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SS급 소울메이트-212화 (212/250)
  • 제212화

    제212편

    꿀떡.

    부르르.

    영약을 삼킨 흑단이가 몸을 떨었다.

    순간 이거 정말 괜찮은 건가. 하는 생각이 솟구쳤다.

    장우택을 믿기는 하지만, 장 리와 제대로 대화해 보는 것도 오늘이 처음이고 누구도 정체를 모르는 영약을 아무런 검증 없이 애들에게 먹여 버린 것 아닌가 하는…….

    “삐이이, 부아구르르!”

    “이, 이상한 소리를 내는데요. 이거 괜찮은 거 맞아요?”

    “푸헤취! 푸헤취!!”

    흑단이가 재채기를 해댄다. 그게 끝인가 했더니 걱정스러울 만큼 재채기가 멎지 않는다.

    “음?”

    장씨 남매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물든다.

    “영약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구르르…… 꺼억!”

    엄청난 용트림.

    우리 모두 눈이 둥그렇게 떠졌다.

    “……게 아니라 너무 급하게 먹은 모양인데?”

    장 리가 황당하다는 듯 웃음을 터트린다.

    “삐우우! 삐우!”

    다시 맑은소리로 울기 시작하는 흑단이. 이번에는 동작에 힘이 넘친다.

    “어라.”

    “응?”

    “오오…….”

    그 잠깐 사이에 흑단이의 이마에서 작은 뿔이 솟아났다.

    “확실히 레벨 업이 된 모양인데.”

    “귀, 귀여워…….”

    나는 흑단이를 들어 안아 올렸다.

    “무게도 더 무거워졌어요. 이렇게 순식간에.”

    “쉬이잇, 쉬잇.”

    “어라, 윙키 너도.”

    윙키는 원래 있던 날개 아래에 작은 날개 한 쌍이 더 생겼다.

    “효과가 정말 장난 아닌데요?”

    “그래, 우리 화룽의 실력이 대단하지? 9알을 한 마리에게 다 먹인다면 곧장 성체로 만들 수도 있지. 하지만 그 방법은 너무 위험해. 성장을 버티지 못하고 몬스터의 몸이 상해 버릴 수 있거든.”

    “무섭네요.”

    “과유불급이라는 말이지.”

    “욕심내지 말아야겠어요.”

    “그래, 그래. 그리고 당부하는데 절대로 다른 곳으로 유통하면 안 된다?”

    “물론이죠.”

    내 대답에 장 리가 만족스러워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뭐, 이미 준 선물이니 은하준 씨가 어떻게 쓰든 네 마음이기는 하지만 말이야. 그래, 한세희한테만은 넘기지 말라고.”

    “그럴 마음도 없긴 했지만 명심할게요.”

    “단지 구애인 사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야. 한세희 그 사람은…….”

    장 리의 표정이 굳어진다.

    증오나 미움과는 조금 다르다. 어쩐지 두려워한다는 느낌. 그녀의 작은 입술이 달싹거린다.

    “엮이지 않는 편이 좋아. 던전을 빼앗겼다던가 그런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은…….”

    무엇인가 할 말이 더 있는 것 같지만 차마 나오지 않는다는 듯이.

    “그만. 그쯤 해 둬. 은하준 씨가 알아서 할 일이지.”

    장우택이 어깨를 으쓱거리자, 장 리가 상념에서 벗어나듯 몸을 떨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은하준 씨가 알아서 할 일이야. 하지만 내 충고를 부디 잊지 말았으면 해.”

    “조언 고마워요.”

    “그럼 우리는 이만 돌아가 볼까. 준비한 선물도 조언도 모두 넘겨줬으니까.”

    “그래, 안 그래도 괴물을 상대하느라 힘들었을 텐데 너무 오래 붙잡고 있을 수는 없지.”

    장우택이 씩 웃으며 브이를 만들어 보인다. 사람 귀찮게 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사람이.

    장씨 남매가 다음 만남을 기원하면서 자리를 뜨는 동안 휴대폰이 울렸다. 문자였다. 내용은 간단했다.

    [날이 밝는 대로 신선 길드로 향할 생각입니다.]

    “성현준 대위?”

    * * *

    “오랜만이네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은하준 씨.”

    응접실 테이블에 내온 커피에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러고 보니 늘 나를 불러내던 건 성현준 대위였는데 이번에는 그가 직접 나를 찾아왔다.

    “안은영 소위님도 잘 계시죠?”

    “물론입니다. 최근에 중위를 달았죠.”

    “그렇군요. 축하할 일이네요.”

