 있다.

    하는 이야기가 죄다 망상 속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았다.

    “미치다니.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진리를 간파해내는 게 중요해. 은하준 씨. 그게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친절함이야.”

    “사람들을 해치는 일을 하면서 무슨 진리란 말이야!”

    “사사로운 것에 신경을 쓰다가는 대의를 그르친다. 그게 어머니의 말씀이야. 너희들은 그런 것도 이해하지 못하니까 낙오자가 되는 거고, 천국에 들어갈 수 없는 거다.”

    “네 녀석들은 하나같이 횡설수설하는 얼간이들밖에 없어. 모두 제정신이 아니라고.”

    “우후후.”

    여자가 손을 뻗자 이번에는 내 바로 앞에서 폭발이 일어난다.

    순간 시야가 까맣게 변하면서 폭발에 휩쓸려 뒤로 나자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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