    “안 중위에게 전해 주도록 하겠습니다.”

    성현준 대위가 커피를 입에 가져다 댄다. 오늘도 그는 무척이나 피곤한 얼굴이다.

    “요즘 여러 방면으로 활약하고 계시죠.”

    “뭘요.”

    “겸손하실 필요 없습니다. 우리 군에서도 은하준 씨의 행적을 세세하게 살피고 있으니까요.”

    “감시하고 있다는 말을 부드럽게 잘하시네요.”

    성현준 대위가 피식 옅은 미소를 띤다.

    “최근 중국 측과 긴밀한 만남을 이어 가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글쎄요. 긴밀하게까지는 아니고요. 같은 업계 동료로서 친분을 유지하는 정도는 되겠네요.”

    “후, 그런가요. 하지만 군에서는 꽤 민감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요. 내가 화룽 길드에 섭외당해서 훌쩍 대한민국을 뜨기라도 할까 봐 그럽니까?”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대위님답지 않게 솔직하시네요.”

    “고맙습니다.”

    성 대위는 여전히 피곤한 인상으로 슬쩍 웃으며 커피를 한 모금 더 마신다.

    “그게 걱정되어서 대위님이 여기까지 오셨다는 건…….”

    “맞습니다. 윗선에서는 은하준 님의 대한민국에 대한 애국심을 증명받기를 원하십니다.”

    “흐음……. 내 뒷조사를 하고 있다면 충분히 아실 텐데요.”

    성 대위가 어깨를 으쓱해 보인다.

    “어르신들께는 몇 번을 말해도 부족한 법이죠.”

    “귀찮네요.”

    “은하준 씨도 굉장히 솔직해지셨습니다.”

    “뭐, 군에게 하도 당해서 지친 걸까요.”

    지지 않고 맞받아치자 성현준 대위의 얼굴에 조금 생기가 돈다.

    “군을 위해 몬스터를 길들이는 것 말입니다.”

    “이미 한 차례 이야기가 되지 않았나요?”

    “윗분들의 생각보다 늦어지고 있습니다.”

    “전 몸이 하나뿐이라 말이에요. 게다가 펫이 필요하다면 알을 준비해 오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왔습니다.”

    “네?”

    성현준 대위가 가져온 캐리어를 가리킨다.

    “뭔가 했더니…….”

    “그렇습니다.”

    터억. 처억.

    그는 천천히 캐리어를 열었다.

    생각보다 작은 알의 모습이 드러났다.

    “무슨 알인데요?”

    알은 커다랗고 붉은 점박이 무늬를 가지고 있었다.

    “불개의 알입니다.”

    “불개의 알. 용케 구하셨네요.”

    불개. 말 그대로 파이어 하운드다. 이 녀석은 성체 몬스터 자체로도 S급에 해당하는 희귀하고 강한 개체.

    “출처는?”

    “……그것까지 정확히 알아야 합니까?”

    정부에서 어떻게 이 귀한 알을 구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엄청난 돈이 투자됐다는 사실만은 확실했다.

    “계약 내용에 그런 것은 없으니까요. 뭐, 제가 위험해지지만 않는다면 됐습니다.”

    “그럴 일은 없을 겁니다. 그건 보장합니다.”

    “좋네요.”

    츠츠츳.

    영혼 분별사를 이용해 불개의 알을 본다.

    [불개의 알]

    영혼 등급: A

    영혼 상태: 안정

    싱크로율: 70%

    “알의 상태도 좋고요.”

    나를 살펴보던 성 대위의 표정이 더욱 풀어진다.

    “바로 분석이 가능하시군요. 어쨌거나 다행입니다. 알의 상태가 나쁠까 봐 걱정했습니다.”

    “험한 방법으로 입수했나 보네요.”

    “눈치가 빠르십니다.”

    “어쨌든 알겠어요. 이 알은 이전에 이야기를 나눴던 것처럼 제가 맡죠. 이걸로 저도 그 애국심이라는 걸 증명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성 대위는 피식 웃더니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아아, 증명될 겁니다. 아주 선명하게요. 이걸로 저도 좀 편해지겠군요.”

    “무슨 고민이라도 있었어요?”

    그가 무엇인가를 찾는 듯 양복 안주머니를 더듬거렸다.

    “여긴 금연 구역입니다만.”

    “아, 은하준 씨도 정말 빡빡하십니다.”

    “빡빡한 게 아니라 당연한 거잖아요.”

    “후후, 그래도 여기 오니 숨통이 트입니다. 워낙에 군 내부는 까탈스러워서요.”

    성 대위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하긴, 늘 군대가 어울리지 않는 사람 같다고 느끼긴 했었다.

    “성 대위님은 왜 군에 계신 겁니까?”

    “예?”

    “성 대위님 정도면 길드 하나를 만드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레벨 때였긴 하지만, 성 대위의 기세만 보고도 알 수 있었다.

    “딱히 애국심이 깊으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요.”

    “너무하군요.”

    사설 길드를 세우는 것보다 연봉도 짤 텐데. 분명 무슨 이유가 있다고 생각된다.

    게다가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괴물 특수 부대에 성 대위보다 더 강한 각성자가 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계속 대위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상하고 말이다.

    “……별로 은하준 씨가 재밌다고 할 내용은 아닙니다.”

    “재미로 물어본 건 아니고요.”

    “그렇습니까.”

    그는 잠깐 생각에 잠긴 듯하더니 담배 대신 커피를 들이켰다.

    “명령을 수행하는 편이 속이 편하다고 해 두죠.”

    “정말 상상하지 못한 대답이네요.”

    “그럼 알을 전달했으니 이만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어느새 그의 잔이 모두 비어 있었다.

    “그러세요.”

    “아, 환희한테 들었습니까?”

    “비각성자용 무기 말인가요?”

    “네. 군에서 시범 테스트되고 있습니다.”

    “성과가 괜찮은가요?”

    “당연합니다. 비각성자가 던전 내부에 들어가는 것 자체는 너무 위험한 일이지만, 적어도 인트루더가 등장했을 때 도시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탤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주부터 일반 부대에 보급되어 훈련 중에 있죠.”

    정말 잘된 일이다.

    물론 비각성자가 몬스터를 상대하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이 무기가 널리 보급된다면 급박한 상황에서 헛되이 잃는 목숨 몇 정도는 더 아낄 수 있을 거다.

    “무기가 불법 시장에 유통되지 않게 철저한 관리를 해 주시기 바랍니다. 어쨌든 기술력 외에 모든 것은 군과 신선 길드에서 책임지고 있으니까요.”

    “은하준 씨 말이 맞습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대단합니다.”

    “네?”

    “솔직히 은하준 씨를 처음 봤을 때, 이런 일들을 해낼 수 있을지 몰랐습니다.”

    “…….”

    “물론 호기심이 가기는 했습니다. S급인 한결 씨 옆에서도 전혀 주눅 들지 않던 당신의 모습이 말입니다.”

    성 대위가 의자에 걸려 있던 외투를 챙긴다.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들을 진행할 때도 당신을 완전히 믿을 수 없었는데. 결국 비각성자들을 위한 무기 개발까지 해내다니.”

    “환희가 다 한 일인데요.”

    “아뇨, 분명 당신이 없었다면 못 해냈을 겁니다. 적어도 이렇게 빨리 이루지는 못했겠지요. 당신이 환희를 믿고 밀어주었기 때문입니다.”

    “평가가 후하시네요.”

    “후한 게 아닙니다. 그 애에게는 그런 게 필요했던 겁니다. 나나 제 오빠의 과보호 같은 게 아니라…… 말입니다.”

    늘 피곤에 찌든 것 같았던 성 대위의 눈동자에 빛이 돈다.

    “당신은 존경할 만한 사람입니다. 은하준 씨.”

    “……갑자기 이러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는데요.”

    “진실은 전해 두지 않으면 빛을 발하기 어렵죠. 그러니까 미리 말해 두는 겁니다. 앞으로도 환희를 잘 부탁합니다. 그 두 남매를요.”

    그의 눈빛에서 두 사람을 아끼는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각진 자세로 내게 경례하더니 곧장 문을 열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낯간지럽게.”

    멍하니 뒷머리를 긁고 있자니 곧 응접실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어머, 어쩐지 괴물 특수부대에서 왔다고 들었는데 몬스터 알이네요!”

    안영지였다.

    그녀의 손에는 썬더가 안겨 있었다.

    “우리 집은 편했어요?”

    “네, 손님방이 엄청 잘 꾸며져 있더라고요. 하케임 씨가 아침밥도 해 주셨어요.”

    “그거 잘됐네요. 하케임이 은근 손맛이 좋아요.”

    “그렇더라고요. 스크램블 에그가 포송포송하니 부드러웠어요! 그나저나 집주인은 집에도 못 들어오시고…….”

    “사람들이 절 쉬게 두질 않네요. 그래도 뭐, 새 알이 생겼으니까요.”

    알을 들어 보여 주자 안영지의 표정이 호기심으로 가득 찼다.

    0